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검은사막 메인 스토리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깊은 밤의 항구에서 과거 아타락시아와 인연을 맺은 도슬리아를 구해낸 모험가는 헬론을 따라 낙시온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딜리타를 이루는 거대한 두 세력에 대해서 알게 되고, 여행을 하다 우연히 오펜실라가 준 카프라스 일지가 위조된 것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죠.

그 와중 동행하던 아타락시아는 문득 타락이 진행되면서 쓰러지게 되고, 모험가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그 결과 아타락시아의 고백을 통해 예전부터 모험가를 둘러싸고 수많은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오딜리타는 그 동안 검은사막이 숨겨두었던 비밀과 역사를 모두 파헤치는 곳으로 상당히 길고 중요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 길어진 느낌이 있는데, 이번 3편 연재 이후 이어지는 4편에서는 오딜리타 스토리 Part 1을 모두 마무리 할 예정입니다.


*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오딜리타 Part 1 - 불태우는 달의 꽃

낙시온
오딜리타의 두 세력

모험가는 '도박꾼 헬론'을 따라 죽은달 초소에 도착했다. 죽은달 초소는 오딜리타의 평화의 상징으로 카마실비아 고대 정령 나크의 낙원이라는 의미에서 '낙시온'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지역이 그동안 평화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오드라의 교리에 따라 고대 정령 나크를 따르는 모든 아히브가 평화를 약속(낙시온의 달 조약)했으며, 아히브가 살룬과 탈리바르 동맹을 맺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헬론의 말대로 낙시온은 다채로운 꽃들과 풀들, 그리고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뛰노는 아름다운 평원이었다. 서로 다른 세력의 아히브들은 평화롭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으며 쉬고 있었고, 모험가 역시 그런 아히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모험가는 알고 있었다. 지금이 과거 오펜실라가 주었던 카프라스 일지의 비밀을 풀 기회라는 것을.

흑정령은 이곳의 방비가 허술할 때 아타락시아가 브롤리나 오네트에게 받았던 '오딜리타 지도'를 훔쳐 달아나자고 했다. 아타락시아는 마침 오랜 여행에 지쳐 잠에 들어 있었고, 모험가는 과거 발렌시아의 도둑질 경험을 살려 (외전 1편 참조) 말 힝힝이에게서 오딜리타 지도를 훔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려던 찰나, 초소 안에서 아름다운 하프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 평화로운 낙시온의 전경

▲ 신성한 베르티의 양수. 아히브들은 나크의 둥지인 낙시온에서 평화를 약속했다.

▲ 힝힝이에게서 오딜리타 지도를 훔치는 모험가

그 노래에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모험가는 떠나기 전에 '딱 저 소리만 듣고 가자!'는 생각을 했다. 하프 소리의 주인은 오드라 파견사제 리젠티였는데, 그녀는 하프를 연주하며 '오드라 사제의 연설'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 세계를 구원할 단 하나의 신단수는 오직 투라실이며, 오드라는 바로 그 투라실의 선지자였다.

리젠티의 연설

"우리는 위대한 오드라님의 신념과 비오렌치아 오도어 폐하의 강단으로 이 메마른 땅 오딜리타에서 진정한 신단수, 투라실을 피워냈습니다. 그러나... 투라실이 딛고 선 이 대지는 고대의 어둠으로 오염되어 있었지요. 수많은 자매들이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고대의 어둠에 오염되어 타락자로 변해갔습니다. 이에 폐하께서는 자매들을 보호하기 위해 투라실로부터 직접 힘을 얻는 것을 금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 팔과 다리를 보십시오. 아직 불완전하지만 중독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세페르의 아히브여! 사랑하는 자매들이여!"

이로써 오딜리타는 현재 2가지 계파로 나뉘어 있음이 분명해졌다. 하나는 투라실로부터 직접 힘을 얻는 것을 금지한 오딜리타 여왕을 따르는 아히브들과, 이를 포기하지 않고 타락자가 되는 것을 억제하며 힘을 얻는 세페르의 아히브들. 그들은 이전에 툰크타와 탈리바르의 끈에서 투로족들을 부렸던 그 아히브이기도 했다.


▲ 오드라 파견사제 리젠티. 그녀의 팔에 투라실의 힘을 흡수하다 생긴 흉터가 있다.

