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울링' 전호빈(탑)-'아이스' 윤상훈(바텀), '두티' 최두성 코치(왼쪽부터)


LCK에도 프랜차이즈가 도입되면서 자연스레 2군 리그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챌린저스 코리아라는 독립된 2부 리그가 아닌, LCK 팀들의 산하에 있는 2군팀 경쟁이기에 기존 팬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죠.

얼마 전 라이엇에서 방송한 '롤 더 넥스트'나 아카데미 시리즈 등을 통해 관심 있는 팬들이라면 '어느 팀의 아카데미 누가 유망주라더라' 정도는 쉽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수 팀들이 LCK만큼이나 2군, 선수 육성에 많은 투자를 쏟고 있는 상황입니다.

샌드박스 게이밍은 비교적 빨리 프랜차이즈화 이전부터 선수 육성에 힘을 쏟으며 아카데미 시스템 구축을 일찍 해놓은 팀입니다. 그 결과, 7일 제12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KEG)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죠. 오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볼 주인공들은 바로 아카데미 시스템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2군. 샌드박스의 미래들과 그들의 성장을 돕는 코치입니다. 언젠가는 LCK, 나아가 롤드컵 무대를 꿈꾸는 그들.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Q. 샌드박스의 미래들이라고 들었습니다. 먼저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두티' 최두성 코치 : 샌드박스 아카데미 코치에서 최근 2군 코치를 맡게 된 '두티' 최두성입니다. 과거에는 배틀 코믹스 소속 바텀으로 활동한 적이 있어요.

'아이스' 윤상훈 : 샌드박스 2군 바텀 '아이스' 윤상훈입니다. 현재 20살입니다.

'하울링' 전호빈 : 2군 18살 '하울링' 전호빈이라고 합니다. 이런 인터뷰가 처음이라 떨려요.


Q. 샌드박스 게이밍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최두성 코치 : 배틀 코믹스 원거리 딜러로 활동하다가 은퇴 후 1년 정도 사회복지사로 평범하게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 감독이던 유의준 감독님이 아카데미팀 코치로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주셨고, 큰 고민 없이 하겠다고 했습니다.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면서도 게임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컸고, 선수로 이루지 못했던 점에 아쉬움도 많아 코치로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아이스 : 아카데미에 처음 합류하게 된 건 작년 10월이에요. 당시 솔로 랭크에서 '두티' 코치님을 아군으로 만났는데, 저를 좋게 봐주셨는지 테스트를 제안하셔서 수락하고 합류했습니다. '두티' 코치님 말로는 원거리 딜러는 자신만의 고집도 좀 있어야 하는데, 그런 패기(?)같은 게 보였다고 하셨어요(웃음).

하울링 : 작년 가을 정도에 현재 샌드박스 스카우터로 활동 중이신 '판다' 김기웅 스카우터님의 제의를 받았어요. 사실 순수 아마추어 시절에는 탈론만 하는 원챔 출신이었는데, 미드로 DRX 테스트를 봤다가 떨어져서 탑으로 포지션을 변경했어요.

그런데 탈론이란 챔피언에 애정이 있다 보니까 탑에서도 탈론만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점수의 한계(그랜드마스터 500)를 느껴서 이것저것 탑 챔피언을 해보기 시작했고, 근접 브루저 챔피언이랑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카밀이나 레넥톤 같은 정통 브루저 챔피언을 좋아합니다.



Q. 아카데미 합류 이후 본인 실력이 어느 정도 상승 된 것 같아요?

아이스 : 저는 원래 무조건 라인전만 집중하는 편이었어요. 롤은 5:5 게임인데, 저는 2:2게임이라 생각하고 했거든요. 다른 라인의 상황이나 움직임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상대를 때릴 생각으로만 가득 찼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많이 바뀌었죠(웃음). 물론 아직 그런 성향이 남아 있는데, 상황에 따라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하울링 : 프로팀 자체가 처음이라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팀게임이라는 걸 해본 적도 없고, 지금은 그래도 1년 동안 많이 배워서 조금은 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원래 탱커를 좋아하지도 않고, 못했는데, 탱커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어요. 그래도 물론 탱커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재미가 없어요(웃음).


Q. 국내나 해외, 평소 닮고 싶은 선수나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던 선수가 있을까요?

하울링 : '너구리' 장하권 선수.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라서가 아니라 챌린저스 코리아 시절부터 '너구리' 선수가 가장 잘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솔로 랭크지만, 붙었을 때 느끼는 중압감도 남달랐고, 딜교환도 그냥 감각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뭔가 다 계산된 플레이 같은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저희 1군인 '서밋' 박우태 선수가 초반 라인전 이득을 바탕으로 탑1~2차 사이에서 오버 파밍을 하는데, 탑의 로망이거든요. 상대 정글도 부르면서 스노우볼을 정말 잘 굴려요.


아이스 : 무조건 '테디' 박진성 선수요. 대회에서는 좀 그런 모습이 많진 않아도 솔로 랭크 '테디' 선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로 경기를 터트려요. 브레이크가 고장난 느낌?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애쉬에 있어서는 '룰러' 박재혁 선수? 거리 조절이나 라인 조율 능력이 누구보다 탁월한 것 같아요.


