※ 본 리뷰에는 영상, 스크린샷에 약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개발사: 스퀘어에닉스 ⊙장르: RPG ⊙플랫폼: PS4 ⊙출시:4월 10일


2005년, 파이널판타지7 어드벤트 칠드런이 개봉되고 공개됐을 때 이런 생각을 한 게이머도 적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 그래픽으로 파이널판타지7을 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런 날이 언젠가 올까?"하고. 그리고 2020년. 마침내, 올 것이 왔다.

파이널판타지7의 리메이크, 게이머들이 스퀘어에닉스의 최후의 보루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던 일이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발표 당시에도 스퀘어에닉스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많은 이슈가 있었고, 소식이 하나 둘 씩 뜰때마다 게이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아마 전세계 모든 게이머들이 주목하고 있는 게임이지 않을까. 그렇게, 먼저 만나본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는 걸작이라는 말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팬들이 바라던, 꿈꾸던 환상이 펼쳐졌다."

※ 본 리뷰는 SIE-스퀘어에닉스가 제공한 리뷰 코드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스크린샷과 촬영 영상 역시 리뷰 코드를 기반으로 촬영됐으므로 실제 발매된 게임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우선 팬들이 가장 궁금해할 게임의 스토리는, 리뷰 가이드와 여러분의 즐거움을 위해서 최소한만 언급하려고 한다. 일단 리메이크가 진행된 만큼, 시대에 맞춰 변화된 부분들이 여러 군데 존재하는 편이다. 아발란치 조직과 신라 컴퍼니의 성격도 좀 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서 조금씩 성격 변화가 이뤄졌다. 어떻게 보면 게임 이후 등장한 세계관이 조금 반영된 흐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변화가 기존의 스토리를 뒤엎으며 완전히 새로운 전개를 보여주는 건 아니다. 큰 틀은 같지만, 세부적인 흐름과 묘사가 조금 변화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파이널판타지7을 리메이크로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스토리로, 원작을 아는 게이머들은 달라진 부분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스토리로 다듬어졌다.

여기에 새롭게 추가된 서브 스토리 및 엑스트라 스토리는 게임 흐름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스토리 확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나칠 정도로 일자로 구성된 맵과 상호작용 요소들은 평가에서 마이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도 나름대로 만족스럽다. 결국, 다양한 스토리들이 추가되면서 '파이널판타지7'은 한차례 세계관과 스토리의 보강과 확장이 이뤄진 셈이다.

원작의 개그들은 시대에 맞춰 더욱 강화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연과 조연 모두 다양한 캐릭터성이 부각되면서 캐릭터성이 한층 강해졌다. 클라우드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뿐 아니라 조연 캐릭터들도 다양한 상호작용과 서브 스토리, 메인 스토리를 통해서 '심리 변화'를 뚜렷하게 묘사한다. 다양해진 NPC와 동료의 상호 작용, 그리고 주변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NPC들의 숙덕거리는 대화는 이러한 캐릭터성을 부각하면서도 스토리 전달과 배경을 다양화시키는데 힘을 보탠다.

또한 단순한 대화로만 표현할 수 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캐릭터들의 표정과 성우들의 연기, 그리고 영화적인 연출이 함께 어우러지며 이러한 심리 변화가 매우 도드라진다. 시대가 흐르며 발전한 연출 기법들은 '파이널판타지7'에 적용되어 캐릭터들에게 개성을 뚜렷하게 부여했고, 이렇게 변화된 캐릭터들은 확장된 세계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강한 전달력과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었다.

※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한 콘텐츠입니다. 시청에 주의를 요합니다.

변화된 전투 시스템은 훌륭하다. 과거 ATB가 차기를 멀뚱멀뚱 기다리던 턴제 전투를 지양하고, 실시간 액션을 크게 강조하면서 긴장감이 한층 강해졌다. 적의 공격을 확실히 가드하고, 약점을 공략해 버스트를 쌓으며 가드 불가 공격은 피하면서 전투를 풀어나간다. 잘 피하고, 잘 막고, 잘 때리는 걸 지향하는 액션 게임의 기본적인 문법과 흐름을 '파이널판타지'의 시스템에 잘 녹였다.

