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펀치 프로덕션에서 개발한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몽골 제국의 일본 원정 당시 쓰시마를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액션 게임이다. 미국에 있는 개발사에서 만들었음에도 사실적인 사무라이 검술 액션과 섬세한 디테일을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다.

최근 액션 게임에서 공식처럼 여겨지는 시스템 일부가 배제되고, UI도 최소화한데다가 흑백 필터 모드인 쿠로사와 모드도 도입하는 등 그 자신만의 독특함을 선보인 '고스트 오브 쓰시마', 그 궁극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서커펀치의 네이트 폭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빌리 하퍼 애니메이션 디렉터에게서 들어볼 수 있었다.

※본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있습니다.


▲ 서커펀치 네이트 폭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좌) / 빌리 하퍼 애니메이션 디렉터(우)


Q. 록온 시스템이 없지 않나. 전투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긴 했지만, 카메라 워크 등에서 불편함이 느껴졌다. 록온 시스템을 배제한 이유가 있다면?

우리는 이 게임에서 클래식한 사무라이 영화의 느낌을 내고자 했다. 클래식 사무라이 영화를 보면 사방에서 숱하게 날아드는 적의 검격을 막거나 피하면서 적들을 베어내는 그 흐름이 있지 않나.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는 몽골군이 사방에서 주인공을 공격하고는 하는데, 만일 여기서 록온 시스템을 채택하면 주인공 그리고 유저가 록온된 적 하나에만 시선을 집중하는 카메라 워크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어떤 적 한 명에게만 시선을 집중하는 흐름을 만들어내길 원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앞서 언급했던 클래식한 사무라이 영화의 흐름, 즉 사방에서 공격해오는 적을 상대로 춤추는 듯이 움직이고, 다양한 적들을 상대로 전체적인 국면에서 액션을 조명할 수 있는 그런 시퀀스를 원했다.

또 하나 언급하자면,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 적은 어디에서든지 공격해온다. 전방에서뿐만 아니라 측면과 뒤에서도 갑자기 덮쳐오니 시야를 넓게 보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Q.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소개할 때 계속 언급되는 게 사무라이로서 싸우느냐, 고스트가 되느냐 이것 아닌가. 유저가 그 중 하나의 스타일을 선택해서 쭉 플레이하게 됐을 때, 이것이 스토리 진행, 더 나아가 엔딩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궁금하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딱 하나, 사무라이였던 사카이 진이 고스트로 변모해나가는 그 여정을 그려내는 것이다. 그러나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그 외에도 진이 고스트가 되면서 또다른 기술들을 익히고, 이를 토대로 적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대적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사무라이였을 때는 검술, 그리고 궁술을 기반으로 정면에서 싸우게 되지만 고스트로서 싸울 때는 잠입해서 각종 도구를 활용해 몽골군을 제압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적들의 대응도 바뀌는데, 이 대응에 유저가 또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풀어갈지는 유저의 몫이다.


Q. 액트 2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나. 이 상황에서 진이 그들을 구할 방법이 없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유저에게 어떤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이런 장면들을 넣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플레이어에게 직접 이야기하기보다는, 플레이어가 사카이 진의 입장에서 그 무언가를 느끼기를 바란다. 액트 2 씬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 고스트 오브 쓰시마라는 세계가 전쟁이 발발한 위험한 세계라는 점을 한 층 더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 경험을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것도 있고.

그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진행이 달라지거나 스토리가 바뀌진 않는다. 그보다는 게임 내에서 동료, 이웃, 친구들이 죽어가는 그 장면에서 유저가 진이 된 것처럼 몰입하고, 적들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서 그 자신의 방식을 택하길 바랐다. 말하자면 친한 사람이 죽어가는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적들과 어떤 식으로 맞설 것인가? 그 방향을 유저가 설정하는 과정 자체가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Q. 음악이 굉장히 훌륭하다. 사운드 작업을 할 때 전체적인 컨셉을 어떻게 잡았나 궁금하다. 또 사운드 팀에 특별히 어떻게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게 있다면 무엇인가?

