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이 입을 모아 '진짜 천재'라 부르는 남자, 그리고 그 '천재'라는 단어가 자신을 대표하는 닉네임이 된 남자가 있습니다.

온게임넷 스타리그 최초의 3회 우승 달성. 그로 인한 첫번째 골든 마우스 수상자로 명예의 전당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남자는 2012년, 삶의 일부와도 같은 스타크래프트 판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먼저 은퇴한 프로게이머 후배들처럼 인터넷 개인방송도 해봤습니다. 자신을 추억하는 팬들 덕에 외롭진 않았지만, 그의 가슴 한 켠엔 프로게이머 시절부터 막연하게나마 그려왔던 새로운 꿈이 끊임없이 고동쳤습니다. 게임 실력만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던 그 시절처럼, 자신이 직접 제작한 게임으로 다시 한 번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남자는 이제, 한 게임사의 대표로 제 2의 인생을 그리고 있습니다.

천재 테란 이윤열.
아니, 대구의 게임 스타트업 '나다디지탈'의 이윤열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남은 열정을 쏟아부어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윤열 대표는 지난 2017년 엔젤게임즈에 입사, '프로젝트 랜타디'의 개발에 참여하면서 게임 개발자로서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외부 선입견은 물론, 스스로도 아직 회사 업무에 대해 익숙지 않아 어려움 많았다는 게 이윤열 대표의 설명입니다.

게임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더 쌓을 수도 있었지만, 이윤열 대표는 '프로젝트 랜타디'가 출시된 후 망설임 없이 회사를 뛰쳐나와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개발 방향성을 제시하고 결정권을 가진 대표나 PD가 아닌 일반 개발자로서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최고의 프로게이머, 그리고 지금은 대구의 작은 게임사 대표로 불철주야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이윤열 대표. 질문할 게 참 많았습니다.

▲ 나다디지탈 이윤열 대표


■ 前 프로게이머 現 게임사 대표 '이윤열'

Q. 얼마 전까지 엔젤게임즈 '프로젝트 랜타디'의 개발 및 사업 기획에 참여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돌연 지난 4월, 게임사 나다디지탈을 설립하셨죠.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은퇴 후 개인 방송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과는 다소 다른 행보입니다. 게임사를 설립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아실 테지만 저도 개인 방송을 하긴 했습니다. 프로게이머로서의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게 개인 방송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전 프로게이머로서의 경력 이상의 꿈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었죠.

엔젤게임의 '프로젝트 랜타디'는 그 꿈의 첫걸음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았죠. 처음에 구상한 모바일 게임으로서의 런칭은 결국 못 했으니까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내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려면 개발자로 참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표나 PD가 되어야겠구나 하고요. 그렇게 나다디지탈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 게임 개발자로서 첫 작품이었던 '프로젝트 랜타디'


Q. 창업이라는 게 사실 하루이틀 생각하고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언제부터 게임사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 한 10년 정도 됐을까요. 예전부터 사업에 대해 고민하면서 게임사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곤 했었어요. 스타크래프트를 은퇴한 후에는 인하대에 복학해 창업동아리에 가입하고 활동했을 정도였죠. 그리고 가끔 강연을 나갈 때도 그런 주제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기업가 정신이라거나 도전정신 분야에 대한 강연을 하다 보니 더 사업에 대한 열망이 끓어올랐죠. 그렇게 여러 준비를 끝마치고 올해 4월 실행해 옮겼습니다.


Q. 프로게이머와 개발자, 그리고 게임사 대표. 뭉뚱그리자면 전부 게임과 연관이 있지만, 조그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업무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게 전혀 다르죠. 오랫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셨는데 이런 바뀐 생활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요?

= 쉽지는 않았어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프로게이머나 개인 방송은 회사에서 업무를 보는 것과 비교해 자율성이 크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업무 흐름이 딱 정해지지 않은 편이었죠. 오늘은 좀 피곤한데 이 정도만 할까 하면서 누워서 책도 보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하고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회사는 그렇지 않죠.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부분에서 업무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그래도 아메리카노 섭취량이 하루가 다르게 느는 만큼 변하긴 하더라고요(웃음).

