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LCK에 데뷔한 신인 선수와의 인터뷰에 나설 때면 언제나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출발합니다. 신인 선수 특유의 넘치는 패기와 에너지, 그리고 신선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려한 말쏨씨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들의 모습은 때때로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래서일까요. 4월의 한 날, kt 롤스터의 연습실로 향하는 기자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습니다. kt 롤스터의 신예 원거리딜러 '노아' 오현택 선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든 경기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터라 '노아' 선수를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기자 입장에서는 방송을 통해 익숙해진 얼굴이라 그런지 무척 반가웠습니다.

kt 롤스터 연습생 출신인 '노아' 선수는 올해 출범한 LCK 챌린저스 리그를 거쳐 시즌 중반, 1부 리그인 LCK로 콜업됐습니다. 정규 시즌을 단 네 경기 앞두고 데뷔전을 치렀고, 잔여 경기를 모두 소화했습니다. 1승 3패.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과정에서 보여준 가능성은 '노아' 선수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했죠. 그런 '노아' 선수의 이야기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Q. LCK 데뷔 스플릿은 어땠나요?

하기 전에는 약간 두려운 것도 있었고 떨리기도 했는데, 해보고 나니까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Q. 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에 콜업이 됐는데, 예상은 좀 하셨어요?

네. 일단 제가 저 스스로도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껴서 1군에 올라가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콜업에 대한 언질이 좀 있어서 예상을 할 수 있었어요.


Q. 콜업 다음에는 주전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위치였어요.

당연히 실력이 더 좋은 사람이 출전 기회를 얻게 되는 거잖아요. 주전 경쟁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자신감도 있었어요.


Q. 그 자신감을 경기력으로도 어느 정도 보여준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예전의 저는 많이 못 했어요. 근데, 작년에 KT에 들어와 연습생을 시작으로 케스파컵도 나가고, 2군 리그도 나가고, 1군으로 올라오고 하면서 감독님과 코치님께 정말 많이 배우고 성장했어요. 개인적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포텐이 터졌다기보다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Q. 말씀하신 대로 '노아' 선수는 KT에서 연습생과 2군, 1군이라는 정석 루트를 밟은 케이스입니다. 그만큼 KT 팬들의 응원과 기대가 크더라고요.

어느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어요. 기대에 만족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Q. 아직 이르긴 하지만, '스코어' 고동빈 선수의 뒤를 잇는 프랜차이즈 스타 자리가 욕심나지는 않나요(웃음)?

솔직히 웬만하면 팀을 안 옮길 것 같기는 해요. 그래서 욕심이 나요. 그렇지만, 일단은 제가 잘하는 게 우선이잖아요. 저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앞으로 쭉 KT에서 선수로 뛰고 싶어요.



Q. KT 팬분들이 굉장히 좋아할 것 같네요. 그렇다면, '노아' 선수는 어떤 이유로 이렇게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처음 LoL을 접한 건 2016년 즈음이었는데, 본격적으로 랭크 게임을 하기 시작한 건 2018년이었어요. 그때 집에 컴퓨터를 샀거든요. 고1 겨울 방학 때는 다이아몬드5에서 챌린저까지 한 번에 티어를 올렸어요. 집에서 각잡고 하니까 잘 되더라고요(웃음).

그때부터 프로게이머의 꿈이 생겼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고등학교는 졸업하고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2020년에 KT 연습생으로 들어오게 된 거예요. 지금 와서 후회는 조금 남아요. '더 빨리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있죠.


Q. 그렇게 연습생을 거쳐 2군 로스터에 오르게 됐어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아무래도 연습생 때는 스크림보다 솔로 랭크 위주로 연습을 많이 해요. 2군에서는 스크림 위주로 연습하면서 팀 게임을 배웠어요. 이게 처음에는 새로 배우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해야 해서 자기 실력이 잘 안 나오거든요. 익숙해져야 실력이 좀 나와요. 2군으로 뛰면서 그런 걸 익히고 배울 수 있었어요.


Q.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왔을 때는요?

상대도 다르고 리그 자체의 규모도 다르니까 조금 더, 뭐라고 해야 하지... 더 빡빡한 분위기이기는 했어요. 공기도 좀 달랐고요. 기본적인 스케줄이나 연습량은 비슷했던 것 같아요.


Q. 1군으로 합류한 게 정규 시즌 중반이었잖아요. 적응하는데 문제는 없으셨나요?

저는 팀 색깔에 맞춰가려고 하기보다는 제가 주도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편이라 그런 건 딱히 없었어요.


Q. 누가 제일 잘 챙겨주던가요?

'도브' 김재연 형이 가장 잘 챙겨줬어요. 잘 놀아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말도 많이 해줬어요. 재연이 형 덕분에 적응할 때 편했던 것 같아요.



