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와 경영 시뮬레이션의 산뜻한 만남


가끔 주변을 살펴보면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실력은 만년 브실골인데, 이론만큼은 누구보다 빠삭하게 알고 있는 사람. e스포츠 경기를 볼 때면 굉장히 불타올라서 해설자를 뛰어넘는 명설명을 하는데 재능이란 게 참 공평하구나 싶습니다. 이처럼 e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이땐 이렇게 했어야지!" 혹은 "아, 저걸 왜 밴 하는 거야?"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왔다면 여기 딱 맞는 게임이 있습니다. 가상 게임의 감독이 되어 선수 육성부터 밴픽까지, 팀의 승리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 게임을 주목하길 바랍니다.

게임명: 팀파이트 매니저(Teamfight Manager)
장르명: 경영 시뮬레이션
출시일 : 2021. 3. 2
개발사 : Team Samoyed
서비스 : Team Samoyed
플랫폼: PC



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스포츠의 모든것

오늘날의 e스포츠 시장은 웬만한 스포츠 경기 못지않은 열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e스포츠만 봐도 그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죠. e스포츠도 일반적인 스포츠처럼 시즌제로 운영되는데요. 경기가 없는 비시즌 기간에는 신입 선수를 발굴하거나 유명 선수를 팀에 영입하며, 고된 연습을 통해 팀의 기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이후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는 시즌이 개막하면 팀마다 최고의 선수를 선별해 대진표에 따라 서로의 실력을 겨루게 되죠. 팀파이트 매니저 또한 현실과 비슷한 흐름대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단, 선수의 시선이 아닌 팀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감독으로서 말이죠.

▲ 신생팀 닭한마리칼국수와 감독, 김진국입니다

e스포츠 팀에서 감독은 무슨 역할을 맡을까요? 현실과 게임은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팀파이트 매니저 내에서 감독은 거의 대부분 업무를 맡게 됩니다. 선수 영입과 육성처럼 팀의 전력을 강화하는 것부터 건물의 시설을 확장해 선수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도 있죠. 대부분의 행동은 돈이 필요하므로 돈을 벌길 위해 스폰서를 구하는 일도 감독이 행해야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경영 시뮬레이션과 비슷한 방식으로 흘러가죠. 1주 단위로 흘러가는 시간에 맞춰 업무 일정을 예약해두고 시간이 지나면 뚝딱하게 해결되는 것처럼요. 단,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는 시즌이 다가오면 게임은 경영 시뮬레이션보단 e스포츠 경기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e스포츠는 가상의 게임, '팀파이트'로 이뤄집니다. 게임은 2:2부터 4:4까지 펼쳐지는 대전으로 60초의 시간 동안 서로 죽고 죽이는 데스매치가 이뤄지며, 최대 킬을 달성한 팀이 이기는 꽤 단순한 방식을 갖추고 있죠. 단, 게임 플레이는 오로지 선수들의 몫입니다. 경기가 시작되면 감독은 그저 바라만 봐야 합니다. 하지만 경기의 승리 확률을 높이는 전략은 바로 감독의 손에서 시작합니다.

게임 승패의 핵심은 바로 밴픽에 달려있습니다. 게임 내에서도 모든 전략을 밴픽에 쏟게끔 설계가 되어 있죠. 밴픽이 중요한 이유는 캐릭터의 상성이 게임의 승패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가령 능력치가 좋은 빨간팀이 마법사와 궁수를 선택하고 능력치가 다소 부족한 파랑팀이 카운터픽으로 암살자와 검사를 선택했다고 가정해보죠. 일반적이라면 상성이 불리해도 기본 능력치가 높은 빨간팀이 이기지 않을까 생각할 텐데요. 하지만, 결과는 파랑팀의 압승으로 끝나버립니다. 선수의 능력치는 비슷한 상성일 경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뿐, 상성을 뒤집을 만한 힘을 가지진 못합니다.

따라서 상성에 맞는 캐릭터를 고르거나 혹은 적의 조합을 방해하기 위해서 더더욱 밴픽에 모든 것을 걸 필요가 있습니다. 밴픽 방식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쟁전 게임을 해봤다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빨간색 팀은 먼저 밴하고 1개의 캐릭터를 먼저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한 번에 조합을 완성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B팀은 A팀보다 밴과 캐릭터 선택을 늦게 하지만, 한 번에 2개의 캐릭터를 골라 조합을 빠르게 완성할 수 있죠.