"이젠 대표 일도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Q. 그러고 보니 전회사인 엔젤게임즈의 박지훈 대표님과 약간 커리어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전직 길드워 프로게이머셨고 이후 KOG에 입사하신 후 엔젤게임즈를 설립하셨죠. 어느 정도 배운 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렇죠. 사실 박지훈 대표님과는 예전 아주부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그때부터 게임사를 같이 해보자고 서로 제안했을 정도죠. 서로의 장르를 먼저 만들자고 해서 의견 충돌도 자주 일어났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그때는 그런 제안으로 끝났지만, 군대를 다녀오면서 좀 상황이 바뀌었어요. 엔젤게임즈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성장시켰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 대단한 형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지금도 정말 자신의 게임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모습, 그리고 업무에 정말 열정적인 부분을 보면 제가 아직 배워야 할 게 훨씬 많구나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Q. '프로젝트 랜타디' 개발에 참여했을 때부터 그런 시선을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前 프로게이머가 게임 개발을 해봤자 얼마나 잘 만들겠어' 하고요. 이런 선입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 그런 선입견은 사실 당연히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근데 전 그런 부분에 대해서 크게 흔들리진 않았어요. 오히려 그런 부정적인 의견, 시선조차도 제가 꿈을 좇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움츠러들기보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다만, 아직까지는 결과물로 그런 걸 증명하진 못한 것 같아요. '프로젝트 랜타디'는 게임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와 방식 등을 기획하는데 정말 많은 관여를 했지만, 결국 PD가 되지 못해서 정말 제가 원하는 게임은 되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나다디지탈에서 만드는 게임을 통해서 그런 선입견을 벗어나고 저 자신의 실력을 검증해 보고 싶습니다.


Q. 10년 전 '올드(게이머)는 진짜 안 될까?' 라는 물음을 던지신 적이 있습니다. 前 프로게이머, 現 게임사 대표로서 이윤열 대표가 내린 답은 뭔가요. 현재 게임사 대표라는 위치가 그 답이 아닐까 싶은데요.

= 꿈을 좇는 열정이 그 답이라고 생각해요. 전 지금도 올드 게이머로서 프로 리그에 나가는 게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열정이라는 게 영원히 계속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시절을 되돌아보면 정말 쉼 없이 달려왔구나 싶어요. 그때는 비시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쉬지 못하고 계속 뛰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더 지쳤던 것 같아요. 열정이라는 게 선수 시절에도 식을 때가 있고 쉬어야 할 때가 있는데 식은 열정을 억지로 다시 끌어올리고 나면 다시 힘을 내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냥 다 제쳐놓고 쉬고 싶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습량도 떨어지고 기량도 떨어져서 결국은 열정이 높은 신인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어요. 근데 그건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결국, 그 열정을 얼마나 더 오랫동안 유지하느냐가 관건인 거죠.

그런데 전 게임사 대표라는 입장을 놓고 보면 신입이잖아요? 지금은 제가 만든 게임을 성공하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해요. 힘들지도 않고요.

▲ 이미지 출처: 아프리카TV ASL 공식방송


Q. 前 프로게이머라고 했지만 작년까지도 아프리카 스타리그(이하 ASL)에 참가하셨죠. 여전히 훌륭한 기량을 뽐내시기도 했고요. 다시 프로게이머로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 당분간은 없어요. 아직은 게임사에 오롯이 힘을 쏟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래도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스타크래프트인 만큼, 한 3~4년 정도 시간이 흐르고 시니어 리그가 열린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건 있어요. 물론, 어디까지나 만약이에요. 지금은 프로게이머가 아닌 그간 꿈꿔온 제가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을 하고 싶거든요.



