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선수가 팀의 에이스가 되기까지 1년은 충분한 시간일까? 자신의 실수로 한 세트를 내준 게 분하다고 눈물을 흘리던 ‘도란’ 최현준은 이제 승리를 하고도 의연한 선수가 됐다. 인터뷰에서 팀원들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던 ‘표식’ 홍창현은 이제 팀원들에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자리에 올랐다. 이 두 선수에게 지난 1년은 어떻게 흘렀던 걸까?

‘도란’ 최현준과 ‘표식’ 홍창현이 만난다. 팀 동료이자 동갑내기 친구로 함께 경험치를 나눴던 두 선수가 28일 온라인으로 열리는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12일 차 kt 롤스터와 DRX의 경기에서 승부를 가리게 됐다. 처음으로 적으로 만나게 된 자리다. 반가운 마음도 승부를 가린 후에 일이다.

DRX에서 매번 경험치 이야기를 듣던 ‘도란’은 이제 경험치가 필요 없어진 시점에 다다른 듯 보인다. kt롤스터로 이적한 후 ‘도란’은 LCK 최상위 탑 라이너의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분당 피해량 668(1위), 팀 내 피해량 비중 33.7%(1위), 솔로킬 횟수 7회(2위), 분당 CS 수급 8.9(2위) 등 최근 탑 라인에서 가장 좋은 기량을 보여준 ‘라스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도란’이 보여준 최대 장점인 한타력은 이제 정점에 닿았다. 지난해 케넨으로 보여줬던 인상적인 한타 장면은 이제 챔피언을 가리지 않고 매 경기 뽐내는 중이다. 나르, 갱플랭크, 레넥톤 등 한타에서 제각기 다른 포지션에 있어야 하는 챔피언들의 특색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특히, T1과의 1세트 경기에는 나머지 팀원들 네 명의 피해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피해량을 기록했다.

정글 도는 방법을 잊었다던 ‘표식’은 정글과 관련한 모든 기억을 찾았나 보다. ‘표식’은 이제 LCK에서 가장 성장을 빠르게 하는 정글러가 됐다. ‘표식’은 분당 7.5의 CS를 수급하고 있고 이는 LCK 정글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킬 관여율이나 시야 점수에도 ‘표식’은 LCK 정글러 중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표식’에게 놀라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팀의 오더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표식’은 겨우 1년 전부터 팀 게임을 배우기 시작했던 신인 선수다. 그런 그가 신생팀답지 않은 DRX의 끈적한 운영의 중심에 서 있다. 베테랑 선수들로 구성된 팀도 어려워하는 팀 게임이다. 2년 차 프로게이머가 잘하기 힘든 일임에도, ‘표식’은 해내고 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싸웠던 1년 동안 ‘도란’과 ‘표식’은 각자 다른 걸 남겼다. 그리고 이 둘은 각자 kt 롤스터와 DRX의 에이스가 되어 승부를 가릴 예정이다. '표식'은 '도란'을 상대로 승리하는 날이 잔칫날이라고 했다. BJ에서 선수로 다시 태어난 지 1년이 지나가는 지금, '표식'은 '도란'을 잡을 수 있을까? kt 롤스터와 DRX의 경기는 '도란'에게도, '표식'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경기가 될 듯 하다.


■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12일 차 일정

1경기 DRX VS kt 롤스터 - 28일 오후 5시
2경기 T1 VS 리브 샌드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