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루트 박스 등으로 더 많이 불리는 캡슐형 아이템 이슈는 오랜 기간 업계 핵심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수차례 업계 자체 해결이나 법적 규제 등 여러 방면에서 문제를 다루고자 했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해묵은' 논쟁으로 남아왔다.

이슈 자체는 해묵었을지 모르지만, 그 기간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산업의 핵심 매출원이 됐고 최근 운영 논란으로 시작된 유저 분노의 끝도 결국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번져나갔다.

여러 번의 논의가 지지부진할 때마다 피해를 입고, 그것에 분개해 목소리를 내는 건 게이머들이었다. 여기에 게임사와 단체들, 국회와 법이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겨우 액션을 취하는 모양새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아니 몇 개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개정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세부적인 내용에서 차이는 있지만, 핵심 골자는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 공개와 기업의 확률 조작을 막자는 데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해당 법안들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리라는 의견을 낸다. 심하게는 이용자의 안위를 무기 삼아 기업 편의를 봐주는 방향의 개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게임법의 확률 공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공개인가.

게임법 개정안에 아쉬움을 드러낸 이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등 여타 행정 기관만이 가지는 강력한 제재가 게임법과의 중복 규제를 이유 삼아 이루어지지 못할 거라는 점. 다른 하나는 게임법 안에 확률형 아이템을 명시해 이를 게임 일부로 편입하고 이용자들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게임위 주도의 확률 공개, 행정 처분은 불가능?

하나씩 살펴보자. 지난 2018년 공정위는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공개한 획득 확률의 허위 표기를 적발했다. 당시 넥슨과 넷마블, 넥스트플로어 등이 적발됐으며 넷마블, 넥스트플로어의 각 게임에는 과태료 500만 원과 넷마블 1개 게임에 과징금 4,500만 원. 넥슨에는 과태료 550만 원과 과징금 9억3,900만 원을 부과했다.

이후 넥슨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판결은 그대로 확정했지만, 과징금 산정이 잘못됐다며 90일의 영업정지 기간을 하루 50만원으로 갈음해 4,500만 원으로 과징금이 최종 확정됐다.

이 과징금은 2019년 공정위가 전자상거래법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 확률형 상품에 대한 확률 표시 내용을 포함하는 근거가 됐다.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을 '최종적으로 어떤 상품을 공급받게 될지 개봉 전에는 알 수 없는 정보 비대칭 상품'으로 보았다.

즉, 소비자가 기대하는 상품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정보만을 제공해왔고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앞서 3사에 취한 과태료와 과징금이 조치 사례로 등장했다.


하지만 추후 행정규칙 고시에는 해당 내용이 빠져있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가 이미 게임사업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표시 의무를 포함할 움직임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복 규제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가 여럿이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가 중복될 순 있다. 하지만 중복 규제가 넓게는 기본권과 관련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을 볼 때 공정위가 굳이 문화부 주도의 정책 일원화를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나오는데 중복 규제 탓에 행정 처리가 문화부 주도로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 공개를 문화부가 주도한다고 해서 행정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게임법에는 제48조를 통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보다 강력한 행정 처분도 가능하다.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을 통한다면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와 이를 갈음한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은 현행 게임법에서 찾을 수 있다.

이상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법에는 금지행위에 '등급 및 게임내용정보 등의 표시사항을 표시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표시한 게임'을 추가하고 기존 행정 처분 명령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유동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법은 확률 획득 조작이나 컴플리트 가챠(수집형 뽑기 -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뽑은 상품을 다시 모아 보상으로 다른 아이템을 획득하는 시스템) 방식을 사용한 경우 부당 이득의 3배 이하로 과징금 부과 범위를 구체화했다.

문서 상으로는 행정 처분 범위가 공개한 확률을 거짓으로 표시한 기업에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중복 규제 탓에 확률 공개에서는 손을 뗀 공정위지만, 문화부 주도 게임법이 다루지 않는다면 충분히 나설 수 있는 상태다. 공정위는 확률 공개와는 별개로 현행법인 전자상거래법에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 사용'을 금한다는 금지조항을 근거로 처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정위는 게임 업계의 자율 규제에 대해서도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경우 조처를 할 것이란 의견을 여러 차례 낸 바 있다.

즉,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하는 게임법 개정안과 문화부 주도의 게임산업 관리가 행정적 처분이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

패키지형 게임 판매가 주를 이루는 게임 서비스 플랫폼 스팀은 확률형 아이템이 일상화된 게임 업계에서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밸브는 그 스팀을 운영하는 플랫폼사지만, 일찌감치 '팀 포트리스2'로 부분 유료화와 캡슐형 아이템이 가져오는 수익 증대의 기준점을 전 세계에 제시한 게임사기도 하다.

2007년 패키지 형태로 출시된 '팀 포트리스2'는 2010년 패키지 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확률형 루트 박스가 도입됐다. 그리고 2011년 부분 유료화로의 변경으로 3일 만에 유저 수가 5배나 증가하는 폭발적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부분 유료화 발표 후 약 6개월 뒤 진행된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였다.

