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많은 관심 속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에는 내년을 위해 조용히 재충전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선 왠지 비시즌마다 인터뷰를 하고 싶어지는 100T의 탑 라이너, '썸데이' 김찬호가 있죠.

비시즌 동안 많은 해외 활동 중인 선수들은 한국에 돌아가곤 합니다. 가족, 친구를 보고, 한국 서버에서 새로운 감을 익히기 위해서이기도 하죠. 하지만 '썸데이'는 여전히 미국에 있습니다. 나름의 심각한 이유로 말이죠.

인벤 글로벌에서는 '썸데이' 김찬호에게 연락해, 코로나바이러스로 여전히 답답할 그 간의 근황과 롤드컵에 대한 소감, LCS의 안타까움, '더샤이'에 대한 그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팀에서 최고령 선수가 된 그가 신인들에게 해주는 좋은 이야기들까지. 인터뷰를 통해 한 번 확인해 볼까요?




Q. 잘 지내고 있나요? SNS에 한국 음식 사진이 보여서, 한국인 줄 알았어요.

사실 한국에 가고 싶긴 한데, 지금 영주권을 신청 중이라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에요. 미국에 계속 있는데 여기서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가게들이 많이 닫았더라고요. 나가기 힘든 상황이라 그냥 집에 박혀있죠.(웃음)


Q. 그럼 밖에도 못 나가고… 뭘 하고 지내세요?

그냥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어요. '메이플 스토리'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네요.(웃음)


Q. 요리 사진도 봤어요. 요리에 취미를 붙인 건가요? 아니면 그냥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

원래 요리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에요. 재미있어요. 만들고, 그걸 먹는 것이. 그런데 좀 많이 피곤한 일이기도 해서… 만드는 데 몇 시간씩 걸리잖아요? 사오고, 만들고… 근데 먹는 데 30분도 안 걸리고, 설거지는 엄청 오래 걸리고… 그게 싫어서 그동안 배달 음식을 시켜먹긴 했는데, 최근에 집에서 할게 없어서 시도하고 있어요. 제가 만들었지만 나름 맛있는 것 같아요.


Q. 현재 팀 숙소에 다른 사람들도 같이 있나요?

전 숙소에 살진 않고 코치와 따로 살고 있어요. 아마 (팀원들은)다들 집에 간 걸로 알고 있어요.


Q. 혼자 생활한다면 너무 외로울 것 같아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제가 알기엔 그래도 내년부터는 해외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들었어요. 한국에 가는 것도 가능하게 되겠죠? 이번 비시즌만 미국에 박혀 있는 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Q. 특별히 향수병 같은 건 안 생기나요?

제가 만약 이번 시즌이 처음 미국에서 지내는 시즌이었거나, 혹은 아무것도 몰랐으면 그랬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적응이 많이 돼서 크게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친구나 가족들을 보고 싶고 그런 건 당연히 있죠. 정 힘들었으면 (한국에 방문하기 위해)영주권을 좀 더 미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저한테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해서, 해결하려 하는 중이에요.


Q. 기존에 알던 사람들도 잘 못 만나고 있나요?

애초에 제가 그다지 ‘인싸’가 아니어서, 아는 사람이 많이 없기도 하지만 딱히 만나지도 못해요. 그리고 아마 다들 바쁠 거예요. 이제 곧 비시즌이니까. 구직자들은 구직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네요.


Q. '류'와 친하잖아요. '류'는 어떻게 지내요?

다음 달에 입대한다고 들었어요. 주변 다들 최대치로 나이가 차서, 저도 약간 조급해지고 있어요.(웃음)

▲ 18개월 더 고통받을 '류'와의 즐거운 한때


Q. 롤드컵은 잘 보고 있나요?

조별 리그까지는 거의 다 챙겨봤어요. 제가 시차를 아예 한국 쪽으로 맞춰서 봤는데, 8강부터는 시차가 다시 미국 쪽으로 돌아와서 관심 있는 경기들만 지켜봤어요.


Q. 그러면 거의 다 본 것이군요? 보면서 놀랐던 선수나 팀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담원 게이밍이 다들 잘한다고 해서 지켜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해서 정말 놀랐어요. 조별 리그부터 정말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주 보여줬죠.


Q. 선수 중에서는 그러면 아무래도 '너구리'일까요?

맞아요. 선수들 중 지금 딱 기억에 남는 사람은 '너구리'인 것 같네요.



