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에픽게임즈가 수수료를 두고 법정 싸움을 계속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스팀이 반독점 소송을 당했다. 지난 1월 자녀를 둔 게이머 대표들의 소송에 이어 이번에는 험블 번들로 잘 알려진 울파이어 게임즈가 시장 독점 체제를 구축한 스팀의 행태를 지적했다.


지난 27일 울파이어 게임즈와 윌리엄 허버트, 다니엘 에스코바로 알려진 2명의 개인은 스팀을 상대로 워싱턴 연방 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300억 달러 이상이 발생하는 PC 게임의 75%가 스팀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며 밸브가 이런 우위를 통해 30%라는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30%를 통해 밸브가 벌어들이는 돈이 연간 60억 달러(한화 약 6조 7,190억 원)에 이른다며 업계의 혁신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상점들이 10~15% 범위의 더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려고 시도했음에도 시장 점유율에서 충분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밸브의 시장 지배력 남용에 있다고 지적했다.

앞선 1월 흔히 최혜국 대우로 알려진 MFN(Most Favoured Nation) 계약을 통해 밸브가 게임사의 가격 경쟁을 원천 차단했다고 주장한 것과 비슷한 주장도 이번 송장을 통해 확인됐다.

당시 집단 소송을 진행한 소송대리인단 대표 토마스 맥코믹은 게임사가 스팀과의 MFN 계약에 따라 다른 게임 스토어의 가격과 스팀 판매 가격을 동일하게 유지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즉, 게임사가 스팀에서 게임을 계속 팔고 싶다면 타 스토어에 게임을 싸게 팔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는 뜻이다.

이번 소송에서는 이를 스팀과의 계약 때문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밸브의 스팀 키 정책에 따르면 게임 판매자는 ▲ 스팀에서 내 게임을 판매하는 방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른 스토어에서 게임을 판매해야 하는 것 ▲ 스팀 고객들에게 더 나쁜 거래를 하지 않는 것 ▲ 스토어마다 다른 시간에 할인을 해도 괜찮지만, 스팀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시간에, 동일한 할인 가격을 제공해야 하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이 내용대로라면 판매자는 다른 스토어에 낮은 가격으로 게임을 판매할 경우 스팀 역시 동일하게 게임 가격을 낮춰야 하고 할인 역시 비슷한 시간을 진행해야 한다. 타 스토어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여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주장은 에픽게임즈의 CEO 팀 스위니가 스팀이 가격에 대한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유사하다.

원고 측은 만약 해당 내용을 어길 시 스팀은 스팀에 판매되는 게임키를 거부하거나 이미 부여된 권한을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객을 위한다는 밸브의 이러한 문구는 뻔뻔한 표현이라며 다른 상점이 가격 경쟁을 통한 점유율 확보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그들은 이를 위해 자사의 독립된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결국 스팀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EA(오리진)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예로 들었다. 더불어 가격 경쟁 실패와 독점 구조에 결국 게임사와 게이머들이 피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 모든 스토어의 게임 가격이 스팀과 같은 게임들

울파이어 게임즈는 이런 스팀의 경쟁사 죽이기에 자신들 역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울파이어 게임즈는 2010년 게임의 묶음을 판매하는 번들 취급 스토어 험블 번들을 설립한 바 있다. 초창기 험블 번들은 구매자가 원하는 만큼의 가격을 내면 정해진 인디 타이틀을 모두 받을 수 있어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판매금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이후 스팀 키가 그대로 노출되어 저렴하게 판매한 게임 키가 리셀러 사이트에 등장하자 험블 번들은 스팀과 협업을 통해 계정에 게임을 직접 전송하도록 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원고 측은 험블 번들에 스팀 지원 게임이 확대되자 밸브가 계정 연결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밸브는 이유를 알려달라는 험블 번들의 요청을 거부했고 울파이어 게임즈는 안전하지 않은 키를 팔 수밖에 없어 스토어의 신뢰와 품질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험블 번들은 번들 대신 구독 기반 판매로 주력 사업을 전환했고 2017년 IGN 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다. 울파이어 게임즈에서 험블 번들의 아이디어를 낸 설립자 제프 로슨과 존 그레이엄은 2019년 각각 회사 CEO와 COO 자리에서 물러났다.

원고 측은 험블 번들과의 이유 없는 파트너쉽 중단 역시 독점 지위를 이용해 경쟁 스토어의 점유율 상승을 막는 밸브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이런 경쟁 구도를 피하고자 에픽게임즈가 독점 전략을 취하는 것이 실제로 게이머들의 반발을 산 예를 들며 스팀의 수수료 인하와 반경쟁 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대규모 팬데믹 상황에 따른 온택트 시대의 도래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는 스팀이지만, 외부 압력도 거세다.

앞서 일반 게이머들을 대신한 5명이 반독점 소송을 낸 데 이어 EU에서 지역 시장 분할 및 독점 금지 규정 위반으로 벌금을 내게 됐다. EU는 최근 애플을 독점 금지 규정 위반으로 결론 낸 바 있어 추가적인 압력 가능성도 남아있다.

밸브가 수수료를 인하할 지도 관심사다. 지난 2018년 밸브는 스팀의 기본 수수료율을 매출 1,000만 달러 달성 시 25%, 5,000만 달러 이상 시 20%로 줄인 바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윈도우 스토어의 수수료를 12%로 줄였고 애플과 구글은 낮은 매출에서의 수수료율을 낮춰 중소 개발자를 돕는 방향으로 수수료율을 개선했다.

한편,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본격적인 소송도 3일 시작되며 향후 결과에 따라 대답 없는 스팀이 움직일 지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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