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리그가 최근 안 좋은 소식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작년 최고의 선수였던 '시나트라'가 오버워치 판을 떠나고 준우승팀 밴쿠버 타이탄즈의 주전 팀원-코치진의 계약 해지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우려가 더 커졌다. 게임 관전에 불편한 사항이 많아 시청자 수까지 줄어들면서 이제는 정말 위기가 찾아온 듯하다.

작년까지 오버워치 리그는 나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자신의 행보를 이어왔다. 세게 최고 선수들을 리그에 모여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뽐냈고, LA 경기장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 현장 팬들의 열띤 응원을 펼쳤다. 외부 지역 팬들은 극장이나 펍에 모여 팬들이 함께 할 기회로 리그와 함께 한다는 인식을 가졌다. 온라인 시청자들 역시 트위치에서 제공하는 멤버쉽과 게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토큰을 얻어 리그 시청의 재미를 더 하곤 했다. 그 결과로 많은 유명 글로벌 기업들이 프랜차이즈(20개팀)에 참여하고 코카콜라-인텔 등과 같은 대기업들이 리그를 후원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듯 했다.

그런데 올해 이전까지 해왔던 많은 것들이 무산됐다. 세계 최초 지역연고제 e스포츠라는 타이틀을 앞세운 오버워치 리그는 야심차게 많은 세계 도시에서 '홈스탠드' 이벤트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의 여파로 많은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홈스탠드를 위해 전 세계로 흩어진 지역 팀들이 온라인 경기를 펼치는 데 한계가 생겼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점점 가라앉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내세울 수 있었던 장점들이 모두 사라지기만 하고, 이를 대신할 만한 오버워치 리그만의 '무엇'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까지 왔다. 밴픽 시스템을 비롯한 오버워치 게임 운영에 관한 불만까지 더해지면서 리그는 역시 겉잡을 수 없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조금씩 곪았던 부분들이 연쇄적으로 터지는 중이다. 그리고 최근 드러나는 문제들이 더 심각해 보이는 이유는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 역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미봉책'이기에 팬들이 느끼는 불만은 더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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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e스포츠 대회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송출-관전에 관한 문제조차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올해 오버워치는 트위치가 아닌 유튜브에서 독점 중계를 시작했다. 영상 보관과 편집 등에서 유튜브가 좋을 수 있지만, 실시간 스트리밍과 관련한 오류 부분에서 많은 점이 미흡했다. 먼저, 팬들이 실시간으로 경기를 관전하는 것부터 불편하게 만들었다. 원활한 게임 중계가 기본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올해 시작부터 나왔던 경기나 해설이 끊기는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오버워치 리그 측에서 서버 관리-온라인 경기 중계와 관련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렸지만, 여전히 송출이 밀려 해설자의 말을 반복해서 듣거나 중요한 장면이 지나가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 팬들의 입장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확보되어야 할 부분부터 개선되지 않으니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리그의 경기 수준 역시 작년과 비교해 아쉬움이 더 커졌다. 매주 영웅 밴과 함께 메타가 변화하면서 프로 수준의 경기를 보장하지 못한다. 특정 메타에 빨리 적응한 팀과 못한 팀으로 나뉘어 허무한 3:0 결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프로들 역시 팀 게임에서 모든 조합과 영웅을 잘 다루긴 힘들다. 그것도 일주일마다 바뀌는 로테이션 시스템 속에서 말이다. 그 과정 속에서 바뀐 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팀들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예전까지 선수들이 보여줬던 조직력이 사라진 대신, 개인 피지컬과 밴 로테이션에 맞는 영웅 활용이 중요한 게임이 됐다. 이전에 선보였던 프로게이머들만 보여줄 수 있는 깊이있는 플레이는 기대하기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특정 메타로 고정되는 것이 두려워 도입한 밴 로테이션 시스템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경기 양상은 새로운 조합이 나오기 보단 돌진과 방벽 조합이라는 틀 속에서 그대로 돌고 있었다. 에코라는 신규 영웅 역시 변화를 주진 못했다. 기존 영웅들의 스킬을 복제하는 정도로 방벽에 막혀 활약하지 못하면서 그저 그런 딜러 영웅 중 하나가 됐다. 새로운 스타일의 교전 법이 사라진지 오래된, 예전에 해봤던 조합이 돌고도는 상황. 보는 입장에서 몇 주간 새로운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도 로테이션이 한 바퀴 돌았을 때, 또다시 반복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버워치2가 출시되기 전까지 신규 영웅 출시 예정이 없기에 앞으로도 이런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을 듯하다.

