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엔픽셀 ⊙장르: MMORPG ⊙플랫폼: 모바일, PC ⊙발매일: 미정

그랑사가는 세븐나이츠 개발진이 모여서 설립한 개발사, 엔픽셀이 개발 중인 모바일 MMORPG다. 작년 9월 처음으로 공개됐으며, 방대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섬세하고도 퀄리티 있는 그래픽을 내세웠으며, 그 뒤로도 캐릭터 원화와 그 느낌을 살린 실제 게임 내 캐릭터, 게임플레이 영상을 올리면서 관심을 끌었다.

원화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긴 했지만, 원화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린 그래픽을 채택한 모바일 MMORPG는 드물었다. 아울러 국내에 모바일 수집형 RPG의 붐을 이끈 세븐나이츠의 개발진이 만들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어떤 작품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거기다 모바일뿐만 아니라 PC 멀티플랫폼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 만큼, 실제 게임에 대해서 확인하고 싶어하는 열망도 커졌다.

최초 공개 후 약 1년 뒤인 올해 9월 23일부터 '그랑사가'는 제한된 인원을 대상으로 CBT를 진행했다. 그간 영상을 통해서 인게임 캐릭터들의 모습이나 컷인 화면이 나오기는 했지만, 실제 플레이가 공개되지 않았던 터라 그랑사가의 단면을 온전히 알기는 어려웠다. 23일부터 26일까지, 매일 정오부터 저녁 10시까지 한정된 시간에만 오픈되는 '그랑사가' CBT의 단면을 한 번 적어보았다.


감성 그래픽은 오케이, UI 편의성은 '글쎄'
일러스트를 그대로 옮긴 듯 스타일리시하고 디테일한 그래픽, 최적화는 옥의 티


그랑사가 CBT에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그래픽이었다. 고퀄리티 3D 그래픽을 내세운 게임은 많지만, 단순히 좋다는 걸 넘어서 어떤 스타일이 느껴진다는 그래픽까지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MMORPG라면 더욱 그렇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특정 엔진의 흔적이 짙게 남는 그래픽으로 구현한 게임이 많았던 만큼 눈썰미가 좋거나, 혹은 퀄리티 격차가 크지 않는 한 인상에 남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그랑사가'는 달랐다. 완전한 카툰풍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일러스트와 비슷한 스타일의 그래픽을 구현하면서 스타일과 퀄리티를 동시에 챙겼다. 일반적으로 MMORPG에서는 실사, 혹은 캐주얼풍의 그래픽 둘 중 하나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서 보기 힘든 스타일이었던 만큼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최근 MMORPG에서 주력으로 내세우는 것처럼 심리스 월드, 혹은 그에 가까울 정도로 존이 방대하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오브젝트들의 배치와 구성으로 월드의 밀도를 살렸다. 또한 각각 오브젝트의 그래픽도 일러스트풍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모나지 않게 다듬어서 심미적으로 뛰어난 뷰를 자아냈다.


그래픽이 좋다, 나쁘다는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영역이다. 객관적인 분석 외에도 어떤 주관, 혹은 보았을 때의 느낌이나 이미지도 영향을 미친다. 그랑사가는 일러스트로 먼저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고, 그 상황에서 일러스트와 최대한 유사하게 캐릭터를 구현하고 그에 맞춰서 월드를 구현해 시너지를 냈다. 여기에 중간중간 화려한 연출을 가미해 눈요기거리를 충분히 주었다.

마치 문양처럼 그려진 UI들도 심미적인 맥락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양산형 모바일 MMORPG하면 흔히 떠오르는, 아름다운 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투박하고 딱딱한 아이콘과는 달리 눈에 튀지 않고 주변과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직관성이 좀 떨어져서 아쉬운 느낌이었다. 특히나 전체적으로 UI, UX가 한 곳에 모여있지 않고 이곳저곳에 분산된 올드한 스타일이라 다소 불편했던 만큼, 이런 옥의 티가 조금씩 쌓일 위험도 있었다.


그보다도 최적화 이슈 및 발열 때문에 고퀄리티 그래픽을 오랜 시간 제대로 감상하기가 제한된다는 것이 아쉬웠다. 최고 사양으로 플레이하면 발열이 필히 일어나고, 한 시간 이상 플레이하면 프레임 드랍이 일어났다. 아직 CBT 단계지만, 감성적인 그래픽을 보고 즐기는 비중이 높은 그랑사가만의 특성을 생각하면 가장 치명적인 이슈가 아닐까 싶다.

아울러 카메라 워크도 조금은 아쉬웠다. 마치 수집형 RPG처럼 캐릭터를 중심적으로 비춰서 캐릭터의 미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엔 좋았지만, 여타 MMORPG처럼 자유롭게 카메라를 돌리면서 주변을 살펴보는 맛이 떨어졌다. 줌 인/아웃도 타 게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고, 카메라 시점을 더 멀리서 보거나 쿼터뷰 등 시점으로 보기 힘들어서 보스 공략할 때 유저가 맞춰서 준비하기 불편하다는 점도 있었다.