GDC 2012에서 밸브는 패키지 게임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게임을 구입하지 않은 사람에게 게임을 파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출시 4년 된 게임이 새로운 인게임 아이템과 거래, 그리고 이를 받쳐줄 게임 시스템과 업데이트를 통해 어떻게 12배의 매출 증가를 거뒀는지 강론했다.

흥미로운 일화도 있다. 당시 밸브의 게이브 뉴웰 대표는 게임에 적용되는 가상 경제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그리스의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영입에 나서기도 했다. 게임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던 그는 훗날 그리스 의회 의원에 재무장관까지 맡았는데, 밸브가 소액 결제와 이를 가상 현금으로 변환하고 이용하는 데 얼마나 고심했는지 드러내는 일화기도 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확률형 아이템은 매출을 끌어낼 대상이 한정된 기존 패키지 시장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던 셈이다.


'팀 포트리스2'와 함께 수년간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한 겅호의 퍼즐앤드래곤, 그리고 소셜 게임이 가져온 성공은 게임 판매 모델의 완벽한 세대교체를 선언한 듯했다. 기존 패키지 형태가 아닌 부분 유료화, 멀티플레이 게임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의 도입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과도한 매출 집중화가 이루어지며 이들이 도박의 3요소와 들어맞는다는 특징도 덩달아 부각됐다.

도박은 참가에 필요한 ▲판돈, 경험이나 실력으로 바꿀 수 없는 ▲운과 리스크, 그리고 ▲상금과 보상 등 세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이들은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의 승리에 직접 영향을 주는지, 아니면 외형만 바꾸는지 등 인게임 역할과는 관계없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요소들이다. 페이투윈(Pay-to-Win), 이른바 '지르면 이긴다'의 여부와는 별개로 보상을 바라며 실력이 아닌 운으로 결과를 얻어내는 상품은 도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EA의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는 서구권 게임 업계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계기가 됐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는 출시 전 과도한 Pay-to-Win, 확률형 아이템이 논란이 됐다. 이후 서비스사 EA는 해당 부분을 수정하겠다고 밝혔고, 게임 서비스 초기에는 게임 재화로 구매할 수 있는 영웅의 가격을 낮췄다. 확률형 아이템이 실제 게임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수준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기 논란은 게임 출시 후까지 이어졌고 쌓이고 싸여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번졌다. 각국에서 이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여기에 실제 승패에 영향을 줄 정도의 부스트 카드팩으로 과도한 결재 유도라고 비판받은 FIFA 얼티밋 팀(FUT)까지 더해지며 세계 각국은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법에 저촉되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게 됐다. 이에 2018년 논의가 시작된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에서 제거되기도 했다.


이렇듯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나 FUT 등은 몇몇 국가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하지만 사실 총알은 이미 채워져 있었다.

2012년 '매스 이펙트3'가 풀 패키지 게임임에도 온라인 모드에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하자 이를 게임 요소로 보아야 할지에 대한 비판 기사가 유수 언론에서 쏟아져 나왔다. 특히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도타2', '팀 포트리스2'는 확률형 아이템이 단순히 게임을 넘어 실제 도박 시장을 만드는 데에도 영향을 끼치며 부정적 시선을 더했다.

이들 게임 속 루트 박스를 통해 얻는 스킨은 자체의 능력이 없는 치장 아이템이다. 하지만 스팀을 통해 스킨을 도박 판돈으로 쓰며 문제가 불거졌다. 스킨을 걸고 이루어지는 도박에 수많은 사용자가 참여했고 밸브가 직접 나서기 전인 2016년에는 그 규모가 50억 달러(5조 6천억 원)에 이르렀다.

이후에는 더욱 음지화됐는데 확률형 아이템 자체를 넘어 이를 활용한 실제 도박이 이루어진 셈이다.


우리가 원하는 게임은 정말 자유롭게 뽑고, 거래하는 카지노 세상인가

근 수년 사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심각하게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확률형 아이템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2010년대 초반부터 이에 대한 목소리를 업계와 정부가 내왔단 이야기다. 즉,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에 게임과 도박을 분리하고자 하는 액션이라도 취할 수 있었던 셈이다.

우리나라 역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정우택 의원이 게임법 개정안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공개하고자 했다. 또한, 20대 국회에서는 노웅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법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내용을 담았고, 정우택 의원 역시 2016년 해석에 논란 여지가 있던 내용을 대통통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법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확률형 아이템'보다는 '규제'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큰 시기였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게임의 폭력성 논란과 셧다운제. 나아가 게임 중독(여기서는 게임 과몰입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그들이 주장하던 문구로 사용함) 논란도 계속됐다. 특히 WHO의 게임 장애 질병 코드화에 한국과 중국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올 정도였다.

업계가 한 몸으로 대처해도 모자란 판국이니 게임의 부정적인 일면을 선뜻 부각하기 어려웠다. 결국 게임 규제 반대라는 대구호 아래 '확률형 아이템 규제'도 받아들여선 안 될 '규제'의 기치로 받아들여져 왔다.

