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4강을 앞둔 현재 살아남은 팀은 수닝(LPL), TES(LPL), G2(LEC), 담원(LCK)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롤드컵 개최 여부 조차 불투명했던 시기도 있었으나 다행스럽게도 진행됐고, 돌고 돌아 4강에는 올라갈 만한 팀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8강 토너먼트는 모든 매치업이 화제였다. 매 경기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넘쳐났고, 예상외의 선전을 보여줬던 팀도, 허무한 패배를 당한 팀도, 이변을 보여줬던 팀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팀들도 있다. 이제 4강과 결승만 남겨둔 시점에서 조금 더 정밀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전문가, 슈퍼매시브의 '갱맘' 이창석 코치에게 8강 경기를 지켜본 소감과 이를 바탕으로 4강 매치업 예상을 들어봤다.



Q. 롤드컵 일정을 끝낸 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유니콘스 오브 러브에게 패배한 뒤 한국으로 와 휴식을 취하며 유튜브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리고 현 소속팀(슈퍼매시브)로부터 다른 팀 접촉 허가도 받은 상황이라 다양한 방면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Q.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8강 토너먼트 매치업마다 화제가 아닌 경기가 없었다.

DRX와 담원의 경기는 일단 그렇게 일방적인 경기가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DRX가 좀 아쉬웠다. 하지만 DRX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팀 자체의 방향성이 그렇게 쏠려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멤버의 변화가 없다면 내년에는 훨씬 더 강한 팀이 될 것 같다. 팀의 구멍보다는 아직 다섯 선수의 합이 부족해서 패배했다고 생각한다. 팀 스타일 자체가 개개인 스타일부터 극한의 플레이를 추구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경향도 있는데, 그걸 최대치로 끌어올렸을 때 훨씬 강해질 거다.

담원도 그런 면에서는 비슷한 케이스다. 담원은 작년부터 이어져 온 팀원들의 호흡과 개인 기량 성장 등 모든 면에서 최고치를 보여주고 있다.


Q. LPL 내전인 수닝과 징동의 대결도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나는 징동 선수들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경기만 놓고 보면 징동이 수닝을 상대로 살짝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자국 리그에서 이겨본 경험도 많으니... 2~3세트부터라도 후반 지향적인 플레이를 했다면 징동이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

수닝의 경우는 그룹 스테이지부터 보여준 퍼포먼스가 굉장했다. 확실히 이번 롤드컵을 통해 성장하는 폭이 남다르다. 무엇보다 정글러가 정말 대단한 선수다. 날카롭고, 이득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정글러다.



Q. TES와 프나틱의 대결, 결과는 이변이 아니지만, 경기 내용만 보면 프나틱의 저력이 엄청났다.

솔직히 TES가 3:0으로 압도할 줄 알았다. TES가 내부적으로 내린 챔피언 티어 정리 자체가 팀의 강점, 정글러와 색깔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카사'가 리 신을 굉장히 잘해서 적극적으로 사용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0:2로 몰린 이후에 처음 꺼냈고, 3세트도 TES 입장에서 굉장히 불안했던 경기다. 프나틱이 밴픽만 조금 더 잘했다면 3:0이 나왔을 경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3:2로 승리해서 오히려 약이 된 느낌이 있다. 프나틱과 대결하며 TES가 자신들이 잠시 잊고 있던 본모습을 다시 찾아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내부 관계자가 아니니 모르는 일이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롤드컵 기간 동안 스크림을 통해 뭔가 변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LPL을 진행할 때 스크림과 롤드컵 스크림은 완전히 다르니, 뭔가 자신들의 스타일을 잊고 있다가 프나틱과 대결 도중에 본능을 깨우친, 그런 모습이 보였다. 프나틱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쉬운데, '네메시스'의 챔피언 폭이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다전제에서는 밴픽까지 염두에 둬서 자신만의 카드 1~2개는 더 있었어야 했다.


Q. 젠지와 G2의 대결은 어떻게 봤나?

개인 기량만 놓고 봤을 때는 젠지가 부족한 게 없었다고 본다. 그러나 팀적인 호흡, 조직력 부분에서 많이 부족했다. 밴픽에서는 '캡스'의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막지 않은 게 많이 아쉽다. G2는 자신들의 게임을 잘 보여줬다. 모든 세트 초반 1레벨 때 점멸이 빠진 걸 보고, 젠지 선수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게 보였다. 당황해서 화들짝 점멸을 썼던 장면도 있고, 컨디션도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패인은 팀의 중심을 잡아 줄 선수가 없던 것 같다. 경기 내에서도 2명, 2명, 1명 따로 플레이하는 느낌을 받았고, 크게는 의사소통, 작게는 사소한 무빙 하나부터 팀의 중심점이 없으니 갈 곳을 잃었다. 소위 맏형 역할이나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있고 없고 차이는 정말 큰데, 대부분 그런 역할을 하는 선수가 조명을 받는 일은 많지 않다. 코치 입장에서도 팀을 꾸릴 때 이런 선수를 찾는 게 정말 힘들다.