▲ 밴픽과 직업 선택, 스왑 등의 전략 요소를 잘 사용해야 합니다

▲ 초기에는 2:2로 시작하지만 점차 인원이 늘어 최종적으로 4:4 대전이 됩니다

한편, 밴픽의 묘미는 게임이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마치 온라인 게임의 업데이트처럼 리그가 계속될수록 게임은 밸런스 패치가 이뤄지죠. 리그 기간에 가장 높은 픽률과 승리를 가져온 직업은 너프를 당하고, 반대로 승률이 저조한 직업은 버프를 받습니다. 신규 직업도 추가되기 때문에 리그마다 너프, 버프를 신경 쓰고 신규 직업과 기존 직업 간의 시너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직접 전투를 하는 게 아니고 구경만 한다는 점에서 대체 무슨 재미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게 사실입니다. 기자는 보는 것보단 직접 게임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기에 가지는 의문이었죠. 하지만, 몇 시간 뒤 밴픽을 마치고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생각을 고쳐먹게 됐습니다. 그만큼 밴픽이 게임 내에 끼치는 영향은 어마무시합니다. 대충대충 생각하고 밴픽과 조합을 고르면 팀 순위가 나락으로 가는 것은 순식간이더군요.

밴픽에 익숙하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합 테스트로 미리 직업 간의 상성을 테스트할 수 있으며, 리그 기간에는 실시간으로 각 팀의 밴픽과 선호 조합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리그 일정표를 보고 미리 적팀의 직업 선호 조합을 파악하고 밴픽을 생각하는 전략도 짜둘 수 있습니다. 고심한 만큼 승률이 올라가는 참된 밴픽의 맛을 알아버린다면 이러한 방식이 번거롭기보단 재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 궁수+기사+성직자 조합으로 꿀 빨았더니 칼 너프 당했습니다

▲ 매주 경기 내역을 알려줘 승부욕에 불을 태웁니다



경영 시뮬레이션의 완성도

팀파이트 매니저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감독인 플레이어는 팀을 경영하는 위치에 있죠. 선수를 육성하고 시설을 강화하고 스폰서를 구하는 모든 행동은 경영 시뮬레이션의 일종으로 진행됩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일반적인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게임을 오랜 시간 동안 즐길수록 한 가지 의문이 남게 됩니다. 이 게임을 정말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봐야 할까 하는 의문 말이죠. 보통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하면 카이로소프트의 게임들을 떠올립니다. 플레이어는 어떤 시설의 사장님이고 게임의 목표는 돈을 벌어 시설을 확장하는데 맞춰져 있습니다. 직원을 구하고 상품을 만드는 것도 결국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발판에 불과한 것이죠.

반대로 팀파이트 매니저는 시설을 확장하고 돈을 버는 궁극적인 목표가 바로 e스포츠 대회에서 승리하기 위한 발판으로 쓰입니다. 더욱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고 육성하는 것도 승리를 위해서고 시설을 강화해서 더 좋은 장비를 만드는 것도 이기기 위함입니다. 게임의 목표가 돈이 아닌 승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카이로소프트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보단 풋볼 매니저와 같은 스포츠 시뮬레이션과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회의 우승이 목표기 때문에 돈을 아낌없이 투자해야 하죠. 다만, 돈을 투자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측면에선 다소 아쉬운 점이 존재합니다.

우선 돈을 버는 수단이 지극히 한정적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선 오직 경기에서 승리하거나 리그에서 우승하는 방법과 스폰서와 계약 후 스폰서의 요구 조건을 만족하는 방법 외에는 없어요. 즉, 경기가 없는 비시즌 기간에는 돈을 벌 수단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돈이 쓰일 구멍은 너무나 많습니다. 리그 시작 전부터 선수 서칭과 계약에 돈 들어가고 리그 중에는 선수들 장비 만들어주는 데 돈 쓰고, 시설 증축에도 돈을 씁니다.

선수 영입도 방식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데, 유망주를 영입할 땐 찾는 비용만 200골드나 들어갑니다. 리그 초기에는 경기 한판에 100골드씩 벌 수 있으니 사실상 2번의 경기에서 이겨야 선수를 하나 찾을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찾은 선수와 계약도 해야 하니 감독으로서는 착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 선수 찾기와 영입은 모두 돈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 리그가 끝나면 재계약도 해야하니 자금관리를 소홀히 여긴다면 팀이 터질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돈을 생각해서라도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보유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쓰는 주력 선수만 남겨두고 필요 없는 선수는 해고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셈이죠. 이 때문에 선수 영입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합니다. 무조건 능력치가 좋은 선수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 데다 신입의 경우 육성을 다시 해야 하니 차라리 선수 찾을 돈으로 다른 것을 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이처럼 돈의 부족은 게임의 시뮬레이션 요소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만들어버립니다. 또한, 소속된 리그의 단계에 따라서 몇 주 동안 경기가 없는 공백기가 생기는데, 이때는 마땅히 할만한 콘텐츠가 없으므로 아무 생각 없이 빠르게 스킵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경기에 집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반대로 경기가 없다면 무료해지고 마는 것이죠.

