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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기 의원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로서 게임 관련 상임위에서 국정감사를 치른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올해는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언택트 기술의 발전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게임 분야는 특히 비약적인 성장이 있었다. 외출을 줄이고 일부는 자가격리까지 해야만 했던 상황에서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 핸드폰과 컴퓨터라는 친구가 있었고, 그중에 게임은 이미 삶의 일부로서 일상의 연장선이 되었다.

이에 발맞춰 정부정책의 변화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5월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 발표를 예고했고, 업계는 개정안에 따라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당연히 국정감사에서도 게임 분야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감에 앞서 게이머이자 한 청년으로서 국감장에서 우리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고자 고민했다. 불법 핵/오토 프로그램에 의한 피해 문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게이머 누구나 그렇듯,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며 당연히 겪는 문제이다. 사녹에서 20여 분간 난관을 거쳐 파밍을 하고 1등을 하기 위해 전략을 세워봐야, 누군가의 핵 프로그램 탓에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되기 십상이었다. 핵이 판치는 게임을 누가 하고 싶겠는가? 자연스레 유저들은 이탈하고 게임사는 조용히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불법프로그램이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바이러스, 랜섬웨어만큼이나 그 피해가 심각하다. 정보통신망법상의 불법프로그램 처벌 형량이 최대 5천만 원까지 명시가 되어있는 반면, 게임산업법 내 불법프로그램 처벌 형량은 천만 원 수준으로 그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솜방망이 처벌에 가까웠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해 조치를 요구했고,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임위 또한 불법프로그램 처벌 강화를 위해 준비하겠다며 수긍했다.

정부의 정책이나 입법 미비 외에도 올해는 게임사의 책임의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 중심에 있었던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라는 오랜 시간 유저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수 게임에서도,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월드라는 최신작에서도 최근 한 직원의 윤리의식 결여로 인해 유저들의 신뢰를 잃었다.

운영자가 직접 게임에 개입하여 부당한 수익을 거두고 유저들을 우롱한 것이다. 심판이 직접 들어와 마음껏 날뛰는 상황에서, 적게는 수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로 지출하며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 입장에선 당연히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일상의 연장선으로서 디지털세계 또한 현실에 준하는 룰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더 소비자 피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부당개입 실태에 대해 지적하고 처벌 강화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이외에도 유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불법 도박사이트와 유사 PC방, 허위/과장 광고문제, 셧다운제 등을 다루면서 유저들에게 정말 필요한 제도는 무엇일까 수백 번 이상 고민했다. 모든 쟁점의 중심에는 소통의 부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유저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집단과 공감하는 정치인의 부재가 가장 아쉽게 생각되었다.

단시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욕심일 지도 모른다. 다만, 꾸준히 지적되어왔던 문제점을 지속해서 비판하고 개선 방향을 도출해낸다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는 세상을 젖게 할 가랑비의 시작이었다.

일회성의 국정감사로 끝내서는 안 될 것이다. 후속 조치가 완료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게임을 사랑하는 국민들에게 더 나은 결과로서 보답하는 일이 젊은 국회의원으로서의 미션이었다고 다짐해왔다. 앞으로도 국정감사를 경험 삼아 게임분야에 대한 무한한 관심으로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선택을 동반한 의정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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