Q. 작년에 저와 인터뷰를 했을 때 '너구리'에 대해 잠깐 얘기했던 것 기억이 나나요? 그 당시 '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고, 안정적인 부분은 떨어지더라도 재미있게 게임을 하는 선수'라고 언급했어요. 제 생각엔 1년 사이에 '너구리'도 완전히 변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희가 '너구리'에 대해 얘기를 했었나요? (웃음) 아무래도 경험치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어서,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팀에서 그런 어그로를 끌어주는, 상대로 하여금 신경 쓰이게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통해 다른 팀원들이 더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고… 그래서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해요. 그런 큰 대회에서도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잖아요?



Q. 반면, LCS의 롤드컵 성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16강의 북미 경기를 다 챙겨보긴 했어요. 북미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로서 봤을때도 많이 안타까웠어요. 저도 당연히 NA에 오래 있기도 했고,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그런데 너무 처참하게 맞는 것 같아서(웃음), 보다가 못 보겠다 싶어서 중간에 껐던 기억이 있네요.


Q. 그래도 두 팀은… 선전하지 않았나요? 최소한 인상 깊은 경기력을 남긴 것 같은데.

전 그래도 플라이퀘스트가 국제 무대에서 더 잘할 것으로 생각했어요. 탑 라이너인 '솔로'를 비롯해 모두 경험이 많고, 'POE'나 '이그나'는 롤드컵에서 높이 올라갔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라서요. 그래도 8강은 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떨어지니 안타깝더라고요.


Q. 저도 북미 기량이 그렇게까지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정작 이렇게 다 8강 진출에 실패했는데, 어떤 원인이 있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탑에서, 예를 들어 '브로큰 블레이드', '솔로', '임팩트'가 요즘 가장 잘한다고 평가받는 '너구리'와 1:1로 붙는다 해도 박살이 나거나 할 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서 라인별로 따지면 1:1로 그렇게까지 부족한 건 아닌데, 이게 팀 게임이다 보니까…

예를 들어 탑에서 최대한 2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 너구리가 1.3점을 가져가고 제가 0.7점을 가져갔을 때 다른 라인에서 1.3점 이상을 가져와야 해요. 그런데 모든 라인에서 비슷하게 조금씩 지고 있다 보니 팀으로 보면 이길 수 없게 차이가 벌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좀 탈출구라고 해야 하나, 게임을 풀어갈 수 있는 방향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어서 힘든 것 같네요.


Q. 그러면 결국은 개인 기량 차이가 나는 건가요?

그렇죠. 저는 그게 베이스라고 생각하는데, 팀적으로 봤을 때 그 차이가 더 벌어지는 거죠.


Q. 운영적인 면보다는 그런 부분이 더 문제인 건가요?

물론 운영적인 면도 있겠지만, 제가 경기를 봤을 때는 그것보다는 패배에 더 큰 지분이 있는 것은 개인 기량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한 명이 잘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잘해서 메꿔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쪽도 메꿔줘야 하고 저쪽도 해야 하고… 그렇게 가다 보면 한 명이 1인분을 하고 있더라도 어느 순간 같이 휩쓸려서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Q. 그렇다면 LCS가 더 발전하고 국제 무대, 롤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뭐… 고리타분한 얘기겠지만, 연습을 많이 하고 다른 지역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아요. 라인전을 이기적으로 한다거나, 스노우볼을 굴리는 법을 안다거나. 저는 현재의 LCS가 다소 운영적인 부분에 치우쳐져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운영을 잘해서 한타 없이 이길 수 있으면 좋긴 한데, 요즘은 그게 좀 어렵죠.


Q. 그게 옛날 LCK에서 보여줬던 콘셉트 아닌가요? 한타 없이 이기고, 킬 없이 이기려는 방향.

맞아요. 그땐 그랬죠. 지금은 오브젝트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도 있고, 모두 다 상향 평준화가 돼서 아무리 운영을 잘한다고 해도 그런 한타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어요.


Q. LCS에선 Bo3를 다시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만일 Bo3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나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각 방식에 장단점은 있어요. Bo3를 하면 아무래도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좀 더 많은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런데 좀 더 많은 경기를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신기한 픽 같은 건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과 같은 치열한 순위 경쟁도 분명 줄어들 거예요.


Q. 선수들 입장에서는 경기 수 자체가 늘어나는 것이다 보니 피곤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 판 하고 집에 가는 것과 당일 여러 경기를 하는 것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은 승패에 달린 것 같아요. 경기를 많이 하더라도 이기면 그날은 기분이 좋은 날이고, 경기를 적게 하더라도 지면 그날은 온종일 죽상이 되는 날이니… 경기 수는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많이 해도 하루에 세 판 혹은 다섯 판인데, 그 정도는 연습을 하면서도 많이 하니까 피곤한 것과는 상관없을 것 같네요.