그 때, 등 뒤에서 모험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차, 도박꾼 헬론이었다. 아타락시아도 어느덧 잠에서 깨어나 하품을 하며 모험가에게 다가왔다. 생각보다 떠날 시간이 지체되었음을 깨달은 모험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헬론과 아타락시아를 맞이했다.

"너가 이 연설을 듣는다고 뭘 알아듣기나 해?"

헬론은 멀뚱멀뚱 연설을 듣는 모험가의 모습을 보고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오드라는 과거 카마실브가 불탄 뒤 새 신단수의 탄생을 주장했던 아히브로서, 카마실브의 가지를 접붙여 새 신단수를 만드는 방법을 제안한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원리원칙주의자인 아케르는 '신성한 어머니의 성체와 같은 가지를 그렇게 다루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그녀를 암살해버렸다.

이후 비오렌치아 오도어 여왕은 오딜리타에 도착해 그 땅에서 신목 크투란을 발견했다. 그리고 오드라의 말처럼 카마실브 가지를 신목 크투란에 접붙여 새 신단수, 투라실을 탄생시켰다. 투라실에서는 카마실브를 훌쩍 뛰어넘는 마력이 넘실거렸고, 그 강력한 마력에 아히브들의 앞길은 매우 순탄해보였다.

하지만 아히브들은 그곳에 고대 어둠의 저주가 깃들어 있음을 알지 못했다. 고대 어둠의 저주가 깃든 투라실의 힘을 받아들인 아히브들은 타락자가 되어 미쳐 날뛰었고, 깜짝 놀란 비오렌치아 여왕은 투라실이 내뿜는 적정량의 '푸른 빛'만 흡수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카마실브를 떠난 아히브들의 마력 갈증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결국 어느 날 마력 갈증을 못 이긴 몇몇 아히브 무리가 여왕에게 반기를 들었다. 그들은 자신을 세페르의 아히브라고 부르며 수도 한가운데에 타락이 깃든 투라실 씨앗을 터뜨렸다. 그 폭발로 일어난 거대한 마력 방출은 자제심을 잃어버린 수많은 아히브들을 타락자로 만들었고, 이 혼란을 틈타 세페르는 가시나무 성을 거점으로 삼아 여왕에게서 독립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그림자 기사단마저 여왕과의 연을 끊고 세페르 쪽에 붙었고, 그렇게 비오렌치아 세력에게 세페르는 언제 타락자로 변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 오딜리타는 크게 2개의 세력으로 나뉘어있다.

헬론은 그 당시에 수도 오드락시아에서 탈출한 방랑자였다. 그녀는 타락자가 수도를 뒤덮자 '어머니 카마실브'에 대한 깊은 의심이 생겼다. 본래 헬론은 어머니 외에 더 강한 존재는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오염시킬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헬론은 여왕의 직속 가시나무 감시자가 아니었기에 고대 어둠의 비밀이 간직되어 있는 '생각이 잠든 묘'에 접근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세페르의 아히브들에게 갈 수도 없었는데, 그들은 인간을 제물로 삼는 풍습이 있어 만약 헬론이 세페르에 들어간다면 그간 정이 든 노예 카치누를 버려야했기 때문이다.

헬론의 말을 듣던 모험가는 그동안 자신이 오딜리타에서 벌인 행위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아차렸다. 그는 이전에 세페르의 아히브들과 엮여 사이고드를 처치하고 '세페르의 영웅'이 될 자격을 획득한 적이 있었다. (오딜리타 1편 참조) 이제보니 그것은 곧 비오렌치아 세력에 반기를 든 자의 편이라는 뜻이었다! 심지어 모험가가 접촉했던 '오펜실라'는 과거 수도에 타락을 품은 투라실 씨앗을 터뜨린 장본인이었다.

헬론은 모험가에게 더 이상 여행이 불가능할 것임을 말해줬다. 이전에 모험가가 지나온 깊은 밤의 항구는 비오렌치아 세력에겐 인간 노예를 수급하는 곳으로, 세페르 세력에게는 인간 제물을 수급하는 곳으로 일종의 협력공간이었기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또한 낙시온은 평화 조약에 의해 두 세력의 교류가 허용되었기 때문에 드나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이상은 무리였다.

