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함께 K-팝이 전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어느샌가 한국적인 무언가를 표현할 때 코리안(Korean)을 뜻하는 'K'를 말머리에 붙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김치와 불고기를 필두로 하는 K-푸드부터, 드라마 킹덤을 통해 알려진 K-좀비, '이태원클라스'처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웹툰을 일컫는 K-웹툰이라는 말도 있죠. 이처럼 '국뽕'이 가득 함유된 표현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K가 사용되어왔고, 이러한 풍조는 자연스레 게임 업계에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쓰이는 K는 원래 가지고 있던 의미처럼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신작만 나왔다하면 모바일 게임인 점이나, 확률이 소수점 두 자리 아래까지 우습게 넘어가는 무작위성 짙은 과금 요소를 두고 한국 게임의 특징이라며 K를 붙여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죠.

이때, 'K-판타지'를 표방하는 위메이드의 신작 '미르4'가 등장했습니다. 거진 17년 만에 등장한 미르 시리즈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자, 한류 1세대 게임의 전설을 한국 시장에서도 이어가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등장한 이 게임은 과연 어떤 의미의 K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저그런 MMORPG들의 뒤를 잇는 평작이 될지, 'K-판타지'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될 것인지, 직접 플레이하며 확인해보았습니다.

▲ 이 기사는 도사 클래스로 35레벨까지 플레이한 뒤 작성했습니다.


K-판타지 '미르4'의 첫 인상은?
동양적인 분위기 제대로 담아낸 눈이 즐거운 비주얼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미르4의 특징은 미려한 그래픽입니다. 모바일 디바이스로 구동해도 2020년에 출시된 신작이라고 소개하기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깔끔한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이왕 플레이하는 거 더 깔끔한 그래픽으로 즐기고 싶다면, PC 클라이언트로도 미르4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PC와 모바일을 동시에 지원하는 멀티 플랫폼 형태는 모바일 MMORPG가 응당 갖춰야 하는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되어버렸고, 미르4는 이러한 조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3D MMORPG에서 빠지면 섭섭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도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캐릭터 뒤통수만 볼 텐데 그게 뭐가 중요하나 싶을 수 있겠지만, 나만의 독창적인 외모의 주인공을 꾸며볼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이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MMORPG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캐릭터를 생성한 뒤 필드에 나가면, 미르4의 비주얼을 더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됩니다. 벚꽃이 흐드러진 마을의 풍경과 동양적인 미를 더해주는 산맥의 기암괴석 등, 산수화에 어울릴법한 아름다운 풍경 속을 경공으로 활보하며 둘러보는 재미 역시 각별했습니다.

전투에서 볼 수 있는 스킬 연출 역시 미르4의 미려한 그래픽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모든 스킬에 저마다 특색있는 전투 모션이 더해져 보는 맛을 더했고, 타격 피드백 역시 훌륭한 편입니다. 이처럼, 적어도 첫인상에서는 흠잡을 것 없는 멋진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할 때 비주얼을 중시하는 유저들에게는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첫인상이었죠.



중국에서 '리니지'급 위상 갖는다는 미르 IP의 매력은?
기억에 남는 건 실사 배우의 모델링 뿐


위메이드의 지난 실적 발표회에서 중국 유저들이 바라보는 '미르' IP에 대한 인상이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미르는 이미 하나의 커다란 동양 무협 장르로 인식되고 있으며, 알기 쉽게 한국의 사정에 비유하자면, '리니지'급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죠. 사실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한국의 게임 IP가 중국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는 미르 시리즈의 정식 넘버링 신작인 미르4가 전작을 즐겼던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원작의 향수를 계승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전작인 미르의 전설3 이후로 벌써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당시의 게임 플레이를 이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레 미르4의 스토리에 한국적인 매력, 그리고 미르 IP 특유의 매력들이 녹아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 익숙한 모습의 포탈 마법을 사용하는 사르마티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한 미르4의 스토리는 기대한 만큼의 감흥을 주진 못했습니다. 여러 기연을 만나며 점점 강해지는 주인공이 거대한 적대 세력에 맞서게 되는, 전형적인 무협지 느낌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요. 여기서는 오직 '미르'이기 때문에 가능한 매력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K-판타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딱히 한국적인 요소도 없었죠.

