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도 되는 걸까? 작년 5월 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SNK의 최근 행보에 의심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월 1일, SNK는 공시를 통해 2019년 상장 이후 첫 배당을 결정했다. 당시 SNK는 배당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배당은 1주당 3,332원 현금 배당으로 그 총액은 무려 684억 원 규모에 달한다. 시가배당률 19.8%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고배당 정책은 주주로서는 고마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SNK의 배당 소식을 바라보는 주주들의 시선은 마냥 곱지 않았다. SNK는 연결재무 기준으로 작년 반기(2019년 8월 1일 ~ 2020년 4월 30일)에만 1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8기(2018년 8월 1일 ~ 2019년 7월 31일) 46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잉여이익금이 1,067억 원에 달하는 걸 고려하더라도 이번 배당은 이례적일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연간 영업이익을 웃도는 배당이 문제가 된 건 단순히 '많이' 배당해서가 아니다. 기업의 주체는 주주이기에,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아울러 고배당 정책은 일반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풀이되기에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고배당 소식이 알려지자 SNK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게 이를 방증한다.

문제가 되는 건 고배당으로 인한 현금이 그대로 중국으로 유출된다는 부분이다. SNK의 주식 절반 이상은 중국계 기업이 갖고 있다. 현재 SNK의 최대주주는 즈이카쿠(ZUIKAKU CO.,LIMITED)로 33.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어서 퍼펙트월드(Perfect World Co., Ltd.)가 18,23%, 론센(RONSEN (H.K.) CO., LIMITED)이 8.25%를 갖고 있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과반을 넘는 59%로 전체 배당금 중 무려 403억 원을 중국계 기업이 가져간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으로만 보기엔 석연치 않은 모습이다.


그러던 중 지난 20일, SNK가 주주총회소집결의를 통해 '신주예약권' 발행 소식을 공시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신주예약권은 한국의 스톡옵션과 유사한 권리로 미리 정한 가액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물론, 신주예약권 자체는 앞선 고배당 정책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는 정책이다. 고배당 정책이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걸 골자로 한다면 신주예약권은 주식을 산 임직원이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상당한 차익금을 남길 수 있기에 임직원의 근로의욕을 진작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논란이 되는 건 싸도 너무 싸단 부분이다. SNK는 주주총회소집결의를 통해 2회에 걸쳐 신주예약권을 교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회에는 사풍 이사를 포함해 13명에게 308,600주를, 2회에는 전세환 이사를 포함해 18명에게 219,600주를 교부한다. 총 31명의 임직원에게 52만 8,200주를 무려 '1주당 1원'에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시세차익을 통해 임직원의 근로의욕을 진작시킨다는 스톡옵션의 성격을 감안해도 말이 안 될 정도로 낮은 가격이다. 52만 8,200주를 무려 52만 8,200원에 살 수 있는 것으로, 약 13,000배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68억 원을 상당수의 중국 임직원들에게 사실상 거저 주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SNK의 이런 행보는 과거 한국에 상장한 중국계 회사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고배당 정책을 통해 대주주들에게 현금을 챙겨주거나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주가를 급등시킨 후 지분의 상당수를 매도하는, 일종의 배임에 가까운 행위들 말이다.

친주주 정책의 일환이랄 수 있는 고배당 정책과 장기 근속자들의 근로의욕을 진작시킬 수단이 되는 신주예약권 발행 소식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SNK다. 그저 의혹에 불과한 걸까? 상장부터 배당, 신주예약권 발행까지 코스닥에 상장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난 SNK의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가 의심스러운 건 어쩔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