Q. 정규 시즌을 네 경기를 남겨두고 데뷔전을 치렀어요. 한화생명e스포츠전 교체 출전이었죠.

그전에 스크림을 몇 번 들어가긴 했었는데, 언제 나가게 될 거라는 이야기는 없었어요. 당시에는 갑작스러운 출전이었던 거죠. 그래도 두렵거나 그러지는 않았고, 준비는 되어 있었으니까 보여주겠다는 마음가짐이었어요.


Q. 떨리지는 않았어요?

저는 갓 데뷔한 신인이니까 잃을 게 없잖아요? 최선을 다해서 보여주자는 생각이 컸고, 그래서인지 많이 떨리지는 않았어요. 온라인 대회라는 점이 도움이 되기도 했던 것 같아요.


Q. 그러고 보니 최근 데뷔한 선수들은 관중이 있는 오프라인 무대 경험이 없겠네요. 어서 빨리 롤파크에서 뛰고 싶지는 않나요?

솔직히 오프라인 무대에서 하면 아직은 많이 떨릴 것 같아서 시간이 좀 지나고 하고 싶어요. 경험이 많이 쌓여야 그런 데서도 안 떨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이어서 이야기하면, 정규 시즌 네 번 모두 막강한 봇 듀오와 라인전을 펼쳐야 했어요. 상대가 '데프트-비스타', '룰러-라이프', '덕담-켈린', '고스트-베릴'이었는데요.

솔직히 재미있었어요. 기대가 정말 많이 됐거든요. 스크림이랑 대회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요. 진짜 대회에서 그런 선수들과 대결을 해보는 거 잖아요. 제가 알고 배운 게 얼마나 통하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진짜 좋았어요.


Q.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봇 듀오를 꼽아보자면요?

요새는 서포터들이 대부분 상체로 출장을 자주 가는 메타라 원딜끼리 1대 1를 많이 하게 돼요. 확실히 1대 1은 '룰러' 박재혁 선수가 잘하시더라고요. 라인을 관리하는 거나 딜 교환이 굉장히 날카롭다고 느꼈어요.


Q. 데뷔전 이후 주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저희가 패배가 많이 쌓여서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래서 분위기를 띄워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콜도 많이 하는 편이고, 상대를 잘 의식하지 않고 플레이를 하거든요. 내가 원하는 대로만 설정할 수 있으면 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 마인드가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Q. 데뷔 시즌을 총평해볼까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제 경험 부족과 판단 실수로 졌기 때문에 그게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만족스러운 부분을 꼽자면, 농심 레드포스전에서 이즈리얼을 한 판 했는데 이후에 다들 이즈리얼을 밴하더라고요. 인정 받았구나 싶어서 좋았어요.


Q. 그럼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도 이즈리얼을 플레이한 경기인가요?

아뇨.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젠지 e스포츠전 3세트에요. 제가 트리스타나를 플레이 했는데, 바론 둥지 앞에서 '룰러' 선수에게 눈이 멀어 앞 점프를 했어요. 그때 사실 '비디디' 곽보성 선수를 잡고 바론을 챙겼으면 이긴 게임이었거든요. 그 경기를 이겼으면 플레이오프도 갈 수 있었을 거고요. 아쉬움이 커서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플레이오프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되게 아쉽게 놓쳤잖아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을 것 같은데요.

약간 공허했던 것 같아요. 멍했어요. 제 힘으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아쉽게 못 가서 더 그랬죠. 제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이 아쉬워요.


Q. 섬머 스플릿을 대비해서는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으세요?

제가 라인전을 이기면 이후 플레이하는데 문제가 없거든요. 근데, 라인전이 밀리거나 말렸을 때 덜 아프게 맞는 걸 잘 못해요. 라인전을 버티는 법이 부족한 거죠. 그래서 한 번 밀리면 쭉 밀리는 경향이 있어요. 밀려도 덜 밀리게 하거나 유지시킬 수 있게 하고 싶어요.


Q. 궁극적으로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

일단 봇 라인전을 상수로 가져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룰러-라이프' 하면 라인전 무조건 이기겠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저에 대한 이미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또, 서포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직접 플레이메이킹이 가능한 능동적인 원딜이 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섬머 스플릿 목표와 각오, 그리고 팬들에게 인사 전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잘한다는 원딜 선수들을 따라잡는 게 제 개인적인 목표고요. 팀적으로는 폼을 회복해서 제대로 된 경기력, 더 잘하는 모습 보여 드리고 싶어요. 성적은 잘하면 자연히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즌 막바지처럼 발전하는 모습 계속 보여 드릴테니까 섬머 때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