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Mojang Studios, Double Eleven ⊙장르: 액션 어드벤처
⊙플랫폼:
PC(MS Store), PS4, Xbox One, Nintendo Switch ⊙출시: 2020.05.26


대표적인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와 디아블로식 핵 앤 슬래시가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5월 26일 출시된 '마인크래프트 던전(이하 마인크 던전)'은 이러한 물음표에 마침표를 찍어준 게임이자 마인크래프트 IP를 활용한 액션 게임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게임이기도 하다.

기존 마인크래프트의 메인 콘텐츠인 채집과 건축 등 자유로운 판타지 라이프를 느낄 순 없지만, 평소 밤만 되면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플레이어를 괴롭히던 좀비와 스켈레톤, 크리퍼를 마음껏 때려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모장 스튜디오가 마인크래프트 IP로 만들어낸 핵 앤 슬래시 맛 작품, '마인크래프트 던전'. 대중들의 입맛을 사로잡을만한 접근성과 게임 본연의 재미를 모두 갖췄을지 지금부터 알아보고자 한다.





마인크래프트 감성 그대로
도트로 이뤄진 매력적인 세계



원작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 도트로 이뤄진 세계는 마인크 던전에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 사람도 네모고 동물도 네모고 몬스터에 구름까지 전부 도트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친숙한 모습이다. 강시처럼 양팔을 들고 걸어오는 초록 좀비와 멀리서 활만 쏘는 스켈레톤, 가증스러운 크리퍼 등 원작 속 몬스터가 적으로 등장하며, NPC도 매부리코를 달고 "엉", "엥"하는 소리만 내는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신작이라고 한껏 멋을 낸 건지 일반 좀비부터 강철 투구를 쓴 좀비, 닭을 타고 있는 좀비에 스켈레톤도 투구를 쓰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원작과 다른 점은 몬스터의 바리에이션 외에도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3D 1인칭에서 탑 뷰 시점으로 바뀐 것과 게임 엔진이 달리진 정도가 있다. 이렇게만 했는데도 전혀 색다른 느낌이 느껴진다.

▲ 미니맵까지 켜두면 그냥 도트맛 디아블로다

시점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하늘에서 캐릭터를 바라보는 탑 뷰 시점으로 게임은 진행된다. 약간 사선으로 기울어져서 보는데,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화면을 강제로 움직이거나 확대, 축소 등을 하진 못한다. 캐릭터의 이동에 따라 자동으로 화면도 움직이고 조금 넓은 공터라던지 넓게 봐야 하는 지형이 나오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멀어지면서 시야가 넓어진다. 말 그대로 핵 앤 슬래시 방식의 화면인 셈이다.

대신 기존 핵 앤 슬래시와 다른 점이라면 지형의 변화가 좀 많다는 데에 있다. 원작 마인크래프트는 평지로 이뤄진 세상이 아니다. 산도 있고 동굴도 있고 일반 평지도 일자 구성이 아니라 듬성듬성 땅이 파여있기도 한다. 마인크 던전 역시 평지로 이뤄진 스테이지 방식이 아니라 구불구불에 들쑥날쑥한 지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작 반영을 충실하게 한 것은 좋지만 문제는 이게 참... 마인크래프트 감성을 느끼기엔 충분한데 때론 너무 과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구분이 안 가는 것은 아닌데 너무 과하게 많다

탑 뷰 시점은 하늘에서 아래를 보는 형태다 보니 넓은 지형을 한눈에 담기는 편하지만, 지형의 높낮이를 세세하게 파악할 만큼 직관적인 형태로 보긴 어렵다. 모장 스튜디오도 이러한 점을 인식했는지 지형에 그림자를 넣거나 색을 달리해 최소한의 직관성을 확보했다.

그래픽도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마인크 던전은 언리얼 엔진4로 개발된 게임으로 최신 그래픽 엔진인 만큼 원작보다 뛰어난 그래픽 품질을 보여준다. 기존 원작을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텍스쳐 모드를 깔지 않은 기본 그대로의 마인크래프트 그래픽은 지금 보면 세련되었다기보단 다소 칙칙한 느낌이 더 크다.

마인크 던전의 그래픽 품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며, 레이 트레이싱 모드를 적용한 마인크래프트에서 그래픽 사양을 살짝 낮춘 모습이다. 텍스쳐의 품질도 깔끔한 데다 광원 효과가 굉장히 잘되어 있어 빛의 변화에 따라 게임 속 분위기가 달라지기까지 한다. 최적화도 나름 잘되어 있어 저사양 시스템에서도 프레임 방어가 잘된다는 것도 원작과 다른 장점 중 하나.