▲ 어느 정도 자동으로 카메라워크가 이루어지긴 하지만, 유저가 직접 맞춰서 세팅하긴 어렵다


MMORPG에 수집형 RPG의 매력을 이식한 시도
인연 퀘스트 등으로 넓어지는 캐릭터 이해도와 보상+오픈월드에서 펼쳐지는 방대한 이야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랑사가는 근간이 MMORPG지만, 여기에 수집형 RPG의 요소나 액션 RPG의 요소를 가미했다. 스토리상 모험에 나선 5인의 기사단과, 자신의 이름을 제외하면 모든 기억을 잃은 주인공까지 총 6명이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그들 중 셋을 선택해서 필드에 나서는 방식이다. 처음에 고른 3명 외에도 다른 캐릭터들도 같이 모험을 떠난다는 설정에 충실하기 때문에, 언제고 팀 편성을 새롭게 꾸리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수집형 RPG처럼 5개 속성과 상성 관계를 채택했으며, 그에 맞춰서 조합을 편성하는 것이 좀 더 플레이하기 편하게끔 설계가 됐다. 여기에 클래스나 캐릭터에 따라 레벨업하면서 새로운 스킬을 배우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랑웨폰'을 수집하고 편성해서 스킬을 쓰는 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그랑웨폰은 캐릭터마다 최대 4개까지 착용 가능하며, 각 캐릭터마다 착용할 수 있는 그랑웨폰이 다르다. 착용한 그랑웨폰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조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만큼, 이를 연구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는 맛은 있었다.


▲ 장비뿐만 아니라 그랑웨폰, 아티팩트까지 세팅해서 다양한 스타일로 즐길 수 있다

레벨 업하면서 천편일률적으로 스탯이 오르는 방식이 아니라, 스킬트리를 골라찍는 방식을 채택, 캐릭터에 대해서 좀 더 연구하고 신경쓰게끔 유도했다. 한 번 스킬트리를 골라찍으면 초기화하기 어렵다는 점은 있지만, PC MMORPG급으로 정교하고 복잡하지는 않아서 부담이 갈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처럼 MMORPG의 요소와 수집형 RPG를 섞은 '그랑사가'의 게임플레이는 나름의 특색은 있었다.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스킬과 팀 조합을 유저가 능동적으로 다양하게 조합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천편일률적으로 동일한 스킬트리를 찍는 게 아닌, 자신이 얻은 그랑웨폰과 장비, 그리고 아티팩트 3가지를 분석해서 최적의 조합을 짜야 했기 때문이다.

▲ 천편일률적으로 스탯이 오르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세팅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지역별로 출현하는 몬스터나 보스마다 속성이 다른데, 그에 맞춰서 캐릭터를 조합하고 이것저것 플레이해보는 느낌은 있었다. 특히 보스전에서는 발판을 피하고 포지션을 잡거나, 어그로가 끌린 캐릭터가 몰이를 하면서 어그로를 빼고 다시 딜을 하는 손맛도 어느 정도 살렸다. 또한 일종의 필살기인 그랑웨폰의 각성도 상황에 따라서 각기 다른 그랑웨폰의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대응하는 느낌도 있었다. 다만 다소 조작감이 끊기는 감이 있었고 타격감이 둔탁해서 이질감이 들었지만, CBT 이후 수정될 여지가 있는 터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게임플레이 외적으로도 '그랑사가'는 장르의 융합을 시도한 흔적이 보였다. 오픈월드 MMORPG에서 보여줄 수 있는 메인퀘스트-서브퀘스트 구조를 통해서 기사단 외에 여러 NPC들의 이야기와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냈으며, 자신이 수집한 그랑웨폰과의 인연 퀘스트를 통해서 각 캐릭터의 성격 및 숨겨진 이야기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대한 이야기를 거의 풀더빙 수준으로 구현해 몰입도를 높이고자 시도한 것도 눈에 띄었다.

▲ 그랑웨폰은 일반 스킬, 각성 스킬만 지원하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 각 캐릭터와 교감하면서 세계관의 일면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 또한 인연이 쌓이고 퀘스트가 해금되면서 얻는 보상도 있으니, 이를 잘 챙기도록 하자

그외에도 플레이어블 캐릭터에게 대화하기 및 선물하기 등, 수집형 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들을 가미한 데다가 그 모든 것을 다양한 보상과 연결하면서 플레이어들이 그 콘텐츠에 접하게끔 유도했다. 다만 현재 CBT는 플레이 타임이 극단적으로 제한된 만큼,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다소 번거로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제작진이 준비한 캐릭터의 이야기나 메인 스토리는 방대하지만, 그걸 음미하면서 이번 CBT의 콘텐츠를 즐기기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이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조금 더 긴 시간, 혹은 정식 출시가 되어서야 빛이 발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 정도랄까.


