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E3에서 처음 공개되어 게이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게임들도 많지만, 사실 무엇보다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E3 현장에서 공개된 새로운 3개의 게임기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1과 2를 발매하면서 게임기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것은 소니! 파이널 판타지 7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인 히트 게임기가 된 플레이스테이션은 PS2에 이르러 그야말로 전성기를 이루었다. 심지어 PS3이 등장한 지금도 PS2는 현역 기종으로 취급받을 정도.



▲ 대형 게임업체들의 경쟁적인 신기종 발표로 인해 축제 분위기인 E3 2010 현장




그러나 전성기가 너무 길어 안주했을까? 왕좌를 차지했던소니는 PS3에 이르러 닌텐도의 NDS와 Wii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코어급 게이머의 입장에서야 닌텐도의 Wii와 NDS는 게임기가 아닌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지만, 전세계적인 판매량이나 유저층을 감안해보면 게임기 시장의 선두는 사실상 NDS와 Wii가 차지했다.

일본의 국민게임인 드래곤퀘스트가 NDS로 판매되고, 위스포츠나 위핏같은 소프트는 이미 기록적인 판매량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차세대 게임기 전쟁의 승자는 닌텐도였다. 그러나 과거의 소니가 그랬듯, 영원한 승자는 없다. 특히 올해의 E3에서는 차세대의 게임업계를 이끌어갈 하드웨어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게이머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닌텐도의 3DS와 소니의 PS 무브, 엑스박스 360의 키넥트가 주인공.


E3에서 공개된 3개 기종들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본 느낌은...




▶ 닌텐도 3DS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이 바로 닌텐도 3DS. 현장에서 E3가 시작되자마다 줄이 늘어서기 시작해서 기본적으로 1시간은 기다려주어야 부스안에 들어갈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었다.


닌텐도의 부스가 북적였던 이유 중의 하나는 도대체 흠잡을 구석이 없는 게임성을 자랑한다는 젤다의 전설. 그러나 휴대용 게임기로 3D를 구현했다는 3DS에 대한 관심 역시 젤다 못지 않게 뜨거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DS는 너무나 닌텐도다운 게임기라고 할 수 있다. 휴대용 게임기의 작은 스크린에 3D 화면을 멋지게 구현하였고, 실제 게임에서도 3D로 구성된 화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된 닌텐도 3DS의 화려한 위용




그러나 닌텐도의 3DS가 혁신적이거나 다른 기종을 압도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각종 게임을 해보면, 소소한 변화는 있어도 차세대 기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NDS와 큰 차이를 찾기 힘들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현장의 시연대에서 닌텐독스&캣츠나 동물의 숲, 잠수함 등의 게임들이 3D로 구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닌텐독스와 동물의 숲을 상당한 기간 동안 즐겼던 게이머의 입장에서, 동물의 숲과 닌텐독스가 3D로 구현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3DS의 3D 효과 버튼을 켜건 끄건 닌텐독스의 강아지와 동물의 숲 아르바이트는 여전히 매력적이니, 3DS만의 장점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작은 화면에서 3D를 구현하다보니 실감은 나지만 마치 매직아이나 3D 영화를 가까이서 보는 것처럼 눈의 피로가 상당하고, 시선을 약간씩만 돌려도 3D가 흐릿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게임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 3DS의 실제 화면, 카메라로 찍으면 그냥 2D지만, 실제로는 3D로 보인다.



결국 코어 게이머의 입장에서 지금 공개된 3DS를 바라보자면, "그래. 게임화면이 3D로 나온다고. 그런데 뭐 어쩌라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3DS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익히 알다시피 닌텐도라는 이름이 가진 파괴력때문이다. Wii가 PS3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스펙(?)의 문제가 아니다. NDS 역시 PSP를 성능으로 압도하지는 못했다.