만약 이런 역할을 하는 리더가 없더라도 다섯 전원이 으쌰으쌰하면 어느 정도 극복이 되긴 하는데, G2전에서 젠지는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Q. 그러면 주말에 있을 4강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먼저 TES와 수닝의 대결은 8강 경기만 보면 수닝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3:1이나 3:2정도? TES는 8강 경기를 통해 얻은 것도 있으나 분명히 약점을 노출했다. 수닝이 징동을 상대했을 때 보면 게임 내적이나 밴픽 등 상대의 정보를 잘 흡수하고 이용할 줄 아는 팀이다. TES가 프나틱과 대결처럼 비슷한 밴픽을 고수한다면 수닝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카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리 신의 티어를 올리고 '나이트'가 캐리형 미드 챔피언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게 어떨까 싶다. 아니면 탑의 도움으로 '쉔-아칼리' 조합도 좋겠다. '재키러브'의 경우 프나틱과 대결에서 정말 치명적 실수를 몇 번 했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두 팀의 대결에서는 정글러 대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레이브즈와 리 신 구도가 많이 등장할 것 같다. 나는 'SOFM'이 '카사'보다 더 좋은 정글러라고 생각한다. 실력은 거의 비슷한데, 팀 내의 입지가 달라서 오는 차이가 좀 있어 보인다.

'SOFM'은 자신이 얼마나 잘하는 선수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카사'는 예를 들어 레벨이 10이라면 팀 내 평가는 7~8정도? 그래서 팀을 위한 플레이나 챔피언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SOFM'은 10레벨을 100%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팀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 'SOFM'이 잘 풀리면 TES는 굉장히 힘든 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결국, TES는 '나이트'가 뭔가 해줘야 한다.



Q. G2와 담원이 제일 궁금하다. 팬들도 가장 기대하는 경기니까.

(G2의 젠지전 경기력만 봤을 때) 담원의 3:0 승리를 예상한다. 젠지는 G2를 상대로 살짝 어설프게 찌르다가 당한 느낌인데, 담원은 절대 어설픈 틈을 주지 않을 거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것만 아니면 담원의 압승이 예상된다. '캡스'에게 트위스티드 페이트만 주지 않는다면 크게 흔들릴 여지도 없다고 본다.

서로 키 플레이를 뽑아본다면.. 아니다. 두 팀 모두 5명이 하나가 되는 스타일이라 애매하다. 그런데 완성도에서 담원이 훨씬 안정적이다. 완성도를 %로 치면, 담원은 95%, G2는 78% 정도?


Q. 최근 '너구리'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뭔가 더 성장한 모습이 눈에 띈다.

'너구리'는 개안했다. 정보가 감각이 된 케이스다. LoL이라는 게임이 원래 정보전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플레이하는데, '너구리'는 감각이 극한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쉽게 설명하면, 만약 3분 15초에 만 번을 죽어봤으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3분 15초에 사리게 되는 거다. 수많은 경험을 통한 정보가 자신의 머릿속 정보화를 뛰어넘어, 몸이 기억한다.

비슷한 예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다시 해외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과 비유하면, 한국인이 영어를 사용할 때와 비슷하다. 보통 한국어로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영어로 번역한 뒤 말로 나오는데, 그런 중간 과정 없이 영어로 술술 번역을 거치지 않은, 그걸 '너구리'가 하고 있다. 예전 '루키-더샤이'에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 4강권에 있는 선수 중에서는 '나이트', '퍽즈'도 비슷한 스타일 같다. 다만, 숙련도의 차이는 좀 있다. 감각이라는 게 언제나 100% 옳은 건 아니니 가끔 어이없이 죽기도 하는데, 그런 빈도수가 '너구리'는 굉장히 줄어들었다.


Q. '쇼메이커'는 이번 롤드컵에서 "예전에는 라인전을 찍어 눌러 이기는 게 잘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팀원들과 함께, 팀원을 활용해서 이기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는 말을 했다.

(놀라며)그랬나? 좋은 걸 깨달았다. 이게 선수가 직접 느끼지 않으면 옆에서 아무리 말해도 알지 못하는 거다. 스스로 캐치해야 하는 부분인데, 대단한 선수 같다. 진짜 잘하는 선수는 라인전 뿐만 아니라 팀원의 스킬과 팀원을 어떻게 어떤 타이밍에 활용해야 좋은지를 정확히 안다.


Q. 담원에게 그나마 보이는 약점이 있다면?

내 레벨에서는 담원의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제 3자의 입장이라 그런 거지만 그걸 감안해도 약점이 보이지 않는 건 정말 대단한 팀이라는 거다. 내가 팀 내부 관계자라서 콜을 듣거나 속사정을 좀 더 알면 약점이 보일지 모르겠는데, 밖에서 봤을 때는 진짜 모르겠다.


Q. 흥미로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한다.

팬과 관계자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먼저 팬들에게는 관계자들의 여러 의견에 대해 '이런 의견도 있구나'라고 바라봐주고 경기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관계자분들에게는 이런 인터뷰나 다른 경로든, 관계자들의 의견이 많고 다양해야 팬들도 많은 정보를 얻고 게임을 보는 시선 등 다같이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나는 팬들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유튜브(갱맘TV)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많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