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영화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했고, 예술 영화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유명 감독이 촬영한 영화는 여러 매체에서 사용되었고, 이를 공부하기 위해 관람했던 예술 영화들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록 예술 영화라고 하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나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와 ‘악마의 등뼈’,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고,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 외에도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는 너무나도 강렬한 나머지 지금도 그를 강제적으로 교육시키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외에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전’ 등을 들러 수많은 영화를 많은 시간을 들여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그렇다. 나는 영화관을 사랑하는 시네마 덕후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처럼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관람해야 제 맛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취미의 일환으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주최한 ‘게임×시네마’ 특별전을 관람하기로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워크래프트’나 ‘툼 레이더’ 같은 게 있겠지.” 하고 찾아봤는데, 적잖게… 아니, 많이 당황했다. ‘슈퍼 마리오’, ‘파이널 판타지’… 그리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수작이나 명작 영화나 다큐멘터리들도 많았지만, 망해버린 영화까지 스케줄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영화들을 다뤘을까 궁금해 했지만, 막상 특별전을 많이 챙겨보니 이해가 갔다.

해당 특별전은 게임인이면서도 영화를 좋아하는 나 자신에게 굉장히 와닿았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굉장히 인상 깊었고, 마음에 와닿았다. 망작 영화를 보면서 영화관을 뛰쳐나가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돌아보는 듯하여 뭉클했던 순간도 있었다. 지금부터 기자가 여행한 게임 속의 세계를 조금 상세하게 들려주고자 한다.


한국영상자료원을 들른 소감
서울 상암동에 위치해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은 ‘예약제’를 상당히 많이 도입하였고, 정시상영을 강조하는 곳이다. 대신 ‘영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처음에는 적잖게 많이 당황했지만, 이해가 가는 곳이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10분 남짓으로 도착하였고 별 생각없이 영화 티켓을 뽑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입장 마감’ 간판이었다. 처음에는 의아해 했으나 영화를 보기 전에 틀어주는 예절 캠페인 영상을 보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켜주세요.’라는 느낌이라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었다.

▲ 영상도서관에선 예약 방문시, 예약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 찾아오는 길은 크게 어렵진 않지만, 주의사항이 많다


그리고 좌석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하여 '2자리씩'이나 띄어져 있었다. 물론 극장을 찾는 손님도 10여 명이 안되었기 때문에 더욱 걱정하지 않고 관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인 모두가 에티켓을 갖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금지되어 있는 음식은 물론, 권장사항인 음료도 들고 오지 않고 관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도 마스크 하나만 쓴 채, 영화를 조용히 관람했다. 이런 조용한 분위기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인디 게임: 더 무비’의 상영을 놓쳤고, 결국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못 본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소감은 남기고 싶었기에 결국 Steam으로 가서 해당 영화를 돈을 주고 구매, 관람했다. 다음에는 1시간을 밖에서 기다릴지 언정, 좀 더 일찍 출발해서 영화를 보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지각하는 습관이 잦은 사람이라면 꼭 해당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해보도록 하자.

▲ 단호박, 입장 마감



인터넷으로 VOD 관람 가능한 ‘머시니마’ 단편 영화

또 하나 독특한 점은 영화관에 걸기 힘든 부분이 많은 단편 영상들을 VOD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곳에 모아둔 점이었다. 특히 이 부분을 ‘머시니마’라고 칭했는데, 게임 영상을 짜집기하고 편집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단편 영화들을 지칭한다. 참고로 머시니마는 사이트도 존재한다. 지금은 인기가 사그라들긴 했지만 00년대 후반에 기자도 해당 영상을 많이 보았던 추억이 있다.

‘이것이 배틀필드다’ 같이 배틀필드 시리즈만의 ‘고증’이 담긴 전장의 맵과 전투 장면을 실제 전장에 빗대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모던 워페어’는 시민들을 죽이지 않고 주변 사물만을 파괴하면서 게임 시나리오에 저항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외에도 ‘스피드런’과 관련된 영상, ‘헤일로’와 ‘툼레이더’로 만들어낸 이야기, ‘AVGN 1편: 캐슬배니아 2’도 포함되어 있었다.