즉,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동안에도 자율규제로 이를 틀어막으며 제대로 된 합의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규정하거나 사행산업을 감시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넘기자는 극단적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사행행위등규제및처벌특례법위반 판례를 보면 우리나라는 사행성을 판단하는 데 우연성과 함께 '환전 가능한 경품 지급과 경품의 환전 가능성'을 주요 요소로 본다.

이를 증명할 수 없다면 또 다시 확률형 아이템을 법제화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지 모른다.


만약 사감위에서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을 관리했을 경우도 생각해보자.

확률형 아이템 요소가 포함된 게임은 결국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는 성인물로 분류된다. 이미 청소년이나 그보다 어린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 요소가 들어가 있다면 국내에서는 성인물로 변경되는 셈이다.

결국, 이미 확률형 아이템이 제거된 몇몇 국가처럼 국내만을 위한 별도 빌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국내 시장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거나 확률형 아이템을 제거해 낼 수익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서비스 포기도 이어질 수 있다.

국내외 게임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 만큼 플레이어가 게임을 이용할 권리 자체가 축소된다는 우려가 남는다.

최악의 경우 도박 산업이 된 게임사의 낙인 효과와 그 변화도 그려볼 수 있다. 이미 도박으로 분류된 이상 완벽한 사행 모델로 만들어진 게임을 서비스할지도 모른다. 문화 산업이라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가격 제한이 없는 고가의 상품 거래와 카지노 마냥 돌아가는 뽑기, 당첨 확률에 기댄 현금 투자. 그리고 그 뽑기 자체가 게임의 핵심 재미로 자리 잡는다.

이게 과연 그간 제대로 된 게임을 즐기고 팠던 게이머들이 진짜 원하는 결말일까?


행정 처분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게임법을 통한 개정이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를 위한 명문화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컴플리트 가챠 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유동수 의원은 "법률로 울타리를 규정한 후에도 게임사의 일탈행위가 계속된다면, 보다 강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며 확률형 아이템을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한국소비자원 개념의 소비자청이 컴플리트 가챠를 부당경품류 및 부당표시방지법(경품 표시법)에 따라 금지된 항목으로 보고 제재에 나섰다. 경품 표시법에 따르면 과자 등의 상품에 그림 등을 넣어두고 이를 전부 모아 호화 경품을 주는 식의 수법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확률 공개와 이를 관리하는 건 게임 협회인 일본 온라인 게임 협회(Japan Online Game Association: JOGA)가 맡고 있었다. 결국, 컴플리트 가챠 외의 확률 공개 자체는 법 테두리 바깥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졌다.

2017년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 논란이 거세질 당시 유럽 언론은 일본 게임사가 어떻게 법과 규제를 회피하는지 보고 배우라고 주장했는데 자율로 남은 일본의 확률 고시를 반면교사 삼으라고 돌려말한 셈이다.

일본 역시 허술함을 인지하고 경품 표시법 개정안을 통해 소비자가 오인할 내용을 표시하지 못하도록 추가했지만 말이다.


작은 걸음부터 시작하는 다음 세대의 게임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사회적 합의를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간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들고오는 것에 게이머들은 '이들이 게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여길 수 있지만, 게임은 국회에서 그리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다.

대중문화부터 예술, 저작권, 문화재보호, 스포츠 산업 등 문화예술 여러 분야를 다루는 문화부 위원회 회의에서도 게임 관련 내용은 겨우 한 꼭지를 차지할까 말까다. 그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발휘되는 부분도 아니다. 오죽하면 게임 쪽 법안을 다뤘다가 의외로 높은 게이머들의 화력에 놀랐다는 한 국회의원의 소회가 있을 정도.

다시 말해 게이머들의 분노로 논란이 커진 관심이 마땅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사그라진다면 이와 같은 논의가 다음에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다시 다음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높아진 역치값을 뛰어넘을 더 큰 규모, 더 큰 게임 팬들의 성토가 이어져야 겨우 움직이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으리란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게임 팬들이 얼마나 더 괴로워져야 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들이 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이슈를 완벽히 잠재울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게임머들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울 테고 기업 입장에서는 들쑤시는 모양새가 심히 거슬릴 것이다. 법의 적용 범위를 넓게 그리고 행정 명령을 통해 시대에 맞는 세부적 사항을 반영하고자 했지만, 여전히 손댈 곳, 허술한 부분도 눈에 띈다.

하지만 큰 보폭으로 나갈 좋은 순간. 준비된 순간만을 기다리다간 영영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채 제자리에 서 있어야 할지 모른다. 실제로 2천만 원이던 과징금이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해 10억 원으로 상향됐듯, 꾸준히 바꿔나가면 된다.

이를 통해 확률 공개가 단순히 공개에 그치지 않고 업계의 환부를 도려내 나갈 첫날이 되길.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대신해 유저들도 만족할 새로운 수익 아이템을 찾아낼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과 국회가 단순히 '확아 코인'에 올라타 자극적인 이슈 몰이만에 만족하지 말고 더 개선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꾸준히 감시하고 보도하는,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유저들의 분노와 고통으로 써내려간 그 법안이 또다시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 디지털 조각으로 잊힐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