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진 흔한 직업이라곤 할 수 없는 프로게이머들에겐, 완전히 깨지 못한 편견들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꽤나 오래되어 징크스처럼 여겨졌던 편견으론, 아무래도 ‘프로게이머가 연애를 하면 망한다' 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하네요. 프로게이머가 연애 혹은 이별 이후 폼이 하락했다던지 하는 경우를 아름아름 듣고 봐오며 설득력이 없진 않다고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청춘의 나이에 찾아오고 떠나가는 사랑 문제가 어찌 사소한 일일까요.

‘앰비션' 강찬용과 LCK 버프걸 1기 출신 맹솔지 커플은 이러한 편견을 처음 깨 준 사람으로 많은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커플은 모두 적군이라 하지만, 아무리 ‘오글거리는' 모습을 보여줘도 이들을 적군으로 대할 수 없는 건, 두 커플은 서로의 시너지를 확실히 보여줬고, 결혼과 롤드컵 우승까지 성공하며 편견을 박살낸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겠죠.

이스포츠 씬의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요즘, 앰비션과 맹솔지의 오붓한 신혼집 근처 카페에서 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화를 이어가며 오히려 한참 나이가 많은 기자가 연애에 대해 배워 온 느낌을 받았죠. 프로게이머로서 연애와 커리어를 모두 잡은 그, 프로게이머와의 연애에서 인내와 신뢰를 이어간 그녀이기에 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져 보았습니다. 스트리머 '강찬밥'의 팬들에게는 소소한 재미로, 커리어와 사랑 모두를 잡고 싶은 프로게이머들에게는 좋은 지침서로, 연인과의 관계를 더 가깝게 쌓고 싶은 이들에게도 소소한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두 분이 함께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네요. 먼저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앰비션: 안녕하세요, 저는 앰비션이었고 지금은 강찬밥으로 친숙한, 스트리머 앰비션입니다(?).

맹솔지: 저는 미디어 플랫폼 트위치에서 일하고 있고, 팬분들께는 강찬밥의 아내로 알려진 맹솔지입니다.


바이러스로 밖에도 잘 못 나가실텐데요, 요새 두 분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앰비션: 저는 비슷해요. 요즘엔 자유시간을 좀 더 늘리려고 해요. 건강 관리를 하고 싶어서요. 옛날보다는 방송 시간을 약간 줄였고, 그 대신 꾸준히, 시간은 줄였지만 더 자주 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어요. 취미 생활도 붙이고 싶어서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있어요. 지금은 쇼파에 누워서 TV보는 게 제일 좋아요.

맹솔지: 저는 열심히 일은 하지만, 바이러스 이슈로 인해 행사가 많이 취소되었어요. 아쉽기도 하지만, 대신 집에서 남편을 케어하는 부분이 많아졌어요.

앰비션: 아내가 집에서도 밖에서 일하듯 해요. 보다보면 새벽까지도 일 하고 있더라고요. 이번에 저희가 런칭한 브랜드인 ‘MBTN’ 관련한 부분도 신경쓰는 부분이 많아서 더 바빠진거같아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일이 그렇게 많은데도 아내가 즐거워 보여요. 일과가 심할 땐 일어나서 밥도 안 먹어요. 체질적으로 너무 건강해서 다행이에요. 저였으면 바로 현기증이 왔을텐데. 제가 시름시름 앓는 것도 이해를 못해요.

맹솔지: 저도 남편이 걱정돼요. 방송을 오래 하게 되니 물리적,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걸 옆에서 보면서요.


아, 그러고보니 MBTN(http://mbtn.kr/)이라는 패션 브랜드도 냈던데요,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맹솔지: (웃음) 이야기하자면 길어요. 남편은 본인이 직접 옷을 사러가지는 않는데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점에서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차라리 옷을 직접 만들어 입어보자고 생각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남편 옷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디자이너인 친구, 동생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차피 퀄리티 좋은 옷을 만들 거면 다른 분들도 같이 입으면 더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 동의했어요. 남편도 자신의 브랜드가 있는 것이 더 멋지기도 하고요. 남편도 관심을 보여서 시작하게 되었죠.