KMDb 사이트 'MACHINIMA, AN INTRODUCTION' 바로가기

▲ 궁금하다면 사이트에 가서 접속해보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에 다른 영화에 내성이 생겼다. 그만큼 파괴적인 작품이다. 솔직히 이 작품을 다 보고 난 소감은 간단하다. “감독은 도대체 투자자들에게 돌 안 맞고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처음 든 생각은 이거였고, 두 번째는 실소였다. 솔직히 주변에서 내 모습을 봤다면 분명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봤을 것이다.

지금 주루룩 언급하는 작품들도 하나씩 나사가 빠진 작품들이다. 그리고 기자는 이미 ‘드래곤볼 에볼루션’이나 ‘7광구’, ‘디 워’도 본 적이 있고, ‘클레멘타인’과 ‘더 룸’은 찾아봤을 정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극장을 나갈 뻔했다. 스테이지 3에서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지만 끝까지 관람했다. 솔직히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아… 한 숨부터 쉬고 돌아보겠다. 우선 이 영화의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난잡한 신, 뚝뚝 끊겨지는 흐름과 컷신, 두 가지로 인해서 이해하기 힘든 스토리, 살인자를 좋아하는 미치광이 ‘성소팬’들, 고등어 총, ‘아XX꿈’을 재현한 엔딩1, 그보다 더 한 무언가를 보여주는 엔딩2, 화룡정점으로 ‘스탭롤’이 흘러가는 도중에 음악이 끊긴다. 무슨 이딴 영화가 다 있나.

유치한 컨셉까진 이해 간다. 코믹한 모습을 잘 버무리면 코미디 영화로서 볼 맛이 날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실패했기 때문에 더욱 이해할 수 없게 되는 영화다. 등장인물들은 난잡하게 등장시켜 놓고 허무하게 퇴장시키며, 거기에 더해 주인공은 ‘스테이지 3’인지 에피소드 3인지 알바는 아니지만, 그 동안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비중이 없었다가 갑작스럽게 각성한다.

▲ 이게 복선이었는지, 나중에 주인공은
(출처: 네이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스틸컷)

▲ 고등어 총으로 무쌍을 찍게 된다. 아무튼 그렇다. 관심 끄도록 하자
(출처: 네이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스틸컷)

▲ 성냥팔이 소녀는 버그 일으켜서 사람 죽이는 살인귀가 되는데 어...
(출처: 네이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스틸컷)

감독이 게임 속의 세계라는 컨셉을 지키려고 그런지 몰라도 거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PC방에서 캐릭터가 죽은 것에 화를 내는 장면이 있는데, 이 때문에 아슬하게 쌓아온 모든 과정이 한 번 더 무너진다. 도대체 뭘 만들고 싶어했던 것일까. 그나마 감독이 게임이라는 컨셉을 잡기 위해 멀티 엔딩이나 연출 등을 게임에서 빼오고 싶어한 건 알겠다. 그렇다고 ‘레옹’, ‘매트릭스’, ’툼 레이더’의 과한 오마주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근데 예산을 펑펑 쏟아부은 티는 확실하게 난다. 무술 액션은 과하게 과장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 작품 내에서 그나마 볼만한 요소고, 폭발 장면도 꽤 많이 들어가 있으며, 추격 액션이나 와이어 액션, 그리고 격투신 등도 들어가 있다. 뭔가 난잡하고 어쨌든 하늘을 날아다녀서 그렇지…… CG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근데 왜 그런 CG를 고등어에 썼을까… 알 수 없다.

솔직히 이상한 영화는 많이 체험해봤다고 생각했다. 내성이 좀 쌓였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 후에 본 ‘파이널 판타지’를 재평가해버렸다. 그 정도다. 여러분들은 보지 말라. 이런 고통을 받는 건 기자 한 명이면 충분하다. 이걸 굳이 2시간까지 날려가며 보지 말자. 여러분들의 시간은 소중하다. 그 시간에 게임 한 판 더 하는게 이득이 아닐까?

아, 깜빡하고 배우들의 형편없는 연기력도 지적하질 않았는데… 총체적 난국인 이 작품에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정 궁금하다면 제일 유명한 장면인 ‘짜장면으로 맞아볼래?’라도 찾아서 확인해보자.

