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혜성처럼 등장한 인디 게임 '배스천'을 기억하시나요? 7명의 소규모 인디 팀이 만든 쿼터뷰 액션 게임은 대박을 터트리며, 2015년 1월 기준 3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 게이머에게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이름을 각인시켰습니다.

이후 트랜지스터와 파이어를 연이어 출시하며 특색있는 일러스트와 몽환적인 그래픽, 게임 속 캐릭터의 내레이션 등 본인들의 색이 듬뿍 담긴 독창적인 게임 개발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게임의 일러스트, 그래픽만 봐도 "아,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에서 만든 게임이구나" 할 정도로요.

'하데스'는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최신작으로 2018년, 에픽게임즈에서 얼리엑세스로 출시된 후 약 2년간의 담금질 끝에 지난 9월 17일 정식 출시된 로그라이트 액션 게임입니다. 정식 버전은 하데스의 스토리 라인이 모두 완성되었으며, 등장인물 30명의 풀보이스 더빙과 신규 무기, 보스전, 업적 등이 추가되었죠.

하데스는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모든 노하우가 집약된 게임입니다. 배스천에서 선보인 쿼터뷰 시점의 빠른 액션, 트랜지스터 특유의 깊이감 있는 분위기와 레벨 디자인, 파이어의 캐릭터 중심 스토리텔링 등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모든 부분이 하데스에 녹아들었습니다. 좋은 것만 쏙쏙 뽑아 만들어서 그럴까요. 메타스코어 92점, 유저 평점 9.1에 스팀 기준 27,700개 이상의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등 게이머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한편, 스토리텔링 위주의 개발사가 왜 로그라이트로 게임을 개발했는지에 대한 의문점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로그라이트 게임은 개연성을 위해 스토리를 살짝만 첨가할 뿐, 메인은 어디까지나 랜덤성과 액션에 집중해왔습니다. 스토리텔링이 강점인 개발사의 특징과 그리 적합한 장르가 아닌 셈이죠. 슈퍼자이언트 게임즈가 만든 로그라이트 게임은 무언가 다른 걸까요?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이토록 게이머들 매료시켰던 걸까요.

▲ 자그레우스의 두근두근 명도 탐험기 시작합니다


스토리텔링형 로그라이트
잘 만든 스토리 게임이자 로그라이트 게임

여기 한 용사가 있습니다. 왜 용사인지, 어떻게 용사가 됐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갑자기 세계가 위험에 빠지고 사람들은 어서 마왕을 쓰러트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용사는 죽어도 계속 살아나네요. 싸우고 죽고 싸우고 죽고를 반복하며, 용사는 강해지지만, 딱히 뭐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그냥 마왕을 쓰러트릴 뿐이죠.

대부분의 로그라이트 게임 스토리는 이런 느낌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에서 스토리의 비중이 아주 적은 편이죠. 주인공에게 약간의 개연성을 부여해 싸움의 목적과 그 대상을 짚어줄 뿐입니다. 간혹 스토리에 어느 정도 비중을 줬다는 게임도 뒷배경을 추가했을 뿐, 스토리텔링 위주의 게임처럼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특별한 이야기가 등장하거나 연출이 달라지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웠습니다.

이게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로그라이트는 스토리를 기대하면서 즐기는 게임이라 보긴 어렵거든요. 캐릭터가 죽으면 지닌 장비가 초기화되고 스테이지가 계속 랜덤으로 이뤄지니 정상적인 방법으론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디아블로의 하드모드같달까요. 죽으면 캐릭터가 초기화되는데 스토리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따라서 대부분의 로그라이트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기보단 액션과 아이템의 가짓수를 늘리고 맵을 다양화하는 등의 랜덤성에 집중해왔습니다.