Q. 샌드박스 아카데미가 최근 KEG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보였어요. 우승이라는 타이틀은 대회의 규모를 막론하고 좋은 거잖아요?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최두성 코치 : 준비 기간이 굉장히 짧았어요. 내년 시즌을 맞이해 10~11월 동안 2군 선수 선발 과정도 있었고, 아카데미 선수들도 새로 뽑아야 하는 등, KEG에 몰두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본격적인 준비는 1주일 정도뿐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KEG 우승을 해야 해'라는 느낌보다는 샌드박스 아카데미와 2군팀 선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경쟁 심리를 부추겼어요. 그래서 선발한 5명의 선수로 KEG에 출전했고, 기존에 아카데미 시리즈를 해왔던 경험을 토대로 KEG도 잘 풀어가지 않았나 싶네요.

하울링 : KEG 대회에 아카데미 쪽에서 강하다고 생각되는 팀들이 모두 참가한 건 아니라 무조건 우승이라는 마인드로 대회에 임했어요. 우승에 자신은 처음부터 있었는데 막상 우승을 직접 하니까 내심 뿌듯하더라고요.



Q. (최두성 코치에게) 선수 시절, 크게 빛을 본 타입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아카데미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것 같기도 한데, 선수 선발에 있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두성 코치 : 음.. 사실은 나만의 느낌이 제일 커요(웃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인데, 일반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 보는 눈이라고 할까요. 오프라인 테스트를 통해 게임하는 것도 보고, 이야기를 조금만 나눠봐도 어느 정도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어요.

물론 실력이야 잘할수록 좋은거고, 굳이 실력과 마인드적인 부분을 나눠보면 6:4정도? 아카데미 선수들은 나이도 어리고, 정신적으로도 미성숙한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잘 수용하고 따라올 수 있을지가 중요하죠. KEG 우승을 함께한 서포터 '무루' 이성조 선수의 경우, 테스트 당시 실력이 만족스럽진 않았어요.

그런데 평소 생활 태도부터 팀원들과 관계 등 전체적으로 아주 모범적이었거든요. 실제로도 가장 열심히 노력하고, 항상 먼저 일어나는 등 모든 선수들이 본받을만한 생활 태도를 갖췄어요. 그만큼 실력이 느는 것도 보이는 선수고요.


Q. 2군 리그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가면서 아카데미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많아지고 있어요. 아마추어나 아카데미 선수들 중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면요?

최두성 코치 : '피치'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정글러 선수가 있는데, 굉장히 공격적이면서 카운터 정글을 깔끔하게 잘 해요. 야생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선수 같아 보였어요.

하울링 : 아마 팬들도 많이 아실만한 선수인데, T1의 제우스 선수요. 저보다 한 살 어리다고 알고 있는데, 굉장히 잘한다고 느꼈어요. 탑이랑 어울리지 않게 똑똑한 느낌이랄까요. 대부분의 탑 선수들이 초기에는 딜교환 위주로 라인전 이득을 통해 굴리는 걸 좋아하고, 그만큼 많이 망하기도 하잖아요. 이 선수는 그런 조율을 정말 잘한다고 느꼈어요.


Q. 내년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2군 리그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최두성 코치 : 아직 명확하게 계획이 있진 않아요. 대략적인 틀은 잡아놨지만요. 2군 리그도 LCK와 마찬가지로 좋은 성적은 당연히 기본이 되겠지만, 나아가 얼마나 1군에서 활약할만한 선수로 보내느냐도 중요해요. 그래서 선수들끼리 긍정적인 경쟁을 통해 2군 선수단 전원의 폼이 함께 좋아지게 만들고 싶어요.



Q. 그럼 프랜차이즈 이후 바뀌는 2군 리그에 대한 기대나 라이엇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을까요?

최두성 코치 : 힘들겠지만, 1군이랑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최고의 선수들, 최고의 리그와 같은 환경을 사용한다는 것 만으로도 2군 선수들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봐요. 경기력 자체는 당연히 LCK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2군 선수들이 성장하는 맛을 보여주기엔 더 적합할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이 노출되는 게 최고죠.


Q. 최근 화제인 프리 시즌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많이 해보셨나요?

아이스 : 아이템으로 인해 많이 바뀌긴 했는데, 태양불꽃방패 게임이죠(웃음). 원딜 중에서는 루시안이 재밌어요. 정수 약탈자, 나보리 신속검과 시너지가 정말 잘 맞는 챔피언이라 재밌어요. 그리고 가장 OP는 당연히 사미라고요. 불멸의 철갑궁을 신화템으로 갔을 때 챔피언이 가지고 있는 흡혈이랑 너무 잘맞아요. 대놓고 사기 느낌이 들어요.


하울링 : 탑은 긴말이 필요 없습니다. 태양불꽃방패 한마디면 끝나요. 탱커가 굉장히 강력해졌어요. 브루저보다 딜이 더 좋아요. 그 외에 해본 것 중에서는 카밀은 여전히 강하고, 아트록스는 선혈포식자를 통한 흡혈이 정말 달달한 것 같았어요.

최두성 코치 : 탱커 메타는 팬분들도 다 아시는 내용이고, 이동기가 없는 원거리 딜러들의 생존이 어려워진 부분이 있죠. 그리고 AP 아이템의 경우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


Q.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하울링 : 아직 스노우볼을 굴리는 게 부족한데, 무력과 지력을 동시에 겸비한 탑 라이너로 기억되고 싶어요. 2군 리그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기회를 얻어 LCK 무대에서 뵙겠습니다.

아이스 : 라인전도 잘해주고, 정글을 잘 활용하는 원거리 딜러의 대표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더불어 내년 2군 리그는 샌드박스가 우승하겠습니다.

최두성 코치 : 우리가 다른팀 2군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1차적인 목표는 플레이오프인데, 2군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성장하는 팀이 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꼭 선수들이 많이 조명받는 무대가 됐으면 좋겠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