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T1과 젠지가 2021년의 첫 만남을 가졌다. 새단장을 마친 T1이 압도적인 봇 차이로 1세트 완승을 거뒀지만, 최종 결과는 젠지의 세트스코어 2:1 역전승이었다. 그리고, 젠지의 승리를 이끈 챔피언은 바로 젠지의 수호신 자르반 4세였다.

2017 롤드컵 결승 2세트서 '앰비션' 강찬용이 자르반 4세로 선보인 '1깃 2창' 슈퍼 플레이는 아직까지 수많은 e스포츠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당시 MVP는 '룰러' 박재혁이었지만, '앰비션'의 자르반 4세는 분명 그 이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더군다나 '앰비션'이 롤드컵 우승 기념 스킨으로 자르반 4세를 선택하며 그 의미는 더욱 깊어졌다.

그 자르반 4세의 의지를 서포터 '라이프' 김정민이 이어받았다. 위기였던 T1전 2, 3세트에서 연달아 자르반 4세를 꺼내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이고 단독 MVP로 선정됐다. 적극적인 라인전부터 협곡을 종횡무진하며 만든 플레이 메이킹과 적극적인 이니시에이팅, 3세트 마지막 한타에서 상대 주요 딜러 둘을 저격한 슈퍼 플레이까지. '라이프'는 두 세트 동안 자르반 4세 서포터로 가능한 모든 것을 보여줬다.

최근 자르반 4세는 메타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단순한 스킬셋을 가진 자르반 4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신규, 리메이크 챔피언들에게 밀려 대회 무대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설상가상으로 2021년을 앞두고 대폭 변경된 아이템들은 자르반 4세에게 간접 너프로 작용했다. 실제로 21일 경기 전까지 자르반 4세는 LCK에선 단 한 번도 밴픽창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LPL에선 그나마 1번 밴 됐다.


그러나 '라이프'와 젠지는 서포터 자르반 4세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스킬셋이 아무리 단순하고 어울리는 아이템이 없더라도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대격변과 큰 변수 창출이 가능한 '깃창점멸' 콤보는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라이프'가 세트를 필두로 레오나, 알리스타, 노틸러스 등 돌진과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한 챔피언들을 잘 다루기에 가능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서포터 자르반 4세는 보통 이른 타이밍에 초시계를 구매하고, 첫 번째 핵심 아이템으로 존야의 모래시계를 갖춘다. 존야의 모래시계는 과감한 대격변 사용의 밑바탕이 되는데, '라이프' 역시 이를 활용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여기에 칼리스타를 기용한 '룰러' 박재혁과의 시너지까지 제대로 터져 나오며 혈전이었던 3세트를 승리로 이끌었다.



자르반 4세는 정글러로 설계됐기에 서포터로서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라인전에서 갱킹에 노출되기 매우 쉽고 아군 캐리 챔피언을 확실하게 보호할 스킬도 없다. 그러나 '라이프'처럼 자르반 4세를 다룰 수 있다면, 오래 호흡을 맞춰 온 파트너의 칼리스타와 함께라면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어 보인다.

앞으로 젠지를 상대할 팀들은 '라이프'의 자르반 4세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다. 젠지 입장에서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니까. 다음번에 등장할 '라이프'의 자르반 4세는 과연 어떤 활약을 선보일까.

* 사진 : LC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