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A 8/0/5-6/0/3, 마지막 교전마다 트리플 킬로 마무리. 이는 농심 레드포스의 원거리 딜러 '덕담' 서대길이 23일 가져온 성적표다. 작년 팀 다이나믹스 시절을 떠올려보면, 이런 기록을 기대하긴 쉽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끊기는 아쉬운 플레이가 오히려 기억에 남았던 선수였다. 그렇지만 올해 농심의 '덕담'은 많은 긍정적인 수식어와 함께 작년과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23일 농심의 상대는 DWG KIA를 꺾으며 교전에 자신감이 붙은 상대 프레딧 브리온이었다. 기세면에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두 팀은 어떤 상황에서도 오브젝트 하나도 양보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철저한 신경전을 벌였던 경기다. 실제로 브리온은 DWG KIA와 대결에서도 그렇게 해서 승리한 전투를 경험했으니까. 농심 레드포스 역시 교전하면 물러섬이 없는 팀이었다. 결국 교전으로 이어지는 두 팀의 대결에서 특히 '덕담'의 역할이 빛났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덕담'의 생존 능력이었다. 중요 한타에서 가장 먼저 잘렸던 '덕담'이 이제 지독한 난전 속에서도 0데스를 끝까지 유지한다. 딜을 최대한 넣더라도 확실하게 자신이 살 방법을 그대로 실천했다. 한타에서 원거리 딜러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아 딜을 할 수 있느냐인데, 이 부분에서 '덕담'의 수준은 확실히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생존만 했다고 좋은 평가는 오래가지 못한다. 요즘 '덕담'은 확실한 킬 캐치 능력으로 자신이 최대한 딜을 할 수 있는 구도를 잘 찾아다녔다. 기회가 왔을 때 파고들어 킬을 만들어낼 줄 아는 선수로 거듭났다. 리브 샌드박스와 첫 대결에서 원거리 딜러 저격 3밴으로 밴픽을 시작했을 정도로 게임 내 영향력이 커지기도 했다. '덕담'이 크면 못 막는다는 말이 정말 현실이 된 게임이었다.

물론, 아직 '덕담'이 LCK 최고라곤 말할 수 없다. 여전히 원거리 딜러 대장으로 불리는 이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신예 T1 '구마유시' 이민형이 폭발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그렇지만 '덕담'이 성장했다는 건 분명하다. 통계 면에서도 작년 LCK 섬머와 비교해봤을 때, KDA(3.2-3.6%)와 킬 관여율(61.8-65.7) 높이고, 데스 수치(2.3-1.8)를 줄였다. 나아가, 원거리 딜러 간 15분 평균 골드 격차를 작년 -475에서 올해 349로 2위까지 끌어올렸다. 라인전 단계와 데스 면에서 나아진 모습이다. '덕담'은 "솔로 랭크를 통해 라인전을 연습하고, 리플레이를 돌려보며 한타 포지션을 찾았다"며 새 시즌을 위한 노력을 통해 LCK에서 성과를 거뒀다.

그렇게 '덕담'은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 올해 '덕담'은 목표가 없다고 한다. 대신 "최선을 다해서 어떤 결과를 낸다면, 그것에 만족할 것이다. 목표라는 중압감에 눌리기보단 열심히 해서 얻은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갖췄다. 그런 '덕담'과 같은 프로게이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2021 LCK에서 흥미로운 일이 될듯하다.

이미지 출처 : 농심 레드포스 공식 트위터
영상 출처 : LCK 공식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