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자. 다양한 종류의 총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 뒤에는?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긴 하겠지만 한국에서 FPS 게임을 즐겨본 게이머라면 보통은 어두컴컴한 군복에 군용 헬멧, 제식 장비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특별할 것도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성공 가도를 달려오던 FPS들은 이른바 밀리터리 위주였다.

아무래도 군인이라면 제식화된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얼마전 CJ E&M의 미디어 데이에서 소개된 게임들 중에 프로젝트 로우란 이름을 얼핏 들었을 때 규칙이나 법률(Law)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지나가는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니 예상외로 Raw. '날 것'이나 '야생의' 라는 뜻이다.

흑백으로 그려진 포스터 역시 강렬하다. 기하학적인 문신을 온 몸에 새긴 근육질의 남자는 허리춤에 아무렇게나 권총을 꽂아넣었다. 갱스터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모르되 군인에게는 절대 허용되지 않을 복장이요, 행동이다. 이렇게 프로젝트 로우는 단 한 장의 포스터로도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더, 프로젝트 로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크게 만드는 정보. 프로젝트 로우의 개발진은 과거 서든어택의 핵심 개발진이었던 백승훈 사단의 지휘하에 있다. 밀리터리의 탈피, 야생 그대로의 느낌, 그리고 백승훈 사단. 공개된 정보는 많지 않아도 이쯤되면 저절로 게이머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그래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찾아간 곳은 분당에 위치한 CJ 게임랩. 올해 하반기, 프로젝트 로우의 공개 일정을 앞두고 개발에 한창인 장대성 PM을 찾았다.


Q. 아직 가칭이라고는 해도 프로젝트 Raw에 담긴 콘셉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Bloody Bullet이라는 포스터도 등장한 적이 있는데...

언제나 그렇지만 제목을 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상표 등록하자니 어디 걸리고, 그렇다고 막 지을수도 없고... (웃음) 그나마 CJ 미디어 데이전에 가장 콘셉에 가깝다고 생각한 것이 'Project Raw' 였다. 피로 물든 탄환이라는 뜻의 포스터도 미리 생각해두었던 제목 중의 하나다.

Raw는 날 것, 야생이라는 뜻인데 야성적이고 원초적인 본능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뜻이다. 특히 게임 장르가 장르인 만큼 파괴적인 본능. 그리고 제식화되고 딱딱한 군인 위주의 FPS가 아니라 좀 더 원초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 프로젝트 로우의 설정 원화. 갱스터 액션 영화의 한 장면같은 느낌이다. ]




Q. 일정에 비하면 아직까지 공개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일부러 감추는 신비주의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신비주의까지는 아니지만 섣불리 공개해서 실망을 드리기보다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서 어느 정도 감추고 있는 것이 맞다. 사실 CJ E&M 미디어 데이에 공개된 동영상도 좀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나중에 제대로 된 걸로 한방 보여드리고 싶어서 지금은 아쉽지만 감추는 쪽으로 콘셉을 잡고 있다.


Q. 포스터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확실히 밀리터리 기반의 FPS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스타일리쉬한 갱스터 영화의 혈투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어울린다는 느낌인데...

군인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콘셉을 추구하다보니 초기에는 갱단의 혈투를 많이 참고했다. 군대를 제외하면 총기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콘셉을 잡을 수 있는 곳이 얼마 없으니까. 그런데 복장이나 그런 부분들을 너무 자유롭게 만들다보니 정작 게임 내에서는 피아식별이 힘든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군인 위주였던 기존과는 다르게 자유로운 스타일을 강점으로 가져가면서도, 또 FPS적인 재미를 주기에는 무리가 없는 설정을 찾아내는 형태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금은 초기에 내부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들을 해결한 상황이다.






Q. 동영상에서 4명의 캐릭터가 공개되었다. 커스터마이징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어떤 형태인가?


커스터마이징은 캐릭터의 아바타를 바꿔주는 것에 가깝다. 캐릭터들이 기본적인 외형을 갖고 있고 복장들을 바꾸는 형태인데, 군인이 아니다보니 정말 멋지고 특이한 형태가 많다. 물론 진영의 소속에 따라 의상의 콘셉이 다르게 구성해놓아서 게임 내의 피아식별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커스터마이징은 아직 개발중이거나 개선되어야할 부분도 있어서 확실하게 어떤 형태로 구분된다, 혹은 어떤 형태로 콘텐츠화할 것인가를 지금 말씀드리긴 좀 이른 감이 있다.