▲ 시밤쾅 액션도 별 감흥이 없고
(출처: 네이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스틸컷)

▲ 누가 죽어가도 별 감흥도 없고...
(출처: 네이버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스틸컷)

▲ 짜장면으로 맞아볼래? 영상을 봤다면 조용히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자
(출처: 유튜브 'Boksoon1027' 채널)



파이널 판타지: 더 스피릿 위딘
▲ 영화 초반까진 느낌 좋았는데...
(출처: 네이버 영화 '파이널 환타지' 스틸컷)

‘파이널 판타지: 더 스피릿 위딘’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디렉터, 프로듀서로 유명한 ‘사카구치 히로노부’의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수많은 거금을 들여 사카구치를 중심으로 영화를 개봉했지만, 결국 망하고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책임을 져 스퀘어를 퇴사했다는 일화다. 스퀘어는 나름 이 기술을 활용해 업계를 앞서나갔다는 후문도 있을 정도다.

생각해보니 거금을 들이고 망했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비슷한 행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절대 성냥팔이 소녀와 비교되어선 안된다. 완성도의 차이 자체가 다르다. 이는 다른 말로 말하자면 ‘팝콘 무비’로서도 볼만하고, 의외로 사람에 따라선 재밌게 볼 수도 있는 영화란 뜻이다. 다만, 이 영화는 ‘파이널 판타지’란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되었다.

그 이유를 딱 세 가지로 꼽아서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전형적인 스토리를 지닌 헐리우드 무비

우선 흥미로운 설정들을 제외하면 ‘헐리우드 무비’와 너무 흡사한 캐릭터, 시나리오를 다루고 있다. 심지어 배경도 먼 미래의 지구, 캐릭터들도 해외 시장을 노렸는지 ‘북미/유럽’ 쪽의 인종이다. 주인공인 아키 박사는 꽤 매력적이지만, 그녀의 옆을 지키는 그레이 대장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주인공 상을 가진 남자다.

그리고 딥아이즈 대원 세 명은 다른 캐릭터보단 좀 더 주연에 가깝게 비춰지지만, 그들의 이미지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본 것과 매우 흡사하다. 진중한 흑인, 떠버리 백인, 그리고 전투적인 여성까지. 모든 것이 헐리우드 영화와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꽤 복잡한 설정과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전개방식 또한 헐리우드와 흡사하다.

이런 요소가 파이널 판타지: 더 스피릿 위딘을 뻔한 영화로 만들어버린다. 설정은 복잡하지만 흥미로운 설정과 상황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납득시켜줄 수도 있었다. 다만, 주제의식은 ‘생명의 소중함’이나 ‘종족 간의 갈등’ 등, 이미 많이 쓰여진 소재를 썼기에 영화를 많이 관람한 영화를 많이 봐 온 사람이라면 오히려 식상할 수도 있는 소재다.

다만, 엔딩은 새드 엔딩의 분위기를 띄기도 하고 시나리오의 흐름이 뻔하다고 해서 ‘결말’까지 뻔한 전개는 아니다. 의외로 고전적인 영화를 좋아하고, SF물을 좋아하며 나름 생각을 할 만한 작품을 좋아한다면 파이널 판타지는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나쁜 선택도 아닐 수 있다.

▲ 독특한 설정만큼 독특한 시나리오를 지닌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출처: 네이버 영화 '파이널 환타지' 스틸컷)


2. 악당한테서 나는 ‘삼류’ 분위기

그리고 악당, ‘하인 의원’의 묘사가 왠지 모르게 ‘삼류’ 느낌이 난다. 물론 서사 중간중간마다 하인 의원이 어째서 그렇게 변했는지,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인지에 대한 부분도 들어가지만, 그것만으로는 계속해서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하인 의원의 태도가 명확하게 설명되진 않는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서는 나름 ‘악’에 위치해 있는 등장인물이 있으면 편하다. 그렇지만 하인 의원을 좀 더 도덕적으로 갈등하는 인물로 만들거나, 그가 미쳐가는 과정을 비춰줬다면 납득할 만한 방향성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를 전부 봤을 때, 그의 이미지는 이미 단순한 ‘미치광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 정작 매력적인 적이라는 느낌은 '팬텀'에게 몰빵한 느낌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파이널 환타지' 스틸컷)


3. ‘파이널 판타지’가 아니다.

사실상 ‘팬들’한테도 외면받은 제일 큰 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파이널 판타지를 지금껏 쌓게 해주었던 고유명사나 마법, 소환수 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크리스탈 같은 개념도 없고, 이프리트나 모그리, 초코보도 없다. 심지어 세계관도 ‘판타지’라기 보단, ‘SF’에 가깝다. 물론 ‘가이아’나 ‘팬텀’ 등의 설정이 나름 판타지스러운 영역을 지니고 있긴 하다.