몇몇 중요 스토리는 한 장의 이미지와 글로 대충 정리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주인공이 큰 위협과 마주한 순간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을 즈음, 짧은 로딩과 함께 '어찌어찌 잘 해결됐다'라는 식으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 맥이 뚝 끊기는 순간이 여럿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스토리에 극적인 효과를 더하기 위해 컷신이 자주 등장하지만, 컷신에 진입하기만 하면 영상의 해상도가 확 떨어져서 몰입을 방해합니다. 보통 컷신에서는 실제 게임 플레이보다 더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을 기대하게 되곤 하지만, 미르4의 영상 컷신은 모바일 버전에 맞춰 최적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하나씩 모이다보니 점점 이야기를 따라가는게 버겁게 느껴지고, 자연스레 영상 스킵 버튼을 찾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됐습니다.

▲ 컷신에서만 스킵을 제공하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일까?

▲ 노력해봤지만, 군침 싹 도는 스토리는 아니다

스토리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실제 배우들의 모습이 적용된 조연 캐릭터들의 모델링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악역으로 비치는 비천성의 성주 ‘손덕’은 배우 안재모의 모델링이, 그리고 최고의 대마법사이자 주인공의 사부로 등장하는 '사르마티'에는 조상구 배우의 페이셜 캡쳐 모델링이 적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어디서 많이 본 배우 같은데?' 싶은 느낌의 캐릭터들이 조연 캐릭터로 다수 등장합니다. 대사형인 왕자 '상백'의 모습에선 송일국 배우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데, 정확히 공개된 부분이 없으니 확신할 순 없겠네요. 이런 요소에서는 조금이나마 'K-판타지'스러운 매력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현재로선 미르4에서 중국 유저들이 또 하나의 무협 장르로 쳐준다는 미르 IP 특유의 매력이나 흡인력 있는 스토리라인을 경험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입니다. 실제 배우들의 캡처 모델링이 조연 캐릭터들에 적용된 것이 신선하게 다가오나, 이런 요소는 어디까지나 잠깐의 반가움일 뿐이죠. 미르4의 '미르'가 단순히 전작의 이름만 따온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면, 아쉽게 느껴지는 몇몇 스토리 연출 파트를 보강하고, 게임 외적인 방법으로도 미르 IP가 가지는 매력을 더욱 알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 캐릭터 모델링은 한눈에 봐도 배우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잘 만들어진 편


과금 없이도 어떻게든 성장할 수 있다
기연을 만나 점차 강해지는 무협지 속 주인공처럼


MMORPG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레벨업, 그리고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재미겠죠. 대부분의 모바일 MMORPG가 그렇듯, 미르4에서도 초반에는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며 퀘스트 경험치를 받는 것이 가장 빠른 성장법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소 아쉬운 꾸밈새의 스토리를 마냥 따라가는 과정이다 보니, 스토리에 흥미가 없다면 감흥도 없고, 보람도 없는 레벨링이 되기 쉽습니다. 오직 스토리만 따라서 맹목적으로 레벨을 올리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전투력 부족으로 더이상 스토리를 진행할 수 없게 되는데, '찍먹만 해보고 떠난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유저들은 대부분 이 과정에서 이탈했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르4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유저라면, 과금 없이도 캐릭터의 성장을 지원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 스토리만 밀다보면, 중간중간의 전투파트도 힘겨워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서브 퀘스트 개념의 임무와 의뢰 시스템입니다.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에 거치게 되는 모든 지역에는 저마다 임무와 의뢰가 존재하는데요. 현재 캐릭터와 비슷한 전투력 대의 지역 임무들은 레벨링 과정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총 10개의 임무를 일괄 선택하여 우선순위를 지정하고 자동으로 수행하는 '임무 자동 진행' 기능도 제공되므로 보상을 얻는 과정이 크게 번거롭지도 않습니다.

