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로열로더, '고스트' 장용준이 마침내 꿈을 이뤘다.

그의 시작은 더없이 초라했다. 2015년 CJ 엔투스의 연습생으로 입단한 후 2016 LCK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에서 단 2회 출전해 모두 패배했다. 이후 bbq 올리버스로 이적해 주전 자리를 꿰찼으나 더 큰 절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2년 내내 bbq 올리버스는 최하위권을 기록했는데, 그중에서도 다수의 데스를 기록한 '고스트' 장용준은 부진의 주범으로 꼽혔다.

이후 2019년 '고스트' 장용준은 샌드박스 게이밍에서 활동하며 본인의 가치를 어느 정도 알렸다. 최상위급 봇 라이너만큼의 폭발적인 기량을 보이진 못했지만 지난 시절보단 확실히 성장한 모습이었다. 2020년에는 하체가 약점으로 꼽혔던 담원게이밍에 전격 입단하는데, 팬들의 반응은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행보로 비추어봤을 때 확실한 봇 캐리가 가능할 정도의 선수는 아니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고스트' 장용준은 오로지 경기력을 통해 스스로를 수없이 증명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상체를 만나자 전체를 꿰뚫어보는 그의 영리함이 빛을 발했다.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던 무력은 '베릴' 조건희가 든든히 채웠다.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승승장구를 이어간 '고스트' 장용준은 2020 LCK 섬머 스플릿 우승을 넘어 끝내 2020 롤드컵 로열로더라는 위업을 썼다.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라는 뜻의 대기만성. '고스트' 장용준이야말로 이 사자성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봇 라이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