어쨌든 파이널 판타지면 이런 요소가 있고, 저런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런 기대감을 전부 깨버린다. 솔직히 말하자면 ‘파이널 판타지’라는 명칭을 붙였기 때문에 영화가 망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오히려 독립 영화로 취급해서 내보냈다면 준수한 CG 애니메이션이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 아니, 초코보도 없고 크리스탈도 없고 마법 없이 어떻게 파판인가
(출처: 네이버 영화 '파이널 환타지' 스틸컷)

이를 제외하면 뻔하지만 나름 볼만한 영화였다. 물론 머리를 비우고 보는 ‘팝콘 무비’ 격의 성향은 띄지 않지만, 중간중간 블록버스터를 의식한 액션 장면도 꽤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경계선이 애매했기 때문에 최종적으론 동서양 관객들 전원에게 외면당한 게 아닌가 싶다. 2001년 당시에는 어땠을까 싶지만, 지금 보기에는 설정을 제외하곤 너무 매력이 없는 작품이다.

다만, 미술적으로는 굉장히 인상 깊었다. 2001년에 만들어진 3D 애니메이션이고, 현실적인 모델링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표정 연기나 주변 환경 그래픽이 굉장히 뛰어났다. 현대와 비교하면 당연히 뒤쳐지겠지만, 당대와 비교하면 굉장히 우월한 기술력이 아니었을까 생각될 정도다. 특히 돔으로 둘러쌓인 뉴욕 시라던가, 각종 SF 소품 (제우스 포 등)들도 인상깊었다.

▲ 적절하게 좋은 액션에 드라마도 나쁘진 않았으나
(출처: 네이버 영화 '파이널 환타지' 스틸컷)

▲ 타이틀명도 그렇고, 너무 욕심낸 게 아닐까 싶은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파이널 환타지' 스틸컷)



인디 게임: 더 무비
(※ 영화 상영시간을 놓쳐 영화관이 아닌 'Steam'에서 구매한 뒤, 관람했다.)

▲ 영화 기껏 예매해놓고 못 보면 기자 꼴 난다

어린 시절, 나는 태권도장에서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초밥집에 가서 '날치알 초밥'을 시켜 먹었다. 2천원이면 2조각을 먹을 수 있었고, 그 경험은 정말로 즐거웠다. 그리고 그 전에는 태권도장에 있던 '게임'을 즐겼고 그 후에도 '게임'을 즐겼다. 게임은 내 인생이 되었고 모든 것을 바꾸었다. 지금 설명하는 이 영화도 나처럼 '게임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디 게임: 더 무비'는 '슈퍼 미트 보이', 'FEZ', '브레이드'를 개발한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각 게임을 개발하면서 겪은 일반적인 개발 고충을 포함해 현실로 다가오는 압박감, 그리고 일반 유저 및 평론가들의 평가와 반응에 민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이 만든 게임은 어린 시절에 게임을 즐겼던 그 느낌을 담은 것이다.

▲ 미트 팀은 막상 발매 당일인데 출시가 밀릴 뻔하기도 하고
(출처: Steam 'Indie Game: The Movie' 사이트 스크린샷)

▲ 브레이드 개발자는 여러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지쳐간다
(출처: Steam 'Indie Game: The Movie' 사이트 스크린샷)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하여 안정적으로 개발한 '상업용 게임'과 다르게 그들은 자신의 시간을 무자비하게 투자하면서 성공할 지, 실패할 지 모른 채로 그저 시간에 쫒기면서 '팔리길' 바란다. 그들에게 있어서 게임은 자신 그 자체이고, 개발하는 게임이 팔리질 못하면 큰 타격을 입는다. 그런 자신과의 싸움, 고독을 느끼면서 자신의 생각을 게임에 담는다.