'의뢰'에서는 무협 소설 속 주인공처럼 다양한 기연을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몇몇 의뢰에는 숨겨져 있는 고문서나 봉인된 장소를 찾아내야 하는 것들이 있고, 필드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경공을 활용하면 무심코 지나쳤던 곳에 숨겨져 있던 단서들을 찾을 수 있게 되죠. 마냥 시간을 때려 부어 몬스터만 토벌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연을 만나 캐릭터가 성장하는 것을 반영한 듯 완료 보상도 쏠쏠한 편입니다.

▲ 경공을 활용하면 대부분의 지형에 오를 수 있다

메인 스토리만 계속 진행했다면 저레벨 구간의 임무와 의뢰들은 자연스레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릅니다. 뒤늦게 하자니 보상으로 제공되는 경험치도 낮은 편이고, 일부러 챙겨서할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게 되는데요. 미르4에서는 이러한 콘텐츠도 허투루 버려지지 않게끔 '위업'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총 9개의 위업 구조물을 모두 개방하고, 승급하려면 각 지역의 일반 임무, 의뢰 임무들을 달성해야만 합니다. 놓치고 넘어갔던 임무가 있다면 하나씩 찾아서 진행하고, 구조물을 개방할 때마다 보상으로 전투력도 상승하니,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차근차근 마을을 성장시키는 재미가 있습니다.


자동 임무로 레벨링을 진행할 땐 경험치 부스터 역할을 하는 '활력' 시간을 꾸준히 유지해줘야만 합니다. 활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자동사냥의 경험치 효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보통 경험치 부스터는 캐쉬, 혹은 게임 내에서 조금씩 모을 수 있는 유료 재화로 구매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르4의 활력은 게임 내 생산 활동을 통해 누구나 과금 없이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생산 활동이란 채집과 채광, 그리고 진기를 얻을 수 있는 운기조식 등을 말합니다. 미르4의 생산 활동은 활력 시간을 벌기 위해 억지로 해야 하는 활동이 아니라, 캐릭터 성장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재화들을 수집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활력 시간이 있을 때는 자동 사냥으로 경험치 파밍을, 활력이 부족할 때는 생산 활동을 하며 성장에 필요한 재화를 벌어들이는 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면 특별히 과금을 하지 않아도 꾸준히 내 캐릭터가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하루에 정해진 횟수만 입장할 수 있는 '차원문'과 '토벌' 콘텐츠 등을 함께 챙겨주면, 무과금 유저에게 27레벨 즈음에 찾아오는 통곡의 벽인 '우마신전' 파트도 거뜬히 돌파할 수 있게 됩니다.

▲ 영롱한 노랑, 빨강 등급의 채집 포인트를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실 과금으로 패키지를 구매하면 더욱 편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출시 전에 진행된 개발자 인터뷰에서는 과금 비중이 거의 없다고 밝혔지만, 과금을 진행하면 훨씬 높은 등급의 장비를 더욱 쉽게 만들어서 성장 과정에 들어가는 '노가다'의 비중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 필요한 과금은 단순히 10만 원~20만 원 선에서 정리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닙니다. 운이 좋아 확률의 벽을 뚫으면 종결급의 캐릭터나 장비를 뽑을 수 있는 몇몇 모바일 게임들과 다르게, 미르4에서 구매할 수 있는 과금 아이템은 대부분 고성능 장비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를 뽑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완제품 장비가 포함되어있는 55,000원짜리 한정 상품인 '신입 용사의 장비 패키지'를 구매하더라도 가장 낮은 단계인 초록색 고급 무기만 등장하므로, 웬만한 과금만으로는 강해질 수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 역시 문파 중심의 사회 시스템 기반의 게임에서 지도자인 문주가 되어 여러 문파원을 이끌 계획이 아니라면, 과금 비중에 아무런 부담을 두지 않아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마음을 놓고 무과금으로 진행하더라도 시간만 투자하면 크게 뒤처질 것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물론,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남들보다 더 앞서는 플레이를 추구한다면 소위 말하는 '리니지'급의 과금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뽑기만 하면 강력해지는 높은 등급의 장비를 대놓고 퍼주는 식의 과금은 없다


미르4, 'K-판타지'의 위상 높여줄까?
무식하게 체력만 높은 보스 토벌전은 개선 필요하다


미르4는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최근 출시되는 여타 모바일 게임들에 뒤지지 않는 깔끔한 외견을 갖추었음에도 플레이를 하는 동안 특별히 접속이 끊기거나 버그로 불편을 겪은 일도 없었고, 최적화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중국산 무협 게임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무협 기반의 국산 게임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로도 반가웠고요.

