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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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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화려하게 부활한 LPL의 '피넛', 3년 만에 롤드컵 무대를 밟다

신연재 기자 (Arra@inven.co.kr)

'피넛' 한왕호가 3년 만에 롤드컵에 도전장을 내민다. LCK가 아닌 LPL 대표로.

2019년 젠지 e스포츠에서 프로게이머 커리어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피넛'은 이듬해 LPL로 둥지를 옮겼다. 데뷔 후 줄곧 LCK에서만 활동했기에 해외 진출은 처음이었는데, 1년 이상 하락세를 겪은 '피넛'이기에 그의 새로운 도전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피넛'은 스프링 스플릿이 시작하자마자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전성기 시절의 플레이스타일을 완벽하게 재현했고, 팀의 부진 속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그리고, 베테랑 탑-미드가 합류한 섬머 스플릿에서 팀과의 조화를 이뤄내면서 결국 수년간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롤드컵 무대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피넛'의 2020년 스토리를 되돌아봤다.


최악의 부진 겪은 '피넛', LPL에 도전하다
지독한 슬럼프 탈출하기 위해 선택한 LPL행

"제가 프로게이머로 처음 전성기를 누렸을 때는 가장 많이 치고 박고 싸웠던 메타였어요. 그래서 그 때 느낌을 살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 2019년, 출국 전 인터뷰에서

'피넛' 한왕호는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최고 수준의 대우'라는 타이틀과 함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젠지 e스포츠로 입단했지만, 2018년 말미부터 이어진 부진을 좀처럼 털어내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더 깊어진 느낌이었다. 이적 후 첫 공식전이었던 케스파컵에서부터 스킬 적중률이나 라인 개입 능력에 있어서 아쉬움을 샀고, 이 문제점들은 스프링 스플릿까지 쭉 이어졌다.

이는 메타의 변화나 팀 스타일도 한 몫을 했다. '피넛'은 경기 초반에는 자신의 성장에 집중한 뒤, 성장력을 바탕으로 갱킹과 한타에서 활약하는 정글러였다. 때문에 정글 몬스터의 경험치 감소 패치에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었고, 당시 젠지 e스포츠는 라인전이 강한 편도 아니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 본인의 부진까지 겹쳤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강등 위기까지 몰렸던 스프링 스플릿 이후 섬머에서는 세주아니, 스카너 같은 초식형 챔피언으로 선회해 어느 정도 폼을 끌어올렸다. 확실히 안정감이 올랐고, 플레이에도 자신감이 붙었는지 날카로운 갱킹 장면도 다수 연출했다. 하지만, 시즌 후반 들어 다시 육식 챔피언이 강세를 보이자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고, 결국 포스트 시즌의 문턱에서 미끌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지독한 슬럼프를 겪은 '피넛'은 자신의 프로게이머 인생에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결단을 내렸다. 바로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내어놓는 것. '피넛'은 2020 시즌 LGD 게이밍에 입단하며 처음으로 해외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신이 가장 잘했던 시절, 싸움이 난무하던 그 메타를 다시 느끼기 위해 LPL을 선택한 것이다.


부활한 '피넛', 팀의 롤드컵행을 이끌다
'뇌지컬' 장착한 육식형 정글러

그의 생각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스프링 스플릿, 탑-미드의 부진으로 17개 팀 중 15위라는 최하위의 성적표를 받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피넛'의 분투는 빛이 났다. 특히, 상체 라이너의 부진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강팀 정글러를 상대로 뛰어난 존재감을 뽐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단적인 예가 팀의 첫 승을 기록했던 탑 e스포츠와의 경기다.

▲ '피넛'이 꼽은 스프링 스플릿 최고의 경기(출처 : EpicSkillshot - LoL VOD Library)

'피넛'의 상대는 이미 LPL 최상위권 정글러로 인정받은 '카사'였다. 팀 전체적으로도 체급 차이가 극명해 모두가 탑 e스포츠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던 상황. 하지만, 이날 '피넛'은 말그대로 협곡을 지배했다. 경기 내내 맵 전체를 활보하며 가는 곳마다 킬을 터트렸고, 2세트에선 바론 스틸까지 해내는 모습이었다. '피넛'은 이 경기를 스프링 스플릿 최고의 경기로 꼽았다.

섬머 스플릿 들어 상체를 든든하게 보강하자 자연스럽게 팀의 성적도 상승 가도를 달렸다. 그렇게 LGD 게이밍은 2016년 스프링 스플릿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고, 선발전에서 IG를 꺾고 5년 만에 롤드컵 티켓을 손에 넣게 됐다. 그리고, 이 모든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피넛'이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데에는 결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결국, '피넛'은 슬럼프를 모두 털어내고 완벽하게 부활하는데 성공했다. 그의 예상대로 전투가 난무하는 LPL은 내재된 공격성을 다시 끌어올리기에 완벽한 조건이었다.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피넛'은 실제로 LPL에서 뛰면서 큰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연습량도 굉장히 늘었다고. 재능-노력-흥미, 삼박자가 어우러졌으니 '피넛'의 부활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을까.


3년 만에 다시 찾은 롤드컵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도 증명할 수 있을까

이제 '피넛'은 3년 만에 롤드컵 무대에 오른다. 비록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부터 시작하는 일정이지만, LPL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로 보면 그룹 스테이지 티켓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때문에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피넛'과 LGD 게이밍에게 본 무대 전, 몸과 마음을 예열시킬 전초전이다.


LPL에서의 1년 동안 보여준 '피넛'의 플레이스타일은 확실하다. 효율적인 동선으로 상대 정글보다 성장에서 앞선다는 전제 조건 하에 아군 라이너를 활용해 팀적인 이득을 취할 줄 아는 정글러다. 상대 정글의 위치를 기가 막히게 캐치하는 것도 그의 강점이다. 실제로 '피넛'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아군이 빠르게 합류할 수 있는 위치에서 전투를 유도해 승리를 이끄는 장면이 다수다.

섬머 스플릿 로스터의 변화로 베테랑이 다수 포진했다는 점도 '피넛'에게는 확실히 호재다. 노련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라인전을 펼치며 '피넛'의 움직임에 한호흡으로 맞춰주는 모습이다. 특히, LPL 국가 대표 출신 '시예'는 섬머 후반부터 폼을 끌어올려 '피넛'과 함께 미드-정글 쌍포 캐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인 듀오 '크레이머' 하종훈 역시 팀의 한타력에 톡톡히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피넛'은 그간 국제 무대서 경기력과 별개로 꽤 좋은 성적을 기록해온 바 있다. 첫 국제 대회였던 2016 시즌 롤드컵에서 4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17 MSI 우승, 2017 롤드컵 준우승, 2018 MSI 준우승을 달성했다. 사실상 출전할 때마다 상위권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면에서는 우승권 팀에 뒤쳐지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국제 대회의 기운이 이번에도 '피넛'에게 웃어줄 수도 있다.

일단, 조편성부터 그 기운을 한 번 받았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뚫고 올라간다는 가정하에 LPL 팀이 없는 C조에 들어가게 되는데, 라인업이 TSM-프나틱-젠지 e스포츠다. 4대 리그 중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는 LCS의 1시드 TSM과 흔들리는 LEC의 2시드 프나틱이 포진해 있어 경기력만 잘 끌어올린다면 8강 진출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스프링 스플릿 15위에서 롤드컵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피넛'과 LGD 게이밍. 그들은 이번 2020 롤드컵에서도 반전과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사진 : LGD 게이밍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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