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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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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송재경 대표 "아키에이지2, 게이머들과 설레는 모험 떠나고 싶다"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이제 겨우 30년 남짓 이어진 게임 산업. 짧다면 짧지만, 국내 게임 산업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1세대'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과 프로그래밍에서 기업 운영의 영역으로 전문 분야를 바꾸기엔 충분했다.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고, 또 누군가는 연간 수천억의 매출을 기록하는 대기업의 주인이 되었지만, 어쨌거나 '1세대'의 시기가 저물어간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까.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는 그런 면에서 다소 특이한 케이스다. 여전히 개발 1선에서 활약하는 몇 안되는 1세대 개발자 중에서도, 유독 굴곡진 필모그래피를 보여준다.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두 경쟁작의 원전 개발에 모두 참여했고, 이후 자신만의 기업인 '엑스엘게임즈'를 차려 '아키에이지'를 개발했다.

'문명 온라인'으로 응원과 쓴맛을 동시에 보기도 하고, '달빛조각사'로 실리와 비판을 동시에 얻기도 했다. 한 번의 걸음마다 극과 극을 오가는 예측불허의 행보. 송재경 대표는 늘 그랬다. 가끔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고꾸라지기도 하지만 그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이어왔다. 그런 그의 성향이 가장 진하게 녹아 있는 작품이 '아키에이지'일 것이다.

5번의 베타테스트 끝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아키에이지 이후 7년. 송재경 대표는 또 다시 도전의 출발선에 섰다. 도전 정신과 과감함이 빛났지만,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키에이지'의 후속작이자 PC MMORPG. '아키에이지2'가 그의 새로운 도전이다.

▲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Q. 참 놀라운 소식이다. 공교롭게도, 10년 전 아키에이지의 첫 CBT가 진행되기도 했다. 참 많은 질문이 있지만, 일단 먼저 지금 이 시점에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어떤 기분인지 들어보고 싶다.

2013년 초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아키에이지가 첫 선을 보인지도 7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5번의 CBT를 포함하면 정말 10년을 가득 채웠다. 당시로서는 '리니지'와 '와우'를 잇는 새로운 MMORPG의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고, 시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시장보다 북미와 유럽에서 전체 누적매출의 절반 이상이 나올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은 점은 나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산 MMORPG중 가장 높은 메타크리틱 점수를 받은 것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10년 전 아키에이지를 개발할 당시 욕심만 많아서 정제된 모습의 게임을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아 있다. 시장성과 작품성. 모든 부분에서 인정받는 멋진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머릿속을 멤돌고 있다.


Q. 그 10년 동안, 아키에이지 외에도 다른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 왜 다시 '아키에이지'인가?

그간 아키에이지를 서비스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아키에이지 고유의 장점과 재미는 유지하면서 아키에이지가 가진 한계로 인해 부족할 수밖에 없던 부분들은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고, 이 마음이 결국 아키에이지2의 개발 결정까지 이어졌다.

▲ 개발 소식과 함께 공개된 컨셉 아트(클릭시 확대)


Q.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PC 게임 개발이 드물 정도로 산업의 헤게모니가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갔다. 여느 대기업도 PC 온라인 게임 개발은 꺼리는 추세인데, 왜 다시 PC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것인가?

게이머의 수, 그리고 매출. 두 가지 지표에서 대세는 이미 모바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바일의 높은 접근성은 많은 게이머를 끌어올 수 있고, 개발사의 수익도 덩달아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게임플레이'의 측면에서, PC게임과 모바일 게임은 완전히 다른 장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PC MMORPG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요소는 독립되어 있고, 로망이 남아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많은 게이머들이 새로운 PC MMORPG를 갈망하고 있지만 이들의 욕구를 채워줄 만한 작품의 출시 일정이 한동안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PC MMORPG의 본질에 충실한 게임이라면, 다들 많이 플레이해주실 거라 생각한다.


Q. 지난 2018년 다시 아키에이지의 PD로 복귀한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업데이트를 이어가고 있다. 아키에이지의 서비스에서 어떤 부분이 좋았고, 또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듣고 싶다.

한동안 소위 '디렉션'만 하다가 라이브 운영에 다시 뛰어들면서 게이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좀 더 잘 알게 된 점이 가장 좋은 점인 것 같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아키에이지는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을 수 있어서 좋았고, 지역 별 게이머들의 문화와 생태를 알게 된 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게임을 오래 서비스하다 보니 본질적 흐름과 무관한 기능/게임요소들이 들어가고, PD 복귀 이후 지양하려고 노력했지만 매출을 위해 다소 억지스러운 과금요인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점. 그리고 그에 따라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의 간극이 커지고, 세력의 불균형 문제가 나타난 것 등은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 꾸준히 새로운 콘텐츠를 업데이트중인 아키에이지


Q. '아키에이지2'를 요약해서 설명해줄 수 있나? 이번 작품의 컨셉은 어떻게 되는가?

아키에이지의 장점을 물려받고, 부족한 점은 개선한 게임. 아키에이지와 같은 세계관에서 조금 더 지난 시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스토리 측면에서 물리는 부분은 없는 일종의 평행 우주다. 기본적으로 아키에이지2는 PC MMORPG의 문법을 충실히 따를 예정이며, 기존 아키에이지의 특징적 부분을 계승해 발전시킬 생각이다.

하우징, 해상전, 물리 시뮬레이션이 가미된 자동차, 배에 이르기까지, 아키에이지의 경험을 뛰어넘을 만한 다양한 요소들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설명을 드리긴 조금 이른 시점이 아닌가 싶다.


Q. 몇 년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본인의 생각을 고집하는 것보다 평범하더라도 대중적인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게임 개발 철학'이라는 측면에서, 본인이 10년 전과는 달라졌다고 생각하는가?