▲ 부모자식 사이는 신이라고 해서 다를게 없네요

하데스는 반대로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로그라이트 게임입니다. 파이어에서 선보였던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게임에 전반적으로 녹아있으며, 주인공 '자그레우스'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임명과 주인공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하데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워낙 다양한 대중문화에서 다룬 신화이기에 제우스가 최고신이고 하데스가 명도의 신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설정만 알아도 게임을 즐기는 데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게임명이 하데스라 당연히 주인공이 하데스일 줄 알았는데, 앞서 언급했듯 이 게임의 주인공은 하데스의 아들인 자그레우스입니다. 자그레우스는 실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으로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알려져 있죠. 참고로 게임 속 자그레우스는 신화 속 모습 그대로를 따오진 않았습니다. 게임의 재미를 위해 세부적인 내용에 변화를 줬죠. 아무튼 게임은 자그레우스가 모종의 이유로 명도를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가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무료한 표정으로 업무를 보는 하데스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게임의 도입부는 다른 로그라이트 게임과 똑같습니다. 자그레우스가 왜 명도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는지 알려주지 않으며, 올림포스 신들이 그런 자그레우스를 왜 도와주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죠. 아주 기본적인 정보만 주어질 뿐, 랜덤으로 등장하는 스테이지와 몬스터만 게이머를 반겨줄 뿐입니다.

본격적인 스토리는 자그레우스의 첫 죽음 이후 마을로 돌아갔을 때부터 펼쳐집니다. 마을에는 하데스를 포함해 다양한 명도의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밤의 여신이자 자그레우스의 어머니인 '닉스'와 지옥의 문지기 '케르베로스'부터 잠의 신 '히프노스', 주인공의 스승 '아킬레우스' 등의 캐릭터가 상주하고 있죠.

이들은 단순히 같은 대사만 반복해서 읽는 NPC가 아닙니다. 하데스에 등장하는 모든 NPC는 각자의 생각과 사정이 있으며, 게임을 진행할수록 마을에 돌아왔을 때 대사가 달라지고 다른 행동을 취하는 등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는 일반적인 스토리텔링 게임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방식인데요. 영화로 비유하면 평범한 스토리 게임이 장면을 바꿔가며 이야기를 푸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라면, 하데스는 '쏘우 1', 'REC'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에 변화를 줘 스토리를 풀어갑니다.

▲ 익숙한 올림포스 신들은 던전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스토리 전달에 있어 굳이 기존의 방식에 얽매인 것이 아니라 로그라이트를 채용했을 뿐인 거죠. 또한, 스토리의 전달은 단순히 NPC들의 대사가 바뀌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자그레우스의 숨겨진 이야기는 옛 기억을 회상하는 별도의 컷 씬으로 등장하며, 이에 따라 특별한 능력이 해금되거나 마을에 새로운 구역이 열리기도 하면서 변화를 줍니다.

게임에 도움이 되는 실직적인 보상과 함께 스토리가 진행되니 자연스레 게임을 진행하면서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기대하게 됩니다. 유저에게 자연스럽게 세계관과 스토리에 흥미가 생기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나중에 가면 자그레우스의 숨겨진 스토리가 궁금해서라도 게임을 계속하게 되더군요. 특히, 중요 컷 씬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시그니쳐인 내레이션이 가미되어 연출의 빈틈을 메꿔줍니다.

▲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막혔던 지역이 열리기도 합니다

▲ 과거 회상 씬으로 숨겨진 비밀을 알려주기도 하죠


심플하지만 깊이감 있는 로그라이트
축복과 무기로 조합하는 다양한 세팅


하데스는 배스천, 트랜지스터와 똑같은 쿼터뷰 시점의 액션 게임입니다. 그래픽과 화면구성만 보면 배스천보단 트랜지스터와 더 비슷한 느낌이죠. 캐릭터를 작게 표현하고 시점을 최대한 위로 당겨 주변의 지형지물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먼 곳에서 지상을 바라보는 느낌은 하데스처럼 전투 템포가 빠른 게임에서 큰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사방에서 적들의 투사체가 날아오고 무기를 휘둘러도 재빠른 대응이 가능하거든요. 굉장히 정신없는 전투 상황에서도 캐릭터를 찾기가 유리하니 작은 캐릭터가 딱히 단점으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 스테이지 구성에 따라 시점이 자동으로 줌인되면서 최적의 화면을 보여줍니다