■ 나다디지탈의 신작 '마피아 3D'


Q.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나다디지탈의 신작 '마피아 3D'에 대해 얘기해보죠. '마피아 3D'의 매력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마피아 3D'는 마피아 오리지널 모드를 캐주얼 3D로 만든 게임입니다. 스트레스가 적고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 좋은 모바일 게임이죠. 좀 더 쉽게 말하자면 화장실에서 한 게임하고 자기 전에 몇 번 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에요. 짧지만 할 때마다 플레이어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고자 하고 있습니다.


Q. 앞서 '프로젝트 랜타디'를 개발할 때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마피아 3D'는 대표님인 100% 관여하고 있는 타이틀이라고 봐도 될까요?

= '마피아 3D'는 100% 제 주도로 진행되고 있고 현재도 그래픽, 프로그램, 기획, 마케팅 전 분야를 관리하고 같이 이야기해서 결정하고 있습니다. 기획 외에도 캐릭터 생김새나 배경, 맵, 밸런스, 멀티플레이, BM, 마케팅까지 제 자식처럼 생각하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사실 게임 개발사를 차렸다고 했을 때 전략이나 '프로젝트 랜타디'처럼 유즈맵으로 인기를 끈 장르를 개발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워낙 대표님한테 익숙할테니까요. 그런데도 마피아 게임을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 친숙하다는 점이 끌렸던 것 같아요. 제가 군대에 좀 늦게 갔잖아요? 다른 훈련병들과 비교해서 나이가 좀 있었는데 일과 후 잠시 쉬는 시간에 다 같이 마피아 게임을 즐기곤 했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정도로 대중적인 장르의 게임이란 거죠. 그러다가 모바일 마피아 게임을 접했는데 정말 재밌던 것과는 별개로 2D는 있었는데 3D는 없었어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죠. 어? 3D로 만든다면 이거 꽤 먹히는 거 아니야? 하고요. 그래서 '마피아 3D'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Q. 마피아 게임이라고 하니 혹시 '어몽어스'는 해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나다디지탈의 '마피아 3D'와 비교하신다면?

= 4월에 '마피아 3D' 개발을 시작하면서 '어몽어스'라는 게임이 인기가 있게 된 과정을 쭉 지켜봤습니다. 아, 오해를 하실까 봐 덧붙이는데 해보진 않았습니다. '어몽어스'를 하면 저도 모르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결론을 내리자면 '어몽어스'는 제가 추구하는 방향의 마피아 게임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개발 중인 '마피아 3D'는 오리지널 마피아 장르로 채팅을 통해 심리전을 추구하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풀 3D 게임이어서 자신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선 질문에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몽어스'가 현재 마피아 게임 장르를 꽉 잡고 있는 상태입니다. '어몽어스'에는 없는 명확한 차별점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2D와 풀 3D라는 부분에서 우선 명확한 차이가 있고 게임 내적으로도 이펙트나 감정표현 등 '어몽어스'와는 명확히 다른 차별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마피아 게임이어서 같은 장르로 묶이고 비교될 수 있지만, 사실 같은 장르인데도 개성이 다른 게임은 많잖아요? '마피아 3D'와 '어몽어스'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크게 걱정하진 않습니다.



Q. 현재 개발 진척 상황과 대략적인 출시일은 언제쯤인가요.

= 현재 비공개 CBT를 진행하고 있고 16일부터 사전예약을 진행, 22일 출시 예정입니다.


Q. 주변 스타트업 개발사를 보면 명확한 자기만의 색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죠. 나다디지탈의 색은 뭔가요.

= 게임성입니다. 무엇보다 심플하면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오늘 한게임 해보고 내일 지우는 게임이 아닌, 오늘 설치했지만 1년, 2년 뒤에도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목표입니다.


Q. 끝으로 프로게이머 이윤열이 아닌, 나다디지탈의 대표 이윤열로서의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나다디지탈은 게임회사를 넘어 다양한 사업을 도전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고요. 프로게이머가 아닌 게임사 대표 이윤열의 도전을 앞으로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