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스트아크에서 소통의 부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연이어 발생한 버그 및 미흡한 대처 때문이다.

논쟁이 된 버그는 크게 3개로 압축해볼 수 있다. 어비스 던전 오레하의 우물에서 발생한 '세토 공 버그'와 어뷰징을 통한 경험치 몰아주기인 '회랑 버그', 장비 분해를 통해 현재 아이템 레벨에서 획득이 불가능한 장비를 제작할 수 있었던 '선택 장비 버그'다.

3개 모두 레벨업 및 아이템 레벨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던 버그들로 현재는 모두 수정이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그에 따른 대처와 기준이 모호하고 후속 조치 또한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게임사의 가시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유저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 최근 버그에 따른 대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첫 논란이었던 세토 공 버그는 어비스 던전인 오레하의 우물에서 발생했다. 보스가 소환하는 오브젝트인 세토 공을 처치할 경우 상당히 높은 양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를 악용하여 세토 공만 격파하고 전멸하여 재도전을 반복했던 유저들이 있었다. 사실상 경험치를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유저들은 다른 유저들보다 훨씬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관련 내용은 현재 9월 초에 수정이 완료되었으며, 악용자들은 30일 이용 제한 및 경험치 하락 조치에 취해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경험치만 하락하고 레벨은 그대로였다.


▲ 오브젝트 하나당 2만가량의 경험치를 줬던 세토 공 버그


두 번째 논란은 특정 콘텐츠에 파티 상태로 입장한 후 다른 인원들이 캐릭터 선택을 하면 남은 인원에게 경험치를 몰아줄 수 있었던 버그다. 이는 입장권이 필요한 대신 획득 경험치가 막대했던 회랑에서 더 큰 문제가 되었다. 게다가 회랑 버그의 경우 캐릭터 선택을 했던 유저들도 경험치 외의 모든 보상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길드 단위의 어뷰징이 성행하기도 했다.

해당 내용은 첫 제보 이후 한 달이 넘게 지난 10월 15일(목) 임시 점검을 통해 수정이 완료되었다. 다만 당시 공지에는 경험치 회수 및 레벨 하락만 진행될 것이라는 내용뿐이었기 때문에, 세토 공과 달리 제재가 없는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경험치 회수 및 레벨 하락이 예정되었던 10월 21일(수) 정기 점검이 진행되었으나 여전히 제재에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다. 논란이 점점 커지자 조사를 통해 제재를 진행할 것이라는 추가 공지가 올라왔으며, 다음날에 세토 공 버그와 같은 30일 이용 제한이 진행됐다.

하지만 제재는 선 조치 후 공지를 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이를 반대로 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선 공지 후 조치를 한다면 관련 유저들이 계정 내 재화를 옮기는 등 대처할 시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토 공과는 경중의 차이가 있는데 이용 제한 일수가 같은 것이 공평하지 않다는 논란도 있다. 약관에서는 버그 및 시스템 악용을 의도적으로 반복할 경우 영구 이용 제한이라는 문구가 있기에 규정보다 낮은 수준의 제재가 이뤄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 관련 버그 사용자는 선 공지 후 제재가 되었다


이슈가 가라앉기도 전, 선택 장비 버그의 존재도 알려졌다. 선택 장비는 1,370레벨부터 획득 및 구매가 가능한 최상위 장비지만, 관련 장비를 구매한 후 분해하여 재료를 얻고 이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1,340레벨에도 획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힘든 레벨업 구간을 더 쉽게 돌파할 수 있음은 물론, 물량이 적고 인기가 많은 직업의 장비를 판매하는 식으로 막대한 재화를 축적할 수 있었다.

관련 버그에 대한 대처는 당일 새벽에 제작 NPC를 이용할 수 없게 하고, 다음날에 관련 내용 수정 및 악용자들에게 10월 30일(금)까지 7일 임시 이용 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발 빠르게 이루어졌다. 다만 관련 버그를 사용하여 축적한 재화에 대한 조치가 없는 등 악용 계정에 대한 조치 상황이 다소 불분명했다. 따라서 추가 공지가 있을 것이라 유저들이 예상했지만, 임시 이용 제한이 거의 끝나가는 현재(29일)까지 관련 공지는 없는 상황이다.


▲ 임시 이용 제한 해제일이 끝나가지만, 추가적인 안내는 없는 상황이다


세 개의 버그는 QA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설령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더라도 조금 더 빠르게 대처하고 공평하게 조치했다면 논란은 조기에 사그라들었을 수도 있다.

게임도 프로그램인 이상 버그는 언제 어디선가는 발생하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따라서 버그의 발생 그 자체가 주요 논점인 것은 아니다. 발생 이후 얼마나 빨리 인지하느냐, 얼마나 빨리 조치하느냐, 만약 사안이 복잡하다면 조사 기간 동안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 관련자에 대한 제재 및 보상 등의 사후처리가 만족할만한 수준이냐 등에 따라 그 평가가 갈리는 것이다. 동일한 버그가 발생하더라도, 비슷한 대처를 하더라도 작은 차이와 타이밍에 따라 Best와 Worst를 오가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공지들은 소통이라기보다는 결과물에 대한 건조한 알림에 좀 더 가까웠다. 과정이 길어진다면, 적어도 중간에 진행 상황이라도 공유해주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어찌 보면 버그의 피해자가 되어버린 유저들에게 또 다른 기다림과 궁금증을 안겨주는 것은 결코 좋은 감정을 이끌어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버그에 공지를 하나만 써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유저가 주말 중, 혹은 주말이 지난 월요일, 그마저도 안된다면 업데이트 예정일인 수요일에라도 추가 공지가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공지는 없었고, 수요일에는 로드맵으로 예정되었던 업데이트와 관련된 사항만 올라왔을 뿐이다. 유저와의 소통을 이어나가겠다던 감사제 당시의 포부가 무색해지는 일이다.

스케줄에 맞는 업데이트도 좋지만, 깔끔하게 종결되지 못하고 있는 버그의 사후 대처가 아쉬운 상황이다. 종결되지 못한 문제는 두고두고 소환되고 인용되면서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이번 연속 버그 사태를 최대한 빠르게 깔끔하고 만족감 있게 마무리 지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