한편, 하데스는 쿼터뷰라는 시점만 같을 뿐 두 게임과 달리 로그라이트 요소가 가미되어 차별된 게임 플레이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유저는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4막으로 이뤄진 하계의 관문들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관문의 끝에는 보스급의 문지기가 존재하며, 하데스가 설치한 봉인 때문에 던전 구성이 랜덤으로 바뀐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데스의 로그라이트 요소는 던전 내에서만 한정되어 있는데요. 올림포스 신들이 내려주는 축복과 매번 뒤바뀌는 스테이지 구성, 일정 확률로 등장하는 카론의 우물 상점과 각종 소모성 아이템, 특별한 지역들이 등장합니다.

평소 로그라이트 게임을 자주 즐긴 게이머라면 아마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입니다. 랜덤 요소에 장비 아이템이 빠져있거든요. 보통 로그라이트하면 던전에서 랜덤하게 얻는 장비로 세팅을 맞추게 됩니다. 하지만, 하데스는 전투에서 사용하는 무기와 기념품을 마을에서 골라서 쓸 수 있고 던전에서 획득하는 장비가 없습니다.

▲ 어떤 축복을 받냐에 따라 전투의 효율이 달라집니다

하데스는 던전에서 획득하는 별도의 장비가 없는 대신 올림포스 신들의 축복으로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축복은 일반 공격, 특수 공격, 마법, 돌진 4가지를 강화하거나 특별한 상태 이상 공격을 부여하며, 신의 능력을 강림시키는 신의 부름같은 액티브 스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하게 공격력, 방어력을 올려주는 것을 넘어 일반 공격마다 번개를 쏘거나 특수 공격에 반사 효과를 부여하는 등의 진짜 특별한 능력이 부여되는 것이죠.

축복을 부여한 신의 능력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데요. 가령 하늘의 신 '제우스'의 축복은 번개를 부르며,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캐릭터의 속도에 영향을 주는 방식입니다. 초반에는 정해진 스토리에 따라 올림포스의 신들이 등장해 축복을 부여하지만 정해진 튜토리얼을 모두 끝마치면 던전 입장 시 4명의 신이 랜덤으로 선택됩니다.

▲ 아주 가끔 체력을 소모하는 대신 강력한 능력을 얻을 수 있는 카오스의 은혜도 등장합니다

로그라이트 전투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가 바로 세팅의 재미입니다. 던전마다 랜덤하게 얻는 장비로 다른 세팅을 하는 것. 이런 재미야말로 게이머가 로그라이트를 즐기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로그라이트 게임이 여러 종류의 장비 아이템으로 세팅을 맞춘다면 하데스는 오직 축복만 가지고 던전에서 캐릭터를 세팅하게 됩니다.

올림포스 신이 10명에 6종의 무기를 합치면 정말 다양한 세팅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세팅이라도 다른 무기를 들면 세팅이 달라지죠. 오랫동안 게임을 하다 보면 결국 비슷한 세팅만 맞추려고 하겠지만, 그때쯤이면 플레이 타임이 20~30시간을 넘어갔을 겁니다. 이미 토끼공쥬란 소리죠. 그만큼 세팅의 가짓수가 많습니다. 축복은 모두 랜덤으로 등장하니 던전마다 자연스럽게 다른 세팅을 맞추게 됩니다. 의도적으로 같은 세팅으로 맞추고 싶어도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할 수가 없는 것이죠. 로그라이트의 핵심인 랜덤한 육성 방식을 아주 착실하게 따라가는 겁니다.