중간중간 ATB가 쌓여있는 파티원들로 전환해 어빌리티나 마법, 아이템을 사용하면서 전투를 풀어나가는 게 필수다. 어빌리티나 마법 사용 시 시간이 느려지는 요소는 턴제 게임을 잘 따왔다. 이 또한 조심해야 할 부분이, 간혹 어빌리티 사용 도중 강한 공격을 받아 액션이 취소되면 ATB만 날아가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실상 보스전에만 사용하는 소환수는 한 명이 소환해도 모두가 소환수 어빌리티를 사용할 수 있고, 개인마다 다른 속도로 차는 리미트 게이지 활용까지 이어지면서 전투는 다채로워졌다. 단순한 턴제 전투였던 '파이널판타지7'이 리메이크되면서 생동감있는 액션과 함께 턴제를 적절히 섞었다.

만약 전투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기 싫다면, 클래식 모드나 이지 모드를 플레이할 것을 권한다. 노멀 모드만 돼도 생각보다 전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캐릭터의 성장도 민감하게 신경써야 한다. 노멀 모드로 여유롭게 플레이하고 싶다면 서브 퀘스트까지 잊지 말고 챙겨서 SP와 AP, 그리고 장비와 자금도 열심히 모아두는 게 좋다. 언제든지 게임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니, 개인 취사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무기 업그레이드는 리셋이 매우 저렴해서 큰 부담이 없다.

캐릭터들의 성장과 관리도 현대적으로 변화됐다. 획득한 무기의 어빌리티는 숙련도만 쌓아두면 다른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한 무기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또한 무기에 주력 능력치들을 성장시키는 형태로 시스템이 설정되어 있으므로, 전투에서 어떻게 운용할지 컨셉을 잡고 무기에 따라 바꿔줄 수도 있다.

다른 캐릭터로 마테리아를 성장시킨 후 캐릭터를 옮겨줘도 된다. 여러모로 제약은 풀려있고, 자유로운 성장을 지향한다. 추가적으로 파이널판타지7 특성상 캐릭터들이 파티에서 이탈하는 시점이 있는데, 이때도 이탈한 파티원 캐릭터의 성장과 장비를 관리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액션을 지향하면서, 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원작처럼 특화 성장도 가능하다. 물론 캐릭터별로 고유의 고성능 어빌리티가 있으므로, 성장의 가이드라인은 나름 잡혀있다. 그러나 여기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을 제공한다.

리메이크된 전투 시스템과 성장 시스템은 서로 잘 어울리면서도 양쪽 모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자유로운 형태다. 별달리 흠잡을 부분이 없다. 액션 게임의 느낌으로도 플레이할 수도 있고, 클래식 모드로 액션을 별로 신경쓰지 말고 턴제 게임 느낌으로 진행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보스전은 언제나 조금 긴장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리 쉬운 난이도라도, 보스전도 버튼 하나로 깰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니까.


이러한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면서, 게임 플레이 자체는 완급 조절이 꽤 잘 되어 있어서 나름대로 플레이 타임을 준수하게 뽑아낸다. 서브 퀘스트와 메인 퀘스트를 모두 빠짐없이 챙기기 위해서는 노력도 꽤 필요하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다양한 미니 게임들이 무거웠던 분위기나 흐름을 환기시키는 역할도 맡기 때문에 어느새 몇 시간이나 지나있는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미니 게임들은 대부분 '귀찮다'라는 느낌을 주기보다는, 플레이어의 도전 정신과 오기를 자극하도록 설계됐다. 어렵지 않으나 긴장 풀고 하면 좋은 성적을 못 낸다. 좋은 성적이 없다면 보상도 짜다. 그러니 좋은 성적을 내려고 노력하게 되는 괜찮은 '미니 게임'의 구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팁을 공유하자면, 별로 쓸 일이 없더라도 '치유' 마테리아는 한 개 정도 꼭 성장시키길 권한다. 사람에 따라서 꽤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두 번 말한다. 회복이 아니고 치유 마테리아 하나는 키워두자.