모험가는 매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카프라스의 일지와 브롤리나의 오딜리타 지도까지 손에 넣었는데, 이제 와서 그냥 돌아가라는 말인가? 모험가는 이곳에 온 본래 목적인 어둠의 세력에 대항할 비밀을 계속 밝혀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모험가는 헬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떠나기로 했고, 아타락시아에게도 함께 가자는 손짓을 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아타락시아는 이전의 패기로운 모습을 버리고 그곳에 남아있기로 결정했다.


▲ 모험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떠나기로, 아타락시아는 남기로 결정했다.


가시나무 숲
위조된 카프라스의 일지

헬론 일행과 헤어진 모험가는 오딜리타 지도를 펼쳤다. 지도엔 어떤 표식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곳엔 브롤리나 오네트가 썼다기엔 조금 이상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4단계, 탐욕이 옅어졌다. 델리모르의 아르마 델로티아는 성공적이었다. 탐욕이 옅어진 타락자들을 가시나무 숲으로 격리하고 오르제카의 쪽빛 불꽃으로 입구에 결계를 쳤다."

과거 오딜리타에 볼모로 잡혀있었던 브롤리나가 어떻게 타락자와 접촉했단 말인가? 그 메모를 보고 이상한 마음이 든 모험가는 일단 그 표식이 있는 '가시나무 숲'으로 향하기로 했다.

울창한 가시나무 숲 입구엔 두 개의 파란 불꽃이 꼿꼿이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인기척은 전혀 없어 보였고, 평화롭게 내리쬐는 햇볕과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듯한 짐승들의 숨소리는 상당히 묘한 느낌을 풍겼다. 아마도 이 파란 불꽃이 브롤리나의 지도에 나온 오르제카의 쪽빛 불꽃임이 분명했다.


▲ 가시나무 숲 입구

모험가는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하고 가시나무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정말 브롤리나의 메모처럼 탐욕이 옅어진 타락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일반 타락자들에 비하면 그 수는 매우 적었고, 이에 의문을 느낀 모험가는 지도의 또다른 표식을 따라가기로 했다.

"탐욕이 옅어진 타락자들이 접근하지 않는 곳이 있다. 단단한 바위 너머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빈 곳이 존재하고 보이지 않는 결계가 쳐져 있다. 이 또한 오르제카의 지혜인가."

또다른 표식을 따라간 자리에는 무릎 정도 잠길 듯한 개울이 있었다. 그 너머에는 아주 오래된 벽돌 건축물 하나가 있었는데, 그 내부는 마치 고대 도서관의 일부처럼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책장과 고대 오르제카 문명의 서적들이 있었다. 그곳을 둘러보던 모험가는 문득 자신 앞에 어떤 사람의 형체가 서 있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잽싸게 무기를 빼들었다.

"고대 오르제카 왕국의 황금기 시절에도 존재했던 세계의 그림자... 분명 어머니의 피를 쫓아온 것이었겠지... 이 땅을 그림자의 세계와 닮게 한다면... 검은 태양은... 이 땅을 지나칠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던 건가..."

그 존재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시선을 모험가에게로 돌렸다. 푹 눌러쓴 두건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눈이 달려있다면 모험가를 지그시 응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세페르의 아히브들은 탐욕이 옅어진 타락자들은 쳐다보지도 않거늘... 가시나무 숲의 정적을 깨드린 것은 카마실브의 영웅이었군. 나는 비오렌치아 여왕 폐하의 가시나무 감시자. 그대가 걷고 있는 길을 비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모험가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비오렌치아 여왕은 모험가가 한 때 세페르의 편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모험가는 당장 싸움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무기를 더욱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 가시나무 감시자가 모험가에게 건넨 다음 말은 매우 놀라웠다.

"세페르의 아히브, 오펜실라에게 받은 카프라스의 일지는 그대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위서다."


▲ 지도의 표식을 따라 간 자리엔 비오렌치아 여왕의 가시나무 감시자가 있었다.

