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이 삼삼한, 그러나 간을 더 맞춰야


5민랩에서 개발하고 라인게임즈에서 서비스하는 '스매시 레전드'는 캐주얼한 그래픽에 상대방을 킬하는 게 아니라 링아웃시키는 난투형 PVP 게임입니다. 이런 류의 게임이 드문 건 아니지만,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이런 시도를 한 건 드물었죠. 이미 외국 게임들이 자리를 잡은 이 분야에 뛰어든 도전정신은 인정하지만, 과연 캐주얼한 난투형 PVP의 지향점을 잘 캐치하고 풀어냈을지는 다소 의문이 들었습니다. UI나 BM이 다른 게임과 유사하다는 반응도 있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본 스매시 레전드는, 그런 냉소적인 반응으로 넘어가기엔 저력이 느껴지는 타이틀이었습니다. 플레이 방식은 자주 비교되는 타이틀과 상당히 다르긴 한데, 그렇게 다르게 만들었음에도 캐주얼 PVP 게임의 기본기와 지향점은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죠. 플레이한지 조금 지난 지금도 그 첫 인상은 유효하지만, 하면 할수록 서비스 초창기에 나타나는 불완전한 모습도 눈에 밟혔습니다.

게임명: 스매시 레전드 (Smash Legends)
장르명: 멀티플레이 액션
출시일 : 2021. 4. 13
개발사 : 5민랩
서비스 : 라인게임즈
플랫폼 : PC, 모바일



단순함의 미학을 살린 손맛 있는 액션


스매시 레전드의 조작법이나 시스템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기본 공격, 스킬, 궁극기, 점프, 이동키. 이 다섯 가지로 모든 것이 해결되죠. 기본 조작법뿐만 아니라, 응용 방식도 단순합니다. 기본 공격이나 스킬, 궁극기를 점프와 같이 사용하면 사거리나 공격범위가 바뀌는 정도죠.

몇몇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다 근접 캐릭터라 근접 액션에서 흔히 보는 회피나 가드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런 요소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공격 중간중간 스킬이나 기본 공격 콤보를 이어가게끔 하는 캔슬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코어 게이머로서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을 파고들면서 허점을 노린 일발역전이나, 불리한 상황에서 한 방에 콤보로 끝내는 묘미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니까요.


그렇지만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적도 콤보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절명콤보나 모르면 맞아야지 수준까지 가진 않죠. 스킬을 맞았다거나 궁극기를 맞았다면 얘기가 다르긴 하지만 배틀로얄 룰을 빼면 부활해서 적을 노릴 수 있다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부활 시간은 짧은데 궁극기는 쿨타임이 기니, 남은 시간 동안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거죠.

따로 회피는 없지만, 상대의 공격을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점프로 피한 뒤에 점프 공격으로 반격하는 건 가능합니다. 이를 활용한 무빙 심리전은 몇 번 플레이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죠. 더군다나 앞서 말했듯 점프 후 공격 범위나 사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전술도 운용해야 하고요. 맵도 지형의 고저 차가 있고, 점프 패드로 빠르게 기동해서 점령지를 노릴 수 있으니 전략 요소도 나름 갖춰진 편입니다.

이렇듯 스매시 레전드는 기본 조작법이나 응용 조작법, 시스템은 간단하지만 이를 잘 엮어서 나름의 전술과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짜임새도 갖췄습니다. 특히 모드를 살펴봐도 일 대 일보다는 다 대 다, FFA 싸움 위주다 보니 변수도 많고, 그에 대응하는 능력도 요구되죠. 흔히 말하는 입문은 쉽되 마스터는 어려운, 그런 전형적인 구성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전반적인 난이도는 조금 더 낮춘, 그런 형태라 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 지형의 고저차를 이용해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 점프 패드를 써서 빠르게 이동, 적을 기습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에 들어가면 워낙 게임페이즈가 빠르고 플레이타임도 짧은 터라, 이런 분석을 주구장창 늘어놓으면서 여유 부릴 틈은 없습니다. 다른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어떻게 자리를 잡아서 때릴까 집중하기에 바쁘죠. 그리고 한 번 한 번 때리다 보면, 타격감이 찰져서 몰입하게 됩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심플하고 눈에 잘 띄는 로우폴리곤 그래픽에, 데포르메 캐릭터에 맞춘 과장된 움직임 그리고 그에 맞춰서 카툰 풍으로 단순화된 타격음이 밸런스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째째하게 기본 공격을 몇 대 견제하는 양상이 아닌, 기본 공격을 맞추면 바로 추가타를 날려서 호쾌하게 날려버리는 구도인 게 더 큽니다. 말 그대로 '뻥' 소리가 나는 사운드와 카툰 풍의 과장된 이펙트, 멀리 날아가는 적의 모습이 어우러져서 호쾌하게 날리는 타격감을 보여주거든요. 눈을 사로잡을 만한 화려한 기교나 깊게 파고들면서 한계를 끌어내는 복잡한 컨트롤은 없어도, 쉽고 간단하게 상대방을 날려버리는 그 맛은 확실했습니다.




