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 패치가 28일 라이브 서버에 적용됐다. 비주류라는 별명도 과분한 챔피언들이 대거 큰 변화를 겪었다. 스킬 메커니즘이 아예 바뀐 수준이었다. 브랜드와 애니, 불을 잘 다루는 두 챔피언이 라이엇 게임즈의 눈에 들었고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볼 만한 혜택을 받았다.

그럼에도 가장 눈에 띄는 패치는 아무무에 대한 거다. 궁극기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좋아졌다. 저 궁극기가 아무무 말고 다른 챔피언에게 있었다면 메타가 변했을지도. 패치 노트를 읽다 보니, 그 누구보다 기뻐할 누군가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유튜브 영상 제목과 썸네일도 어느 정도 예상된다. '파멸 캐리 극딜 암뭄무' 정도?



아무무의 꽃은 궁극기 슬픈 미라의 저주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저티어 구간에서는 여전히 이집트 신앙이 대세다. 4대 신앙 있지 않나. 말파이트 거석 신앙, 블리츠크랭크 기계 신앙, 쉔 닌자 신앙, 아무무 이집트 신앙. 전장의 한복판으로 과감히 뛰어들어 상대 다수를 속박, 무장해제시키는 아무무의 모습에서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위용이 어땠는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이번 패치에 아무무는 궁극기 버프를 받았다. 기존 궁극기 효과는 2초 동안 적을 속박 및 무장해제시키는 거였는데 이번엔 아예 기절시키는 걸로 바뀌었다. 엄청난 버프다. 기존 아무무 궁극기에 적중 당한 상대는 스킬로나마 이에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예 대응 불가다. 아무무를 상대로 수은 장식띠를 가야 하는 불가사의한 상황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로써, 오랜만에 저티어 구간 이집트 신앙이 다시 주목받을 것 같다.



애니가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주목받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2018년 2월에 공개됐던 '애니: 불꽃의 시작' 시네마틱이 공개됐을 때였던 것 같다. 그만큼 애니는 프로게이머들은 물론, 유저들 사이에서도 보기 힘든 챔피언으로 남았다. 칼바람 나락에서나 눈덩이를 들고 캐리하곤 하는 불쌍한 우리의 애니.

라이엇 게임즈가 드디어 애니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스킬 리워크 급의 패치를 해줬다. 이제 애니의 E스킬 용암 방패는 아군이나 자신에게 보호막을 부여해줄 수 있는 스킬이 됐다. 미드 누커로 처음 등장했던 애니가 서포터로 내려가 대회에도 자주 나오더니 이젠 아예 라이엇 게임즈에서 대놓고 서포터로 만들었다. 처음 애니의 면모는 사라졌지만, 이번 패치가 서포터 유저들의 챔피언 폭을 하나 늘려주는 계기가 될지 궁금하다. 아니면, 누군가의 말처럼 '성배-향로 가는 탑 애니'가 유행을 선도할지도?



튜토리얼에도 나올 정도로 배우기 쉽고 간단한 스킬을 지닌 챔피언, 애쉬가 W스킬 일제 사격에 변화를 겪었다. 항상 9발씩 쏘던 화살을 이젠 스킬 레벨에 따라 7발에서 11발을 쏜다. W스킬을 배울 때마다 애쉬의 화살 실력이 향상된다는 콘셉트인가보다. 일리는 있다. 스킬 레벨이 오른다는 걸 실제 세상에 대입해보면 그 스킬의 숙련도가 오른다는 뜻이니까.

라이엇 게임즈의 공식 코멘트가 재미있다. '애쉬의 주력 스킬을 조정하여 스킬 레벨을 올릴 때마다 만족도와 체감 변화를 높였습니다'란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냥 솔직하게 이렇게 적었으면 어땠을까. '애쉬는 현재 라인전을 너무 날로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라인전 주력 스킬인 W스킬의 초반 성능을 줄였습니다. 그래도 스킬 다 배우면 예전보다 좋아짐 헤헤.'



브랜드 패치 내용이 너무 길어서 이미지에는 핵심만 담았다. 글씨를 더 줄이기엔 가독성이 떨어지고, 내용을 다 넣자니 이미지 안에 다 들어가지 않는다. E스킬 발화에 불길이 옮겨붙는 효과는 예전처럼 불타고 있는 적에게 사용 시 600 범위 이내의 적에게 옮겨붙고, 일반 적에게 사용 시 300 범위 이내의 적에게만 옮겨붙도록 변경됐다. 또한, 궁극기가 튕기는 우선순위는 적 챔피언, 브랜드, 튕길 수 있는 기타 대상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토록 브랜드에 큰 변화를 주면서 브랜드가 다시 미드 라인 챔피언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가능성이 없진 않다. 패시브의 기본 대미지는 줄이고 주문력 계수는 높였으며 E스킬과 궁극기도 미드 라이너가 쓰기에 적합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가능성이 아예 없었다가 그래도 미드라는 선택지가 하나 다시 생긴 느낌이랄까.



이게 버프인지 너프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미지에 색도 넣지 않았다. E스킬 정의의 주먹에 최소 돌진 거리가 생기는데 참 오묘한 패치다. 라이엇 게임즈가 밝힌 패치의 의도는 실수 방지와 적에게 대비할 기회 제공이었다. 라이엇 게임즈의 의도대로 패치가 적절하게 된 것 같다.

