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제 방식의 전투는 게이머 사이에서 꽤 호불호가 나뉜다. 침착하게 조합을 맞추고 전략을 세워 전투를 이끌어간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전투에 비하면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많은 개발사가 턴제 게임을 개발하면서 이러한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내 턴, 적 턴으로 번갈아 가면서 때리는 것이 아니라 속도 수치에 따라 턴을 더 빨리 돌아오게 한다거나 혹은 한 턴에 모든 캐릭터를 움직여 행동을 조직적으로 펼칠 수 있는 등의 시스템이 있다.

컴투스에서 출시한 '히어로즈 워: 카운터 어택(이하 히어로즈 워)'는 모바일 턴제 방식의 게임에서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독특한 시스템으로 변화를 준 게임이다. 기존 턴제 방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던 타일형 바닥을 없애고 배치를 자유롭게 하게끔 한 점이나 분노 스킬을 통한 전투 개입 방식 등 적의 턴에서도 무언가 할 수 있는 요소를 남겨 전투의 지루함을 덜어내고 전략 요소를 강화했다.


히어로즈 워의 전투 방식은 앞서 언급했듯 턴제로 이뤄진다. 캐릭터의 턴은 속도라는 능력치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되며, 속도가 높을수록 더 빠르게 턴을 가질 수 있다. 각 캐릭터는 턴마다 이동과 공격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턴제 게임과 달리 바닥에 타일이 없다.

대신 캐릭터마다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있으며, 그 범위 안에서라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동은 마치 MMORPG 게임들처럼 조이스틱을 조종해 움직일 수 있다. 공격 범위 역시 타일에 구속받지 않는다. 스킬에 따라 공격의 범위가 다르며, 적이 공격 범위 안에 있을 시 적을 터치해서 공격할 수 있다.

타일에 구속받지 않다 보니 맵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공격 범위 안에 적을 두고 때리게 되는데 흡사 턴제 게임의 전투보다는 MMORPG 전투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스킬은 단일기와 범위기로 나뉘는데, 범위기는 원뿔형과 원형, 직선형 등 범위의 형태가 제각각인지라 이를 잘 계산해서 캐릭터를 움직여야 한다.



또한, 넉백과 모으기, 홀딩 등의 스킬 효과를 적절하게 사용해 적의 진형을 내가 원하는 상황에 맞춰서 유도한 뒤, 강력한 범위 스킬로 일망타진하는 맛도 있었다. 전투 중 이동의 자유로움은 캐릭터 배치 구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타일에 캐릭터를 두는 것이 아니다 보니 적 진영을 제외한다면 맵 어디든 캐릭터를 배치해둘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도 결국 턴제로 펼쳐지다 보니 이동이 자유로울 뿐, 적의 턴에서 손 놓고 구경해야 한다는 점은 똑같다. 히어로즈 워의 전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분노 스킬이다. 캐릭터가 공격 혹은 피격을 당할 때마다 분노 게이지가 차오르게 되는데, 이를 소모해서 쓰는 일종의 필살기 개념이라 보면 된다.

분노 스킬의 가장 큰 특징은 내 턴 혹은 적의 턴 상관없이 아무 때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분노 게이지만 가득 차게 되면 이후부터는 전략적인 판단하에 쓸 수 있다. 분노 스킬이 가지는 장점은 단순히 적의 턴에서 스킬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캐릭터마다 분노 스킬의 효과가 다른데, 특정 분노 스킬은 적의 공격을 취소할 수 있다. 혹은 CC기를 걸어 적을 무력화시키거나 아니면 강력한 데미지로 적을 순식간에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




다양한 캐릭터의 스킬을 조합하기 위해선 해당 캐릭터들을 얻을 필요가 있다. 히어로즈 워에는 Z바이러스에 의해 변이한 돌연변이 집단인 '하츠'와 인간으로 구성된 '연합'이 있으며, 출시 기준으로 46개의 캐릭터가 존재한다.