▲ 마인크래프트 예술의 절정, "폭발은 예술이다"



마인크래프트식 액션
만만하게 봤는데 생각보다 어렵다



원작이 생존을 목표로 채집과 전투, 생산이 이뤄지고 건축 등 자유로운 판타지 라이프를 제공했다면 마인크 던전은 오직 전투에만 초점을 맞춘 게임이다. 한번 싸워보겠다고 땅굴 파고 들어가서 광석 캐고 무기 만들고 포션에 인챈트 등 번잡스럽게 준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포션은 무한으로 제공되고 무기는 사냥을 통해 충분히 충당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장비에 내구도가 없고 인챈트가 랜덤으로 붙어서 나온다! 플레이어는 잡스러운 생각을 버리고 눈앞의 적만 쓰러트리면 되는 셈이다. 밤만 되면 플레이어를 괴롭히던 가증스러운 좀비와 스켈레톤, 집 파괴의 주범인 크리퍼를 아주 속 시원하게 팰 수 있다. 음, 그럴 줄 알았다.

이 게임, 생각보다 전투가 꽤 어려운 편에 속한다. 원작에서도 짜증 났던 몬스터가 강화된 모습으로 등장, 더욱더 귀찮고 짜증 나게 변했다. 전투마다 핵 앤 슬래시 느낌으로 몬스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데,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적들의 데미지가 아주 괴이할 정도로 높아져 한 대만 맞아도 뼈마디가 시리다. 그 때문에 전투는 최대한 맞지 않고 적을 잡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게 말로는 쉽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게 문제다.

▲ 좀비, 스켈레톤, 크리퍼의 3단 조합

우선 난이도를 높이는 주범 중 하나는 맵 디자인과 원거리 몬스터의 강력함에 있다. 앞서 말했듯 마인크 던전의 지형은 다채로운 편이다. 넓은 평지부터 산맥으로 둘러싸인 지형이라든지 건물, 동굴 속 등 좁은 곳도 존재한다. 넓은 곳이라면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전투를 펼칠 수 있는데 만약 좁은 곳에서 적들에게 둘러싸인다면? 어깨 깡패 좀비님들에게 둘러싸이면 구르기로도 피할 수 없어 사방에서 얻어맞다 죽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혹여나 둘러싸이지 않더라도 근거리 적과 원거리 적이 혼합해서 등장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화살이라고 데미지가 약한게 아닌지라 최대한 피해야 하는데 근거리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이를 피하기엔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모든 효과와 이펙트가 직관적으로 보여 눈이 어지럽지 않다는 것이다. 맵 이정표, 미션 목표가 눈에 잘 띄고 적들의 모습과 공격 모션 등이 단순하면서도 잘 보인다. 아무리 많은 몬스터가 등장해도 번잡하기보단 정돈된 느낌이 드는 것은 가시성이 좋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 구르고 난 후 잠깐동안 행동이 느려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마인크 던전이 마냥 어렵기만 하고 재미가 없는 게임이란 소리는 아니다. 전투가 불합리하게 흘러가는 게 없진 않지만 공략 방법이 존재한다. 어려운 난이도는 장비의 파밍과 성장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다크소울처럼 극한의 난이도에 도전하는 게임이 아니라 파밍과 성장을 통한 핵 앤 슬래시라는 부분을 놓쳐선 안 된다. 적이 아프게 때리면 내가 더 아프게 때리면 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무한 파밍이다. 무수히 많은 아이템과 효과를 두고 나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끝없는 파밍을 진행하고 전투를 펼치는 것. 마인크 던전은 핵 앤 슬래시의 기본을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근거리, 원거리 무기는 다양한 종류로 세분되어 있으며, 장비에 특별한 능력이 랜덤으로 붙는다. 이런 능력은 레벨업 포인트로 강화를 시킬 수 있게 해뒀다.

▲ 곡괭이부터 단검, 단궁, 장궁 등 다양한 무기가 존재한다

패스 오브 엑자일처럼 아이템에 스킬 보석을 박아 캐릭터를 강화하는 방식을 조금 더 쉽게 바꿨다고 생각하면 빠르게 이해가 갈 것이다. 장비도 랜덤이고 능력도 랜덤인지라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선 파밍이 필요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장비에 특수한 능력이 붙은 고유 장비도 쉽게 얻을 수 있음으로 조합에 따라 이색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도 있다.

