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5~6월 점유율 변화 (출처 - 롤 인벤 남궁연단님 이미지)

2016년 6월,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철옹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오버워치가 리그오브레전드의 아성을 깨고 온라인 게임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역사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당시나 지금이나 46% 점유율이라는 대적불가 갓겜 취급을 받아왔는데, 2016년 불쑥 나타난 오버워치의 점유율 1위 탈환은 단숨에 뜨거운 화젯거리가 되어 커뮤니티 내에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죠.

AOS와 FPS 게임. 장르가 완전히 다른 게임인데 점유율을 반전시키며,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유저들을 흡수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하지만 롤의 1위 답지 못한 역대급 실수 및 미숙한 운영 그리고 새로운 장르의 신흥강자 등장,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낮은 진입 장벽이 맞물리면서 유저들이 물밀듯이 유입되었고 그에 힘입어 오버워치는 파죽지세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달도 차면 기운다고 출시 이후 오버워치 게임성에 대한 호평은 이어졌지만 너무 느린 업데이트와 미숙한 핵 대응으로 점차 점유율을 갉아먹히고 배틀그라운드라는 또 다른 경쟁자의 등장으로 과거의 영광은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물 들어오는데 노를 젓기는커녕 노를 망가트린 꼴이 됐으니 아쉬운 시간만 남은거죠.

▲ 이미지 출처 - 게임트릭스

여기까지는 흔한 신생 게임의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픈빨'이라고도 하며, 찍어 먹어 보고 내 입맛에 안 맞네? 별로다. 싶으면 빠져나가는 걸 뜻하죠. 하지만 오버워치의 출시의 여파는 대단했습니다. 출시만으로 하드웨어 시장 규모에 변화의 바람이 점차 불기 시작했을 정도니까요.

신작 게임이 나오니 벌써부터 지갑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PC 맞추랴, 모니터 장만하랴.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FPS는 마우스의 중요성이 돋보이는 장르니까요. PC와 모니터 다음은 마우스를 알아볼 차례입니다. 2016년 혜성처럼 등장한 오버워치에 어울릴만한 마우스, 뭐가 있었을까요.

마우스를 접하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1번, 인터넷에 성능 좋고 오버워치에 적합한 마우스를 검색하여 선택한다. 2번, 유명 오버워치 스트리머나 유튜버 혹은 프로게이머가 쓰는 마우스를 따라 산다. 3번, 직접 매장에 가서 하나하나 잡아보고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는 디자인의 마우스를 산다. 가 있겠네요.


경로와 선택지가 많아지니 마우스의 다양화는 뻔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하드웨어 판매 사이트의 기록에 따르면 오버워치 출시 이후 급부상한 마우스가 있는데, 바로 로지텍 G402입니다. 위의 1,2,3번 마우스 선택 경로에 모두 부합하여 인기 오버워치 마우스는 G402로 귀결됐고, 높은 판매량을 보였던 거죠.

수많은 로지텍 마우스 중 명품으로 불리는 마우스를 찾아내는 시간. 이번엔 하이퍼 FPS에 적합한 성능을 갖추며, 넘사벽급 디자인으로 여러 파생형 마우스를 만들어내고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류제홍, 미로 선수의 마우스였던 로지텍 G402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① 야 블자에서 신작 게임 나왔대! 근데 마우스는 뭘 사야하지?

▲ 라떼는 말이야 시즌1 동전메타때 5윈스턴+1루시우가 필수였지

오버워치는 하이퍼 FPS로 여타 밀리터리 FPS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플레이를 보여야 합니다. 뚜벅뚜벅 걸어 다니고 사이트에 C4를 설치하는.. 이런 굼벵이 같은 움직임은 눈씻고 찾아볼 수가 없고 이제 막 혹성에서 탈출한듯한 원숭이들이 날아다니며, 사이보그 닌자가 3단 점프를 남발하니 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고, 그들의 빠른 이동 속도를 따라갈만한 높은 추적속도를 탑재한 마우스가 필요했죠.

추적속도란 유저의 움직임을 마우스가 인식하여 1초간 나타내는 수치를 뜻하는데, 고감도를 사용하는 유저일수록 마우스 트래킹 때 더 부드러움을 느끼게 되는 거죠. 이 수치가 낮은 마우스를 쓸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은 저감도로 플릭샷(끌어치기) 도중 갑자기 에임이 땅이나 하늘을 쳐다본다는 겁니다. 마우스 탓을 할래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요.