컨셉의 핵심은 미니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세계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쓰시마의 자연 경관이나 그 세계관 등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음악이라고 느껴지는 사운드는 최소한으로 줄이게끔 말이다. 인위적인 소리보다는 바람소리, 물소리, 그런 것까지 어우러져서 세계 그 자체를 고스란히 표현하는 것에 주력했다. 그 자연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일본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사슴 소리나 귀뚜라미 소리 등을 따로 녹음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어떤 격한 감정이 일어날 법한 장면에서는 음악의 밀도와 사운드의 크기를 좀 더 키워서, 그 상황 자체에 몰입하도록 유도했다. 여러 저명한 작곡가들이 협력해준 덕에 쓰시마의 전경에 어울리면서도,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특히 샤쿠하치 연주가 탁월해서 일본풍의 느낌을 살릴 수 있던 것이라 생각한다.

▲ UI뿐만 아니라 음악도 미니멀하게, 그러면서도 자연의 소리를 더해 사실감을 더했다


Q.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다른 영화들 중엔 참고한 것이 없나 묻고 싶다.

우선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서 크게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 외에도 다른 영화에서도 영감을 받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걸 꼽자면 '13인의 자객'이다. '13인의 자객'의 방대하면서도 긴 전투 시퀀스는 여타 사무라이 영화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는데, 이 시퀀스들을 조금씩 따오고 참고하면서 진의 액션을 조금씩 조금씩 진화시켰다. 그 안에 담겨있는 다양한 동작들을 참고해서 넣은 것뿐만 아니라, 진이 사무라이에서 고스트가 되는 여정을 묘사할 때에도 이 영화가 어느 정도 참고가 됐다.


Q. 지금까지 본 게임 중 가장 일본적인 게임 같다. 신화나 서브컬쳐 방면이 아니라 그냥 역사 속 일본을 고스란히 구현했다고 할까. 일본 게임사가 개발해도 이렇게 디테일하게 개발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런 디테일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뭐였나?

우리 스튜디오 멤버 대다수가 미국인들인데, 그러다보니 일본 그 자체를 완벽히 드러내기란 어렵긴 했다. 그래서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동작, 언어, 무술 모든 부문에서 하나하나 조언을 받았다. 특히 모션 캡처할 때 모든 요소들을 검술 전문가들이 일일이 검수를 하고 조언을 해줬고, 이를 토대로 계속 다듬어나갔다.

일본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전문가에게 받은 조언을 바탕으로 해서 파트 하나하나를 구축한 다음에도, 이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굉장히 중요했다. 그래서 각 파트를 다 다듬고 완성한 뒤에도 여러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결과물에 그와 같이 평가해줘서 감사하다.


Q. 쿠로사와 모드가 인상깊었다. 그런데 흑백 화면으로 플레이하면 컬러 모드일 때에 비해서 여러 모로 제약이 있고 플레이하기 어렵지 않았나 싶다. 내부 테스트 단계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묻고 싶다.

쿠로사와 모드를 추가한 이유는 진짜배기 클래식 사무라이 영화의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감성을 살린다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뛰어나지만, 플레이할 때는 다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 모드를 넣은 의도는, 게임을 하면서 모든 순간을 그 모드로 플레이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대다수 유저들은 이제 흑백이 아닌 컬러풀한 화면에 익숙해져있다. 자연히 흑백 화면은 낯설 수밖에 없고, 플레이하면서 불편함이 느껴질 것이다. 그렇지만 클래식 사무라이 영화 특유의 느낌, 그것을 체감할 수 있는 장치로서 중간중간 활용하면 좋을 거라고 봤다. 게임 내에서 감정과 분위기를 더욱 깊이있게 감상할 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고전 사무라이 영화의 느낌을 담은 '쿠로사와 모드'


Q. 히든 퀘스트가 굉장히 많지 않나. 그런데 게임 내에서 UI상에서 무언가 안내한다거나 하는 요소가 최소화되어있다보니 이를 다 찾아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바람이나 물의 흐름 등, 은연 중에 드러나거나 숨어있는 디테일을 토대로 찾아가는 것이 재미 요소라고 보는데, 숨은 디테일이나 힌트에 대해서 더 소개해줄 수 없나?

우선 게임 속에서 유저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디테일을 구현해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주요 내용은 사무라이인 진이 고스트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것이고, 그 과정은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누구나 다 거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보게 되고, 어떤 길을 거치는지는 유저에 따라서 달라지게끔 유도했다.

