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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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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 이후] '나' 자신을 넘어선 담원 ‘너구리'

장민영 기자 (Irro@inven.co.kr)

'너구리' 장하권 선수까지 중국으로 향하면서 LCK를 대표하는 담원 게이밍의 월드 챔피언십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합니다. LCK의 상위권 팀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낸 담원이기에 이번 롤드컵에서 LCK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데요.

여름의 담원은 막강했지만, 그 이전까지 담원이 LCK 1번 시드가 될 거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스프링 스플릿을 4위로 마무리했고, 미드 시즌 컵(MSC)에서도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팀이었기 때문이죠. 타지역 1번 시드 팀들처럼 눈에 띄는 행보를 걸어오지 못했고요.

그럼에도 당시 담원은 더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팀이었습니다. 특히, '너구리'는 깊이 있는 고민을 이야기해 많은 이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겼죠. 프로게이머로서 '너구리'가 승리와 성장을 얼마나 절실히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답니다. '너구리'는 LCK 스프링 PO에서 공격적인 스타일로 승리도 이끌어봤기에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너구리' 본인은 '나름'이라는 평가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스타일과 기량을 향한 철저한 의심과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죠.

인상은 단순한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구리'는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였답니다. 그 결과를 본인의 손으로 이뤄내기도 했고요. LCK 첫 우승, 결승전 MVP 수상이라는 가장 확실한 타이틀과 함께, 고질적인 문제였던 고립 데스도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말이죠. 언 3개월간 진행된 LCK 섬머 스플릿에서 이 정도 발전을 이룩한 선수와 팀이라면, "롤드컵에서도"라는 기대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연관기사 : [인터뷰] 앞만 보고 달려왔던 '너구리', 잠시 뒤를 돌아보며



■ '결승 진출'이 '너구리'에게 준 남다른 의미


LCK 섬머 결승전에서 3:0이라는 스코어로 일방적인 우승을 한 담원 게이밍에게 긴장이라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담원은 스프링 PO 경기에서 강 팀을 만나면 긴장했고, '멘탈'이 나갔다고 말할 정도로 경기 내에서도 흔들렸던 시절도 있었다고 합니다. '너구리'는 "아직 큰 무대의 경험이 부족하다. 특히, 결승이라는 무대에 한 번도 서보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섬머 스플릿은 결승 진출이 목표다. 결승에만 진출한다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긴 바 있었죠.

LCK 승격 이후 PO에 모두 진출했던 팀, 롤드컵 경험이 있는 담원에게도 결승이라는 무대는 또 다른 관문이었나 봅니다. 특히, '너구리'는 LCK 오프닝 영상을 비롯해 각종 인터뷰에서 결승 진출이 목표라는 말을 했는데요. 이 말처럼 결승에 진출하자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너구리'의 모습이 드러나게 됐죠.


결승전 첫 세트의 탱커 오른 선택부터 이를 잘 보여줬습니다. 평소 공격적인 '칼챔'으로 승리를 이어온 '너구리'에겐 파격적인 선택처럼 보였죠. 그렇지만 탱커를 플레이하더라도 '너구리' 본연의 공격성은 살아있었답니다. 이는 첫 드래곤 한타 장면부터 잘 드러났는데요. '도란' 최현준의 레넥톤이 오른의 궁극기를 CC기로 끊을 수도 있는 상황. 그렇지만 "하루 절반 이상을 탱커 연습에 투자했다"며 철저하게 준비된 '너구리'의 오른은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먼저 교전을 열고 레넥톤의 바로 앞에서 궁극기를 적중하며 한타를 승리로 이끌었죠. 가장 중요한 궁극기가 끊길지 말지 모르는 찰나의 순간, 결승 무대에 올라선 '너구리' 특유의 공격성과 두둑한 배짱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알렸답니다.

결승 마지막 경기에서 레넥톤 플레이로 결승 MVP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는데요. 상대 정글로 들어가 DRX 정글러 '표식' 홍창현을 홀로 끊어내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전까지 '너구리'는 강한 라인전과 솔로 킬, 사이드 스플릿만 떠오르는 전형적인 탑 라이너였다면, 이제는 팀에게 확실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고 있었습니다. 이는 섬머 정규 스플릿에서 적극적으로 로밍을 다니는 플레이를 통해 알 수 있었죠. 아프리카 프릭스전에서 '기인'과 애매한 라인전 대결을 벌이기보다 카밀-오공을 활용한 로밍으로 게임을 풀어가는, 이전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무력으로 해결해보려는 '너구리'와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올여름은 이렇듯 달라진 '너구리'의 팀적인 활약이 쌓인 시기였는데요. 가을 롤드컵에서는 어떻게 그 기량이 만개할까요.