그 가시나무 감시자는 그간 모험가가 오딜리타에서 겪어온 일들을 쭈욱 읊었다. 탈리바르의 끈에서 세페르의 그림자 시험을 치르고, 사이고드의 뿔을 얻어 카프라스의 일지를 받은 뒤, 이곳으로 찾아온 것까지. 아마도 이 땅에서 여왕의 감시를 피할 수는 없는 듯했다.

가시나무 감시자는 그 일지의 마지막 장이 지도에 없는 '안개의 섬'으로 안내하고 있는데, 그곳은 바로 영웅의 전당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그 일지를 따라가면 모험가의 몸은 영웅의 전당에 박제되고, 영혼은 그림자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 금기의 전장에서 무한한 싸움을 벌이는 지독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즉, 세페르의 아히브들은 그 일지를 미끼로 수많은 영웅들이 스스로 제물이 되게끔 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카프라스의 일지는 어디에 있지?"

모험가의 물음에 가시나무 감시자는 시선을 오르제카의 책장으로 돌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진짜 카프라스의 일지의 행방은 오펜실라가 누군가에게 도난 당한 이후로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또한 카프라스의 일지가 사라진 날, 오펜실라의 분노는 가시나무 숲에 격리된 타락자들에게 향했고, 결국 그동안 탐욕을 정화하려는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가시나무 감시자는 마지막으로 카마실브의 영웅은 세페르의 제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둠의 영역을 실체화하기 위해서는 그 '빛'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험가는 여전히 그에게 의문이 남아있었다. 왜 여왕은 이제서야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자신이 여기에 올 것을 알고 있었을까?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그대의 손에 들린 것을 보아라. 모든 것은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다."

모험가는 황급히 오른쪽 주머니를 더듬어 물건 하나를 꺼냈다. 브롤리나 오네트의 오딜리타 지도, 곧 모험가를 이곳으로 이끌어 준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건 카마실비아의 여왕 브롤리나 오네트가 아타락시아에게 줬던 지도인데?


▲ 모험가에게 오펜실라의 카프라스 일지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모멘누아


바히트 성소
아타락시아의 타락과 불의 옥과

그 때 갑자기 밖에서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인적이 드문 가시나무 숲에 한 무리의 사람이라니. 모험가는 단숨에 그 소리를 쫓아나섰다.

그곳엔 아히브들에게서 탈출한 인간, 드워프 노예들이 임시 거처를 만들고 있었다. 모험가는 그들의 지도자로 보이는 노예 구호 대장 '림바'에게 자초지종을 묻다가 아주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그 얼굴은 놀랍게도 아타락시아였다.

하지만 아타락시아는 괴로움을 호소하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몸 주변에는 기분 나쁜 붉은 마력이 멤돌고 있었는데, 그 마력이 그녀를 갉아먹고 있는 듯했다. 붉은 마력에 가까이 다가간 모험가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것은 탈리바르의 끈, 곧 눈부신 빛기둥을 뽐내는 오르제카의 광명석 옆에서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던 몽쥬르 아이넬의 마력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자와 아는 사이요?"

림바는 가시나무 숲의 타락자들 사이에서 숲을 어지럽게 헤메는 그녀를 구출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녀 옆에는 탐욕을 불태우는 신성한 불꽃, '이닉스'를 섬기는 바히트람 페넬나가 있었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동족의 냄새를 구분하는 타락자들이 숲을 헤메는 아타락시아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타락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라고 했다.


▲ 알고보니 아타락시아는 타락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페넬나는 타락화를 늦추는 힘을 가진 '불의 옥과'의 존재를 말하며 모험가에게 검은 이끼 돌멘게의 천년과 세 개를 구해다줄 것을 부탁했다. 이후 돌멘게를 잡아 천년과를 구한 모험가는 온전한 가시나무의 서에서 다시 페넬나를 만났고, 그녀는 자신이 가진 달의 힘을 사용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운명이 바뀐 사람의 시간을 태우는 힘을 가진 천년과에 가시나무의 서의 마력을 더해 불의 옥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페넬나가 만든 불의 옥과는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그 불의 옥과는 어둠의 물든 땅에서 자란 천년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정화가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선 4분 안에 바히트람의 지도자 아사나를 만나야 했다. 그 말을 들은 모험가는 급히 말을 몰아 바히트 성소로 향했다.