Q. 본인은 이제 팀 내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요. LCS 모든 팀으로 봐도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는데, 선배로서 좀 주목되는 신인들이 있을까요?

전 당연히 우리 팀의 정글과 서폿 선수들이 나이가 어리고 강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컨트랙츠' 같은 경우는 경력으로 치면 베테랑이지만 아직 나이는 어린 편이에요. 롤드컵도 경험했죠. 서폿인 '품'은 LoL을 시작한 지 이제 2년 정도밖에 안 됐어요. 프로 데뷔는 6개월 정도 됐고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대회에서도 겁먹지 않고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 굉장한 플러스 요소거든요.

다른 팀들은 잘 모르겠어요. 결국은 다들 아는 그런 선수들인 것 같아요. '택티컬'의 경우 잘한다고 생각해요. 솔로 랭크에서도 자주 만났는데, 예전부터 잘할 거라 생각했어요.


Q. 솔로 랭크를 하다 보면 그런 신인들의 잠재력 같은 것이 보이기도 하나요?

항상 감이 맞지는 않아요 (웃음). 그런데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아요.


Q. 방금 설명했던 '컨트랙츠'나 '품'에 대해 좀 더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컨트랙츠'는 플레이가 엄청 유동적이에요. 그래서 플레이하기 편한 느낌이죠. 어떤 선수들은 딱 정해진 게임의 틀에서 벗어나면 멘탈이 나가거나 당황하곤 하는데, 같이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는 불편해질 수 있어요. 게다가 만일 제가 작은 실수를 해서 특정 플랜이 틀어지면, 그 사람의 멘탈이 같이 나가기 때문에 결국은 저한테까지 영향이 오죠. 그런 면에서 '컨트랙츠'는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것도 빠르고 주는 것도 빨라요. 같이 게임을 하기 참 편하게 만들어줘요.

'품'의 첫인상은 옛날 팀원 '하차니'가 생각나더라고요. 게임을 엄청 잘 이해하면서 정말 직설적이에요. 실수하면 그때마다 바로 짚어서 구체적으로 말해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순 있지만, 약간만 다르게 생각하면 말 안 하고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그렇게 이야기해서 바꾸는 게 좋아요. 그런 부분이 강점인 것 같아요. 저희가 피드백을 줄 때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빨라요. 그리고 인게임에서 의견이 좀 강한 편이라, 오더 면에서도 원하는 것들을 많이 이야기하죠. 그런 걸 잘해요.


Q. 얘기를 들어보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 같네요.

그렇죠. 아직 나이가 어려서… 부럽네요. (웃음)


Q. 새로 나온 챔피언들은 다 해봤나요?

해보진 않았고 많이 봤어요. 최근 패치에서 챔피언이 한꺼번에 나오더라고요. 요네는 미드에서 잘 쓰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 야스오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장단점이 달라요. 물론 팀 게임에서는 쓰기 어렵겠지만, 다소 버프를 받거나 메타가 바뀐다면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미라는 지금 당장 대회에 나와도 강력할 것 같아요. 사용하기 어렵다고 할 수도 있긴 한데, 성장하면 너무 사기여서 잘 쓴다면 좋은 것 같아요. 최근에 SNS에서 어떤 영상을 봤어요. 탑으로 갔는데 1대 5 상황에서 혼자 펜타킬을 하더라고요. 물론 거의 매드무비급인 영상이지만 한데 아무래도 너프를 받지 않을까 싶네요.

세라핀은 출시한 지 너무 얼마 안 돼서 보진 못했어요. 유튜브에서 스킬셋 같은 것만 봤는데… 별로 안 쓰이지 않을까요? 그런 부류는 향로 메타가 오거나 해야… 메타를 많이 타는 챔프여서, 지금 당장은 좀 쓰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생긴 게 예뻐서 장인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웃음)


Q. 요네의 경우는 이번 롤드컵에 활성화가 됐으면 많이 쓰였을 거라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탑에서는 상성 때문에 카운터 픽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면 어려울 것 같고, 미드로는 좋았을 것 같아요. 솔로 랭크에서도 캐리를 많이 하는 챔피언이에요. 그런데 꼭 우리 편이면 못하더라고요 (웃음). 우리 팀 야스오랑 똑같아요.


Q. 다음 시즌엔 아이템도 많이 변경되죠. 제가 보기에는 너무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그대로 나오진 않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LoL이 바뀐다고 하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이 'LoL 망한다'고 했는데 결국은 다 잘 적응했으니… 다들 또 잘 적응하지 않을까요?

