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2020 SKT JUMP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4강 첫 경기에서 락스 게이밍이 샌드박스 게이밍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우승후보 0순위인 샌드박스가 4강 팀 중 제일 약체로 손꼽히는 락스에게 패배한 것이다.

하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락스의 승리가 그저 기적이나 이변이라고만 말하긴 힘들다. 락스는 유독 샌드박스에게 강했기 때문이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김대겸 해설 역시 조심스레 락스의 승리를 예상하기도 했다. 김대겸 해설위원은 락스의 승리 원인, 그리고 2경기 한화생명e스포츠가 아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 승리한 경기에 대해 말을 전했다.



김대겸 해설위원은 락스 게이밍과 샌드박스의 대결을 "카트 리그 무결점에 가까운 팀을 상대하는 락스가 얼마나 많은 걸 준비했는지 느낄 수 있었던 경기"라고 전했다.

1세트 스피드전에서 2:3으로 패배하긴 했지만, 다른 팀들과 다른 스타일로 샌드박스를 상대하는 법을 보여줬다. 대부분 상대 에이스를 저격하려 하는데, 락스는 에이스인 이재혁을 믿고, 상위권에서 박인수와 싸우게 두면서 다른 선수들이 본인들의 주행보다는 유창현과 김승태가 올라오는 것을 막는 전략을 구사했다.

2세트는 샌드박스가 준비한 안정적인 조합, 바스테트에 베히모스 암흑골머리, 홍련을 상대하기 위해 과감하게 웨이브와 히드라를 같이 사용하는 조합을 들고 나왔다. 상대 배스테트만 묶어두면 공템차가 한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샌드박스를 상대로 변수를 만들어 내면서 승리한 게 인상적이었다.

에이스 결정전은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박인수와 이재혁이 붙었다. 승패를 떠나서 눈이 호강하는 경기를 선사한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먼저 건넨다. 서로를 잘 아는 선수들의 경기였는데, 라인을 파고드는 이재혁을 막으려는 박인수. 끝까지 안정적인 라인을 유지하며 스탑을 즐기는 박인수를 정확히 간파한 이재혁의 멋진 플레이가 일품인 경기였다.



2경기인 한화생명e스포츠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대결은 '휴식기를 통해 약점을 보완한 한화생명과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것 같은 아프리카 프릭스'였다.

스피드전의 경우 서로의 러너 격차가 꽤 크게 보였다. 계속 성장하는 배성빈, 박도현과 꾸준한 연습으로 단점인 주행마저 괜찮아진 최영훈을 아프리카 프릭스 러너들이 감당하지 못하며 싱거운 승부가 연출됐다.

아이템전은 아프리카 프릭스의 장점인 강석인이 단점이 되어버린 경기다. 아이템전에서 강석인은 굉장한 포스를 자랑하지만, 한화생명은 문호준과 최영훈이 같은 팀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강석인만 묶으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강석인은 저력을 발휘하며 꽤 분전했으나 결국 한화생명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또한, 한화생명은 이은택을 대신해 아이템 선수로 얼마 되지 않은 박도현(총 3경기)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결과적으로 락스가 샌드박스를 잡으면서 정말 혼란스러운 4강이 됐다. 아프리카 프릭스가 락스 게이밍을, 샌드박스 게이밍이 한화생명 e스포츠를 잡으면 모든 팀이 1승 1패가 된다. 해설 입장에서는 마지막 5, 6경기까지 봐야 결과가 나오는 게 가장 즐겁지만, 지난 토요일 경기력만 놓고 보면 네 팀이 1승 1패가 되는 상황은 쉽게 연출되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