앰비션: 더 공식적인 브랜드로 보이게 광고 등에서도 어필을 많이 했어요. 아내가 원래부터 굿즈 제작 같은 걸 아주 잘 했지만,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브랜드 사업을 하는 것인만큼 패션쪽으로 진지하게 접근하려고 했어요.

맹솔지: 남편이 브랜드의 앰배서더로 있다보니, 좀 더 남편의 감성을 담아보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어요. 남편이 지향하는 가치를 브랜드에 좀 더 담고 싶었어요. 디자이너분이 그런 부분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고요. 이번 시즌은 스타일은 미니멀하게 나왔지만, 앞으로 다양한 시도가 있을거예요. 여러가지로 준비를 오래했어요.

앰비션: 디자인은 저와 관련된 문구들로부터 시작했어요. 제가 태어난 서울, 명예의 전당에 등극할 때 말했던 제 문구를 번역해서 프린팅하기도 했고요.



어쨌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많은 것들을 야외에서 하지 못해 아쉽겠어요.

맹솔지: 여기저기 많이 다니시는 분들은 지금 특히 많이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마음이 쓰려요. 그런데 저희는… 이 시기 전에도 지금과 비슷하게 지냈어요. 둘 다 ‘아웃사이더’ 기질도 있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그렇게 불편하진 않아요. 일할 때엔 조금 불편하지만요.

앰비션: 저희 둘 다 소극적이에요. 그래도 너무 집에 있다보니 슬슬 ‘이제 좀 놀러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던 차였는데, 바이러스 이슈를 핑계 삼아 더 밖으로 안 나가게 된 것 같아요. 소파에서 같이 늘어지고, 서로 할 것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오늘은 옛날 이야기로 먼저 시작할까 해요.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방송이나 인터뷰에서 종종 들었지만, 직접 다시 듣고 싶네요.

앰비션: 제가 ‘페이커’에게 솔로 킬을 당했던 즈음이었어요. 제가 먼저 아내에게 말을 텄어요. 핑계 거리를 만들어서요. 그런데 서로에게 호감이 생겼고, 만나서 사귀게 되었죠.

맹솔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할게요. 제가 인벤에 글을 올린 적이 있어요. 버프걸을 처음 시작할 때였죠.

앰비션: 이렇게 디테일하면 난 창피한데.

맹솔지: 디테일하게 이야기할건데(웃음)? 그 당시에 버프걸이라는 존재가 생소해서, 팬분들은 ‘버프걸이 뭐냐, 바론 닮아서 버프걸이냐’ 라고 글을 올리시더라고요. 저는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여러모로 안내를 해드리기 위해 어떻게 뽑혔는지, 어떤 각오인지 등을 정리해서 글을 썼어요.

앰비션: 그런데 당시에 아내는 평범한 일반인이었으니까,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상처를 받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걸 이유 삼아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죠.

맹솔지: 저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버프걸님, 화이팅!’ 그런 거였어요.

앰비션: 나름 확실한 구실이잖아요. 사실 아내는 멘탈이 워낙 강해서 당시에 전혀 상처받지 않았지만…

맹솔지: 사실 전 독자분들의 반응이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바론 닮았다는 것도 제 인상을 남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과한 인신공격은 좋지 않았지만, 힘들진 않았어요. 그래도 남편이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준 걸 보고 고맙다고 느꼈어요. 내 생각을 이렇게 해주는구나 싶었죠.

▲ 1기 버프걸 활동 당시의 모습


흠, 그런 응원 메시지는 처음이었나요?

맹솔지: 어…

앰비션: 있었겠죠.

맹솔지: 있었...(웃음).

앰비션: 없었겠어요?

맹솔지: 아무래도 응원을 많이 받긴 했어요. 그래도 제가 그 때도 남편에게 마음이 있었으니까 더 와닿은 거죠. 남편, 멋있었잖아요. 미드로 막 날리고. CJ 프로스트, 블레이즈가 가장 잘 나갈 시절이었죠.