물론 신들의 축복마다 성능에 차이가 존재하므로 어느 정도 높은 난이도에 올라가면 효율이 좋은 신들의 축복만 받으려고 합니다. 근데 이것도 결국 운이에요. 유저가 하고 싶다고 고를 수 없습니다. 아, 그렇다고 특정 신의 축복에만 의존하는 난이도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결국 어떤 세팅을 하던지 컨트롤만 충분하면 던전의 깊은 곳까지 갈 수 있습니다. 세팅은 어디까지나 전투 효율을 올려주는 선, 딱 그 적정선을 잘 지켜줍니다.

▲ 상점은 단기간 능력치를 상승시켜주거나 체력을 회복하는 소모성 아이템을 판매합니다

▲ 마을에서 어둠을 소모해 특정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세팅은 무기가 있다고 말했죠. 무기는 스티기우스(검), 바라타(창), 아이기스(방패), 코로나크트(활), 말폰(건틀릿), 엑자그리프(총)가 존재하며, 무기마다 특징이 뚜렷해 바꿔서 쓰는 맛이 있습니다. 보통 이런 로그라이트 게임은 원거리 무기를 많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체력을 회복할 수단이 적으니 한방 한방 타격을 입는 게 치명적으로 다가오거든요.

각 무기의 밸런스가 딱 떨어지진 않지만, 원거리 무기는 차징 시간을 가져야 공격을 할 수 있는 등의 제약이 존재합니다. 공격 범위도 좁은 편이죠. 오히려 기자의 손에는 방패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차징 상태에선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어 컨트롤이 다소 부족해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거든요.

한편, 무기는 강화를 통해 '양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양상은 무기의 외형을 바꾸고 새로운 특성을 부여해주는 것으로 무기마다 3종의 일반 양상과 1종의 특수 양상이 존재합니다. 특수 양상은 무기의 공격 방식을 바꾸는 특별한 시스템으로 이를 포함하면 사실상 12종류의 각기 다른 무기가 존재하는 셈이죠.

각 무기의 특성을 잘 파악하면 어떤 방식으로 축복을 받아 세팅할지 대략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해야 하며, 이는 게임을 계속해서 붙잡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 검과 창, 활부터 방패, 건틀릿 등 다양한 병기와

▲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는 기념품은 마을에서 장착 후 던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자꾸만 손이 가는 로그라이트
놓치기엔 너무 잘만든 수작

오랫동안 손이 가는 게임들은 저마다 파고들 요소가 충만했습니다. 한가지의 콘텐츠만 갖춘 게임은 그 콘텐츠의 깊이가 어지간히 깊지 않고서야 몇 번 하다 보면 금방 질리기 마련이죠. 로그라이트 게임은 랜덤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얼핏 파고들 요소가 충만할 것 같은데요. 따지고 보면 주요 콘텐츠는 전투 하나 뿐이기에 전투 자체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게임을 쉽게 그만둬버리게 됩니다.

하데스 역시 주요 콘텐츠는 전투입니다. 하계 탈출을 위해 던전에서 박 터지게 싸우는 것이 게임을 즐기는 내내 반복되죠. 솔직히 전투 자체가 워낙 재미있어서 전투만 집요하게 즐겨도 플레이 타임 30시간은 충분히 뽑고도 남습니다. 그렇다고 전투가 콘텐츠의 전부는 아닙니다. 전투 외에도 게임에 파고들 요소들이 꽤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특히, 스토리와 게임의 배경, 컨셉 등에 집중하는 게이머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것들입니다.

▲ 지하세계의 고서님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게임을 어느 정도 진행하면 '지하세계의 고서'라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요. 쉽게 말해 게임 내에 각종 설정을 확인할 수 있는 도감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고서에는 게임 속의 모든 설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명도에 존재하는 신부터 올림포스의 신, 기타 주요 인물들과 지하세계, 지옥의 무기, 던전에 등장하는 적 등이 있죠.