만약, 돈을 버는 수단이 경기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이 존재했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현실의 e스포츠처럼 보유한 선수를 활용해 광고를 찍거나 팬 사인회를 열고, 굿즈를 판매해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면, 경기 실력이 부진해도 벌어들인 돈으로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다음을 기약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밴픽에 모든 것이 달렸다! 밴픽에만 모든 것이 달렸다?


앞서 말했듯 팀파이트 매니저는 밴픽에 죽고 밴픽에 사는 게임입니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게임 속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고 이를 위한 밴픽을 이어가야 하는 게임이죠. 사실 이는 게임으로서 굉장히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선사하는 재미가 오직 하나의 콘텐츠에 좌우된다는 소리거든요.

밴픽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결국 이 게임을 할 이유를 잃는다는 소리나 다름없습니다. 개발사도 이를 인지했기 때문에 리그가 흘러갈수록 밸런스 패치가 이뤄지고 신규 직업을 추가하는 변수를 만든 셈이죠. 밴픽에 정형화된 틀을 깨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변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게임을 하다 보면 밴픽에 정형화된 틀이 생기더군요. 오랫동안 게임을 하니까 나만의 정형화 된 조합이 생겨나고 이를 위한 밴픽을 이어가게 되는 겁니다. 상대와의 조합을 나름대로 생각해서 밴픽하면 어느 정도 비슷하게 조합을 가져가는 것도 가능하거든요. 딱히 적의 조합을 카운터 칠 생각보단 안정적인 조합을 챙겨서 승리를 따내는데 익숙해져 버립니다.

▲ 좋은 조합 하나만 발견하면 리그 내내 우려먹기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 선수 멘탈 관리차 피드백을 해주지만 막상 경기에 큰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선수마다 특정 직업을 더 잘 다루는 숙련 시스템과 돈이 부족해 선수를 쉽게 늘리지 못하는 아쉬운 점이 합쳐진다면 위에 언급한 단점이 더욱 뚜렷하게 다가옵니다. 점점 내 선수들이 잘 다루는 직업만 쓰게끔 생각하게 되고 비슷한 조합만 쓰게끔 가속도를 붙여주는데 한몫하거든요. 신규 직업이 나와도 내 선수들의 숙련도가 낮으니 잘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결국 하던 대로 하게 되는 것이죠.

밴픽에 따라 승패가 바뀌는 시스템은 정말 신선하고 또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게임 플레이 타임이 10시간을 넘긴 지금도 밴픽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리하는 맛이 있거든요. 하지만, 이와 별개로 조금 더 깊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의 밴픽 방식은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기 쉬운 구조이며, 게임의 재미가 너무 밴픽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또 다른 콘텐츠의 추가가 필요해 보입니다.






도트로 이뤄진 전투지만 생각보다 보는 맛도 좋았고 시뮬레이션에 e스포츠를 결합한 참신한 방식은 순식간에 게임에 빠져들기 충분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게임 플레이 방식이었기에 초기에는 다소 헤맸지만, 단순한 방식과 친절한 인 게임 설명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죠.

낯선 게임 플레이 방식임에도 쉽고 빠르게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은 2인으로 이뤄진 팀 사모예드의 개발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지만, 숙련도를 쌓게 만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게임 곳곳에서 재미있는 밴픽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팀파이트 매니저의 첫 발걸음에서 이 정도의 콘텐츠 분량과 짜임새를 보여줬다는 것은 이 게임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플레이 타임이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임을 고려해도 플레이 타임이 꽤 길거든요. 10시간을 넘게 했지만, 아직도 해금해야 할 장비가 많이 남아있으며, 월드 리그에서 우승하기엔 갈 길이 멀었습니다. 평소 e스포츠에 관심이 많다면, 리그 챔피언 감독이 될 수 있는 이 게임을 눈여겨봐두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장점


+ e스포츠 팬이라면 흥미가 생길 게임 소재
+ 타이쿤 경험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단순한 경영 시스템
+ 단순하지만 보는 재미가 살아있는 전투


단점


- 밴픽에 의존한 전략과 이로 인해 밀려오는 단조로움
- 타이쿤 게임만의 매력 요소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