앰비션: 아내가 '클템', '샤이' 형 팬이었어요.

맹솔지: (웃음) 이상형은 자기였어.

앰비션: 그렇게 말은 하는데(웃음).

맹솔지: 어쨌든 적절한 타이밍이었고, 이야기를 길게 나눴죠. 그런데 말을 하다보면 서로 번호를 물어보는 타이밍이 있잖아요? 그럴 타이밍에 갑자기 ‘나 솔로 랭크 하고 와야 돼. 30분 기다려’라는 거예요. 저는 ‘뭐지, 이거?’ 싶었죠. 재미있었죠. 천상 게이머였죠.


그 이후에 앰비션이 손을 콱 잡으며 영화보러 가자고 꼬셨다는 말도 있던데요.

앰비션: 어디서 새어나간 정보지?

맹솔지: 방송에서 이야기했잖아.

앰비션: 저는 어찌보면 데이트라는 게 처음이었으니까… 첫 데이트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어요. 그 당시 가장 친한 친구가 (이)호종이었어요. 그래서 물어봤죠. 그랬더니 ‘당연히 손을 잡아야지. 남자와 여자가 돌아다니는데 당연히 손 잡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리고 그 날은 포옹까지 정도만 해라’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래, 그 정도까진 해야겠다’ 하고 디테일하게 계획을 다 세워놨어요. 손은 영화관에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생각은 했는데, 붐비는 부평 지하상가에서 사람들에게 치이고 다니다보니, 아내가 제 옷깃을 잡더라고요.

맹솔지: 사람이 너무 많으니 떨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옷깃을 잡았죠.

앰비션: 사실 그런 상황에선… 그냥 손 잡으면 되잖아요? 그런데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속으론 스스로에게 ‘이 바보같은 놈… 판이 깔려도 이걸 못 잡네.’ 하면서 자책했어요. 그리고 영화관에서 결국 잡았죠.

맹솔지: 저는 ‘나랑 스킨십할 생각이 없나?’ 하고 생각할 쯤이었어요. 그러더니 영화 중간에 아무런 사인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덥석 잡으니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그러고나선 ‘아까 잡았어야 했는데, 내가 바보같았다’ 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앰비션: 그리고 포옹까지 그 날 하려고 했는데, 아… 그건 못하겠더라고요. 집 가기 전에 딱 하려고 계획했는데, 안되더라고요. 못 했어요.

맹솔지: 모쪼록 이게 저희가 정식으로 사귀게 된 첫 데이트였어요.


‘플레임’ 이호종이 없었으면 훨씬 느리게 진행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맹솔지: 그래서 너무 감사하죠. 연애 전반에 걸쳐 남편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줬던 것 같아요.

앰비션: 아냐, 많이는 해 줬는데, 쓸데없는 게 많았어.

맹솔지: 내가 들었을 땐 쓸데있었던 것들이야. 고맙단 말야.

▲ "고 맙 다!!"



그 이후 시간이 흐르고, 프로포즈는 어떻게 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맹솔지: 저는 프로포즈의 필수 조건들을 남편에게 사전에 이야기 해뒀어요. 노란 조명에 촛불이 있는 레스토랑에서 사이다가 담긴 와인잔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앰비션: 주입식 교육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원하는 걸 이야기 해주니까 좋았어요. 제가 아주 괜찮은 곳을 찾아냈죠.

맹솔지: 저는 그 날 남편이 프로포즈를 할 것이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이전에 결혼 이야기도 오갔고, 기념일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남편이 손편지를 적어서 제게 주더라고요. 그 후에 남편이 제게 뭔가 내밀더라고요. 저는 남편이 뭔가 더 줄 게 있는 건가? 싶었는데, 갑자기 새끼손가락을 펴면서 ‘나랑 결혼할래?’ 라고 하는 거예요(웃음).

앰비션: 아니, 뭔가 편지를 딱 주고나니까 왠지 민망한 거예요. 뭐라도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결혼이라는게 좀 ‘천년의 약속’ 같은 거잖아요. 언약 같은 걸 말로 하고 싶었는데… 그냥 이걸로(새끼손가락으로) 대신 한 거죠. 주먹 인사보단 낫잖아요.

