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는 2020 시즌을 앞두고 '반지원정대'로 일컬어지는 현 로스터를 꾸리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모든 라인에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앉힌 젠지는 처음부터 우승만을 바라봤다. 그러한 젠지의 첫 번째 대항마로 떠오른 팀은 T1이었다. T1의 현재 로스터와 당시 로스터의 차이는 '에포트' 이상호 뿐이었고, '칸-커-페-테'로 불리는 네 선수는 절정의 기량을 발휘했다.

이에 두 팀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실제로 두 팀은 서로의 발목을 한 번씩 잡았다. 2020 LCK 스프링 스플릿 결승을 포함해 서머 스플릿 1라운드 경기까지, T1은 젠지를 상대로 4전 전승을 거뒀다. 그러자 젠지는 2020 롤드컵 한국 대표 선발전 최종전에서 T1을 3:0으로 완파하며 롤드컵 진출을 저지했다. 두 팀의 대결은 언제나 많은 볼거리를 낳았고, 먼 옛날 SKT T1과 kt 롤스터의 통신사 대전을 방불케 하는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올해의 두 팀은 라이벌이라 하기에 조금은 미묘한 관계다. 작년보다 한층 단단해진 젠지는 지금까지 보기 어려웠던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주로 내세워 많은 상대를 때려눕혔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실수와 시행착오가 있었을지언정 젠지는 연마의 과정을 거치며 완성형에 가까워졌다. 맞는 것에 익숙지 않았던 예전과 달리 역전승도 곧잘 해내며 혼돈의 서머 스플릿에서 단독 1위를 유지 중이다.

반면 T1은 색깔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스프링 스플릿에 시도됐던 선수 교체 기용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듯하고, 작년과 달리 선수들의 폭발력도 다소 떨어져 보인다. 적극적인 교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 메타에서 여전히 한타를 지양하며 '우실줄(우리 실수만 줄이면 돼)' 운영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를 통해 몇 번인가 재미를 보기도 했지만, 최근 상위권 팀들이 보여주는 경기력에 비하면 현재의 T1은 강팀이라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제 두 팀은 2021 LCK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 1라운드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올여름의 첫 승부를 벌인다. 지난 여덟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만을 바탕으로 고려하면 젠지의 무난한 승리가 예측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11.13 패치 버전이라는 변수와 T1이 시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전략이 모두를 놀라게 할 반전을 만들 수도 있겠다.


■ 2021 LCK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 23일 차 일정

1경기 젠지 e스포츠 vs T1 - 9일 오후 5시
2경기 리브 샌드박스 vs 아프리카 프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