오버워치 경쟁전 역시 밴 시스템이 없는 자유경쟁전을 다시 열면서 이전으로 돌아갔다. 성급한 변화였다. 결정이야 번복하면 된다는 듯한 무책임한 인상만 남기고 나아진 부분은 없었다. 이렇듯 문제점을 잠시 덮어놓기 위한 의사 결정들이 오버워치 리그 뿐만 아니라 오버워치 게임 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떠나고 팀이 내보내는 과정 역시 너무 허무했다. 작년 정규 시즌 MVP이자 우승자였던 '시나트라'는 좋은 에임과 둠피스트-자리야와 같은 영웅의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거기에 수준 높은 팀 플레이까지 소화해내며 크게 성장한 선수였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매주 바뀌는 메타에 활약할 기회를 잃었고, 오버워치 자체에 흥미를 잃었다고 본인이 말할 정도로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리그를 대표했던 선수가 리그와 진지한 소통 한번 없이 쉽게 떠나는 이상한 조짐이 보였고, 이후 워싱턴 저스티스의 '코리-스트라투스' 등 몇몇 선수들이 오버워치 리그를 떠나고 있다.

▲ 이젠 볼 수 없는 스테이지1 '로얄로더' 밴쿠버

작년 정규 시즌 1위, 그랜드 파이널 준우승을 거뒀던 밴쿠버 타이탄즈의 계약 해지 역시 그렇다. 밴쿠버는 공식 홈페이지에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 하나로 팀원들의 계약 해지 사실을 알렸다. 코로나-19로 힘들다는 모기업의 말만 늘어놓았고, 기존 코치진-선수들의 입장이나 탈퇴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이에 휴스턴 아웃로즈의 코치는 개인 트위터를 통해 "게임단이 보도자료를 통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놀랍다"고 말할 정도로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들만 가득한 상태로 계약 종료를 강행했다. 대체할 팀원은 2부 북미 컨텐더스 출신으로 첫 경기부터 0:3 패배로 시작했다. 새롭게 합류한 밴쿠버가 작년 네 번의 결승 무대에서 선 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자랑하던 팀의 빈자리를 한동안 채우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이렇듯 게임단 역시 최상급 로스터를 쉽게 포기하고 있다. 자금 여력에 따라 운영하면 된다는 판단하에 러너웨이 1기 시절부터 오랫동안 밴쿠버를 응원해왔던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응원하는 팀 주전 선수의 계약 종료 소식을 듣는다면, 앞으로도 어떤 팬이 그 팀을 응원하고 싶을까.

그리고 여전히 오버워치 리그에 많은 일이 일어나는 중이다. 앞으로도 어떤 일들이 더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문제점을 하나라도 확실하게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오버워치 리그가 보여준 모습은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놓고 넘어가는 듯하다.

냉철하게 오버워치 리그의 현 주소는 '위기'다. 코로나-19로 안 좋은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마저 그대로 둔다면, 코로나-19와 FPS 신작 발로란트 출시로 힘들다는 말들은 핑계로 남을 뿐이다.

아직 오버워치 리그는 매주 계속되고 있다. 하루아침에 리그 운영을 중단하진 않는다. 그리고 코로나-19가 가라앉고 오프라인 경기가 가능해지면, 다시금 오버워치 리그가 그려왔던 지역 연고제의 그림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코로나-19 외에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와 능력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행보는 오버워치 팬들과 게이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이 아닌 개발진이 선택한 아쉬운 해결책이 대부분이었다. 새로운 메타에 변화를 줄 만한 신규 영웅을 출시하고 끊기는 온라인 중계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고, 오버워치와 리그 팬이면 누구나 알 만한 해결책이다.

그래야만 화려했던 예전 오버워치 리그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뉴욕-필라델피아의 수많은 관중들이 즐겼던 그랜드 파이널 무대. 당시 최고의 가수들과 축하 무대로 함께 즐기는 거대한 파티와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거기에 결승전에 진출한 선수들이 많은 이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플레이로 극적인 우승을 만들어 냈다. 그 감동을 느끼기 위해 세계 지역 팬들이 올해 초 홈스탠드 티켓을 구매했기에 많은 지역 경기가 매진되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오버워치 프로씬에는 최고를 목표로 하는 이들이 있다. 리그에서 우승하고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도전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리그 관계자들 역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는 분들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이대로라면 이들의 노력은 빛바랜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 여전히 리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과 아직 지켜보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되는대로 운영'은 이제 멈춰야 한다.

▲ 관중도 함께 즐겼던 시즌1 그랜드 파이널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