맹솔지: 저흰 손가락 약속을 하면 꼭 지켜야 해요. 그런데 참 좋아요. 진솔하고, 소소하게 기억에 남아서 기분이 더 좋아요.

▲ 기억하자, 새끼손가락...


연애 시절이 쉽진 않았을텐데, 돌이켜보면 가장 힘든 게 무엇이었나요?

앰비션: 힘든 것이 많았죠. 제가 현역이었던 시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아내가 직장인이 된 이유도, 저를 마냥 기다리는 게 힘들어서 본인도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거라 알고 있어요.

맹솔지: 공개 연애를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그것이 저희에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연애가 알려졌을 때 부정적으로 알려지기보단 저희가 먼저 좋게 알리고 싶었어요. 그 당시엔 프로게이머들의 연애를 안 좋게 보시는 분들이 지금보다 더 많았어요. 그리고 그것에 저희 둘 다 동의하진 않았어요. 그런 편견이 틀렸다는 걸 저희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연애를 하면서도 프로게이머가 잘 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남편이 롤드컵에서 우승했을 때 너무 기뻤어요. 스스로 얼굴도 막 치고 소리를 엄청나게 질렀어요. 꿈이 아니길 바랐죠. SKT T1이 워낙 전부터 삼성을 상대로 큰 무대에서 이겨 왔으니까, 언제 뒤집을 지 모르는 팀인 만큼 마지막 세트까지 긴장했어요.


두 분의 매칭 게임을 간단히 해볼까 해요. 먼저, 처음으로 같이 본 영화는?

앰비션: ‘오블리비언’.

맹솔지: 오빌리… 생각이 잘 안 나네요. 그 때 그걸 왜 봤는지 모르겠어요.

앰비션: 당시에 개봉작이 오블리비언과 ‘전설의 주먹’이었어요. 그런데 첫 데이트에서 전설의 주먹 보는 것보단 그래도 오블리비언이 나아 보였어요(웃음).


두 분이 처음으로 같이 먹은 음식은?

앰비션, 맹솔지: 파스타.


조금 더 나아가서, 첫 키스 장소는?

앰비션: 아! 룸 카페.

맹솔지: … 카페.

앰비션: 아, 반응이 좀 늦는데?

맹솔지: 저는 좀 모호했어요. 정확히 키스였긴 했지만, 첫키스라고 하기엔 좀 일방적이었던 것 같은데(웃음). 조금 더 로맨틱하고 공식적인 첫키스 장소가 있었나 생각하느라 오래 걸렸어요. 룸 카페는 좀 제가 일방적으로 한 거라...


다시 태어나도 내겐 이 사람이다?

앰비션: 당연하죠. 이미 새끼 손가락 걸었어요.

맹솔지: 요새 이세계 장르의 애니메이션을 보는데요, 죽은 후에 다른 이세계에서 태어나면 같은 서버나 세계관을 고르자고 약속해 놨어요.


이 사람에겐 나의 무엇까지 내줄 수 있나요?

맹솔지: 목숨.

앰비션: 심장이라고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항상 이야기해요.


인터뷰 끝나면 두 분은 같이 뭐 하고 싶나요?

앰비션, 맹솔지: 잠…


그나저나 집에서 서열은 어떻게 되나요?

앰비션: 시청자분들이 생각하시는 그대로죠.

맹솔지: 남편이 가장인 만큼 제일 위에 있고.

앰비션: 무슨 소리?

맹솔지: 제가 챙기는 건 많아도, 중요한 결정은 꼭 남편을 거쳐요. 그러면 서열이 높은 거죠…?

앰비션: 이건 정말 억울한 게, 아내가 결정을 잘 못해서 제가 결정해주는 것 뿐이에요. 저도 결정을 잘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서로 선택을 미뤄요.

맹솔지: (웃음) 솔직히 집안 내 서열을 생각하면… 제가 조금 더 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앰비션: 저도 만족해요. 저는 제가 아래였으면 좋겠어요.