팬들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분량이었다. 원작과는 달리 분할이 이루어져 '미드가르' 탈출까지만 다루는 이번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의 분량. 실질적으로 따지자면 원작의 1/3 정도만 온 셈인데, 플레이 타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서브 퀘스트와 미션, 미니 게임이나 숨겨진 요소들까지 다 정복하려는 플레이어는 꽤 오랜 시간 여정을 이어나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서브 퀘스트를 적당히 챙기면서 느긋하게 플레이해도, 30시간 이상은 금방 확보될 정도로 분량 자체는 아쉬운 편은 아니다.

다양한 미니게임이 꽤 자주 등장하고, 플레이의 완급 조절과 환기를 담당한다.

주말 내내 꽤 오래, 쉬지 않고 플레이하면서 느낀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의 경험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현시대에 맞춘 그래픽을 기반으로 캐릭터들은 다양한 연기와 연출, 상호작용으로 생동감이 느껴졌고 세계관은 다양하게 확장됐다. 원작과 미묘하게 다른 부분은 오랜 팬의 흥미를 이끌어냈고, 구시대와 신시대의 드나들며 감성을 섞은 OST도 리메이크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화를 이루었다. 정말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두근거리는 모험. 오랜 팬들이 꿈꾸던 세계가, 마침내 펼쳐졌다.

그러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불편한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불편하게 느낀 부분들은 개인 성향에 따라서 크게 갈릴 수 있고, 게임이 주는 몰입감과 경험이 매우 좋기에 두각 되지 않는 단점이다. 크게 언급할 만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그래픽과 카메라 워크 정도랄까.

PS4의 기술력을 한계까지 뽑아낸 듯한 훌륭한 그래픽은, 때때로 정말 어색한 부분들이 있다. 마치 '로딩'이 덜 된 느낌의 텍스처들을 만났다. PS4 pro 성능의 한계일 수도 있고, 단순히 로딩이 안된 걸 수도 있다. 이 경우 이질감이 들 수 있는데, 자주 있는 현상은 아니라서 게임 플레이나 몰입을 방해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급격한 조명 전환으로 잘 안 보이거나 잠깐 너무 밝아지는 현상을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부분이 좀 귀찮은 정도?

카메라의 보정은 개인 설정으로 모두 off가 가능하지만, 때로는 강제적으로 발생하는 기이한 카메라 워크가 몇 차례 있어서 거슬린 부분이 있었다. 설정을 꺼놨는데도 자동으로 지형에 따라 보정이 되거나, 어떻게든 광경을 보여주고 싶어서 억지로 도는 느낌의 카메라 무빙이 있다. 처음에는 몰라서 이를 제어하려다가 꽤 심한 멀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카메라 워크는 본인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설정을 찾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리뷰할 때 크게 고민하는 기준을 두 가지로 잡는다. 첫 번째로 이 게임이 얼마나 나에게 좋은 경험을 전달했는가이고, 두 번째는 이 게임을 선뜻 추천해 줄 수 있느냐다. 앞서 서술한 대로,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는 오랜 팬들에게는 정말 환상적인, 꿈같은 세계가 펼쳐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파이널판타지7'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도, 다른 AAA급 걸작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추천할 수 있는가? 솔직히 PS4가 있는데, 이 게임을 하지 않는 건은 인생의 절반 손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하기 위해서 PS4까지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머뭇거림이 있을 수 있다. 아무래도 지금은 한 세대의 콘솔이 황혼기로 접어든 무렵이니까. 충분히 이해한다.

마스터피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는 PS4라는 콘솔의 세대를 대표하는 마스터피스 타이틀로 손색이 없다. 원작이 PS를 대표하는 마스터피스였던 것처럼,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잘 나와주었다. 물론 분할이 이뤄진 건 다소 아쉽다. 하지만 '파이널판타지7'은 우리가 체험판을 플레이하면서 23년간 '기대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게이머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신작들을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한다. 마치 정말 오래전부터 사고 싶었던 물건을 구매하고 택배를 기다리는 기분, 행복한 기다림.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는 그 기다림을, 즐거움 경험으로 화답해 줄 수 있는 게임이다.

23년, 기나긴 기다림은 가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