수집형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 가챠가 히어로즈 워에는 없다. 모든 캐릭터는 1200 다이아를 주고 확정으로 계약해서 습득할 수 있으며, 이렇게 얻은 캐릭터는 영구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캐릭터에 별도의 등급이 존재하지 않는 점도 특이한 부분 중 하나다. 캐릭터의 스킬과 분노 스킬의 활용도에 따라 평가가 나뉠지언정 캐릭터의 등급에 따라 차별이 존재하진 않는다. 내가 원하는 캐릭터를 가지고 얼마든 강하게 성장 시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캐릭터의 성장 방향이 다양한 점도 이러한 부분에 힘을 실어준다. 단순히 질 좋은 장비를 장착하고 강화하는 것을 넘어 캐릭터의 스테이터스를 강화할 수 있으며, 용병단 레벨을 올려 용병 전체의 능력치를 상승시키거나 특정 직업군의 능력치를 강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캐릭터 카드와 분노 카드 역시 강화를 통해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거기에 한계돌파와 전용장비까지 합쳐진다면 적어도 할 게 없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등급과 가챠가 아예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캐릭터는 캐릭터 카드와 분노 카드를 1개씩 장착할 수 있는데, 바로 이 카드들에 등급이 매겨져 있고 이를 가챠로 획득하게 된다. 등급은 R부터 SR, SSR로 구분되며, SSR 캐릭터 카드를 장착할 경우 특수한 능력이 해금돼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정 캐릭터만 장착할 수 있는 캐릭터 카드와 달리 분노 카드는 캐릭터의 종류에 상관없이 장착할 수 있다. 분노 카드는 캐릭터에 패시브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전투 중 아군의 방어력을 몇 턴 동안 상승시켜주거나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보호막을 걸어줘 생존력을 끌어올려 주는 등의 효과를 가진다.




히어로즈 워는 전통적인 수집형 게임의 성장 방식을 따라가는 게임이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캐릭터의 육성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러한 점은 캐릭터 육성에 재미를 느끼는 게이머라면 상당히 반길만한 부분이다.

컴투스의 인기 IP인 서머너즈 워를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래픽과 게임 내의 콘셉에서 많은 차이가 존재하지만, 같은 회사에서 만든 게임이라 그런지 흡사한 부분이 많다.

조합을 맞추는 것도 확정으로 캐릭터를 얻을 수 있으니 충분한 시간만 갖는다면 무과금 유저라도 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조합에 맞는 캐릭터를 구매해서 육성하면 된다. 1200 다이아는 게임 내 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생각보다 쉽게 모을 수 있으며, 컴투스에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5개의 캐릭터 조합을 맞추는 것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턴제면서 MMORPG의 느낌을 가진 전투 방식은 확실히 기존의 턴제 게임에서 느낄 수 있었던 지루함이 적었다. 가장 큰 차이점을 하나 꼽아보자면, 보는 맛이 다르다. 게임의 그래픽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평범한 수준이지만, 부드러운 캐릭터 모션이나 스킬 효과와 연출이 괜찮아 전체적으로 타격감이 좋다고 느껴진다.

사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직접 조작하기보단 오토를 돌리는 일이 더 많은 편인데, 보는 맛이 좋다 보니 오토를 틀어놓고 가만히 보게 된다. 스토리나 게임 내 연출도 양산형 게임과 달리 탄탄한 편이며, 게임 속의 세계관을 충분히 알만한 정도의 볼륨을 갖추고 있다.


히어로즈 워에 대한 아쉬운 점도 있었다.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 보는 맛 좋은 전투와 깊이감 있는 캐릭터 육성을 갖추고 있지만 무언가 특출난다는 느낌을 주진 못했다. 참신한 전투 방식과 뛰어난 인트로 영상을 보여준 것에 비해 나머지 부분이 너무 수수하다고 느껴진달까.

육성 방식이 기존 서머너즈 워와 비슷한 방식인지라 오랫동안 캐릭터를 육성하며, 강력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괜찮다.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하고 조합을 맞추기 위해선 그만큼의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육성의 난이도가 높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기존 턴제 게임의 단점을 없애기 위한 많은 생각이 들어간 게임이었다. 전투의 재미만큼은 큰 이견이 없다. 직접 플레이할 때도 재미있었고 보는 맛 역시 상당했다. 육성이나 캐릭터 가챠에 대한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본다. MMORPG 느낌의 자유로운 턴제 게임과 깊이감 있는 육성을 체험하고 싶다면 한 번쯤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