커뮤니티에 속해 소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문파 시스템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미르4의 길드 개념인 문파에서는 모두가 함께 하나의 단체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여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해두었거든요.

시간이 소모되는 상자 개봉이나 구조물 건설을 할 때 모든 문파원들에게 메시지가 전송되어 실시간으로 지원을 받거나 줄 수 있고, 모든 생산 활동은 길드 성장으로 연결됩니다. 길드 성장에 이바지한 만큼 문파 선물도 받을 수 있었죠. 별도로 마련된 문파 채팅을 통해서는 토벌전 멤버를 모으거나 서로의 공략 팁을 나누는 모습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며 PC MMORPG를 플레이하던 당시의 감성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는 것은 참 오랜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 모바일에서 이런 감성은 다 설정샷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전투는 자동사냥이 기본이지만, 스킬 연계를 고려해서 더 효율을 높이거나, 직관적으로 표시되는 장판 공격을 피하며 한정된 전투력 내에서도 DPS를 끌어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컨트롤 기반의 조작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전투력 싸움으로 귀결되겠지만요.

물론 아쉬운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먼저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전투가 가면 갈수록 단조롭게 느껴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초반에는 여러 개의 스킬을 동시에 사용하다 보니 눈도 즐겁고, 전투도 화려하다고 느끼게 되지만, 이러한 재미는 레벨업 속도가 급속히 느려지는 20레벨 즈음부터 완전히 사라져버립니다. 이때부터는 그냥 장판이 나오면 의무적으로 회피 버튼 한번 눌러주고, 자동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볼 뿐이죠. 20레벨 이후부터는 나중에 결과만 확인하고, 화면을 보지 않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습니다.

▲ 초반엔 참 보는 맛도 있고 좋아보였다. 초반에만..

다음으로는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체력만 무식하게 높은 몬스터와 보스를 상대하게 되는 일이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스킬 구성에 군중 제어 기능이 포함되지 않으므로, 더욱더 어려운 적을 내세우기 위해선 몬스터의 체력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양상은 여러 유저들이 파티를 꾸려 플레이하는 토벌, 보스 토벌에서 더욱 심해집니다. 많은 유저들에게 몰매를 맞아야 하는 허수아비 같은 보스는 피통만 늘리는 식으로 유저들의 공격에 대항합니다. 이러다 보니 공략을 숙지하고 도전하는 고난이도의 레이드 던전이 아님에도 10분 이상 보스를 때리고 있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초행보상을 얻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가했지만, 가능하다면 두 번 이상은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죠.

가능하다면 토벌 1회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방안이 더욱 모색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장판 기믹을 더욱 다양하게 하고, 한 번의 장판 대미지를 더욱 아프게 조절하는 식으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도 있겠네요.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당분간 미르4의 전투에선 재미를 기대하기 어려워보입니다.


미르4는 출시 하루 만에 국내 4대 스토어에서 인기 1위를 달성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흐름상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매출 순위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미르4의 진짜 목표는 오는 2021년에 진출하게 될 중국 시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 내에서 펫 개념으로 소환할 수 있는 정령들의 디자인도 하나같이 중국 시장을 타겟으로 잡은 것처럼 보이거든요.

아직 판호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지금, 위메이드가 어떠한 절차를 거쳐 중국 시장에 미르4를 출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위메이드는 미르4의 중국 출시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르4의 중국 출시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향후 국산 게임이 중국 진출을 계획할 때 필요한 절차들이 무엇인지, 그 실마리가 조금씩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게임들의 약진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는 지금, K-판타지를 표방하고 나선 미르4가 보여줄 행보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미르4가 중국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독립된 무협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는 IP 파워를 증명하며 '미르의 전설'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