"시간이 얼마 없소. 나는 불의 옥과를 두개 만들 터이니 이닉스의 성단으로 내려가 불의 옥과를 서로 연결하는 의식을 치르시오. 그러면 연결된 불의 옥과를 통해 서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소. 운명을 되돌릴 수는 없으나, 그 마지막을 지켜주기 위함이오."

모험가는 아사나의 말을 따라 신성한 불꽃 이닉스에 타락의 시간을 늦춰달라는 바히트람의 기도를 올렸다. 물론 모험가는 이 기도가 정말 효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웠고, 기도문 중간에 고대 신목 크투란의 뿌리를 태워버려 달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조금 이상했지만, 딱히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 타락화를 늦출 수 있는 불의 옥과를 만들어내는 페넬나

▲ 오염된 불의 옥과를 정화하는 의식을 치렀다.

아사나는 정화가 끝난 두 개의 불의 옥과를 모험가에게 건넸다. 이제 하나는 모험가가, 다른 하나는 아타락시아에게 주어 그녀의 마지막을 지켜주면 되었다. 만약 옥과가 다시 오염되면, 다시 타락의 시간이 흘러간다는 뜻이니 그 때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 모험가의 사명이었다.

한편 아사나는 오직 신성한 불꽃만이 이 땅에 서린 타락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며, 자신과 같은 바히트람은 크자카를 섬기다 저주받고 멸망한 옛 오르제카의 후예라고 소개했다. 그들은 그 탐욕으로 인한 재앙을 후대에 전하고자 탐욕을 불사르는 신성한 불꽃 이닉스에 기도를 올리는 자들이었던 것이다.


가시나무 여신상
아타락시아의 타락과 불의 옥과

하지만 모험가는 그런 아사나의 설명을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아타락시아의 안위가 걱정된 모험가는 재빨리 말을 몰아 림바의 은신처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사색이 된 림바를 만났다.

"아타락시아가 다른 타락자들처럼 생각이 잠든 묘의 가시나무 여신상으로 향했소. 빨리 따라가보시오!"

깜짝 놀란 모험가는 아타락시아를 쫓아 가시나무 여신상에 도착했다. 아타락시아는 여신상 앞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페넬나가 옆에서 바히트람의 힘을 사용해 그녀를 간호하고 있었다. 모험가가 그런 아타락시아에게 다가가 재빨리 불의 옥과를 먹이자, 그녀의 몸을 감싸던 붉은 마력은 점점 사라졌다.

모험가와 페넬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시나무 여신상은 타락화가 완전히 진행되는 일종의 마지막 단계였다. 하지만 불의 옥과를 먹은 이상 당분간 별 일은 없을 것이었다.

아타락시아의 귀중한 시간을 번 모험가는 페넬나에게 완벽한 치료약은 없는지 물었다. 페넬나는 자신이 과거 아히브였을 때 비오렌치아 여왕이 수없이 많은 연구를 해 탐욕을 옅게 만드는 4단계 실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락을 완전히 없애는 치료약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 가시나무 여신상에 누워있는 아타락시아와 그녀를 간호하는 페넬나

하지만 모험가의 뒤를 따라온 림바에게는 한가지 방법이 있었다. 그는 생각이 잠든 묘에 타락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아히브를 대상으로 중독을 막을 수 있는 '오드라 신성물약'이 개발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신, 그 물약은 신체의 일부가 나무로 변하는 부작용이 있었고, 이미 타락이 많이 진행된 아타락시아에게 효력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모험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오드라 신성물약'을 구하고 싶었다. 문제는 그 물약이 있는 생각이 잠든 묘는 오직 여왕의 허락이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한 곳이었다. 만약 외부인이 들어가려면 '야만인에게 나눠준 지식을 다시 돌려받아야 한다'는 아히브들의 격언처럼 훔쳐낸 지식을 다시 돌려주는 경우여야만 했다.

그 때 모험가는 오펜실라에게서 받은 '위조된 카프라스의 일지'를 떠올렸다. 페넬나는 모험가가 내민 그 위서를 살펴보더니 깜짝 놀랐다. 위서 마지막에 영웅의 전당과 새로운 지식, 곧 세페르가 생각이 잠든 묘에서 훔쳐낸 금기의 전장을 그림자 기사단이 구현했다는 사실 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곧, 이 지식이라면 모험가가 생각이 잠든 묘에 정말 출입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 지식을 돌려주는 경우엔 생각이 잠든 묘에 출입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왜 이 가시나무 여신상에..."

