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고 하면 닌자와 사무라이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만화나 영화 등의 미디어를 통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도록 소비됐죠. 이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무라이와 닌자가 등장하는 게임은 이제 익숙할 정도가 됐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겅호의 신작 '닌자라' 역시 닌자를 베이스로 한 게임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닌자와는 다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정통파 닌자가 아닌 아기자기한 닌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여러모로 눈에 띄는 '닌자라'지만, 사실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8년 도쿄게임쇼에서 직접 시연해봤는데 이렇다 할 깊이가 느껴지지 않았던 거였습니다. 그렇기에 정식 출시 전까지만 해도 그저 캐주얼한 게 유일한 장점인 게임으로만 여겼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난 25일 '닌자라'가 정식 출시했습니다. 크게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2년의 세월을 지나 다시 만난 '닌자라'는 이러한 선입견을 깔끔하게 날려버렸습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있던 건 아니었지만,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전략성과 전투의 깊이가 마침내 추가된 모습이었죠.

▲ 얼핏 정신 없어보이는 '닌자라'지만, 의외로 전략성을 요구합니다

기본적으로 '닌자라'는 초보자와 고수 모두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됐습니다. 언제든 난전이 발생하도록 만들어졌기에 제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혼자서 여럿을 한 번에 상대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초보자라도 기회만 잡는다면 능히 제 몫을 할 수 있고 고수라면 고수 나름대로 전장의 흐름을 지배할 수 있죠. 혼자서 한번에 여럿을 상대하는 건 힘들어도 연속으로 두세 명을 상대하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게임에서도 그랬습니다. 아등바등 어떻게든 해서 간신히 6위에 올랐는데 누군가는 눈 깜짝할 새에 1위가 되어 있었죠. 그저 운이 좋아서 됐다고 하기엔 석연찮은 뭔가가 있었습니다.


▲ 캐주얼하지만 다양한 무기가 구비되어 있어서 전투의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닌자라'는 다양한 커스터마이징과 상쇄라는 고유의 시스템을 통해 초보자와 고수를 가르는 전략성을 극대화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도, 망치, 요요 세 종류의 무기가 있는데 각각 밸런스형, 파워형, 원거리형이라고 할 수 있어서 플레이 스타일 역시 달라집니다. 도는 시종일관 공세를 이어나가야 하고 망치는 한 방을 노리며, 요요는 거리를 두고 싸워야 하는 식이죠.

딱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그게 뭐 대단할 것 있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의 다양성은 대전 게임이라면 기본으로 갖추는 요소라고 말이죠. 맞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닌자라'는 여기서 좀 더 나아갔습니다. 같은 종류라도 무기별로 각각의 특성을 달리함으로써 전략의 깊이를 더한 겁니다.

▲ 무기별로 껌 인술도 각각 다릅니다 "받아라 에네르기파!!!!"

같은 종류의 무기라고 해도 체력과 스피드 능력치 보정이 다를뿐더러 껌 샷(원거리 스킬), 스페셜(일반 스킬), 껌 인술(필살기)마저 다 다릅니다. 일대일에 유리한 무기가 있는가 하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무기도 있어서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죠. 난전이지만 단순히 운에 의지하는 게 아닌, 무기에 따라서 판을 뒤집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자신의 무기에 맞는 상황을 유도하면 전투를 훨씬 쉽게 풀 수가 있죠.

▲ 난전이 부담스럽다면 원거리 무기인 요요를 강추!

무기가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줌으로써 전체적인 흐름을 좌우하고 다양성에 깊이를 더했다면, 상쇄는 무기가 맞부딪히는 그 순간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난전이 아닌 전략적인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초보자와 고수를 나누는 기준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 무기가 맞부딪히면 상쇄가 발생!

초보자와 고수를 나누는 기준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가위바위보 시스템이기에 실력과 운 모두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서로 동시에 공격할 경우 상쇄 상태가 되는데 이때 유저는 위(일반 공격), 아래(강공격), 좌우(백 어택) 커맨드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상쇄 상태를 해제하고 회피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상쇄 상태에서 상대를 제압하면 그대로 공격을 이어갈 수 있는 만큼, 피하기보다 그대로 상쇄를 이어나가는 게 좋습니다.

강공격 > 백 어택 > 일반 공격 > 강공격으로 물고 물리는 식입니다

상쇄 상태에서 상대를 이기는 건 간단합니다. 강공격은 백 어택을 이기고 백 어택은 일반 공격을 이기고 일반 공격은 강공격을 이기는 식으로 물고 물리기에 상대가 어떤 걸 선택했을지 예상하고 상쇄 상태에서 재빠르게 커맨드를 입력하면 됩니다.



이러한 공격 방식의 상성 관계는 상쇄 상태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난전에서도 각각의 상성에 따라 우위를 점할 수 있죠. 이동 스틱을 아래로 하고 공격하면 강공격이 나가고 좌우로 하고 공격하면 백 어택이 발동하기에 이를 적절히 쓰면 글자 그대로 상대를 몰아붙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닌자라'의 전투 시스템은 아기자기한 외견과 달리 꽤나 깊이가 있는 게 특징입니다. 무기별로 다양한 전투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으며, 여기에 더해 공격 방식에도 상성이 있는 만큼, 일견 격투 게임에서 수 싸움을 하듯이 연구할 필요성이 있죠. 대전 게임 흥행의 핵심이자 만고불변의 진리라 할 수 있는 입문은 쉽되, 마스터하긴 어렵게라는 대명제를 '닌자라' 역시 놓치지 않은 모습입니다.



닌텐도 스위치 독점임에도 출시 하루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인 '닌자라'입니다. 멀티 플레이가 기본 무료라는 걸 감안해야겠지만, 그저 무료라서 잘나간다고 보긴 어려운 성적이죠. 출시 후 지금까지도 매칭에 큰 문제가 없다는 걸 고려하면 유저 수 역시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닌자라'에 대해 결론을 내리자면 누구나 즐기기 좋은 캐주얼 신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캐주얼하지만 깊이가 있으며, 다른 게임에는 없는 그런 특징들을 갖췄죠. 아기자기한 아트 스타일은 스플래툰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외에는 전혀 다릅니다. 스플래툰 시리즈가 그러했던 것처럼 자기만의 개성이 확실한 게임이란 겁니다.

천편일률적인 장르의 홍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예 '닌자라'는 과연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 앞길을 예단할 순 없지만, 적어도 색다른 게임이란 점만큼은 '닌자라' 흥행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닌텐도 스위치를 갖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한 번 해보시길 바랍니다. 한글에다 무료이니 큰 부담도 없으니까요. 함께 '닌자라'의 재미에 빠져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