Q. 티저 영상에서 공개된 배경 역시 전장이 아니라 버려진 공장같은 느낌이다.


군대를 최대한 배제하고 현실의 배경에서 그대로 전투가 벌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평화롭던 도시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듯한 그런 느낌의 시가전을 굉장히 좋아한다. 물론 전장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지형도 있겠지만, 전장에서 벗어나 훨씬 다양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배경들을 선택할 예정이다.







Q. 군인이라면 총기류의 사용이 자유롭지만 군인이 아니라면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나 범위에 제약이 있지 않을까?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총기 소유가 불법이지만 군인이나 경찰이 사용하는 것들보다 불법적인 총기류들이 훨씬 다양하다. 해외 블록버스터같은 영화를 보면 갱들이 더 많고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나. (웃음) 적어도 개인 화기 부분에서는 군인 못지 않은 종류와 형태의 무기들을 사용할 수 있다.

기본 베이스로 현대 배경의 FPS에서 등장하는 유명한 제식 총기류들은 대부분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거기에 더해 사제로 만든 폭탄같이 훨씬 자유로운 느낌의 무기들이 프로젝트 로우에 등장할 것이다. 그래서 총기 개조까지 가능한 것이고.


Q. 총기 개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메인 시스템 중의 하나인데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다.

섣불리 언급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서 그렇다. 일단 프로젝트 로우에서는 무기를 개조할 경우 무기의 실제 외형이 바뀐다. 예를 들어 조준경을 달면 게임 내에서 외형이 보이고 실제 기능 그대로 쓰이게 된다. 도트 사이트를 달면 상대방 캐릭터를 훨씬 쉽게 조준할 수 있고 플래시를 달면 어두운 지형에서도 전투를 벌일 수 있다.

흔히 총기 개조라고 하면 더 강력하게 만드는 수치상의 변화를 생각하는데, 밸런스의 문제 때문에 수치상의 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개조로 수치를 변화할 수 있게 하면 FPS가 너무 어려워지고 순수하게 능력치의 변화를 위한 총기류와 부품이 들어가버려서 일종의 테크 트리가 고착화된다. 그런 형태는 지양하려고 한다.

프로젝트 로우의 총기 개조는 좀 더 가볍게 외형적인 변화와 부가 기능에 집중했다. '꼭 사용하셔야 합니다.'가 아니라 '이런 쪽으로 사용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라는 느낌이다. 게임 자체가 좀 가벼운 콘셉이기 때문에 재미를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Q. 티저 영상의 화면이 저격 위주로 소개가 되면서 '이번에도 또 스나이퍼가 최고냐'라는 의견이 많다.


나도 봤다. 일부러 그렇게 찍은 것이다. (웃음) 동영상을 찍는 시점에서 제일 완성도가 높은 부분이 스나이퍼였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렇게 찍었다. 다만 게임 자체가 그런 것은 아니다. 전장에 따라 스나이퍼가 효율적인 곳이 있겠지만, 다른 무기들 역시 확실하게 장단점을 가져간다.

서든어택의 핵심 개발자 출신들이 만들었다는 것때문에 더욱 그런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완성된 게임으로 보여드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차후 개발이 좀 더 진행되서 제대로된 동영상을 보시면 '스나이퍼가 최고다'라는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을까.






Q. 굉장히 많은 FPS 게임이 등장하지만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잘 만든 FPS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결국 1인칭 화면에서 내가 달리고 쏘고 맞는, 직접 플레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FPS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쏘면 상대방이 쓰러지고 반응이 오는 것, 상호간에 오고가는 느낌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 아닐까.

차별화에만 치우쳐서 특별한 것만 추구하려 하다보면 총싸움의 본질적인 재미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런 본질적인 부분이 완성되면 모드의 재미나 외형적인 장점 등은 그 위에 얹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반이 튼튼해야 하는 것처럼 FPS도 본질적인 재미를 먼저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프로젝트 로우를 기대하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한마디.

프로젝트 로우가 추구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느낌이다. 신나는 재미, 언제나 플레이하면서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게임. 가볍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우리만의 특색을 갖춘 게임을 만들고 있다. 내부적으로 많은 것들이 준비중이고, 동영상에서 보여드린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질적인 FPS의 재미를 완성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그 위에 우리가 갖고 있는 특별한 재미를 얹을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 프로젝트 로우를 담당하는 CJ 게임랩의 장대성 P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