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C랩에서 탄생한 포메이커스는 게임사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하기 어려운 FGT(Focus Group Test)를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했다. 소규모 그룹 테스트인 FGT는 기획, 개발과정에서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테스트 의뢰 비용이 만만치 않아 중소게임사나 인디게임사에는 부담이 됐다.

포메이커스 이보림 대표는 '포메스' 앱을 통해 부담을 덜고자 한다.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회사(for makers)인 포메이커스는 합리적인 가격에 테스터의 후기와 지표를 게임사에 제공한다. 버프스튜디오, 원더스쿼드, 스티키핸즈 등의 회사가 이미 포메스 앱을 통해 게임을 개선했다. 중소게임사와 인디게임사와 같이 성장하길 원하는 포메이커스 이보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포메스(안드로이드 전용, 링크): http://bitly.kr/hgIxh5n7dR



▲ 포메이커스 이보림 대표

먼저 '포메이커스'는 어떤 회사인가?

= 게임사가 개발 중인 게임의 유저 반응을 알고 싶을 때, 비대면 온라인 테스트를 이어주고 있다. 서비스는 '포메스' 앱을 통해 이루어진다. 게임사로부터 요청을 받으면 앱 '포메스'에 게임을 올리고, 유저가 테스트에 참여한 뒤 의견을 남기는 구조다. 모든 과정에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돼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안전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비대면 온라인 테스트라면 코로나19 이후에 수요가 늘었을 거 같은데.

= 실제로 올해 상반기 들어 먼저 연락하는 게임사들이 늘었다. 게임사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유저들을 초청해 진행되는 테스트를 하지 못해 고민이었다고 한다. 테스트를 이어나가고자 비대면 온라인 FGT를 찾다 저희 회사를 알게 됐다고 하더라.


FGT 서비스로 창업했다는 게 특이하다.

= 시작은 삼성 사내 아이디어 페스티벌 공모전이었다. 당시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는데, 실무자로서 느꼈던 문제가 '점점 사용자 의견은 중요해지고,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내 정리하는 것'이었다.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옆에 있는 개발자에게 공짜로 의견을 구하거나, 수천만 원을 내고 조사를 의뢰하는 거였다.

그런데 트렌드가 바뀌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게 됐고, 사용자 의견이 파편화되면서 의미 있는 자료를 빠르게 구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플랫폼을 사업화하는 걸 공모해 200:1 경쟁률을 뚫고 좋은 결과를 냈다. 이후 스핀오프까지 이어져 창업하게 됐는데... 원래는 게임만 FGT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작은 회사가 모든 업계의 앱을 FGT하려는 건 미친 짓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의뢰하는 회사도 익숙하고 참여하는 테스터도 친숙한 게임부터 시작했다.


창업에 도전하는 인재를 삼성에서 놔주는 게 인상적이다.

= 삼성 C랩만의 독특한 철학 때문이다. 스핀오프 전에 부사장이 와서 축하해주는 자리가 있었는데, "어찌됐던 나가서 창업하고, 부딪혀 깨지고 나면 무조건 성장할 수밖에 없다. 나가서 안되면 다시 삼성으로 돌아와라. 그때 삼성 입장에서는 더 성장한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다. 그러니 나가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해주더라. 그런 이념과 철학으로 C랩이 운영되는 걸로 알고 있다.


FGT는 왜 중요할까?

= 게임은 개발할 때부터 출시 이후로도 숨 쉬듯이 테스트를 해야 한다. 출시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용자의 의견을 다음 업데이트에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트렌드를 따라갈 수라도 있다. 실리콘밸리 애자일이 대표적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애자일은 많이 알려졌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어려울 것이다. 기존 방식의 테스트를 의뢰하면 수천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기도 하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게임사가 따라가기 벅차다. 그러자 점차 가벼운 FGT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합리적인 가격에 빠른 테스트, 그러면서도 의미 있는 리포트를 원하는 개발사들이 많아졌다. 이 시점에 '포메스'와 같은 서비스를 선보이는 게 스타트업과 중소게임사를 돕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포메이커스가 서비스하는 '포메스'는 무엇인가?

= FGT를 원하는 게임사가 웹페이지를 통해 의뢰하고, '포메스' 앱을 통해 게이머들이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다. 테스트 의뢰를 받은 게임이 '포메스' 안에 노출되고, 게이머들이 다운로드를 받아 체험해본 뒤 피드백을 낸다. 기존 FGT는 게임사가 마련한 장소에 모여 6시간 정도 테스트를 해야 했다. '포메스'는 게이머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다.

▲ 포메스 사용 구조도

기존 FGT 서비스와 '포메스'의 차이는 뭘까?

