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승격과 함께 날아올라 곧바로 최상위권 원거리딜러 라인에 합류. 세 번의 LCK 준우승과 월드 챔피언십 진출. 곧바로 이어진 친정팀의 분열과 결국 피하지 못한 강등. '바이퍼' 박도현 선수는 지난 2년 동안 마치 롤러코스터 같은 굴곡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한화생명e스포츠의 유니폼을 입고 처음 만난 '바이퍼' 선수는 아직 데뷔 3년 차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베테랑 같은 성숙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습니다. 진중한 성격과 특유의 중저음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았죠. 덕분에 진담 같은 농담으로 기자를 흠칫하게 만들기도 했고요.

'리헨즈' 선수와의 재결합부터 한화생명e스포츠 이야기, 강등이라는 아픈 기억, 그리고 야스오에 대한 사랑(?)까지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새 둥지에서 재도약을 준비하는 한화생명e스포츠 '바이퍼' 박도현 선수의 인터뷰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Q. 한화생명e스포츠 이적 후 첫 인터뷰입니다. 팬분들께 간단한 인사와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한화생명e스포츠의 봇 라인을 맡게 된 '바이퍼' 박도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사실 FA 신분이 되기 전부터 한화생명e스포츠 팬들의 러브콜이 엄청났어요. 반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한데요.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입단을 하게 되면 정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제는 현실이 됐는데, 전 시즌에 아쉬움이 많기도 해서 진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부담감은 없었어요.


Q. 팬들은 '박도현 선생님'이라고 부르잖아요. 이 애칭도 알고 계신가요?

네, 알고 있어요. 당연히 마음에 들고, 감사하죠.


Q. 한화생명e스포츠는 선수 복지가 좋은 팀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직접 생활해보니 어때요?

아직 일주일도 생활을 안 해봐서 잘 체감이 안 되긴 해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사옥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그런 건 되게 좋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이 운동을 따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하는 게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평소에 운동을 즐겨하는 편이신가요?

원래 운동을 좀 했었는데 올해는 못하고 있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헬스장을 가지 못했거든요. 이제는 운동을 할 수 있게 돼서 좋아요.


Q. 또, 밥심이 참 중요하잖아요. 식사는 잘 맞나요?

네, 너무 맛있어요. 뷔페식으로 차려지는데, 이모님께서 집밥처럼 반찬을 해서 트레이에 두시면 저희가 덜어먹는 식이에요. 맛있어요.


Q. 이적 발표가 굉장히 빠르게 났어요. 다른 오퍼도 많았을 것 같은데, 한화생명e스포츠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지만 LCK에서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했고, 같이 했던 '리헨즈' 선수도 있어서 한화생명e스포츠로 결정하게 됐어요. 또, 제가 '우지' 선수를 좋아하는데, 손대영 감독님이 전에 RNG에 계셨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Q. '리헨즈' 선수와는 반 시즌만의 재결합이네요.

아무래도 반년 동안은 서로 다른 팀에서 뛰었다보니 알게 모르게 삐걱대는 부분도 있을 수 있는데, 충분히 빨리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봇 듀오의 호흡적인 면에선 걱정이 없어요.



Q. 스프링 정규 시즌에서 그리핀과 한화생명e스포츠가 맞붙었을 때, '리헨즈' 선수의 인게임 보이스가 화제가 됐어요. 기억하시나요?

저는 예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어요. '지면 이렇게 되겠구나' 하고 있었거든요(웃음). 전혀 뭐 욱하지도 않았고, 같이 웃었던 것 같아요. 연락도 가끔 하고 지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 해봐서...


Q. 만약에 반대로 '바이퍼' 선수가 이겼다면, '바이퍼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죠'라고 도발성 멘트를 날렸을 것 같나요?

똑같은 방법은 아니더라도 저도 다른 방식으로 도발을 하긴 했을 것 같아요.


Q. 이런 도발들도 서로 친해야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리헨즈' 선수와 사이는 문제없는 거죠?(웃음)

음, 별로 안 친해요. '리헨즈' 선수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그래도 꽤 오래 같이 호흡을 맞춰왔잖아요?) 제가 너무 게임만 하고 살아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것 같아요. 다시 같은 팀이 됐으니까 이제는 자연스럽게 친해지지 않을까요?


Q. 본격적인 팀 단위 연습을 한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한 3~4일 됐어요. 오랜만에 게임을 해서 그런지 재미있더라고요. 지금까지 스크림 성적은... 잘 모르겠어요. 신경을 별로 안 썼거든요. 아직은 좀 더 본질적인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그래도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라 적응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아요.



Q. '리헨즈' 선수를 제외하곤 초면인 선수들이 대부분인데, 어색함은 풀리셨나요?

팀원들이 다 착해서 친해지기 쉬웠어요. '큐베' (이) 성진이 형은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다들 착하고, 괜찮아요. ('큐베' 선수는 어떤 부분에서요?) 그건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저는 같은 팀원들끼리 존댓말을 하지 말자는 주의예요. 말 놓고 편하게 하는 게 게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들어오자마자 버릇없이 말 놓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다행인 건 형들이 착해서 그런지 다들 잘 받아주더라고요.