장비의 능력치가 패시브 효과라면 액티브 스킬처럼 사용할 수 있는 유물도 존재한다. 캐릭터는 총 3개의 유물을 장착할 수 있으며, 유물마다 고유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공격력과 공격속도,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버섯이나 주변의 적을 넉백시키는 뿔피리, 원거리 공격을 막아주는 방패 등 유물의 종류도 꽤 다양한 편이다.

▲ 레벨업 포인트로 장비에 특성을 더하자



초창기 마인크래프트 그대로
버그 투성이에 어설픈 마무리


▲ 한글화 해준건 좋은데 오역은 좀 고쳐주면 안되겠니

모장 스튜디오는 그저 그런 인디 회사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2억 장 넘게 게임을 판매해 온 게임사로 마인크래프트 IP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이게 정말 2020년에 출시한 온라인 게임이 맞나 의심스러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족한 모습이 보이는데 이게 재미있게 즐겼던 전투나 파밍 시스템의 재미를 깎는 느낌이다. 온라인 파티 플레이가 가능하고 추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한다는 게임이 클라우드 서버 저장 방식이 아니라 로컬 저장을 지원한다거나 한글 폰트만 깨져서 나오는 등. 게임의 재미는 신경 썼지만 그 외에 기본적인 것을 너무 소홀히 넘긴 게 아닌가 싶었다.

▲ 숫자만 보고 강화 효과를 유추해야 한다

특히, 한 번쯤 테스트를 했으면 충분히 수정하고도 남았을 폰트 깨짐 오류가 정식 플레이에도 그대로 남은 것은 2만 원이 넘는 게임의 가격치곤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초창기 마인크래프트도 그랬다. 각종 오류가 판치고 그래픽 최적화는 엉망이었다. 그래도 당시 게임이 워낙 참신했으니 사람들은 참았고 재미있게 즐겨왔다.

하지만, 마인크 던전은 아니다. 모장 스튜디오는 충분히 성장한 게임사고 게임의 장르는 특색있기보단 기존 핵 앤 슬래시 장르의 파생형에 가깝다. 오히려 복잡한 시스템을 간단하게 줄이면서 볼륨이 작아졌고 파고들 요소가 다른 게임보다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게임은 재미있지만, 게임의 완성도가 아쉬운 게임이다.



그래서 할만해요?
재미는 보장. 단, 취향에 따라 극과 극


▲ 추후 공개될 영지라던지 아직 업데이트 가능성은 남아있다

총평의 시간이다. 마인크 던전, 솔직히 재미있다. 그런데 내가 과연 핵 앤 슬래시 장르를 즐기고 마인크래프트 식 도트 감성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이 게임을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장르의 이해도가 낮은 게임은 아니지만, 볼륨이 너무 적다는 것이 발목을 잡는다. 엔딩까지의 플레이 타임은 대략 6~8시간 정도로 이후 하드모드와 비슷한 난이도 상승 시스템이 있지만, 엔딩을 본 게이머를 끝까지 붙잡을 만한 매력이 충분하다고 볼 순 없다.

강화된 능력치와 특성을 가진 엘리트 몬스터 같은 게 더 많이 등장하고 더 좋은 능력치가 붙은 장비가 많이 드랍될 뿐, 기본적인 플레이가 크게 변하지 않는 수준이다. 핵 앤 슬래시 장르의 대명사 디아블로와 패스 오브 엑자일도 플레이의 흐름은 마인크 던전과 비슷하지만, 시즌제로 운영되거나 파고들 요소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마냥 같다고 보긴 어렵다.

결론은 이거다. 핵 앤 슬래시 순한 맛.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부담 없이 짧은 시간동안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핵 앤 슬래시를 평소에 즐겼던 게이머 역시 재미를 볼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 해당하지 않는 게이머라면 6~8시간 이상의 재미를 느끼기엔 다소 어려울 듯 싶다.

게임의 마감새에 조금 더 신경 썼다면, 깊이 파고들 요소를 좀 더 추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게임.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시스템과 마감새를 다듬길 바라면서 기자는 오늘도 다이아몬드 곡괭이를 들고 좀비들의 뚝배기를 깨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