= 기존 FGT는 대면으로 전문화된 인력이 투입되어 게임 전반을 짚어주는 고급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포메스'는 온라인을 통해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테스트한다는 게 큰 차이다. 기존 수천만 원의 FGT 서비스 상품은 그만큼의 퀄리티를 보장하지만, 한 번의 테스트에 수천만 원을 쓰기 어려운 중소게임사나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많다. 또한 대형게임사 역시 캐주얼 장르 테스트에 수천만 원을 쉽게 쓰긴 어렵다. 누구나 가벼운 테스트를 합리적인 가격에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게 '포메스'의 장점이다.


게임산업에서 필요했지만, 선뜻 시작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창업한 거 같다.

= 지금까지의 게임QA 사업은 TQA(Technical QA,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오작동이 없는지를 확인) 위주로 성장했다. 또 게임사 스스로도 유저들의 디테일한 활동은 로그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잘 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유저 의견 기반의 정성&정량 평가를 다 봐야 디테일한 피드백을 관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플레이 특정 구간에서 유저 이탈이 많을 때, 로그를 분석하면 버튼 위치나 아이템 차이 때문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저 의견을 들으면 '지루하다'거나 '과금유도가 심하다'는 등의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서비스는 FQA(Fun QA, 콘텐츠 자체의 재미 평가)와 가깝다.


테스트 참여자를 모으는 게 중요해 보이는데, 어떻게 모으고 보상 시스템이 있는지 궁금하다.

= 스타트업이다 보니 테스트 참여자를 모으는 게 쉽지는 않았다. 일단 부딪혀보는 방식으로 지스타나 플레이엑스포와 같은 큰 게임행사에 참여해 우리를 알렸다. 행사에는 정말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오니까 설명하기 수월했다. 다른 방법으론 게임을 전공하는 학교와 MOU를 맺어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전공 학생들로부터 퀄리티있는 피드백을 받고, 일반 유저의 피드백도 모으는 셈이다.

예상한 대로 보상 시스템도 있다. 문화상품권이나 게임 아이템을 드리는 식이다. 우선 6월 중에는 행사로 테스트에 참여한 모든 유저에게 소정의 문화상품권을 드리고 있다. 두 번째는 '수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좋은 건 좋다, 나쁜 건 나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게임사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 중요하다. 게임사에 가장 도움 되는 의견을 준 테스터를 수석으로 선정한다.


▲ 지난해 플레이엑스포에 참여한 포메이커스

'포메스' 사용 현황이 궁금한데.

= 누적 다운로드는 6천 명 정도이다. 실제 테스트에 참여하는 수는 장르마다 다르다. 처음엔 강제로 게임을 시켜 의견을 남기게끔 해야 할지를 고민했었다. 하지만 유저 스스로 좋아하는 장르에 참여하는 거 자체가 테스트 퀄리티를 높인다. 그래서 자율 테스트를 유지하고 있다.

피드백은 유저마다 다양하게 나온다. 짧은 의견을 남기는가 하면, A4 용지 4장 분량 의견을 남기는 유저도 있다. 양이 많은 의견이나 수준 높은 분석도 좋지만, 그보다 '솔직함'이 담긴 의견이 게임사에 도움이 된다.


좋은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잘 이끄는 게 중요하겠다.

= 질문을 잘 해야 한다. "게임의 뭐가 좋았나요?"보다는 "게임 콘텐츠 중에 무엇을 유지하면 좋을까요?" 식이다. 테스터 성향에 따라 칭찬만 하는 사람이 있고, 비판만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잘못된 점은 지적하는 게 좋다. 그러나 인디게임사 입장에서는 잘한 부분은 좋다고 해야 게임을 완성하는 경우도 있더라. 테스터 입장에서도 내가 좋았던 부분이 무엇인지 알려줘야 출시 버전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리포트를 완성하는 과정에서도 좋은 점을 전달하기 위해 꼭 의견을 받으려 노력한다.


하나의 테스트에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 보통 일주일, 길어도 열흘 이내다. 아직 작은 스타트업이니 수작업이 많다. 성장하며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어 시간을 계속 줄여나갈 계획이다.


정제되지 않은 의견들을 어떻게 리포트로 정리하나?

= 리포트 첫 페이지는 △단계별 참여 수 △단계별 이탈율 △재미 점수 △이탈 의향 △플레이 지속 의향을 그래프로 표현한다. 정식 출시 이후 예상되는 구글플레이 별점도 포함된다. 뒤로는 정성조사한 결과가 이어진다. 결과서 구성은 모두 직접 개발했고, 저작권 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의미 있는 리포트를 만들기 위해 "ㅇㅇ"라던가 점만 찍는 의견 등을 모두 걸러낸다. 의미 없는 의견을 남긴 경우에는 참여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다. 혹시 몰라 실수한 경우가 있을 수 있어 규칙을 안내하고 있다.

▲ 정성조사 방법으로 리포트를 정리해 게임사에 제공한다


현재까지 테스터 반응은 어떤가?