Q. 팬들도 그렇고, '바이퍼' 선수의 영입을 염원했던 이유가 분명 있을 거에요. '바이퍼' 선수가 생각하기엔 어떤 이유였을까요?

아무래도 '리헨즈' 손시우 선수가 있다보니까 그런 것도 있고. 또, 검증이 되어 있는 봇 듀오를 보고 싶어하신 것 같아요.


Q. 그럼에도 강등을 겪은 선수라는 점은 '팩트'이기도 해요. 그래서 더 증명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 어떤 말보다 실제 경기력으로 보여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지금 어떤 말을 하든, 대회 때 어떻게 하는지에 달린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자신도 있고요. 꼭 더 훌륭한 모습으로 팬분들 앞에 서고 싶어요.


Q. 사실 프로 데뷔 이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아직 3년 차인데, 경험치를 속성으로 쌓은 느낌이에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경험을 해서 예전보다 확실히 성장한 느낌이에요. 프로 생활을 하기 전보다요.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예전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은 느낌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주위도 살펴볼 수 있게 됐어요. 나이를 먹다보니까 그렇게 된건가 싶어요.


Q. 프로게이머에게 승강전이나 강등이라는 게 참 힘들고, 어려운 경험이잖아요.

솔직히 누구나 그렇겠지만, 승강전만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패배를 하더라도 저희가 배워가는 게 있고 의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상관이 없는데 너무 무기력하게 지는 경우도 있었고, 잘 할 수 있는데 못 보여주고 진 경기가 너무 많아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던 것 같아요.



Q. 승강전에 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리핀의 강등을 예상하긴 쉽지 않았어요. 정규 시즌 말미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강등이 확정됐을 때는 진짜 꿈인 줄 알았어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 별 생각이 들지 않는? 넋이 나간 느낌이었어요. 되게 힘들었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그림이 안 그려지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다가 현실을 받아드리고, 돌이킬 수 없으니까 조금 편하게라도 쉬고 오자는 생각으로 쉬고 있었어요.


Q. 그런 상황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서의 재출발은 여러모로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요.

네. 저는 이미 다 떨쳐내고, 재충전도 하고, 한화생명e스포츠에 왔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각오가 되어 있어요.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에요.


Q. 그럼 기세를 몰아 다가오는 섬머 스플릿의 목표를 듣고 싶습니다.

제 목표는 항상 우승이에요. 섬머 스플릿에서 우승하고 월드 챔피언십 다시 가는 게 제 목표입니다. 목표는 언제나 크게 잡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Q. 연습한 지는 며칠 안 됐다고 하셨지만, 섬머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좀 더 보완해야 할까요?

일단은 제 실력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우선인 것 같아요. 잘하는 선수들은 딱 봐도 그냥 잘한다는 느낌이 오잖아요. 그렇게 되고 싶어요. 어디에 놔도, 어느 팀에 가도 그냥 잘하는 봇 듀오요. 팀원들이 다 경험 많고 잘하는 선수들이라 제가 '리헨즈' 선수와 함께 제 역할을 잘 해내면 높은 곳까지 바라볼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팀적으로는, 한화생명e스포츠에 와서 든 생각은 아니고 제가 항상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어요. 스크림 할 때랑 경기할 때랑 똑같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크림에서 나왔던 플레이가 실제 대회에서도 똑같이 나올 수 있게 잘 준비하고 만들어주는 게 정말 중요해요.



Q. '바이퍼' 선수하면 비원딜 챔피언을 굉장히 잘 다루기로 유명해요. 정통 원딜 챔피언도 물론 잘하고요. 비원딜과 원딜, 어떤 게 더 자신있으신가요?

저는 다 자신있어요. (그럼 질문을 살짝 바꿔볼게요. 지금 현재 가장 자신있는 챔피언은?) 어... 다 자신있어요. (하나만 꼽자면?) ...야스오. (...야스오요?) 야스오는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스프링을 돌아보면 비원딜을 선호하는 메타는 아니었어요. 야스오가 다시 봇에 등장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항상 쓰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메타는 돌고 도는 것이기도 하고, 갑자기 어떤 팀이 무언가를 써서 결과가 좋으면 그게 메타가 될 수도 있고요. 팀마다 해석하기 나름이고, 사용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Q. 그럼 저희는 한화생명e스포츠 경기마다 야스오의 등장을 기대하면 되겠네요.

그렇죠. 뭐가 나올지 예상 못하게 하는 것도 전략이고, 장점이잖아요.


Q. 마지막으로 '박도현 선생님'을 기다린 팬들에게 한말씀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응원해주신 팬분들이 정말 많은데, 지난 스플릿에는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던 것 같아요. 좋은 기회로 섬머에는 좋은 팀, 좋은 팀원들과 함께 다시 시작하게 된 만큼, 팬분들의 관심과 사랑에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좋은 모습으로 좋은 성적 내서 꼭 월드 챔피언십에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