불안정한 서버와 적은 볼륨은 아쉽다


한 판 한 판으로 보면 스매시 레전드는 짧고 굵게 즐기기엔 충분합니다. 거기에 6개 모드가 더 추가됐다고 하니,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있죠. 다만 결론부터 말해서 아직 그 볼륨은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6개 모드를 내세우긴 했지만 4개의 로테이션풀에서 각 시간별로 접속 가능한 맵이 달라지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죠.

로테이션은 24시간 단위로 이루어지고, 초반부터 모든 모드를 다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플레이를 하면서 메달을 모아 차근차근히 해금해나가는 방식이죠. 그렇게 해금되는 모드들 하나하나는 크게 허점은 없습니다. 일정 시간 동안 점령지를 더 많이 점령한 팀이 승리하는 점령전, 왕관을 쓴 적을 더 많이 날려버리면 승리하는 크라운가드, 열매를 많이 모은 사람이 승리하는 수확 모드, 결투와 데스매치 그리고 배틀로얄 모두 룰도 직관적이라 금방 이해할 수 있죠. 그리고 플레이타임이 길어봐야 5분 정도로 짧아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플레이타임이 짧은 만큼, 6개의 모드가 있어도 볼륨이 적게 느껴집니다. 캐릭터도 10명 정도에, 다 모으려면 플레이를 꽤 오래 하거나 혹은 과금을 해서 뽑는 방식이라 실제 바로 운용할 수 있는 캐릭터도 적죠. 플레이타임이 짧아서 금방금방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판당 보상의 양이 요구량에 비해 좀 낮은 편이라 생각보다 더 많이 플레이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실제 체감되는 볼륨은 게임 내에서 갖춰진 것보단 적은 편이죠.

▲ 과금하지 않고 플레이하면서 캐릭터를 꾸준히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캐릭터 수 자체가 적은 편입니다

이런 문제를 시간에 따라 동일한 맵도 구조가 달라지는 방식으로 보완했지만, 아직 충분하진 않아 보입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아직 맵의 오브젝트나 아이템 구성이 다원화되어있지 않아서 전략 자체가 크게 바뀌진 않거든요. 그래서 하다보면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쉽게 물릴 여지가 있습니다. 아직 게임이 초기 단계라 콘텐츠의 양 자체가 적은 것도 있으니, 이 문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 그런 불안을 내려놓고 막상 켜보면 3분이라는 시간을 후딱 보내기엔 충분한 수준이니까요. PC로 하기엔 가볍다는 인상이 들 수는 있겠지만, 짬날 때 가끔 모바일로 하기엔 좋은 구성이죠.


그래서 모바일 버전의 서버 및 핑 이슈가 상당히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PC 버전도 핑이 썩 좋진 않지만 그래도 70ms~80ms 선까지 올라가는 수준인 반면, 모바일 버전은 세 자릿수 핑은 물론이고 가끔 네 자릿수까지 치고 올라가곤 합니다. 그나마 임시 점검을 몇 번씩 하면서 네 자릿수까지 올라가는 일은 극히 드물어졌죠.

PC 버전과 크로스플레이에 글로벌 원서버를 채택한 만큼, 이런 문제는 어찌보면 불거질 수도 있는 문제일지 모릅니다. 아마 이런 게임은 유저 풀이 넓으면 넓을수록 더 변수가 많고 재미가 배가 되는 부류다보니 그런 선택을 했겠지만, 핑이나 서버 이슈로 게임플레이 경험에 오점이 생기면 그런 장점이 상쇄될 우려가 있죠. 한 판 한 판이 꽤 짧아서 잠깐 플레이가 멈추거나 튕긴 것도 승패에 꽤 영향이 크니까요.