10년 전에는, 아니 최근까지도 '이런 것 있으면 멋지겠다', '폼 나겠다' 하는 생각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었다. 지금은 조금 달라지긴 했다. 전체적인 게임플레이에서 이 요소가 꼭 필요한지, 그리고 게이머들이 이를 즐겁게 받아들일지를 좀 더 고민하곤 한다. 생산자언어가 아닌, 소비자언어로 사고한다고 해야 할까?

▲ 2013년, 아키에이지 게임대상 수상 당시 송재경 대표


Q. 게임 산업이 커지고 산업 종사자가 늘어난 지금, 1세대 개발자로서 사실상 '업계 원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2년 전, 본인 스스로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송재경의 전성기를 볼 수 있는가?

내가 그런 말을 했었다니...

여전히 1세대 개발자니, 원로니 하는 말들은 어색하다. 그냥 현업 개발자 중 한 명이라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또 부끄럽다. 권위적 포지션에 신경 쓰지 않고 힘이 닿을 때까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새 게임을 만들고,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Q. '천재보다는 장인이 되고 싶다'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장인'은 어떤 사람이며, 장인이라 생각하는 개발자가 있다면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는가?

천재는 타고나는 사람. 그리고 장인은 타고나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노력을 통해 도달하는 경지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오랜 기간 노력해 실력을 쌓은 장인이 되고 싶기에 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장인이라 생각하는 개발자라면... 아마 훌륭한 게임을 만든 개발팀이라면 팀 마다 한두명 쯤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이제, 아키에이지2에 질문을 좀 집중해볼까 한다. 아키에이지2의 개발 스펙은 어떻게 되는가? 어떤 엔진을 사용했고, 개발 인원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언리얼엔진5를 통해 개발하고 있고, 40~50명 가량의 인원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개발 인원은 점차 늘려나갈 생각이며, 개발 기간은 아직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으나 기존 아키에이지보다는 짧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아키에이지를 상징하는 대표 키워드는 '자유'였다. 아키에이지2의 대표 키워드는 무엇인가?

'자유도'는 아키에이지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뗄 수 없는 상징과 같다. 아키에이지2에서도 샌드박스 MMORPG의 맥을 이어갈 생각이지만, 단순히 이것 저것 다 할 수 있는 것이 '높은 자유도', 그리고 '재미있는 게임플레이'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다. 실제로 게이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더 고심하고 정제되었으면서도 핵심적인 콘텐츠에 집중해 개발하려 한다.


Q. 아키에이지는 전민희 작가의 탄탄한 시나리오로도 주목받은 바 있다. 아키에이지2에서도 전민희 작가가 세계관 구성에 참여하는가?

그렇다. 아키에이지2는 아키에이지와 세계관을 공유하며, 전민희 작가와 각종 스토리, 퀘스트, 세계관 구성을 함께 해나갈 예정이다.

▲ 전민희 작가도 여전히 함께한다


Q. 아키에이지는 서비스 초기부터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볼륨의 게임이었다. 물론, 그 때문에 엄청나게 긴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아키에이지2의 게임 볼륨은 어느 정도로 상정하고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10년 전에는 욕심이 많았다. 모든 게이머를 다 만족시키고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개발 기간이 늘어지고, 라이브 개발의 복잡성도 늘어났으며, 이런 것들이 쌓여 여러모로 힘든 상황을 자주 만들었다. 열심히 만들었음에도 외면받는 콘텐츠도 한둘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게이머들이 원하는 건 무수히 많은 볼륨과 양적 콘텐츠가 아닌, 하나하나 꽉 찬 밀도와 완성도를 지닌 콘텐츠가 아닐까?' 수평으로 나열된 방만한 숫자의 콘텐츠보다 핵심적인 내용에 집중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키에이지의 팬이라면 그 풍부한 볼륨의 매력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의 볼륨은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Q. 아키에이지를 플레이한 게이머로서, 자유로웠던 플레이 경험은 다른 어떤 게임과 비교해도 독보적인 매력이 있었다. 아키에이지2는 게이머들에게 어떤 게임으로 남길 바라는가?

아키에이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랑받은 게임이며, 이후 출시된 게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키에이지2 또한, 새로운 MMORPG의 기준을 제시하고 글로벌 단에서 인정받는 게임이 되길 바라면서, 동시에 아키에이지를 뛰어넘을 작품이 되길 바라고 있다. 뭐... 욕심을 좀 부린다면 GOTY 몇 개 받으면 좋을 것 같다.


Q. 아직 아키에이지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 적지 않은데, 아키에이지2 개발 소식으로 인해 혼란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아키에이지의 운영은 어떻게 되는가?

아키에이지 게이머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아키에이지는 다른 것과 무관하게 매월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도 각성 레이드 업데이트를 진행했고, 이번 겨울에 큰 볼륨의 업데이트를 적용하기 위한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 현재도 매월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다.


Q. 아직 시기상 많은 정보를 공개하기는 힘들 거란 건 짐작하고 있다. 언제쯤이면 아키에이지2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선 한창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상황이며, 주요 기능을 논의하고 기본 플레이를 테스트하는 중이다. 아마 내년 상반기쯤 되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Q. 아키에이지를 플레이했던 많은 게이머들이 아직 그 경험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엑스엘게임즈가 그리는 최선의 그림은 이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일 텐데, 아키에이지의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그간 아키에이지를 플레이해주셨던 분들, 사랑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그분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고, 엑스엘게임즈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여러분들과 가슴 설레는 모험을 떠나고 싶다. 머지 않은 시기에 다시 찾아 뵙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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