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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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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감나빗은 여전하다,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

박광석 기자 (Robiin@inven.co.kr)

XCOM 시리즈의 신작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이하 키메라 스쿼드)'가 지난 24일에 정식 출시됐다. 키메라 스쿼드는 전작인 엑스컴2로부터 5년이 지난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단독 타이틀로, 유저는 인간과 외계인이 함께 세운 도시를 지키기 위해 투입된 특수 부대를 지휘하게 된다.

본작을 플레이하며 느낀 감상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 게임을 평가하자면, '턴제 게임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고민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계인들에게 점령당한 지구를 탈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전작보다 전투의 규모는 작아졌지만,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요소들이 추가되어 신선한 재미가 있었다. 20시간 언저리의 볼륨에 걸맞은 저렴한 출시 가격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다.


키메라 스쿼드를 대표하는 첫 번째 특징은 특수 부대의 구성원들에 있다. 본작에서는 병사들의 병과와 외견, 배경을 설정하여 나만의 부대원을 직접 만들 수 있었던 전작과 달리 저마다의 독특한 특성과 기술을 지닌 열한 명의 특수 대원이 등장한다. 매번 적으로만 상대했던 섹토이드와 바이퍼, 뮤톤과 같은 외계 종족을 부대원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매력이다.

처음에 튜토리얼을 플레이하면 리더인 '갓마더'와 의무병인 '터미널', 방패병 '체럽', 그리고 사이오닉 기술을 사용하는 섹토이드 '버지'가 기본 소대원으로 제공된다. 초반에 네 명의 대원으로 하나의 스쿼드를 구성한 뒤, 분기마다 추가되는 영입 시점에 네 명의 대원을 더해 총 여덟 명의 대원을 운용해볼 수 있는 구조다. 작전마다 다른 분대 구성을 활용해서 모든 분대원을 골고루 성장시킨다고 하더라도 열한 명의 대원을 모두 사용해보려면 필연적으로 2회차를 플레이해야만 한다.

▲ 개성 있는 11명의 특수 대원이 '키메라 스쿼드'의 주역들

이렇게 모든 대원이 특별히 겹치는 부분 없이 저마다 독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11명의 대원으로 한정되어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개발자는 엑스컴2의 DLC인 '선택된 자의 전쟁'에 등장했던 영웅 유닛을 예로 들며 전작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의 세계를 좀 더 세밀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채택했다고 이야기했지만, 마치 커스터마이징과 성별 선택 기능이 없는 MMORPG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 관련 기사 보기
- [인터뷰] 엑스컴2 이후 5년, 핵심 개발자가 말하는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

▲ '선택된 자의 전쟁' 속 영웅들은 확실히 매력적이었지만...

개발사 역시 이러한 부분을 인지했는지,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유저들의 몰입과 애정을 더하기 위해 '에이전트 프로필 소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제공된 배경 정보는 각 미션이 진행될 때마다 대원들끼리 나누는 가벼운 잡담과 농담의 소재로 쓰일 뿐,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알아둬도 그다지 쓸데없는 설정 놀이를 지켜보는 느낌이랄까. 게임을 플레이하며 정말 필요하다고 느낀 것은 각 대원의 프로필보다 요원들의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헬멧이었다. 아무리 봐도 정이 붙지 않는 몇몇 대원들의 얼굴을 가릴 수도 있고 말이다.

이외에도 모든 대원에게 스토리를 부여하면서 생긴 '한 명의 대원이라도 전사하면 게임오버'라는 설정은 당초 우려했던 대로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감소시키는 요소가 됐다. 제한된 턴 내에 복귀하기 위해 의식을 잃은 대원을 둘러업고 전장을 가로지르던 긴장감을 이번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직접 혹은 그렘린 드론을 보내 생사 여부만 확인하면, 그 이후엔 알아서 본부로 이송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키메라 스쿼드는 11명으로 캐릭터를 정형화하고 몇 가지 요소들은 과감히 생략하는 것으로 새롭게 추가된 요소들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 다소 실험적인 작품이 된 것으로 보인다.

▲ 공식 페이지에서 모든 대원들의 프로필 소개 영상을 볼 수 있다

키메라 스쿼드의 두 번째 특징은 전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돌격 모드'와 '교차 턴' 시스템에 있다. 본작의 모든 전투는 특정 사건 현장에 투입되는 대원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첫 번째 교전은 모두 '돌격'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각 현장에는 서로 다른 돌격 포인트가 존재하고, 어떤 포인트에 어떤 방식으로 진입하느냐에 따라 적들을 기절시키거나, 경계 사격을 덜 받는 등 서로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이는 안갯속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적과 마주했을 때 지리적 이점을 선점할 수 있도록 엄폐물 사이사이를 조심스레 이동해야만 했던 전작과는 궤를 달리하는 전투 방식이다.