인디 게임: 더 무비에서는 슈퍼 미트 보이의 발매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FEZ의 3년을 넘어 4년 동안 개발하고 있는 상황을, 그리고 브레이드의 발매된 상황을 볼 수 있다. 게임 개발에 흥미가 있는 일반 유저들은 물론, 게임 개발에 도전하고 싶거나 게임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관계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Steam(스팀) 상점 페이지 바로가기

▲ 본 작품에선 여러 이슈에 오른 FEZ 개발자인 '필 피쉬'도 등장하니
(출처: Steam 'Indie Game: The Movie' 사이트 스크린샷)

▲ 어떤 눈으로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볼 지는 시청자들의 판단에 달렸다
(출처: Steam 'Indie Game: The Movie' 사이트 스크린샷)



브랜칭 패스: 일본 인디 게임을 찾는 여행
+ 단편) 토야마 케이이치로, 게임 개발자

위의 ‘인디 게임: 더 무비’와 다르게 브랜칭 패스는 ‘일본의 인디 게임 시장에 관해서’ 전체적으로 넓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유명 개발자에서 ‘빅 인디’로 넘어간 ‘이나후네 케이지’, ‘이가라시 코지’는 물론, 여러 인디 게임 제작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인디 게임 시장이 아직 작지만, ‘동인’으로서의 뿌리로 역사가 깊으며 발전해 나가고 있는 내용을 담았다.

‘동방 프로젝트’로 유명세를 한 번에 얻은 ‘ZUN’도 해당 영상에 출연한다. 그야말로 ‘동인’의 뿌리여서 출연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패미통 관계자나, SIE 관계자 그리고 토라노아나 관계자까지 함께 모여서 업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흔치 않다. 그리고 일본 내에서 열리는 인디 게임 페스티벌이 무엇인지, 어떤 느낌으로 교류하는지도 보여준다는 점은 굉장히 좋았다. 일본에서 인디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해당 영상을 보고 페스티벌 등에 참여해 교류해보도록 하자.

▲ 개발자의 비화보다는 일본 인디 게임 시장을 보여주는 쪽에 가깝다
(출처: Steam 'Branching Paths' 사이트 스크린샷)

▲ 'ZUN'도 등장해서 맥주잔을 든 모습을 보여주니 엄청 친근한 느낌이었다
(출처: Steam 'Branching Paths' 사이트 스크린샷)

단편으로 보여주었던 ‘토야마 케이이치로, 게임 개발자’ 부분은 솔직히 조금 실망했다. 내용이 나빴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단편’이어서 그냥 ‘영상 인터뷰’의 느낌이 들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포 게임, ‘사이렌’의 영감을 얻었던 작품 이야기나, 토야마 케이이치로가 자주 들르는 소규모 극장관, 그리고 SIE의 전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한 것은 없었다.

신기한 점은 둘 다 감독이 '안느 페레로' 작품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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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인디 시장이 열약하지만 나름대로 발전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출처: Steam 'Branching Paths' 사이트 스크린샷)

▲ 물론 '마이티 넘버 9'을 만든 이 분도 등장한다...
(출처: Steam 'Branching Paths' 사이트 스크린샷)



마치며
'게임×시네마'는 5월 31일 기준, 현재도 상영 중이며, 6월 9일까지 진행된다. 아직 '파이널 판타지'는 물론, 게임의 성공적인 영화화 중 하나로 꼽히는 '반교: 디텐션'도 주말에 시청할 수 있다. 그 외, 트론: 새로운 시작의 원형이 되는 '컴퓨터 전사 트론'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모탈 컴뱃 (1995)'도 시청할 수 있으니 오래된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기회를 직접 체험해보길 바란다.

영화는 잘 만든 작품도, 못 만든 작품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잘 만든 작품은 '어떻게 하면 이 영화처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반대로 못 만든 작품은 '어떻게 해야 이런 작품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영감을 얻는다. 기자라는 직업에서 볼 때,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 또한 한 명의 창작자로서 고민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한국영상자료원의 위치는 서울 상암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극장의 분위기는 마음에 들지만, 정시 관람 필수에 35mm 필름을 사용한 작품이면 화질도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당당하게 관람했다!'하는 증거품 (티켓)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모든 것을 무릅쓰고 보러 갈 가치는 있다고 본다.

게임×시네마 특별전에서 나는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그 영화는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게이머이자 영화 팬에게 있어선 참지 못할 순간일 것이다. 현재 개봉 중인 최신 영화를 보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역시 '토야마 케이이치로'처럼 고전 영화를 직접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순간이 나를 과거로 보내주는 듯한 매력이 있어 더욱 좋다. 아마 머리가 흰 백발이 될지라도, 앞으로도 이렇게 영화를 관람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한국영상자료원에 게임 관련 포스터가 있으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 지금이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니, 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