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국 교수가 주장한 게임중독이 실재한다는 뇌 과학 근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6일 '2020 게임이용자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 위탁용역' 공고를 냈다.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 등 게임이용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통해 게임이용자의 뇌를 관찰하고 분석한다는 게 이번 연구 핵심이다. fMRI는 뇌의 혈류량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과거 정신의학계 일부에서는 게임중독으로 분류된 사람의 뇌를 두고서, 물질중독자의 뇌와 정상인의 뇌를 fMRI를 통해 비교했다. 게임중독자의 뇌가 물질중독자의 뇌와 같은 fMRI 결과를 낳는다면, 게임중독이 물질중독과 유사하다는 가설이다.

실제로 지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낸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에서도 fMRI를 통해 게임중독의 뇌과학적 원인 규명을 시도한 적이 있다. 가톨릭대학교 김대진 교수팀은 게임중독에 관여하는 뇌영상 및 뇌생체신호의 변화를 탐색했고, 상호작용의 규명모델을 확립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10년에도 한국컴퓨터교육학회에 'fMRI를 이용한 온라인게임 중독 특성 분석'이란 논문이 제출됐었다. 당시 한국교원대학교 남상천 연구원(박사과정)과 송기상 교수는 "중독지수가 높은 피험자일수록 뇌에서 온라인 게임 자극이 적극적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요약했다.

가톨릭대학교 이해국 교수도 fMRI를 이용한 게임중독자 연구 결과를 제시한 적이 있다. 그는 2013년 EBS에서 주최한 '게임중독법, 어떻게 봐야 하나' 토론회 자리에서 "정상인과 중독자에게 게임 관련 자극을 주었을 때, 중독자에게는 쾌감중추와 동기 반응이 일어났다"고 말했었다.

이 주장에 당시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는 "fMRI는 뇌의 혈류를 촬영하는 기법일 뿐 이미 과학계에서 신뢰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반박했었다.

이미 과학계에선 fMRI가 자극이 있다-없다의 근거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이를 두고서 중독이다 아니다까지 판별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게임계에서도 이를 근거로 fMRI 자료를 반박해왔었다.

그동안 게임이용장애 등재 근거 중 하나로 사용됐던 fMRI에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면서, 이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반 게임 이용자의 fMRI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연구 내에서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논쟁에서 반박 논리로 내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울러 문체부는 게임이용이 물질 및 약물중독의 도파민 발현 수준과 같다는 논의에 대해 연구를 통한 임상의학적 규명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fMRI를 통한 도파민 연구는 게임과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난 토론회에서 여러 차례 나왔었다.

이해국 교수도 게임이용과 도파민에 관한 연구를 제시했었다. 그는 지난 2019년 5월 대한의료법학회 주관 학술발표회에서 PET/SPECT 연구를 통한 게임과 도파민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내놨었다. PET/SPECT는 신뢰도가 높지만, 방사능 위험이 커 선진국에서는 기피하는 방법이다. 당시 이해국 교수는 "위험성이 있지만 중국에서 게임 관련 논란에 PET/SPECT 실험을 했고, 이 결과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팩트'이다"라고 강조했었다.

이해국 교수가 제시한 PET/SPECT를 통한 연구 결과를 fMRI 방법을 통해 반박하기엔 무리가 있다. 문체부가 연구를 통해 기대한다는 '게임이용에 의한 뇌의 구조적 변화 관찰을 통해 게임과몰입, 게임이용장애 등 부정적 효과들에 대한 실체적 관계 규명' 또한 fMRI로는 기대하기 힘들다.

연구 규모도 차이가 난다. 과거 김대진 교수가 수행한 연구과제는 3년 23억 원이 소요됐다. 반면 문체부의 연구는 오는 9월까지 약 6개월 1억 원이다.

연구 규모에 대해 한콘진 관계자는 "종단연구로서 내년에도 진행될 수 있는 연구이다"라며 "이번이 연구 시작이고 연구비 역시 올해까지로만 잡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전문가는 "어떤 자료가 도출되더라도 반박하는 데 쓸 수 없는 연구"라며 "누구도 게임이용 자체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하지 않는데, 문체부가 이슈에서 벗어난 연구를 왜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해국 교수 역시 정신의학계에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반박하면서 "게임이용장애 진단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보건 전문가들이 게임중독의 원인이 게임에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라며 "게임이용에 대한 조절력을 잃은 개인을 방치하지 않고 스스로 조절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만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사람&매개체&환경의 상호작용을 살피는 게 중독치료의 공중보건학적 모델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는 "바둑 격언에 상대가 두는 수를 따라가기만 하면 절대 못 이긴다는 말이 있다"며 "의학계에서 수십 년 동안 했던 것을 따라가는 연구는 그들을 부정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가 원하는 획기적인 결론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학계 시각이 아닌 게임계 시각에서 새로운 연구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