▲ 아프리카전 '너구리' 기습 로밍과 정규 스플릿 기록



■ 자신의 공격성에 관한 의문과 극복


스프링 스플릿이 끝난 후 진행한 '너구리'의 인터뷰 중 가장 의외의 답변은 "내 스타일의 정체성을 모르겠다. 공격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LCK를 대표하는 공격적인 탑 라이너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너구리' 본인은 그 고민에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죠. 지금이야 섬머 스플릿부터 결승전까지 팀적으로 해결책을 찾은 '너구리'지만, 해답을 찾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다고 하네요.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역시 '고립 데스'였는데요. 홀로 라인을 밀다가 잘리는 고립 데스가 쌓이면서 과감한 플레이를 시도하기 힘들어졌고, '팀에 도움이 안 된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공격적인 스타일은 고립 데스라는 지표를 줄이면서 팀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때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죠.

'너구리'의 이런 고민의 결과는 섬머 스플릿에서 지표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스프링에서 고립 데스 18회로 1위를 기록한 '너구리'가 섬머에서 11회로 공동 6위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최저 고립 데스까진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고립 데스 통계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던 '너구리'에겐 변화를 상징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적은 데스 없이 완성하기 힘든 KDA 1위(탑 라이너 기준)라는 기록까지 달성했답니다. 스프링 당시 KDA 2.4에 8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개인 기록 면에서도 안정감이 더 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죠.


이렇듯 안정감까지 갖춰가는 '너구리'에게 공격성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탱커 중심의 메타가 탑 라인에 다시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유럽 LEC, 오른-볼리베어를 꾸준히 기용한 중국 LPL까지 다시 든든한 '국밥' 챔피언을 찾는 추세가 보였죠. 게다가, 작년 롤드컵에서 탑 라인을 무력으로 지배하며 4강까지 올랐던 '더샤이-칸'마저 롤드컵 선발전에서 탈락했고, LCK의 '솔킬 머신'으로 불리는 '칸나' 김창동의 경기마저 볼 수 없게 된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탑 라인에서 딜러를 찾기 힘들어진 시기에 '너구리'는 당당하게 "'칼챔'으로 월드 챔피언십의 '방패'를 뚫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결승전 MVP이자, LCK 1번 시드 탑 라이너다운 답변이었습니다. 타지역의 탑 메타가 탱커 중심으로 바뀔 때, 공격성이 뛰어난 탑 라이너가 활동하는 LCK는 여전히 '칼'을 뽑는 흐름이 이어졌기도 했으니까요. 그만큼 공격적인 스타일의 완성도를 높여왔기에 그런 '너구리'의 각오가 나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실제로 '너구리'는 올여름 제이스로 섬머 전승을 기록했고, 말리고 시작하더라도 딜량 1위는 가볍게 찍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제이스로 대표적인 탱커 챔피언인 오른을 상대로 할 만하다는 답변을 남긴 적이 있는 만큼 '너구리'의 '칼' 끝은 여전히 예리할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너구리' LCK 섬머 정규 스플릿 지표

(모스트1)제이스 8회 승률 100% - KDA 6.5
(모스트2)카밀 8회 승률 85.7% - KDA 6.1

레넥톤 6회 승률 100% - KDA 9.7
케넨 5회 승률 100% - KDA 7.8
PO 픽 / 오른 1회 승리 - KDA 2/0/5

'줌' LPL 섬머 정규 스플릿 모스트 및 탱커 지표

(모스트1)볼리베어 11회 승률 63% - KDA 4.7
(모스트2)오른 9회 승률 88.9% - KDA 5.3

말파이트 1회 승리 - KDA 5.5
마오카이 1회 승리 - KDA 11
PO 픽 / 카밀 2회 승리 - KDA 4.2



흥미롭게도 '너구리'의 첫 상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JDG '줌'과 대결입니다. '너구리'가 LCK 상징인 '창'의 대명사라면, '줌'은 '방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역의 메타를 이끈 모스트 픽을 보면, '모순'이라는 말의 표현이 정확히 떠오릅니다. 물론, 지역 리그 PO에서 '너구리'가 오른으로, '줌'이 카밀이라는 이전과 다른 선택으로 맹활약한 경우도 있기도 합니다. 각 스타일상 최고의 평가를 받는 상대를 만났을 때, 두 선수의 선택부터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지역의 창과 방패가 더 우수한지 평가해볼 만한, 탑 라인 선봉장의 기세 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 개막전 대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너구리'와 담원은 LCK에서 놀라운 돌풍을 일으키며 1위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너구리' 역시 기록적으로나 플레이 면에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죠. 롤드컵으로 향하는 지금, '너구리' 선수의 건강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긴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온 것처럼 해외 생활과 롤드컵 무대의 압박을 이겨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결승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내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우승까지 이뤄낸 '너구리'이기에 그가 설정한 다음 목표에도 힘이 실립니다.



이미지 출처 : 라이엇 공식 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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