닌텐도가 승리를 차지한 배경에는 NDS의 독특한 기능을 활용한 수많은 게임들의 지원이 있었고 결국 이것은 소프트웨어의 승리. 3DS 역시 지금 당장은 별다른 장점을 찾기 힘들지만, 결국 닌텐도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게임이 등장할지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전면에 위치한 두 개의 카메라나 화면을 돌리는 키패드 위의 버튼만 생각해봐도 어떤 게임이 나올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고, 코어 게이머에게는 NDS처럼 반쪽짜리 게임기 취급을 받을지 몰라도 NDS를 구입했던 게이머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 소니의 선택, 플레이스테이션 무브


충분히 멋지게 구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움을 남긴 것은 전통의 강자, 플레이스테이션의 PS 무브. 개인적으로도 PS3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큰 기대를 했으나 막상 체험해보니 아직은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PS 무브의 모션 인식이나 활용은 수준급이다. 현재 공개된 각종 무브용 게임들을 즐기는데 큰 문제가 없었고, PS3을 보유한 게이머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E3에서 공개된 순간 다른 기종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 차세대 게임기로서의 승패를 생각해보면 결과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PS 무브는 컨트롤러와 함께 엑스박스의 키넥트처럼 카메라를 통해 전체 동작을 인식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반응이나 게임의 활용적인 측면에서는 Wii와 차별화되는 PS 무브만의 장점이 있고, 실제 현장에서 공개된 댄스 게임같은 경우 Wii보다 세밀한 동작까지 인식하는 것도 확인할수 있었다. PS 무브로 즐겁게 댄스를 추고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유명한 FPS를 무브로 체험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전세계적으로 Wii가 더 많이 판매된 상황에다 컨트롤러만을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들을 충분히 갖춘 Wii가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게임만으로 PS 무브가 Wii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결국 앞으로의 소니는 PS 무브와 카메라 및 PS3의 뛰어난 성능을 보다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킬러 타이틀의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3에서 공개된 게임들은 PS만의 체감형 게임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체감형 게임들이 다수 등장한 현 상황에서 PS 무브와 PS3의 온전한 성능을 십분 발휘하여 과거 PS의 승리를 이끌었던 정도의 파괴력있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것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 소니의 모션센싱 시스템, PS 무브




PS 무브가 PS3를 보유한 게이머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지 몰라도, 새로운 유저들을 소니쪽으로 끌어들이기는 힘들다는 뜻. 이미 모션 컨트롤러라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Wii와 비슷한 수준의 활용이라면, 당연히 Wii를 뛰어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Wii의 체감형 게임들이 신선한 재미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체감형 기능들이 코어 게이머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항상 있어왔다. 좀 더 적극적으로 PS 무브의 기능을 활용하여 코어 게이머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PS 무브로 등장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 댄스나 스포츠, FPS같은 각종 게임들을 확인해볼 수 있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모션 컨트롤러에 동작 인식 등의 기능까지 더해져 성능은 우월하지만, 그런 기능들을 십분 활용한 게임은 아직 부족하다." 기존의 PS3을 가진 게이머들이라면 몰라도, 학습형 게임으로 잠재 유저들을 끌어오는데 성공한 NDS처럼 완전히 새로운 게이머층을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하다.


전통적으로 PS3의 게이머들은 코어 게이머가 많은 편인데, E3에서 공개된 PS 무브용 게임들은 코어 게이머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게임 위주라는 것 역시 PS 무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킬존 3편과 같이 이미 지원이 발표된 소프트웨어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 결과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니니 섣불리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

앞으로 어떤 게임들이 등장할 지는 알수 없지만, PS 무브와 카메라의 기능을 좀 더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파괴력 있는 소프트웨어의 지원이 필요하다.



▶ 의외의 복병. 엑스박스 360의 키넥트


가장 적은 기대를 하고 들어갔으나, 가장 많은 즐거움을 안겨준 엑스박스 360의 키넥트. 사실 지금까지 공개된 게임들을 보자면 활용적인 부분에서 Wii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위모콘이나 PS 무브처럼 추가 콘트롤러를 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의외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지금까지 공개된 게임 중에서 일부는 이걸 도대체 왜 굳이 하필 키넥트로 해야 하는지 의문인 게임도 있지만, 댄스나 요가같은 경우 콘트롤러가 없다는 장점이 십분 발휘되어 쾌적한 게임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위 핏 요가의 경우, 사실 발바닥의 균형만 잡는다면 자세는 조금씩 틀려도 넘어가지만 키넥트의 요가는 전신의 부위들을 스캔해서 인식하기 때문에 보다 세밀하고 균형된 자세까지 가능하게 해준다.