네 간단히 해 보았고요, 다시 인터뷰로 돌아갑니다. (맹솔지에게)프로게이머와 연애할 때 , 그리고 결혼 생활을 할 때 가지면 좋을 마인드는 각각 무엇이 있을까요?

맹솔지: 프로게이머와의 연애를 추천하진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만큼 같이 볼 수 있는 시간도 적고, 제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요. 저처럼 인내심이 없는 분들은 많이 힘들 거예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마인드로는, 당장의 행복을 추구하진 말라는 것이죠.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남편의 성과가 곧 저의 일이라고 일치시키면 마음이 편해지긴 해요.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이뤘을 때 내가 행복해지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렇게 그 사람의 성공을 같이 갈망해주면 기다리는 시간이 덜 힘들 거예요.

결혼을 하면 연애할 때보단 좀 더 안정적으로 느껴질 거예요. 결혼을 할 때 좋은 마인드로는 ‘남편을 키운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예요. 성장을 지켜보고, 돌봐주고. 어떤 종목이든 하나에 집중해서 정점을 찍으려는 사람들은 정말 그 하나만 바라보고 살거든요. 그러다보면 주변의 다른 것들을 놓치기도 하고요. 그런 사람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바라기만 하기보단, 놓치는 부분들에 대해 내가 케어하고 보듬을 수 있는 의지가 있다면 오히려 그 것이 시너지로 발휘될 거예요.


(앰비션에게)매일이 바쁜, 그리고 주변의 유혹에 흔들리기도 쉬운 프로게이머로서, 한 사람에게 신뢰를 주고 오래 사랑하려면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요?

앰비션: 책임감을 가져야죠. 멘탈이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어요. 저도 맨날 울기도 했고요. 그럴 때 아내의 도움을 받았고, 무너졌다가도 다시 일어나고의 반복이었어요.

LoL 프로게이머들은 특히 롤드컵에 너무 많은 것이 달려 있다보니, 그 시기에 미끄러지면 타격이 정말 커요. 그런데 게이머 생활은 길지도 않아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마음은 점점 조급해져 가고요. 그러다보면 게이머 생활을 하면서는 연인에게 시간을 많이 못 쓸 거예요. 그래서 저는 연습이나 대회 시간 외에는 정말 모든 시간을 아내에게만 썼어요. 아내도 그 시간에 최대한 맞춰줬고요. 고생스럽게 연애했고, 그래서 더 고마워요.

그리고 저는 성격 자체가 뭔가에 현혹되질 않아요. 주변의 유혹 같은 부분은 충고하기가 어렵네요. 제겐 게임을 위한 시간, 아내를 위한 시간 둘 밖에 없었어요.

맹솔지: 저도 남편이 이런 성격인 걸 완전히 알고 난 이후부터 마음이 편해졌어요. 하지만 완전히 믿기까진 시간이 걸리잖아요. 믿음은 데이터이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보여주는 게 있으니까 저도 믿게 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두 분을 특히 축복하는 이유가, 연애를 할 때에도 선수로서의 폼이 유지, 오히려 상승했기 때문일 거에요. 그 간의 많은 편견을 깨준 사례가 되었으니까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던 걸까요?


맹솔지: 솔직히 이야기하면, 남편이 고생을 많이 한 거예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고요. 심지어 더 매정하기도 했을지도 몰라요. 저는 남편을 마냥 기다리기 힘든 상황에서, 남편이 힘들다고 하는 것들을 다 받아주진 못했어요. 그에 반해서 남편은 스스로 추구하는 게 있는, 집념이 있는 단단한 남자였어요. 그에 비해 저는 지지를 보내주는 것 외엔 더 잘 할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남편의 집념과 고군분투로 얻어낸 성과인 거죠.


앰비션: 연애를 하기 전과 후의 제 모습을 다 알고 있는 최측근들은 제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아요. 특히 불 같은 성격에서 온화한 성격으로 변했죠. 그런데 사실 그런 불 같은 성격이 게이머 생활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점이 아내 덕에 많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고, 주변도 알 정도로 그런 역할을 해 주었죠.


