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검은사막에 신규 악기 '플로케스트라'가 업데이트됐습니다. 플로케스트라는 초보자 악기보다 풍성한 사운드를 가진 고급 악기 세트로, 이펙터와 주법 기능 외에 드럼과 팬드럼을 추가해 평소 작곡을 즐기는 유저분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사실 검은사막을 하다보면 매번 사냥하고, 채집하고, 항해하는데 바빠서 음악을 들을 시간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샤이를 키우지 않는 유저들은 또 다른 세상 이야기로 느껴질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러 유저들이 작곡을 하고, 앨범을 듣고, 연주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그래서 이번에는 플로케스트라의 업데이트를 기념해 '검은사막 빌보드 Top10'을 준비했습니다. 해당 순위는 게임 내 음악 앨범의 월간 다운로드 순위를 기준으로 했으며, 일반적인 음악이 아닌 샘플 성격의 곡인 경우 집계에서 제외했으니 참고해주세요.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음악이 검은사막 월드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을지, 한번 들어볼까요?




■ 1위. 브레이브걸스 - 롤린 (피아노 독주)

롤린의 열풍이 검은사막에도 상륙했습니다. 차트 역주행 신화를 이룩한 브레이브걸스, 검은사막에서는... 역주행이 아니라 그냥 1위를 기록했네요.

검은사막의 '다설'님은 롤린을 피아노 독주로 재해석하여 당당히 1위를 차지했습니다. 피아노 연주로만 들으니까 또 색다른 기분이네요. 단순 화음 외에도 멜로디까지 직접 피아노로 커버해 마치 원곡의 가사가 들리는 기분입니다. 추후 플로케스트라의 드럼을 덧입힌 버전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가요에선 드럼이 생명이니까요.

이런 곡을 듣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검은사막 작곡 시스템에 언젠가 신스(Synth) 악기가 들어오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그러면 정말 가요풍 작곡이 가능할텐데요. 아, 칼페온 같은 중세 배경에 신디사이저가 있으면 이상하지 않겠냐고요. 알겠습니다. 근데 혹시 그때 드럼이랑 기타는 있었나요? 하하, 롤린의 열풍으로 앞으로 검은사막에 더 다양한 악기가 생기게 될지 기대해봅니다.


▲ 다설님의 브레이브걸스 - 롤린

▲ 브레이브걸스 - 롤린 원곡



■ 2위. Under The Sea

2위는 직업류님의 Under the sea가 차지했습니다. 곡 설명을 보니 '붕어의 고향'을 표현하셨다고. 붕어...? 왜 많은 물고기 중 하필 붕어일까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어쨌든 어렸을 적 들었던 인어공주 노래를 다시 들으니 아주 정겨웠습니다.

무엇보다 이 곡은 이번에 추가된 플로케스트라 팬드럼을 이용했다는 점이 뜻깊습니다. 덕분에 플로케스트라 악기 소리를 처음 들어보게 되었네요. 사실 팬드럼이라고 해서 일반 드럼과 같은 종류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는 타악기였다니 몰랐습니다. 본의 아닌 악기 공부도 하게 되네요.

직업류님의 Under the sea는 청아한 팬드럼 소리 때문에 신나는 분위기의 원곡에 비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적당한 추억 보정 효과까지 노린 걸까요. 그래서 오랜만에 Under the sea 원곡도 들어봤는데, 어렸을 때와 느낌이 확실히 다르긴 합니다. 세바스찬(가재)의 가사를 다시 곱씹어보니 제법 와닿는 부분이 있네요.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건지.


▲ 직업류님의 Under The Sea (팬드럼)

▲ Under The Sea 원곡



■ 3위. 시대를 초월한 마음 (이누야샤 OST)

3위는 크라코프님의 시대를 초월한 마음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나 했더니, 이누야샤 OST였군요. 앞서 나온 인어공주처럼 예전에 이 만화를 즐겨보았던 모험가분들은 좋아할만한 곡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이 곡 역시 팬드럼으로 만든 것으로 볼 때, 팬드럼이 이번 플로케스트라 악기 중 가장 인기가 많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시대를 초월한 마음은 사실 반주 버전 외에 가사를 입힌 버전도 있고, 각종 커버 영상도 많습니다. 그만큼 실제로도 유명한 곡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찾아봐도 좋을 것 같네요. 그 유명세에 힘입어 검은사막 빌보드에서도 당당히 3위를 차지한 것 같습니다.


▲ 크라코프님의 시대를 초월한 마음

▲ 시대를 초월한 마음 원곡



■ 4위. 인생의 회전목마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라니! 검은사막 빌보드 4위는 크라코프님의 인생의 회전목마가 차지했습니다. 검은사막 월드에서는 만화 OST가 잘 먹히나보네요. 아니, 새로 나온 팬드럼이 잘 먹히는건가? 이번 곡 역시 팬드럼으로 만든 곡이거든요.

인생의 회전목마 원곡은 본래 피아노와 각종 현악기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 곡이지만, 이렇게 팬드럼 하나로 연주한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과연 명곡은 명곡이군요. 개인적으로는 같은 크라코프님의 곡 중 위 시대를 초월한 마음보다 인생의 회전목마가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라면 이 곡을 3위로 뽑고 싶네요. 특유의 팬드럼 소리가 곡의 몽환적인 느낌을 더 잘 살려준다고 할까요.


