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도카와 게임즈의 미스터리 어드벤처 신작 '루트 필름(Root Film)'이 오는 8월 6일, PS4와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을 통해 발매된다.

현대에 만연해 있는 네트워크 사회의 어둠과 광기, 예술의 카타르시스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일본의 시마네 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전작인 '루트레터'가 미스터리의 탈을 쓴 10대들의 청춘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곳곳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본격적인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루트 필름은 '철기'와 '무한 항로' 등 명작으로 불리는 여러 작품을 탄생시킨 코노 히후미 디렉터가 시나리오를, '러브플러스' 시리즈의 원화가인 미노 타로가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루트 필름'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담당한 코노 히후미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를 들어보았다.




▲ 루트 필름 '코노 히후미' 디렉터

Q. 코노 히후미 디렉터가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의 장점,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사실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을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한 번 만든 적이 있는데,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니 생소한 것은 사실이다. 텍스트 어드벤처의 장점은 역시 이야기를 가장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화면 가득 빽빽한 문자를 유저들에게 읽게 하려면, 역시 텍스트 어드벤처를 따라올 만한 장르가 없다. 글자를 읽게 하면 시각적으로 모두 보여주는 것보다 유저들이 상상할 수 있게끔 하는 여지를 줄 수 있다. 이 점도 분명한 강점이다.


Q. 코노 히후미 디렉터가 자신의 SNS를 통해 ‘루트 필름의 시나리오는 역대 최고의 걸작’이라고 밝혀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위해 어떤 고찰이 있었는지 듣고 싶다.

- '루트 필름'의 시나리오를 걸작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미스터리론에 입각한 이유다. 미스터리 장르의 게임에서는 트릭을 풀어서 범인을 잡는 것까지가 하나의 재미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전작인 '루트 레터'에는 게임을 모두 클리어할 때까지 이러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없었다. 이번 작품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7개의 사건이 등장하기 때문에, 짧은 주기로 '트릭을 풀고, 범인을 잡는'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재미를 계속 느낄 수 있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루트 필름'의 시나리오에서는 7개의 서로 다른 흐름이 하나로 이어지게 하려고 많은 공을 들였고, 복잡하게만 보였던 플롯을 성공적으로 이어낼 수 있었다. 또 게임 내에서는 어떤 작은 일이라도 하나의 이벤트로써 성립하게 된다. 유저의 행동 하나하나가 등장인물의 정신 상태나 관계 형성에 이어지는 미니 이벤트가 되기 때문에,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역대 최고 걸작'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 '역대 최고의 걸작'이라는 표현으로 자신감을 나타낸 코노 히후미 디렉터


Q. 전작인 '루트 레터'와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는가?

- 루트 레터는 미스터리 게임이라기보단, 10대들의 청춘 이야기에 미스터리 요소가 살짝 섞여 있는 게임이었다. 살인이라든지, 미스터리어스한 사건들이 중점이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살인 사건이 정말 마구 발생한다. 말 그대로 추리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Q. 미스터리라는 소재는 게임 내의 연출 또는 시나리오의 중요성이 큰 편이다. 어떻게 접근해야만 게임으로서 즐거운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 연출에 코스트를 집중시킨다면 얼마든지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텍스트 어드벤처 특유의 재미가 반감된다고 본다. 루트 필름에서는 2D 캐릭터와 배경에 집중했고, 카메라 연출을 강조했다. 텍스트르르 어떤 템포로 읽게 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긴박한 신이나 미스터리의 트릭이 밝혀지는 중요한 부분이라면 BGM의 타이밍을 조절하는 방법도 함께 사용했다.



Q. '루트 필름'에서 유저들이 특히 주목해주었으면 하는 요소가 있다면?

- 조각조각으로 나누어져 있는 사건들이 마지막 순간에 '야구모'라는 주인공을 둘러싼 하나의 큰 이야기가 되는 모습에 주목해주었으면 한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1회차를 플레이한 뒤 다시 게임을 접해보면 완벽히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장르 특성상 여러 등장인물이 사건을 통해 힘든 경험을 하게 되는데, 좌절하기 쉬운 상황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명랑하게 이겨내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역시 밝고 즐거운 기분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Q. 전작인 루트 레터는 다섯 개의 루트, 그리고 멀티 엔딩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 루트 필름에서도 멀티 엔딩 시스템이 도입되었는지 알고 싶다.

- 이번 작품에는 멀티 엔딩을 도입하지 않았다. 전작은 한 개의 사건에 하나의 진상만 있었기 때문에 멀티 엔딩을 도입하지 않으면 볼륨이 부족했다.

하지만 '루트 필름'은 각기 다른 7개의 시나리오가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모두 플레이하면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볼륨을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멀티 엔딩이 없는 편이 오히려 좋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Q. 사전에 공개된 체험판의 유저 반응을 확인했나? 인상 깊은 의견이 있었다면 어떤 것인가?

- 물론 확인했다.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게임 속 캐릭터가 매력적이다'라고 말해준 유저의 의견이다. 처음부터 유저들에게 호감을 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게임 내 에 등장하는 '마가리 아이네'가 사랑스럽다는 유저의 의견을 보고 굉장히 기뻤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는 전작이 즐겁지 않았다고 밝힌 유저가 남긴 의견이다. 체험판을 즐겁게 플레이했지만 아직 이 게임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디렉터가 '코노 히후미'로 바뀌었다는 점을 알지 못했기에 남긴 의견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전작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기에 어쩔 수 없는 평가라고 생각하고, 이런 유저들이 꼭 정식 출시된 게임의 내용물을 보고 다시 판단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Q. 해외 전개를 염두에 두고 만든 콘텐츠가 있다면?

