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 해설위원은 카트라이더와 던전앤파이터, 넥슨 e스포츠를 대표하는 터줏대감 해설위원입니다. 10여 년 동안 수많은 종목의 해설을 맡아왔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카트라이더와 던전앤파이터를 가장 오래 해오고 있죠.

한때는 비주류 종목이라 유저들에게 외면 받기도 했지만, 그는 늘 변함없이 카트라이더와 던전앤파이터의 곁을 지켜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죠.

다른 인기 종목들이 나올때마다 관심이 생길법도 한데, 여전히 두 게임을 가장 사랑하고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하네요. 넥슨 e스포츠에 미친 남자. 정준 해설의 넥슨 e스포츠 종목들에 합류하게 된 계기, 그리고 앞으로 넥슨 e스포츠 종목들을 방향성, 한 번 들어보시죠.



어린 시절의 정준은 어떤 게임을 즐겨하던 아이였나?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386 컴퓨터를 구입하셨다. 페르시안 왕자? 그리고 어릴 적 콘솔 게임도 많이 했고, 기본적으로 RPG를 굉장히 좋아했다. 발더스 게이트, 젤다의 전설 등, 그리고 기억 남는 건 열혈 시리즈(피구, 축구 등)도 좋아했던 것 같다.


처음 던전앤파이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군대를 다녀오고 유학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학 자금이 부족했다. 그러다 던전앤파이터를 접하게 됐는데, 당시 길드원들과 대회를 나가고, 입상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다(웃음).


던전앤파이터 리그 1세대 출신이다. 던파 리그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던파는 진짜 꾸준하다. 10년 전처럼 매번 대회를 한다거나 한중일전이 있는 건 아니지만, F1 결투천왕대회라는 세계 대회도 하고, 지금은 코로나19로 무관중이지만, 던파 페스티벌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


카트라이더 해설로 데뷔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OGN 분당 시절, PD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내일 뭐하냐' 물으시더라. 카트 리그 더빙 제안이었는데, 작은 스튜디오에 전용준 캐스터님이 있었다. 오랜만에 카트 리그가 다시 열리는 시기였는데, 선수 출신으로 처음에 녹화를 했다가 부족함이 있다고 느껴 나를 다시 시키신 거더라. 그 이후로 쭉 이어지고 있다.


던전앤파이터 선수에서 카트라이더 해설로 데뷔, 어려움은 없었나?

뭣도 모르고 했다(웃음). 지금 같으면 준비할 시간도 어느 정도 요구하고, 출연료도 맞춰보는 등, 고려할 것들이 꽤 있겠지만 말이다.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일단, 전용준 캐스터님이 정말 많이 알려주셨고, 리드를 잘해주시니까 내 맘대로 해도 다 받아줘서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당시 선수들도 많이 도와줬다.


해설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예전 곰TV 시절, 한중일전 예선을 생방송으로 3분짜리 경기를 150 라운드나 했던 적이 있다. 게다가 다음 날이 던파 페스티벌이었는데, 같이했던 박상현 캐스터와 12시간 동안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해설을 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나보다 훨씬 경력이 오래된 선배들이 많아서 내가 감히 오래됐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하면서 느낀 점은 중계진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중계진이 한 화면을 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같은 장면을 봐야 다른 캐스터나 해설이 무슨 말을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오기도 하고, 호흡을 위해선 서로 유대감도 중요하다.

선수들과 유대감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사인을 잘 인지해야 한다. 어떻게 전달할 때 더 재밌고, 좋아하실지, 그리고 개인 플레이보단 중계진의 합을 1순위로 놓고 있다.



카트 리그가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고 안정화가 된 것 같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용산 시절, 카트 10차 리그부터 투입됐다. 현장 관객이 선수들 지인, 관계자가 전부인 시절도 있었다.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담당 PD와 항상 '우리 또 언제 보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스폰서십 계약에 연간 리그로 진행되고 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선수들에게도 좋고, 다 같이 열심히 해 온 것들이 쌓여서 좋아지는 것 같아 기쁘다.


카트라이더는 흐름이 굉장히 빨라 해설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엄청 어렵다. 특히 아이템전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수가 무슨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스피드전의 경우 1, 2등도 중요하지만, 포인트로 승, 패가 결정되니 7, 8등도 중요하다. 모든 걸 파악할 순 없지만 나중에라도 다시 보고 배운다. 생방송 도중에는 디테일한 부분보단 얼마나 흥이 나고 박진감 넘치게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카트라이더나 던파 외에도 최근 즐기는 게임이 있나?

콘솔 게임을 즐겨한다. 위쳐나 GTA 등 그런 게임을 좋아하는데, 공통점은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멀티 플레이는 내가 그만둘 수 있을 때 바로 그만두기가 힘들지 않나.


개인 방송을 해볼 계획은 없는지?

아직은 없다. 그런데 굉장히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을 하게 되면 몇 명이라도 오직 나만을 위한 팬이 생기지 않나. 만약에 하게 되면, 먹방이나 쿡방을 해보고 싶다.


최근 다양한 종목의 e스포츠들이 생겨나고 있다. 도전 하고 싶은 종목이 있다면?

던파와 카트의 글로벌화를 만들고 싶다. 종목이 더 흥행하기 위해선 글로벌화가 필수다. 국제 대회도 생겨서 다른 종목을 거들떠도 안 볼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넥슨 e스포츠에 깊은 애정이 있을 것 같다. 넥슨 e스포츠에 바라는 점을 말해달라

지금까지 방송을 해오면서 단 한 번도 방송국이나 대행사, 게임사와 싸워본 적이 없다. 넥슨 e스포츠팀이나 네오플 등 다 맞춰주셨다. 15년 전에는 게임 해설가라는 직업이 직업다운 직업으로 평가받기가 조금 어려웠던 시절인데, 게임 해설가로 오래 활동하면서 장가도 가고 잘살고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바라는 게 있다면 국제 대회의 활성화?


e스포츠 리그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관련 직종이나 선수를 꿈꾸는 지망생들도 많아졌다.

작년 마음이 다르고 올해 마음이 다르다. 계속 배워나가고 있지만, 감히 내가 느꼈던 걸 말씀드리자면, 진짜 좋아해야 한다. 그게 게임이든, 같이 일하는 사람이든, 방송이든. 지금은 게임이 가장 좋아도 일이 되는 순간 정말 정말 좋아하는 게 아니게 되고, 잃을 수도 있다. 그런 각오가 되어있으면 도전은 언제나 환영한다.


끝으로 팬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작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팬들과 호흡할 수 없는데, 중계석에 앉아서 소리 지르며 중계하다가 앞을 딱 보면 마음이 되게 허전하다. 관중석의 환호가 그립다. 하 빨리 다시 느끼고 싶다. 그래도 올해 말이 지나면 다시 정상화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까지 정말 열심히 중계하고 있을 테니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그리고 던파를 사랑해주시는 팬들도 조만간 곧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