▲ 크라코프님의 인생의 회전목마

▲ 인생의 회전목마 원곡



■ 5위. 키네틱 플로우 - 몽환의 숲

하늘에 날린, 아드레날린, 하나도 화날 일... 노래방에서 한번쯤 다 불러봤다는 그 곡, 몽환의 숲이 검은사막 빌보드 5위를 차지했습니다. '키도'님은 이 곡을 플로케스트라 드럼과 팬드럼을 모두 사용해 재현했네요. 무엇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악기 두 종류가 모두 들어가 있다는게 마음에 듭니다.

이 곡 덕분에 플로케스트라 드럼 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실제 드럼 소리처럼 제법 그럴듯하게 납니다. 작곡 수정이 불가능한 앨범이라 자세히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기본 소리에 이펙터 기능을 활용하신 것 맞죠? 개인적으로는 드럼에 조금 더 댐핑감이 느껴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인게임에서 이 정도 구현이라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가사를 외게 되는 키도님의 곡. 이런 좋은 곡이 5위라는게 믿기지 않네요. 악보 다운로드 해놔야겠어요. 제 샤이 심심하지 말라고.


▲ 키도님의 몽환의 숲

▲ 몽환의 숲 원곡



■ 6위. Immediate Music - Electric Romeo

6위는 Histone님의 일렉트릭 로미오입니다. 제목만 봤을 땐 몰랐다가도, 막상 들어보면 '아, 이거?' 하게 만드는 곡. 게임계에서는 과거 스타크래프트 이영호 선수의 테마 곡으로 유명한 곡입니다.

일렉트릭 로미오는 본래 유럽 전쟁사를 담은 노래로 매우 웅장한 사운드를 자랑합니다. 그래서인지 Histone님은 곡 제목을 '일렉트릭 로미오 피아노로 부셔요, 하지만 언제나 부서지는건 나였다'라고 적으셨네요. 원곡을 들어보면 충분히 어떤 심정이셨을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6위를 차지한 것을 보니 초보자용 피아노로 담아낸 정성을 모두가 알아주었나봅니다.

이쯤 되면 검은사막 작곡자들이 이 노래들을 재현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트를 찍었을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알맞은 악기를 고르고 악보의 음표를 하나하나 정성껏 옮겨 담는 작업이 얼마나 고되었을까요. 그저 감사히 듣겠습니다.


▲ Histone님의 일렉트릭 로미오

▲ 일렉트릭 로미오 원곡



■ 7위. 엘리니아 BGM

7위는 Histone님의 메이플 엘리니아 BGM이 차지했습니다. 처음으로 가요나 OST가 아닌 게임 BGM이 나온 것 같네요. 유튜브에도 많이 공유되어 있을만큼 BGM으로서 유명한 곡이죠.

기자 역시 초등학생 때 수없이 들었던 BGM이었는데, 그런 추억이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나 봅니다. 실제로 들어보니 플로케스트라의 팬드럼 소리와 상당히 잘 어우러지네요.

참고로 칼페온 한가운데서 이 BGM을 들어보면 왠지 모를 언밸런스함에 기분이 묘해집니다. 역시나 이 곡은 숲속에서 들어야 하나봐요. 지금 당장 카마실비아로 달려가야겠습니다.


▲ Histone님의 엘리니아 BGM

▲ 오리지날 엘리니아 BGM



■ 8위. 베토벤 월광 소나타 3악장

처음으로 클래식 음악이 순위에 등장했습니다. 크라코프님의 베토벤 월광 소나타 3악장이 검은사막 빌보드 8위를 차지했네요.

이 곡을 처음 듣고 놀란 건 굉장히 빠르고 많은 수의 노트가 초반부터 휘몰아쳐서 나온다는 겁니다. 따로 건반을 연결해서 만든 것도 아닐텐데, 이걸 하나하나 손으로 다 입력했다니 놀랍네요. 그 무엇보다 원작자의 정성이 느껴지는 곡.

베토벤 월광 소나타 3악장은 원곡도 피아노로 연주하기 때문에 어쩌면 위에 소개된 어느 곡보다 검은사막에서 잘 재현해낼 수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크라코프님도 초보자용 피아노 하나로 곡을 만들어냈네요. 물론 실제 피아노 같은 강약 조절과 울림은 부족하지만, 곡의 느낌은 충분히 전달됩니다. 만약 베토벤이 자신의 곡이 검은사막에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 크라코프님의 베토벤 월광 소나타 3악장

▲ 베토벤 월광 소나타 3악장 (백건우)



■ 9위. 김범수 - 보고싶다

9위는 Histone님의 '보고싶다'입니다. Histone님이 적어놓으신 곡 설명처럼 명곡 그 자체. 9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제법 오래된 곡임에도 여전히 유저들에게 인기가 많은가보네요.

Histone님의 보고싶다는 원곡과 달리 여러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잔잔한 피아노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갔습니다. 근데 왜 자꾸 '보고싶다'라고하면 그렉 버전이 생각나는 건지.


▲ Histone님의 보고싶다

▲ 보고싶다 원곡



■ 10위. 홍련화 (귀멸의 칼날 1기 OP)

마지막 10위는 크라코프님의 홍련화 입니다. 얼마전 극장판으로도 상영했던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반영된 것 같네요.

일단 상당히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곡인데 이것을 검은사막 작곡 시스템으로 커버했다는 것이 대단합니다. 비록 피아노 하나로 커버했고, 그 한계로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게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오프닝이 나온다는 기분을 즐기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나는 리듬이 중요한 곡인만큼 여기에 드럼과 기타 등 여러 악기를 추가해서 들어보고 싶네요. 좋은 곡 잘 들었습니다.


▲ 크라코프님의 홍련화

▲ 홍련화 원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