다만, 처음부터 고서에 모든 정보가 기록되어 있진 않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NPC들과 대화하고 무기를 휘둘러 적을 쓰러트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정보가 해금되는 방식입니다.

고서는 게임의 진행에 필요한 필수 콘텐츠는 아닙니다. 또한, 하데스 외에 다른 로그라이트 게임에도 도감이란 시스템은 존재하죠. 하데스의 도감 시스템이 특별한 것은 탄탄한 스토리가 밑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반 로그라이트가 있는 듯 없는 듯 한 스토리의 빈틈을 메꾸고자 억지로 도감과 수집 요소를 채웠다면, 하데스는 유저가 궁금해서 도감을 찾아보는 것이죠.

정보를 모으기 위해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며, 유저가 의식하고 노력해야 해금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업적 좀 수집해봤던 게이머라면 생각지도 못했던 로그라이트 장르에서 수집 욕구를 불태울 수 있을 겁니다.

▲ 집을 꾸미거나 낚시를 하는 소소한 콘텐츠도 존재합니다

만약 게임 스토리에 큰 관심이 없다면 반대로 전투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데스는 일반 모드 외에 신 모드와 형벌 규약으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일반 모드는 몬스터와 주인공 캐릭터에 어떠한 보정도 들어가지 않는 말 그대로 일반적인 모드입니다. 게임의 기본을 즐기는데 딱 알맞은 난이도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죽으면서 성장하는 로그라이트식 게임인지라 어느 정도 컨트롤이 뒷받침되어야 게임을 원활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신 모드는 일반 모드에 어려움을 느끼는 유저를 위한 모드입니다. 초보자 모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게임 옵션에서 활성화할 수 있으며, 즉시 캐릭터를 강력하게 만들고 죽을 때마다 더 강해지게 합니다. 전투보단 스토리에 집중하고 싶은 게이머에게 딱 맞는 모드죠.

▲ 실력이 부족하다면 자주 보게 될 화면입니다

반대로 형벌 규약은 어려운 난이도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유저를 위한 모드입니다. 형벌 규약은 일반 던전을 모두 클리어하면 개방되며, 던전에 각종 제약을 걸어 난이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피해 데미지를 높이는 것부터 회복력을 낮추거나 강화 몬스터를 더욱 자주 등장시키는 등의 각종 제약이 존재하죠. 1개의 제약마다 1열기 포인트가 주어지며, 15열기 포인트를 채웠을 경우 특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로그라이트 장르에서 난이도를 올리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그냥 몬스터의 데미지를 확 올려버리고 반대로 유저가 체력을 채울 수 있는 부분을 없애면 돼요. 모든 공격을 피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유저는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난이도 상승은 오히려 게임의 재미를 해치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도전할 맛이 나야 하는데 한순간에 높아진 난이도에 적응하지도 못한 채 패배의 쓴맛을 알게 되거든요.

하데스의 난이도 조절은 정말 영리합니다. 유저가 스스로 난이도의 단계를 세부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끔 함으로써 성취욕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충분히 버틸 수 있는 만큼의 난이도를 조절하고 이를 통해 성취감을 얻는 것은 게임의 보상에 있어서 정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낮은 난이도부터 차근히 클리어하며, 성장하는 재미를 알게 된다면 컨트롤이 안 좋은 게이머라 할지라도 충분히 익숙해지고 재미를 붙일 수 있으니까요.

현재 하데스는 26,000원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치킨 두 마리나 사 먹을 수 있는 돈이죠. 그런데 해보면 이 돈이 정말 아깝지 않을 만큼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메타스코어 92점에 스팀 유저 평가가 2만 7천 개는 그냥 거저 얻은 게 아니죠. 깊이감 있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로그라이트 액션을 즐기고 싶다면 이만한 게임이 없습니다. 검증된 명작을 찾고 있다면 '하데스'를 한번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하데스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