확실히 갈리오 유저가 E스킬을 제자리에 쓰는 실수를 범할 확률은 0이 됐다. 마우스가 돌아가거나 당황한 나머지 스킬 버튼을 난타하다 보면 갈리오가 뒤로 힘껏 엉덩이를 뺐다가 제자리로 돌아가곤 했는데 그런 장면은 이제 나오지 않는다. 다만, 딜교환 과정에서 E스킬을 적중시키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는 커질 전망이다. 보통 갈리오 유저들은 상대와 붙어있을 때 E스킬을 한참 뒤로 날아가려 쓰지 않는다. 상대가 피할 수도 있고 역습에 노출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 패치로 상대가 갈리오의 E스킬을 피하면 갈리오가 자칫 위험에 휩쓸릴 곳까지 날아갈 수 있게 됐다.



카서스 정글의 위용이 엄청나다. 이는 한국 서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서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심지어 미드 카서스가 활약 중인 지역도 있다. 지난 방어력 너프로는 카서스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기에 10.22 패치에서 더 큰 너프를 기대했는데 라이엇 게임즈의 선택은 Q스킬 황폐화의 기본 대미지를 5 너프하는 거였다.

5? 카서스가 Q스킬 대미지 5 너프로 위력이 감소할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솔직히 기가 좀 찬다. 극초반 정글링 속도에 어느 정도 영향이 갈 만한 수치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라이엇 게임즈식 찔끔 너프가 또 나왔다는 거다. 카서스가 이토록 오랫동안 1티어로 군림 중인데 거의 손을 쓰지 않는 수준으로 놔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이러다가 갑자기 스킬 메커니즘을 바꾸거나 갑자기 카서스를 죽이는 수준의 너프를 하겠지.



암살자 챔피언들은 밸런스 팀의 골치를 항상 아프게 하는 존재들일 거다. 조금만 상향해주거나 메타를 잘 타면 아무도 대응할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한낱 미물에 불과할 뿐이다. 최근 요네와 야스오, 제드, 탈론, 카타리나, 아리 등 수많은 암살자 챔피언들이 돌아가며 미드 라인 패왕 자리를 지켰는데 르블랑은 한동안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버프를 받은 걸로 보인다.

꽤 적절한 버프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르블랑의 성능을 단숨에 끌어올리지 않았다. 숙련도가 높을수록 잘 적중시켜 효과를 톡톡히 보는 E스킬 환영 사슬의 대미지를 올려줬다. 아무나 르블랑을 잡고 상대 미드 라이너를 압살하는 그림은 원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적절한 방향성을 지닌 버프인데 이게 르블랑의 티어를 올려줄 수준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드디어 룰루에 대대적인 칼질이 들어갔다. 저번 W스킬 너프로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자 라이엇 게임즈가 대검을 꺼내 룰루 쪽으로 휘둘렀다. 이번 Q스킬 후반 대미지 너프의 의도는 분명하다. Q스킬을 먼저 마스터하는 솔로 라인 룰루를 대놓고 저격했다. 서포터 룰루에게는 영향이 가지 않도록 했다.

룰루는 10.20 패치에서는 탑과 미드, 서포터 등 세 라인에서 1티어로 군림할 만큼 OP였다. 10.21 패치에서 너프를 받고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승률이 조금 내려갔음에도 1티어에서는 내려오지 않았다. 망할 보라색 요들이 솔로 라인에 얼굴을 들이미는 사태는 이번 너프로 많이 줄어들 것 같다. Q스킬 한 대씩 맞히고 '오헤헤헤헤헤~' 하면서 웃던 상대 탑 룰루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너프에도 끄떡없이 단숨에 원거리 딜러 1티어 자리를 꿰찼던 사미라가 연속 너프를 당했다. 지난 E스킬 너프는 사미라에겐 간지러운 수준이었다. 그래서 라이엇 게임즈가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 한정 최고의 버프와 너프인 기본 스탯 건드리기에 돌입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2씩 감소했다.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은 유독 기본 스탯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케이틀린이 이미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걸 기억하자. 물론, 기본 스탯만 버프하거나 너프하는 건 티도 안 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의 수많은 챔피언은 이미 모두 다른 쪽 버프와 너프를 번갈아 받은 기억이 있다. 그것들끼리 시너지를 내는 거다. 사미라도 출시 이후 너프만 당하다가 기본 스탯까지 떨어졌으니 이젠 그 힘을 조금 덜 보여주지 않을까.


이외에도 세주아니와 징크스, 나서스, 자야가 버프를 받았고, 제드가 너프를 당했다. 세주아니는 궁극기의 대미지가 증가했다. 꽤 많은 양을 올려줬는데 탑 세주아니를 연구하던 특정 유저를 제외하면 체감할 만한 사항인지 모르겠다. 징크스의 E스킬 와작와작 펑!이 도트 대미지 방식에서 한 번에 대미지를 입히는 걸로 바뀐 것도 체감 0으로 예상한다. 연속 세 번째 버프를 받은 자야도 태생적 한계는 그대로인지라 기를 펼 지 의문이다.

그나마 나서스가 조금 희망적이다. 궁극기 사막의 분노에 붙은 추가 저항력이 크게 올랐다. 기존에는 일정 수치만 먼저 오르고 매초 오르는 방식이었는데 그걸 한 번에 올라가게 조정해줬다. 1:1 대결 구도에서는 어느 정도 의미 있는 버프일 것 같다.

E스킬 그림자 베기의 후반 대미지 너프를 받은 제드도 큰 타격이 있을까 싶다. 좀 더 세심하게 스킬을 연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 이번 너프를 충분히 극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