= 무엇보다 '내 의견이 게임사에 직접 전달된다'는 점을 가장 반기는 거 같다. 유저 입장에서는 '인디게임 개발자나 중소게임사가 개선을 위해 내 의견에 귀 기울인다'는 걸 인지하니 더 성실한 의견을 남긴다. 사실 앱마켓에 별점을 남기거나 리뷰를 남기면 게임사가 정말 주의 깊게 보는지 의심될 때가 있다. 그러면 성실한 응답을 기대하기 어렵다. '포메스'에서는 피드백을 주는 거 자체가 인디게임 개발자나 중소게임사에 중요한 일이란 걸 알게 된다. 그런 가치를 알아주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형게임사들이 테스트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도입하고 있다. 신기술 앞에서 '포메스'의 강점은 무엇일까?

=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게임 전반에 대한 테스트도 가능하다더라. 유저의 플레이를 예측하고, 개발자는 데이터를 보고 분석하는 식이다. 다만, 아직 인공지능이 유저의 취향까지 잡아내는 건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게임 컨셉은 마음에 드는데, 광고 빈도가 너무 잦다거나 일러스트 취향이 너무 마이너하다는 식의 의견은 아직 인공지능으로 어렵지 않을까?

유저 의견은 해당 게임 외에서 나올 수도 있다. 일례로 "예전에 a라는 게임을 재밌게 했었는데, 이걸 참고하면 더 좋은 콘텐츠가 될 거 같다"는 식이다. 내가 인공지능 전문가는 아니다 보니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아직 사람만이 가능한 피드백이 있을 것이다.


의미있는 '포메스' 이용 사례가 궁금한데.

= 지난해 스티키핸즈의 '솔리테어 팜 빌리지'를 테스트한 적이 있다. 테스트 단계에서 유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주로 남겼지만, 인터페이스 부분과 튜토리얼에 대해 개선 의견을 스티키핸즈에 전했다. 그 의견을 기반으로 스티키핸즈는 업데이트를 했고, 2달 뒤 구글 창구 프로그램에서 2위에 올랐다. 좋은 성과를 내자 굉장히 기분 좋았다. 현재 '솔리테어 팜 빌리지'는 50만 다운로드까지 달성했다. 좋은 게임을 내는 데 도움을 드린 거 같아서 기뻤다.


창업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나?

= 후회를 한 번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힘들긴 엄청 힘들었다. 사용자 테스트나 정성조사 사업에 대한 확신은 있었다. 이후 게임업계로 첫발을 내디뎠는데... 초기 멤버 중에 게임업계를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 상태로 시장의 니즈를 파악해 서비스를 완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전시장에 나가 직접 부딪히며 경험을 쌓았다. 처음에는 게임업계에 연이 없던 우리를 기존 게임사 관계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움도 있었다. 그런데 일면식도 없던 우리를 도와주는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많더라. 그래서 무조건 좋은 서비스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그 과정에서 인디게임 개발자들로부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포메이커스는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번에 무료 트라이얼 상품을 냈다. 받은 게 있으니 빚을 갚고 싶었다.

특히 버프스튜디오 김도형 대표는 '포메스' 출시 전부터 멘토-멘티 관계로 많은 도움을 줬다. 그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해서 첫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아름게임즈 강병종 대표가 '포메스' 서비스에 만족한 뒤부터 사회홍보팀장처럼 많이 알려줬다. 아무것도 없이 게임업계에 왔지만, 많은 도움으로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


다음 사업 확장으로 PC 게임 테스트도 가능할 텐데.

= 사업확장은 먼저 PC/콘솔 테스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고 다음으론 해외로의 진출이다. 이미 PC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왜 테스트를 아직 못하냐고 문의를 한다. 회사가 성장한다면 충분히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다.

지스타에 참가했을 때 해외게임사 관계자가 한국에 자신들의 게임을 테스트해볼 수 있겠냐고 한 적이 있다. 반대로 한국게임사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테스트 플랫폼이 되어줄 수도 있다. PC/콘솔로의 확장과 해외로의 진출은 우리의 꿈이다. 우선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테스트 플랫폼을 완성한 뒤에 도전하겠다.


앞으로 회사 목표가 궁금하다.

= 사명이 '포메이커스'다. 말 그대로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한 회사(for makers)다. 그 철학을 기반으로 '포메스' 앱이 나왔다. 단순 리워드 시스템을 도입해 돈을 벌려는 게 아니다. 게임업계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가고자 한다. 인디게임사를 위한 무료 트라이얼 도입도 이러한 맥락이다. 테스트에 참여해본 어느 유저는 우리를 NGO로 착각하시더라. NGO까지는 아니다(웃음). 하지만 인디게임사와 중소게임사가 잘 되고,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은 진짜다. 옳은 방향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소식이 들려올 거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