아타락시아가 깨어났다. 그녀는 비틀비틀 일어나 모험가에게 '날 그렇게 버리고 가더니 왜 구해줬냐'며 장난 섞인 핀잔을 주었다. 모험가는 그녀를 부축한 뒤 걱정스러운 얼굴로 우리가 쫓던 카프라스의 일지가 가짜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주었고, 당연히 그 말을 들은 아타락시아는 깜짝 놀라야 했는데...

"하하. 속은 건 너야. 진짜 카프라스 일지는 처음부터 내게 있었거든."

모험가는 멍한 표정으로 아타락시아를 바라봤다. 아타락시아가 진짜 카프라스의 일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오펜실라에게서 그 일지를 훔쳤다는 존재가 아타락시아였던 것인가?


▲ 아타락시아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모험가를 시험할 목적이었다.

아타락시아는 베디르의 타고난 천성을 거부하고 카마실브의 수호를 맹세한 다크나이트들이 모인 은신처, '칠흑의 잿더미'의 존재를 모험가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곳에 모인 자매들은 하나 둘 타락자가 되어가기 시작했고, 이에 아레델을 중심으로 비오렌치아 오도어 여왕의 최측근인 가시나무 감시자들이 의도적으로 타락자를 늘리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사실 아타락시아가 타락자가 되어가는 이유도 오펜실라의 일지를 훔쳐 도망가는 길에 누군가 설치한 타락자의 덫에 걸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아타락시아는 전신에 망토를 두른 가시나무 감시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들은 줄곧 '가시나무 여신상이 어머니'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아타락시아와 같은 다크나이트에게 어둠으로 어둠을 정화하려는 비오렌치아 오도어의 수단은 결국 모든 빛을 먹어치우고 말 것이 분명해보였다. 설령 그 힘으로 아히브가 어둠을 물리친다 해도, 그런 힘을 가진 자들이 세상을 잘 다스릴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특히 인간 노예를 마구 부리는 그들의 행위를 보면, 그런 사실은 더욱 명백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아타락시아는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그녀를 대신해 카프라스의 흔적을 쫓을 진정한 주인을 찾기 위해서 모험가를 시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말을 모두 들은 흑정령은 이제 아타락시아를 절대 믿지 말자며 킬킬거렸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진짜 카프라스의 일지를 훔칠 정도의 실력자이니 데리고 다니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쨌든 이제 모험가에게 남은 일은 아타락시아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오드라 신성물약'을 구하기 위해 생각이 잠든 묘의 입구인 단죄하는 제단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 비오렌치아 오도어는 어둠을 어둠으로 정화하려는 계획이다.

▲ 모험가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절망으로 가득찬 그림자를 피하기 위해 빛을 모두 거두었다. 여신의 지식으로 만들어진 오르제카 광명석은 이 땅을 그림자의 세계와 닮게 했다. 어쩌면 검은 태양은 이 땅을 지나칠지도 모른다. 이 선택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이다."- 오르제카 고서, 선택과 생존 중

"소망의 신께서 주신 술은 넘실넘실 넘쳐 거대한 못을 이루었고 제물의 피와 같이 새빨간...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이 혀를 질리게 했다. 오르제카는 황금기를 맞이했다. 소망의 신께서는 오늘도 천 여건... 미천한 육신들의 소원을 들어주셨다. 그런데 그 중 절반은 누군가의 죽음에 관한 내용이었다."- 오르제카 고서, 해와 달의 축제 중


▣ 검은사막 스토리 시리즈
▶검은사막 스토리 #1 - 연대기 상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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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사막 스토리 #4 - 세렌디아 상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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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사막 스토리 #11 - 메디아 분기1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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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사막 스토리 #21 - 오딜리타 1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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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1 - 훔쳐야 산다, 도굴왕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2 - 매화가 지던 날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3 - 워리어, 고옌 용병단의 형제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4 - 레인저, 정령검의 계승자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5 - 위대한 소서러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6 - 이 세상에 피로 물들지 않은 왕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