예전에도 라이엇에서 프리시즌 패치를 하고, 밸런스 팀에서 저를 몇 번 초청해 테스트해본 적 있어요. 그 때 한번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만약에 내가 은퇴하고 밸런스 팀에 취직하면 어떨까?’. 생각은 해봤는데, 도무지 제 머리로는 안될 것 같더라고요.(웃음) 밸런스에서 생각할 게 너무 많아서 말이죠. 어쨌든 그분들이 열심히 일해서 나온 건데, 잘 해주지 않을까요?


Q. 만일 밸런스 팀에 가면 어떻게 조정을 하고 싶나요?

물론 그런 것도 좋겠지만, 저는 다른 사람은 못하고 저만 잘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예를 들어, 잘하면 엄청 강하지만 못하면 약하게끔. 손을 많이 타야 재미있고 멋있잖아요.


Q. 딱 야스오 스타일이네요?

그래서 제가 야스오를 좋아해요. (웃음)


Q. 최근에 '더샤이'가 솔로 랭크에 어마어마한 픽들을 선보이는 것 봤나요? 애쉬나 아펠리오스… 어떤 것 같아요?

봤어요. 탑 신드라도 하던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솔로 랭크에서는 할만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가끔씩 가렌을 블라인드 픽으로 꺼내기도 하고, 트린다미어나 카시오페아를 하기도 해요. 그런 식으로 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더샤이'가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좋아해서가 아닐까요? 그래서 칼리스타나 루시안을 자주 하고,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잖아요. 그런데 애쉬 같은 챔피언은 대회에서는 파훼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오진 않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솔로 랭크에서 그런 챔피언을 하면 재미있어요. 맨날 땀내나는 레넥톤, 마오카이 이런 것만 하다가 애쉬로 상대를 때리다 보면 아주 재미있죠 (웃음).


Q. LoL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변화하고 있어요. 변화야말로 장수의 비결 중 하나가 아닌가 싶은데, 본인 역시 선수 경력이 어느새 정말 길어졌죠. '썸데이'가 말하는 선수로서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뭐가 있나요?

여러가지가 있는데, 꾸준한 것. 꾸준히 자기관리를 하고 게을러지지 않고, 변화에 자신을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해요. 승부욕도 중요하죠. 예를 들어 상대방이 A 챔피언을 했고 제가 졌어요. 그런데 제가 똑같이 A 챔피언을 했는데 또 졌어요. 그런 경우엔 계속 분석을 해요. 왜 졌는지, 왜 나는 상대처럼 못했는지 생각을 하고 공부를 하죠. 이렇게 하다보면 발전을 할 수밖에 없어요.

또, 성격 자체가 제 자신에게 관대하지 않은 편이에요. 그래서 만족을 잘 못해요. 제가 엄청 잘했더라도 못했던 점을 찾아 개선하려고 늘 노력해요. 이런 부분들이 도움된 것 같아요. 정말로 못했을 때는 가끔 이런 부분이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발전하려면 이런 게 있으면 좋을 거라 생각해요.


Q. 정말 좋은 얘기네요. 신인 선수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을까요?

제가 말하지 않더라도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은 프로게이머 되기가 많이 어려워져서 그분들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며 올라올 거예요. 특별히 더 조언해 줄 것은 없지만, 굳이 하자면 게임을 좀 좋아했으면 좋겠네요. 자기가 게임을 잘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팬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계속 재미있게 즐기는 것. 그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오래 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앞으로 더 오래오래 할 거예요. (웃음)


Q. 정말 오래오래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본인 역시 지금도 계속 게임을 하고, 무대에 서는 게 재미있나요?

물론 이기면 재미있어요. 그런데 가끔씩… 아무리 노력했다 해도 질 때가 있죠. 그럴 때면 솔직히 허탈한 순간이 좀 오긴 해요. 이만큼 노력했는데 결과가 안 따라와 주고, 악플에도 굉장히 많이 시달리고. 그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전 비시즌에 일부러 LoL을 잘 안 해요. 괜히 쉬지 않고 LoL을 달리다가 번아웃이라도 오면 큰일이 나니까요. 그리고 LoL이라는 게임이... 좀 쉬었다가 다시 하면 더 재미있어요.

아직 절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만 해요. 확실히 아직 재미있어요. 저도 여러분처럼 게임을 하다가 화날 때가 아직 많이 있지만… (웃음)


Q.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마지막 인사 한마디 부탁해요.

아직도 절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태 해왔던 것만큼 계속 더 열심히 해서 재미있는 모습으로 또 다시 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라이엇게임즈, '썸데이'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