▲ 동전 메타의 폐해(자매품 5디바 5겐지)


로지텍 고유의 델타 제로 센서, 중력가속도를 감지하는 가속도 센서, 방향성을 잡는 자이로 센서가 결합된 퓨전 엔진이 G402에 탑재되었습니다. 이 마우스의 추적속도는 무려 500IPS를 육박하는데, 일반 마우스 추적속도는 많이 쳐줘야 고작 150IPS이고, 대부분의 게이밍 마우스도 300IPS 밖에 되질 않습니다.

여기서 IPS란 Inch Per Second. 초당 마우스 인식 거리라는 뜻인데, 높을수록 사용자의 빠른 움직임을 그대로 인식하여 화면에 나타낼 수 있는 값이죠. 확실히 500IPS에 달하는 빠른 추적속도를 갖춘 G402와 마우스 움직임이 많은 오버워치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 가지 더, 오버워치에서는 신속한 마우스 움직임을 뒷받침해 주는 낮은 마우스 무게가 선호되는 편입니다. 지금이야 무선 마우스 보급이 원활하여 유선 혹은 무선 선택에 자유로움이 더해졌지만 이 시기에는 시장에 나온 게이밍 무선 마우스는 몇 안됐을뿐더러, 가격도 타 마우스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편이어서 일반 유저들에게 무선 마우스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죠.

유저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로지텍 G402는 108g으로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평균적인 무게를 지녔습니다. 무엇보다 3~4만 원대라는 가격으로 걱정, 고민 없이 장만할 수 없단 장점이 국내 로지텍 마우스 중 판매 상위권 제품을 달성한 이유죠.

▲ 당시 G402의 인기 및 무선이 대중화 되질 않았음을 이 사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오버워치 인벤 noonting님 게시물)




② 저.. 저도 류제홍 처럼 수면총 멋드러지게 쏘고 싶어요

▲ G402를 썼던 류제홍, 미로 선수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카운터스트라이크 같은 밀리터리 FPS에서 오버워치로 하이퍼 FPS 장르에 입문하신 분들은 적응하는 데에 적지 않은 고생을 했었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 오버워치에는 미친 듯이 날뛰는 캐릭터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밀리터리 FPS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일반 스킬과 궁극기 스킬이 존재했었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WASD, 좌(발사), 우(견착 및 조준), 컨트롤(앉기)로 끝낼 키입력이 근접 공격, 여러 스킬들이 추가되니 최적화된 세팅을 찾기에 급급했습니다. 여러 가지 입력 키를 키보드에 배치하자니 왼손이 바빠지고 이를 대체할 마우스 추가 입력키가 환영받는 시대가 도래한 겁니다.

G402는 추가 입력키 8개를 지원하며 로지텍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키를 할당할 수 있어 추가키의 고민은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죠. 남는 마우스 버튼이 있다면 인성킬에 필요한 감정 표현을 넣을 수도 있고요.

여담으로 G402의 추가키로 게임 퍼포먼스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류제홍 선수가 있습니다. 변수가 넘쳐나는 극한 상황 속에서 침착하게 DPI 변경키를 활용하여 게임을 캐리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하는데, 마우스의 기능을 최대 활용하는 그의 플레이로 인해 G402는 곧 류제홍 마우스로 불리게 되었죠.

▲ 류 선수는 퓨전 엔진을 사용했죠, 근데 저는 이걸 써도 티어 변화가 없더라고요..

▲ 원하는 명령을 추가 키에 할당 해줍시다

▲ 순간적인 DPI 변경으로 강약중강약 패턴 시전




③ 센서빨 ㄴㄴ 그립빨 미만잡~


지금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제품은 최상위급 센서가 탑재된 마우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고를 보였습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상위 등급의 센서와 한없이 가벼운 타공 마우스가 등장하고 G402의 센서와 무게를 지적하는 유저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다수의 유저들이 G402를 호평하는 이유는 바로 손에 착 감기는 디자인 때문입니다.

크기는 높이 136mm, 너비 72mm로 손이 너무 작은 유저를 제외하곤, 호불호가 딱히 갈리지 않습니다. 특히 비대칭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더욱이 그렇고요. 알맞게 올라간 마우스 높이와 손에 딱 들어맞게 엉덩이 부분 디자인으로 팜, 클로, 핑거 어떠한 그립도 어울리며, 굴곡있는 왼쪽과 오른쪽 면에 엄지와 검지를 굉장히 편하게 파지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기자는 G402를 4년간 3개나 써봤고 가장 오랫동안, 진득하게 써본 마우스가 되었죠.