어떤 것을 반드시 선택해야한다, 무엇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 그보다 우리는 유저 스스로가 그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혹은 호기심을 풀고자 하는 그 마음에 따라 플레이해나가기를 원했다. 그래서 좀 더 좋은 장비라던가 여러 가지 다양한 히든 요소들을 넣으면서도, 이것이 어디있는지 직접 밝히지 않는 식으로 구성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기획 의도는, 우선 하나의 큰 줄기가 있지만 그 주변 가지에 무엇이 있나 스스로 찾아가고 완성해나가는 그런 방향을 생각했다. 그런 것을 여러 은유적인 디테일로 표현했고, 유저들이 그곳에 무엇이 있나 스스로 찾아가고, 발견하면서 완성해나가는 그런 방향을 생각했다. 마치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찾아가고, 그 경험들을 받아들이길 원했다. 여러 가지 놀라운 디테일을 더 넣었으니, 이를 더욱 더 발견해나가주길 바란다.


Q. BGM을 들으면서 유저들이 어떤 느낌을 받기를 원했나 궁금하다. 또 BGM 중에서 이 BGM이 마음에 든다 하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인가?

BGM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먼저 이야기한다면...여성 보컬이 작업한 곡이 몇 개 있다. 일본 로컬라이제이션팀이 번역해주고 부른 곡들인데, 그게 정말로 아름다운 곡이라고 생각한다. 가사도 의미가 깊고, 무언가 뮤지컬 같은 파워가 느껴진다고 할까.

그리고 엔딩곡도 마음에 든다. 시네마틱을 만들면서 곡을 같이 작업했는데, 그 순간의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서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 순간순간의 감정, 느낌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개인적으로 엔딩곡을 들으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다(웃음).


Q. 수집 요소나 미니 게임 등을 살펴보면 하이쿠나 명상 같은 것도 있는데, 이런 건 서구권에선 별로 친숙한 게 아니지 않나. 이런 것까지 넣은 의도가 있다면?

오픈월드 게임이 그냥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그러면서 여러 가지를 겪게 되지 않나. 그 안에 사무라이 영화에 나오는 여러 가지를 참고해서 넣었다. 명상이나 온천욕을 한다던가, 대나무를 베면서 수련할 때의 정적, 그러한 요소들을 직접 하면서 사무라이 영화의 그 감성을 유저가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Q. 서사 전개 방식이 흥미로웠다. 몇몇 서브 퀘스트는 피난민이랑 대화해야 해금되는 식이어서 게임 속 사카이 진의 입장이 된 기분이었다. 게이머를 캐릭터에게 몰입하도록 한 장치라고 봐도 될까?

정확하다. 이 게임은 진이 사무라이에서 고스트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냥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다. 그 내용이 핵심인 건 맞지만, 그것만 조명했다기보다는 진이 몽골제국 침공 하의 쓰시마라는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겪게되는 일련의 이야기들의 총집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안에 숨어있는 이야기 중 어떤 것을 볼지는, 각 기로에서 유저의 선택에 따라 달렸다. 곳곳에 숨은 디테일에 호기심을 갖고 찾아나가면 더욱 더 풍성한 이야기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시나리오나 인바이런먼트팀에서 정말 노고가 많았다. 어떤 디테일 하나하나에서 유저의 호기심을 유발하면서도, 튀지 않고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구현해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본다기보다는, 진의 입장이 되어서 세상을 돌아다닌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우리가 추구한 방향이라고 하겠다.


Q. 비밀스러운 신사라던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여러 곳에 말 그대로 숨겨져 있는데, 그런 것을 유저가 굳이 찾아나설 수고를 해야 할까 싶지 않나 싶기도 하다. 스토리 요소 외에 이를 감내할 만한 보상이 주어져야 할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떤지 궁금하다.

여타 게임처럼 히든 요소들을 찾으면 진이 더 강해진다. 체력을 늘려주는 부적을 받을 수도 있고, 혹은 좀 더 좋은 방어구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진을 커스터마이징하고 스탯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여정을 거치면서 점차 변해가는 캐릭터를 보며 유저가 새로운 경험을 느끼는 것이다. 히든 요소를 만들 때도 업그레이드라는 측면보다는,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나가게끔 설계해나갔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우리가 만든 이 게임에서, 쓰시마라는 그 공간에서 우리가 만들어놓은 디테일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면서 그 순간순간을 음미하길 바란다. 또 오픈월드에서 사무라이가 되어서 돌아다닌다는 그 느낌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한국 유저들이 그 중 어떤 것들을 어떤 방향으로 즐기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모쪼록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