이것저것 다 담아낸 '그랑사가'
복잡하게 설계한 만큼, 마무새가 더욱 중요하다


다소 제한된 시간만 플레이가 가능했던 만큼, 그랑사가의 모든 것을 한 번에 알아가기는 어려웠다. 원래 MMORPG라는 장르가 엔드 콘텐츠까지 접하려면 기본 며칠은 잡고 플레이해야 하지 않던가. 물론 시대가 흐르면서 MMORPG는 어느 정도 틀이 잡히게 됐고, 그랑사가 역시나 그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않아서 플레이하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서 자신만의 개성을 어필하고자 했고, 그중 일부는 확실히 눈을 끌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일부분은 불안했다.

그간 수집형 RPG와 MMORPG라는, 두 잘나가는 장르를 섞으려는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콜렉터 시스템이나 여러 카드 등이, 수집형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 '캐릭터'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는 국내에선 굉장히 드물었다. 그랑사가에서는 그 그랑웨폰 캐릭터들이 직접 게임 화면에 나와서 유저와 싸우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연이나 퀘스트 그리고 화려한 일러스트 등으로 수집하는 '맛'을 어느 정도 살리고자 시도했다. 그리고 모바일 MMORPG 중에서는 드물게, 스토리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 비중을 굉장히 높이면서 캐릭터와 스토리 자체를 강조하고자 했다.

이를 CBT 단계에서는 전부 음미할 수 없기에 정식 서비스 단계에서 지켜봐야 하지만, 일말의 불안감도 감돌았다. 특히나 수집형 RPG 유저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자기가 키우기 싫어하는 캐릭터도 억지로 키워야 하는' 상황이 불거지기 쉬운 구조라는 게 눈에 밟혔다. 그랑웨폰, 아티팩트, 장비를 맞춰서 캐릭터를 효율적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좋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장비나 아티팩트가 없을 때 과연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경험치 선물 등 여러 가지 성장을 지원하는 요소가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하는 수준이라서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SSR 카드가 나왔지만, 라스는 안 키우고 있었는데 다시 키울 생각을 하니...

▲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만 일부는 아직 준비 중이고, 일부는 해금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다만 현재는 CBT 단계고, 계정에 연동해서 플레이해야 하는 만큼 흔히 말하는 '리세마라'가 불가능해서 이런 문제가 더 강하게 맴돌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장르를 불문하고 원하는 걸 미리 뽑고 시작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데이터 초기화하고 게스트 계정으로 계속 들어와서 뽑기를 시도하는 게 기본 의식처럼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일부 수집형 RPG의 스토리 중심 구조를 모바일 MMORPG에 이식한 것도 자칫하면 부정맥이 일어날 법한 요소다. 어느 한 캐릭터를 빨리 강하게 키워서 엔드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하는 유저의 니즈나, 덱을 짜기는 했는데 그 캐릭터가 나오지 않고 다른 캐릭터 위주로 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수집형 RPG 유저의 성향 어느 쪽도 쉽게 만족시키긴 어렵기 때문이다.

놀랄 만한 스타일의 그래픽으로 자아낸 캐릭터들과 BGM, 방대한 텍스트 및 더빙으로 스토리에 대해 관심을 유도하긴 했지만, MMORPG 특유의 파티플레이 콘텐츠를 즐기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MMORPG 유저에게 어떻게 다가올지는 미지수다. 그래픽과 이펙트는 괜찮지만 다소 모호한 전투의 속도감과 타격감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온전히 전투에만 몰입해서 플레이하기도 어렵다. 때에 따라서는 몹의 반응이 피격당하고 나서 살짝 뒤에 나오고는 하는 등, CBT 단계라고는 하지만 다소 눈에 띄는 오류들이 드러난데다가 태그하고 나서 캐릭터를 바로 움직일 때 딜레이가 일어나는 등 미흡한 점이 보였기 때문이다.

▲ 브레스! 피해욧! 하지만 태그하고 일일이 옮기기엔 반응이 너무 늦다는 게 함정

최근에는 CBT를 끝내면 한 달 이내로 출시하는 케이스가 많아진 터라, CBT가 마치 OBT처럼 여겨지고는 한다. 그렇지만 본래 CBT는 제한된 유저를 대상으로 개발진이 미처 보지 못한 문제를 테스트하거나, 반응을 미리 보고 수정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번 그랑사가 CBT는 후자로 진행된 모양새였다. 다수의 모바일 게임 CBT와 달리, 제한된 인원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앱플레이어가 아닌 모바일 기기만으로 테스트가 되도록 한정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정식 출시, 혹은 다음 테스트에서 선보이는 그랑사가가 지금 불거진 문제점을 보완하고, 더 완벽하게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 CBT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모험과 과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