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LoL 월드 챔피언십 공식 주제곡과 그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제목은 예전부터 알려졌던 것처럼 'Take Over'였다. 극복이라는 뜻인데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가 이를 잘 표현해준다. 주인공이 '페이커' 이상혁을 만나 가상세계로 들어가고 그 속에서 역대 롤드컵 우승자들을 하나씩 상대하면서 이를 극복해나가는 스토리다. 예능 '나 혼자 산다'의 고정 멤버로 활약 중인 방송인 헨리가 중국어 래핑 파트를 담당했다는 점이 신기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롤드컵이라는 대회 자체가 전 세계 수많은 팬의 이목을 끄는지라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Take Over'의 뮤직비디오는 업로드 11시간 만에 조회수 331만 회를 기록했다. 물론, 음악과 뮤직비디오에 대한 팬들의 호불호가 심해 이번 영상이 훗날 재평가받을 것인지 아니면 계속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갈지 기대된다.

라이엇게임즈에서 롤드컵을 위한 영상을 제대로 만든 건 2013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영상의 제목은 'Road to the Cup'이었다. 2D 애니메이션 풍으로 제작된 영상이었는데 출전하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직접 대회장에서 주력 챔피언의 스킬들을 난사하는, 지금 보면 다소 우스꽝스러운 영상이었다.


2014년에는 '상상용' 형님들, 이매진 드래곤스가 부른 'Warriors'가 롤드컵 주제곡이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참여했다는 소식에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이 열광했고 이들은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던 2014 롤드컵 결승 무대에 올라 기가 막힌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갔던 롤드컵 결승 무대였는데 마치 이매진 드래곤스의 콘서트에 다녀온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2015 롤드컵을 앞두고 라이엇게임즈는 공식 주제곡만 공개하는 변수를 뒀다. 곡의 제목은 'Worlds Collide'였다. 노래가 담긴 영상은 뮤직비디오라기보다는 대회가 열리는 유럽 도시들의 랜드마크들이 번갈아 나오는 정도로 꾸며졌다. 지금까지도 2015년 롤드컵 주제곡이 무엇이었는지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팬들이 있을 정도로 크게 유명하지 않은 곡이기도 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이 곡을 부른 가수 니키 테일러가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유튜브 채널의 해당 영상에 직접 감사 댓글을 달았다는 점.


2016년은 롤드컵 주제곡으로 EDM이 등장했던 파격적인 해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 내 챔피언과 동명이인인 제드(Zedd)가 참여한 'Ignite'였다. 2015년에 한 번 걸렀던 뮤직비디오가 다시 제작됐고 2013년처럼 2D 풍이었다. 그간 열렸던 롤드컵 내 명장면들이 회자되도록 하는 뮤직비디오라 의미가 컸다. EDM이라는 장르가 주류는 아니었던 만큼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아티스트 제드의 이름을 이미 알던 사람들은 곧장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 이 노래를 집어넣었을지도.


2017년 롤드컵 주제곡에 대해 말하려면 먼저 한 사람을 언급해야만 할 것 같다. 당시 롤드컵 우승컵의 주인공이자 곡 제목 'Legends Never Die'의 현신이 된 '앰비션' 강찬용이다. 다시 돌아와서, 노래 제목은 아예 작정하고 지은 게 아닌가 싶다. 한때를 풍미했던 선수가 부진을 겪다가 화려한 부활을 알리면 언제라도 쓰일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노래가 서정적이면서도 웅장해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부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들만 등장한 몇 안 되는 영상이기도 하다.


전설은 죽지 않는다는 표현의 주인공이 된 '앰비션'의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2018년 롤드컵 주제곡 제목은 'Rise'다. 노래보다 더 화제를 모았던 뮤직비디오는 '앰비션'이 전 세계 강호들을 차례로 꺾으면서 결국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스토리다. 특정 선수를 주인공으로 삼은 건 이전에도 있었지만, 누가 봐도 그 캐릭터가 그 선수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건 최초였다. 그동안 뮤직비디오 내 캐릭터들의 얼굴을 가리거나 모호하게 표현했던 것과는 확실한 차별점이었다.


2019 롤드컵 주제곡 'Phoenix'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실제 선수들이 처음으로 출연했다. 라이엇게임즈의 뮤직비디오에서 실사를 보게 되어 기분이 색달랐던 기억이 있다. 스토리는 'Warriors'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들과 비슷한 구도였다. 선수들이 자신에게 닥친 역경과 맞서 싸우다가 끝내 극복하는 모습이 담겼다. 노래 제목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줬고 영상은 팬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다만, 음악이 기존 것들보다 웅장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리기도 했다.


번외로, 라이엇게임즈에서는 몇 번을 제외하곤 롤드컵 오케스트라 테마곡을 공개했다. 보통 롤드컵 기간 중 리그 오브 레전드 클라이언트 로그인 화면의 BGM으로 깔리는 음악이다. 가장 화제를 모았던 건 2019년이었다. 라이엇게임즈에서는 최초로 오케스트라 테마곡 영상을 뮤직비디오처럼 만들고 여기에 많은 의미를 담았다. 'Ignite' 뮤직비디오처럼 그동안 롤드컵을 수놓았던 명장면들을 3D 모델링화해서 롤드컵 우승 트로피인 소환사의 컵 등장 장면에 엮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웅장하고 멋스러운 오케스트라 연주가 돋보이는 음악도 주목받았는데 여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해당 음악의 후렴구에 해당하는 대목은 2013 롤드컵 당시 공개됐던 오케스트라 테마곡과 같으며 이는 거의 매년 활용됐다. '빰~빰~~ 빰빰빰 빰~ 빠빠빰~~' 이 부분이다. 라이엇게임즈는 해마다 같은 음악을 조금씩 변형해서 오케스트라 테마곡으로 활용 중이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오케스트라 테마곡이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