- 게임을 해외의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세계 표준으로 게임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 또 하나는 각 국가의 특성을 살려서 파는 방법이다. 루트 필름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후자를 선택했다. '일본에는 이런 문화가 있다'는 것을 해외의 유저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의 문화와 토지,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Q. 전작의 이야기가 계속 나왔는데, 루트 필름을 플레이하기에 앞서 전작인 '루트 레터'를 플레이해야만 하는지 궁금하다.

- 전작인 루트 레터를 전혀 모르더라도 이번 작품을 플레이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만 전작의 캐릭터와 콘텐츠가 '팬 서비스' 차원에서 조금 들어가 있다. 몰라도 전혀 문제는 없지만, 알고 있다면 반가운 요소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루트 레터를 몰라도 되지만, 팬들을 위한 선물은 존재한다"


Q. 전작 루트 레터는 현지의 고증이 잘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덕분에 작품을 즐긴 유저들이 성지순례를 하러 가는 일도 많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시마네 현의 어떤 특징들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인가?

- 이번 작품은 시마네 현 전역이 게임의 무대가 된다. 그만큼 전작보다 다양한 실제 명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 장소를 볼 수 있는 비주얼로서의 재미는 물론, 장소에 담긴 배경 이야기까지 담았으므로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7개로 나뉜 옴니버스 방식이기에 명소들을 소개하기도 수월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작품 역시 '시마네 현 성지순례'에 특화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Q. 시마네 현의 현장감이 잘 느껴졌다는 평가와 동시에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역 홍보를 겸하는 작품이기에 한계점이 있지 않았나 싶은데, 이번 작품을 만들 때는 어려움이 없었나?

-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자의 허락을 구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게임이다 보니, "우리 지역은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정말 많았다. 한번은 시나리오를 전부 완성한 다음에 메인 트릭의 중심이 되는 장소가 관계자의 허락을 받지 못해 불발된 적도 있었다. 그냥 빼버리자니 재미도 없고 볼륨도 부족해지므로 일주일에 걸쳐 시나리오를 다시 작업했다. 반대로 "우리 지역을 잔뜩 써주세요!"라고 하는 곳도 있었지만, 실제 장소와 관련된 게임을 만들 때는 어려운 점이 많은 편이다.

▲ 게임 내에 실제 시마네 현 명소들의 이름이 그대로 포함됐다


Q. ‘시마네현을 무대로 관광 PR을 겸한 미스터리 드라마 제작’이라는 게임 내 설정이 루트 필름의 설정과 그대로 겹치는 것이 신선하다. ‘야구모 린타로’라는 캐릭터 역시 코노 히후미 디렉터의 페르소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그렇게 멋있는 사람이 아니다(웃음). 하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라는 점, 그리고 어떤 실마리가 등장했을 때 앞을 보지 않고 푹 빠져서 폭주하게 되는 점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Q. 주인공의 직업이 ‘영상작가’라는 점도 생소한 부분이다. 영상작가라는 직종이 시나리오에 어떤 식으로 그려지는지, 그리고 영상작가이기 때문에 개연성을 갖게 되는 전개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 영상작가는 인간의 기억을 필름에 담아내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기억 속에 남기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작업이다. 왜 그가 영상작가인지, 그리고 영상작가이기 때문에 그려지는 이야기의 결말까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나리오 전반에 풀어냈다.



Q. 텍스트 어드벤처는 게임 플레이나 시스템 측면에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기 어려운 장르다. 루트 필름은 텍스트 어드벤처의 시스템을 어떤 방향에서 개선하고자 했는가?

- 텍스트 어드벤처는 이미 시스템적 특징이 70% 이상 결정되어 있는 장르다. 나머지 30%로 활용하게 되는 것인데, '루트 필름'에서는 배경 속에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하는 것에 집중했다.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캐릭터들이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그런 위화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Q. 전작에서도 등장했던 '맥스 모드'가 새롭게 일신됐다고 들었다. 정확히 어떤 변화가 도입되었는지 소개 부탁한다.

- 맥스 모드에서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것이 어려웠다. 전작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트릭이나 로직이 큰 영향을 주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트릭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논리적인 추리가 가능하다. 하나하나 버튼을 누를 때도 캐릭터의 리액션을 강조해서 긴박감을 살렸다. 전작의 맥스 모드와는 아주 다른 경험이 가능할 것이다.




Q. 맥스 모드와 함께 핵심 시스템으로 공개된 '공감각'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감각이 게임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 공감각 모드로 대화에 필요한 '키워드'를 얻게 된다. 중요한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떤 상황, 그리고 어떤 조건이 갖춰졌을 때 키워드를 줄 것인지 알아내려면 공감각을 적절히 활용해야만 한다. 결국 공감각은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활용되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Q. ‘루트필름’을 통해 카도카와 게임 미스터리, 나아가 미스터리 어드벤처 게임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유저들도 있을 것 같다. 루트필름의 시나리오를 200%로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게임 속 캐릭터에게 자연스레 애정을 갖게 될텐데, 그 후에는 그들과 함께 시마네 현을 여행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게임을 즐겨보길 바란다. 이것이 루트 필름을 가장 즐겁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끝으로 '루트 필름'의 정식 발매를 기다리고 있는 국내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해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교류도 줄어들어서 재미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많다. 루트 필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이처럼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함께 즐겁게 지내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도 게임 캐릭터들에게서 건강한 기운을 전해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기가 지나고 나면, 한국 유저들도 루트 필름의 배경이 된 일본의 시마네 현에 많이 놀러 와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