그리고 저는 프로게이머와 연애에 대한 편견이 정말 싫었어요. 그래서 만일 제가 못 한다면 아내가 같이 욕을 먹게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책임감이 더 생겼고, 이 악물고 하게 되었어요. 절대로 잘 해야겠다는 자극제가 되었죠.


맹솔지: 지금은 프로게이머와 연애의 편견이 많이 줄었잖아요. 결혼을 하고 롤드컵 우승을 거머쥐는 예시도 더 생겼고요. 그 분들도 저희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앰비션: 그런 편견은 결국 자신의 노력과 컨트롤로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게 만들 수 있어요. 요즘엔 선수들도 다 자신의 여자친구를 자랑하기도 하고, 나아가 성공적인 결혼 생활과 커리어를 동시에 이어나가는 경우가 보이면서 기분이 좋아요. 저도 자부심이 있어요. 그 길은 내가 뚫었다는 그런 거요(웃음).


그러고보니 혹시 연애 상담을 신청하는 프로들이 있나요?

앰비션: 없었어요.

맹솔지: 왜 없지?

앰비션: 저와 대화하는 사람이 일단 많이 없어요. 저에게 말 걸기가 어려운가봐요.


프로게이머를 이상적인 연애나 결혼 상대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여러 이유가 있겠죠. 맹솔지님은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맹솔지: 프로게이머는 정말 매력적인 연애 상대이긴 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는 건 다른 사람들은 쉽게 느낄 수 없는 희열이겠죠. 저는 남편이 경기에 나올 때마다 희열을 느꼈어요. 그런 부분에 매력을 느끼시는 것에 아주 공감해요.

하지만 만일 그 면만 보고 연애를 하신다면 정말 힘들 거예요. 프로게이머는 승리를 위해 엄청난 고생을 감내해요. 그것을 다 이해하고 지지해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해야만, 연애든 결혼이든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프로게이머들은 연애를 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다들 피 끓는 청춘들이죠. 앰비션이 사랑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앰비션: 어쨌든 게이머로서 성공을 해야하니까, 스스로에게 우선 자신이 있어야 해요. 연애를 해도 자신의 기량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 말이죠. 사람에 따라 확신이 들거나, 안 들거나 하겠죠. 확신이 드는 사람이라면 저는 웬만하면 성공적인 연애 사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확신이 안 든다 해서 연애를 하지 말라곤 못 하겠어요. 그 사람의 인생에선 커리어보다도 그 사랑이 더 중요할 수 있으니까요.

게이머로 성공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연애를 잘 하고 싶다는 갈등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확신이 드는지 살펴보세요. 긴가민가 하다면 준비가 안 된 건 아닐까 자문해 보기도 하고요. 시뮬레이션을 굴려보세요. 만일 내가 연애를 한다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연습에 지장이 안 갈지 생각해 보고, 여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요. 저도 연애를 할 때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진 않았지만, 사람들마다 성격은 다르니까요.

맹솔지: 결국엔 프로게이머도 인생의 행복을 추구하잖아요. 그래서 결국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하겠죠. 연애를 하든, 게임만 하든, 둘 다 쟁취해보든.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인생을 봤을 때, 그 연애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예요.


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터뷰를 빌어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 주세요.

앰비션: 바로 앞에서(웃음). 저는 언제나 인터뷰 말미에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그래요. 사랑하고, 어… 오늘 이쁘네.


맹솔지: (큰 웃음) 아이고 민망해… 저한테 이쁘다고 잘 안 해줘서 막… 제가 뭐라고 했더니 오늘은 이렇게 해 주네요. 아까 제게 남편에게 뭘 내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을 때 목숨이라고 답했잖아요. 정말 심플한 이유에요. 저는 남편이 없었으면 이런 삶을 살지 못했을 거예요.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장하고 배웠어요. 남편에게 존경하고 감사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사랑하고, 오늘 멋있네?

앰비션: 아이, 안 멋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