권투같은 게임 역시 컨트롤러를 쥘 경우 손의 이물감때문에 권투라는 느낌을 제대로 받기 힘들지만, 키넥트는 실제로 주먹을 쥐기 때문에 좀 더 현실감 있고 발차기나 몸을 숙이는 등의 세밀한 동작까지 캐치해준다. 세계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위 핏이나 위 스포츠와 비슷한 게임들만 만들어도 좀 더 쾌적하고 즐거운 재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뜻.


키넥트와 함께 공개된 댄스 게임의 경우 초보자를 위해서 보다 세밀한 동작을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기능까지 있어 현장에서 키넥트를 체험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수준급의 춤을 선보이는 게이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키넥트의 최고 무기는 전세계에 퍼져있는 라이브 메신저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단순한 보석맞추기인 비쥬얼드 블리츠가 악마의 게임으로 여겨지게 된 것은, 게임 자체의 재미도 있지만 지인들과 함께 공유하며 갱신되는 랭킹의 역할도 크다.



▲ 컨트롤러가 필요 없는 모션센싱, XBOX360 키넥트




결국 마이크로 소프트가 갖고 있는 수많은 소셜 네트워크의 인프라에 엑스박스 라이브가 키넥트로 연결될 경우
그 파급력은 차세대 게임기의 시장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까지 성장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키넥트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키넥트의 동작 인식을 체험해본 결과 모든 상황에 범용적이라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1초 이하의 타이밍에 익숙한 FPS나 MMO 게이머들이 플레이하면 살짝 인식이 늦다 싶은 느낌을 받을 수 있고, 특히 주변이 밝은 상태이거나 착용하고 있는 복장이 펑퍼짐할 경우 오동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하나 별개의 문제는 현지화. 키넥트의 음성 인식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고, 라이브 서비스에 도입될 각종 컨텐츠들을 어떻게 현지화할 것이냐는 부분도 아직 알 수 없다. 전세계와 비교해 볼 때 시장이 크다고 보기 힘든 한국이기 때문에 현지화에 큰 신경을 쓰지 않을 경우 한국에서는 엑스박스 라이브와 키넥트의 기능들을 100%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엑스박스는 앞으로 키넥트의 기능을 십분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들이 계속 등장할 필요가 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갖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적인 인프라를 엑스박스 360의 차세대 서비스에 어떤 형태로 연결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으로 보인다.



▶ 차세대 게임기 전쟁,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E3에서 공개된 세 개의 신기종을 모두 체험해본 결과 모두 장단점이 있어 판단은 아직 이른 듯 하다. 특히 3DS의 경우 앞으로 등장할 게임에 따라 얼마든지 성적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PS 무브 역시 아직 기기의 성능을 온전히 드러내줄만한 킬러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손색이 있지만, 새롭게 등장한 기기의 성능 자체는 앞으로 얼마든지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다만 현장에서 체험한 바를 토대로 게이머의 입장에서 점수를 매기자면 엑스박스 키넥트, 닌텐도 3DS, PS 무브의 순서가 되겠다. 물론 이 순위는 현장에서 체험한 결과만을 토대로 한 것이기 차후 얼마든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애를 태우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발매가 미뤄지거나 기대 이하였던 경우는 언제나 있었으니까.


독특한 기능을 활용하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닌텐도의 3DS.
잘 만들어졌으나 닌텐도 Wii와의 차별화는 달성하지 못한 PS 무브.
새로운 시도가 칭찬받을만하지만 갈 길이 남은 엑스박스 360 키넥트.


이번 E3는 완전한 차세대 기종의 전쟁이라기보다는, 기존 차세대 게임기 전쟁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어달리기라는 느낌이 강하다.


2010년의 E3를 통해 본격적인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남은 것은 꾸준한 체력과 멈추지 않는 의지. 끝나지 않은 차세대 게임기의 선두를 차지할 주자는 누구일까? 노력이 남아있다면, 시장에서 영원한 승자가 없는 것처럼 영원한 패자도 없다. 앞으로 다가올 게임기 시장의 경쟁을 게이머의 입장에서 너무나 즐겁게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