이 마우스를 사용하기 전 가장 걱정되었던 점은 딱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DPI 변경 버튼과 스나이퍼 버튼이 손가락과 간섭이 일어나지 않을까. 둘째, 더블클릭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셋째, 슬라이딩이 너무 강하지 않을까. 솔직하게 느낀 점을 말씀드릴게요. 4년간 이 마우스를 쓰면서 이런 불편함을 호소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정말로요.

▲ PC방용, 자택용, 사무실용 G402.. 그립감을 잃으면 안되니까요

먼저 DPI 변경 및 스나이퍼 버튼 간섭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실수로라도 눌러본 적이 없어요. 되려 마우스를 쓰면 쓸수록 측면의 고무 부분이 엄지 손가락에 맞게 파여서 나만의 마우스로 탄생되더라고요. 깔끔함을 추구하는 분이라면 오히려 이 부분이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겠군요.

제가 뽑기 운이 좋았던 걸까요. 오랜 기간 이 제품을 쓰는 동안 더블클릭 이슈는 발견되질 않았습니다. G402의 테프론피트는 위아래, 센서 주위로 붙어있고 슬라이딩 성향 꽤 강한 편인데, 브레이킹 성향의 마우스패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마우스가 날라다니는듯한 느낌을 쉽게 받죠. 마우스패드 선택에 신중을 가해야 합니다.

제품에 대해 정보를 얻고자 검색을 하던 와중 스킵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는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기자는 오버워치 기준 edpi 2400 저감도를 사용하는 유저인데 4년간 마우스를 써오며, 스킵은 경험해보질 못했습니다. 스킵 현상은 게임 승패에 영향을 주는 요소인데 미치지 않고서야 스킵 나는 마우스를 3개나 살 리 없는 거죠.

▲ 비대칭.. 좋아하세요?

다시 돌아와서, 위 제품 디자인에 대해 더 얘기해볼게요. G402는 G400s의 후속작이기도 하지만 완전하게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하며, 완벽한 비대칭 마우스로 거듭났습니다. 이 디자인은 G502와 함께 훗날 많은 비대칭 마우스의 근본이 되었죠.

우선 로지텍의 G502 프로테우스 코어가 G402와 흡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라푸, 판텍, 리줌, 심지어 레이저 마우스까지 추가 버튼 위치가 약간 다른 점을 빼면, 외관은 거의 똑같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정도면 타 업체도 G402 디자인을 인정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아무래도 센서 차이보다는 그립 차이에 대해 적응을 하기 위한 시간이 길기 때문에, 외형이 비슷하다면 마우스를 전향할 때 큰 메리트가 있죠.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여러분들 중 레이저의 바실리스크나 로지텍 G502를 쓰시는 유저분들이 여럿 있으실 텐데, 개인적으로 마우스의 그립 만족도에 대해 궁금하군요. 각자 생각하시는 본인 마우스의 그립감에 대해 댓글을 남겨주시는 건 어떨까요?

▲ 502 무선도 있는데.. 402 무선으로 좀 내주세요




■ 마우스 입문자는 물론 숙련자에게도 적합한 마우스


기사를 다 쓰고 나니 어딘가 모르게 G402에 대한 칭찬일색과 사심이 듬뿍 들어갔군요. 그러나 해당 제품은 높은 가성비와 판매 성적이 이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단기간 잠깐 제품을 써보고 작성한 '찍먹'식 리뷰가 아닌, 다년간 G402를 사용해 본 기자가 보장하기도 하고요.

높은 성능과 낮은 가격, 국내 정상급 선수의 선택, 많은 유저들의 선택 그리고 여러 업체의 디자인 벤치마킹은 곧 국내 인기 하드웨어 판매 사이트에서 로지텍 마우스 중 2위라는 기염을 토해냈고(1위는 G102), 이 점에서 로지텍 G402를 로지텍 마우스 레전드 3편으로 꼽았습니다.

2002년, 2006년, 2014년 로지텍 마우스 레전드 1,2,3편의 출시년도입니다. 1편과 2편의 마우스는 단종되어 이제는 구매할 방법 조차 없고 그 시대의 인기 게임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하며, 추억 속에 남아있을 뿐입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신기술이 등장했고, 비교적 최신 마우스라고 할 수 있는 G402도 세월 앞에서는 그저 초라해 갔죠.

그런 의미에서 다음 시간에는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유저와 프로들의 선택을 받고, 유선 마우스만 고집되던 E스포츠 프로씬을 흔든 장본인이자 무선 마우스계 혁신의 아이콘인 로지텍 G PRO Wireless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