물론 비밀 첩보원처럼 적의 시야를 피해 조용히 이동하는 전작의 플레이가 더 취향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키메라 스쿼드는 '돌격 모드'를 통해 상대적으로 더 빠른 템포의 전투를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로프를 타고 내려와 유리창을 깨거나 폭발물로 벽을 부수고, 적 후방의 환기구를 통해 급습하는 등 연출 부분에서도 신경 쓴 티가 많이 나는 것도 인상적이다.

▲ 매번 가장 많은 이득을 얻고,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 Breach, breach, breach!

돌격 모드와 더불어 빠른 템포의 전투에 맛을 더하는 것이 바로 '교차 턴' 시스템이다. 기존의 엑스컴이 각 팀 단위로 턴을 교환했던 것과 달리, 키메라 스쿼드는 모든 아군 요원과 적 유닛이 저마다의 턴을 순차적으로 가져간다. 당연히 턴을 더 위로 끌어오거나, 혹은 늦추게 하는 전략 기술들도 함께 추가됐다.

이처럼 턴 개념이 세분되면서 큰 힘으로 아무런 피해 없이 적들을 무력화시키거나, 단단한 방어 진형을 구축한 뒤 상대가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는 전략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매 순서마다 다음에 행동하는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이어지는 아군의 역할까지 고려해야만 효율적으로 전투를 이끌어갈 수 있게 되었다. 가끔 언제 끝날까 싶을 정도로 길게 늘어지는 상대의 턴을 기다릴 필요도 없을뿐더러, 시작부터 끝까지 전략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는 여지가 더 늘어난 셈이다.

▲ 캐릭터 하나하나가 본인의 순서를 가지는 '교차 턴' 시스템


전투 파트가 새로운 모습으로 일신했지만, 부가 콘텐츠인 기지 매니지먼트 요소는 대폭 축소된 편이다. 각 시설에 과학자와 기술자를 동원하는 대신 손이 비는 대원을 조립고와 특작실에 투입할 수 있게 되었고, 매번 유저들을 인력 운용 문제로 고민하게 했던 대원들의 부상과 회복은 '흉터' 시스템 하나로 간소화됐다.

부상 비중이 세분되어 '중상'이나 '충격받음' 상태가 된 대원들 대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신병을 전투에 투입해야만 했던 전작과 달리, 키메라 스쿼드에서는 흉터를 가지게 된 대원도 이틀이면 모든 상처를 회복하고 작전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이렇다 보니 여덟 명의 대원을 운용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차고 넘쳐서 몇몇 대원들은 만년 조립고 지킴이 신세가 되곤 한다. 단편적으로 보았을 때 매우 편해진 것은 사실이나, 전 세계를 누비며 지구 탈환을 위해 싸웠던 전작을 기억한다면 다소 김빠지는 전개처럼 느껴지는 부분이다.

▲ 엑스컴의 지침 덕분일까, 단련된 대원들은 웬만한 상처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 '시티 31'은 기본적으로 치안이 좋은 도시다

총평하자면, '키메라 스쿼드'는 시리즈의 팬들에게 맛보기 스푼으로 떠주는 시제품 아이스크림 같은 게임이었다. 더없이 반가우면서, 어쩐지 본편이 더욱 당기게 만드는 그런 맛 말이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전투를 시도했지만, 전작 이후 3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일말의 발전조차 찾아볼 수 없는 낡은 그래픽과 수많은 버그들 탓에 마냥 높은 점수를 주기는 사실상 어렵다.

정식 출시된 게임임에도 툭하면 멈춰버리거나 튕기기 일쑤고, 한국어 인터페이스와 자막엔 오역이 섞여 있는 등 결코 깔끔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다가, 죽는 순간 하늘로 솟아버리는 적 등 자잘한 버그들 또한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가령 가장 어려운 '불가능' 난이도에서 두 번의 기회가 존재하지 않는 '철인'과 '하드코어' 조건까지 걸어두고 플레이하는 상황이었다면, 게임이 멈춰버리는 버그는 꽤나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문제가 된다.

▲ '숙련' 난이도 관련 도전과제는 없다. 어렵게 플레이하고 싶다면 '불가능' 난이도로 시작하자

▲ '불가능'에서 '세이크리드 코일' 조사를 첫 번째로 선택하면 극한의 매운맛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믿고 있었던 명중률 96%의 사격이 '빗나감!'을 띄웠을 때의 상실감과 결정적인 순간에 기적처럼 발동하는 '치명타!'의 쾌감 등, 엑스컴 시리즈를 관통하는 특유의 매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했다. 유저 제작 모드를 지원하여 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물론, 치명적인 매력의 바이퍼 대원을 동료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만약 본인이 턴제 게임을 좋아한다면, 엑스컴 대원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은 시리즈의 팬이라면 꼭 '키메라 스쿼드'를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키메라 스쿼드는 스팀을 통해 구매할 수 있으며, 마침 5월 2일까지 출시 기념으로 반값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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