현 단계에서는 PC 버전이 있다고 해도 모바일과의 크로스플레이를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이 장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바뀔 염려가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계속 점검하고 그러면서 점차 나아지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PC 버전에서 다른 PC에 같은 아이디로 접속해도 처음에 튜토리얼을 강제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도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이고요.

▲ 16일 임시 점검으로 좀 나아졌지만, 그 전만 해도 핑이 튀는 일이 꽤 있었습니다





스매시 레전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습니다. 단순하게 조작해서 적을 날려버리는 쾌감, 여러 가지 제약과 룰을 활용해서 전술적으로 움직이는 묘미, 3분 안에 끝나는 플레이타임까지. 짧고 굵게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죠. 더군다나 PC뿐만 아니라 모바일로도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는 간편함까지 갖췄으니, 중간중간에 잠시 머리를 식히면서 놀기엔 더없이 좋은 게임입니다. 거기에 단순한 조작만으로 상대방을 날려버린다는 호쾌한 경험까지 제공하고, 파티원과 채팅 외엔 다른 채팅이 없어서 비매너 채팅과 욕설에 시달릴 일도 없으니 스트레스도 덜한 편이죠.

화려한 그래픽과 액션, 거대한 서사, 빌드업, 혹은 파고들어 갈 만한 콤보 및 캔슬 요소 등 복잡한 걸 좋아한다면 아마 이렇게 높은 평가를 주는 것에 의아할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매시 레전드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한 판 가볍게 노는 가벼운 캐주얼 게임을 지향하니까요. 그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은 게임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이렇게 장담하는 건 PC 버전에 한해서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모바일 버전은 그만큼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게임 내적으로 봤을 땐 모바일 버전도 PC 버전 못지않게 재미있습니다. 어차피 기본 조작법과 시스템이 간단하니 그걸 모바일로 이식할 때 문제가 없었고, 그래픽도 최적화가 잘 되어있으니까요. 다만 네트워크 상황이 천차만별인 모바일 환경에선 PC버전보다 네트워크 안정성이 확보돼야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 현재 그러지 못한 상황이 너무 뼈아픕니다. 핑이나 랙은 게임의 첫 인상과 연관된 문제인 만큼, 이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스매시 레전드의 선결 과제라 하겠습니다.

▲ 아닛 와이파이 잘만 연결해서 쓰고 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이오

여기에 초창기라고는 하지만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콘텐츠 볼륨도 옥의 티입니다. 짧게 한 판 한 판 즐기기엔 부족하진 않지만 아직 출시된 지 며칠 안 지났고, 판수가 적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게임에 매력을 느껴서 줄곧 플레이하게 될 유저층도 분명 생길 만한 저력이 있는 터라 그런 유저층이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니즈를 만족시켜줄 플랜을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친구들끼리 3 VS 3으로 붙거나 초청 대회를 열기 위한 커스텀 모드라던가 말이죠.

여기에 시일이 지나면서 레드 등 일부 캐릭터가 과하게 강하다는 등, 밸런스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 예의주시해서 대처하는 것도 필요할 겁니다. 멀티플레이 PVP 게임이 롱런하려면 결국 이슈는 피해갈 수 없으니까요. 캐릭터 성장 요소까지 더해진 만큼, 가면 갈수록 이런 문제는 아마 더욱 배가될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죠. 사소한 것이지만 키 설정이나 해상도 옵션이 미흡한 것도 아쉽기도 합니다. 소프트 런칭을 거쳤는데도 이런 흠이 보이고 있으니까요.

▲ 레드 등 캐릭터 밸런스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를 어떻게 해결하냐 관건입니다

다소 아쉬운 점을 토로했지만, 이는 발전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스매시 레전드는 개인 기호나 취향에 따라 유치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기본기는 충실히 갖췄고 자신의 지향점도 잘 알고 있는 게임입니다. 초창기라 아직 정제되진 않았지만, 좀 더 다듬어지면 꽤 반향을 일으킬 만한 타이틀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한 판 하는데 시간도 얼마 안 걸리니 백문불여일견, 한 번 맛볼 만한 가치가 있는 타이틀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