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1-06-0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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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서든어택 분쟁의 이면, CJ 와 게임하이의 속내?

서명종(Lupin@inven.co.kr)
드래곤플라이가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퍼블리싱하던 스페셜포스의 재계약을 놓고 1년간의 오랜 분쟁을 겪다가 결국 FPS 시장의 2위로 떨어지면서 간신히 재계약이 이루어졌을 때, 더 이상 이런 분쟁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뚝뚝 떨어져나가 경쟁게임으로 이동하는 게이머들을 보면서 이런 분쟁은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에게 손실만 안겨주는 것을 모두 다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스페셜포스를 누르고 장기간 FPS 게임 1위를 지켜온 서든어택이 고스란히 그 전철을 밟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막다른 상황까지 치닫고 있으며 감정싸움의 단계도 위험수위를 넘은 상태입니다. 완전한 결렬 or 양사 대표들의 전격적 화해, 최종적으로는 이 두가지만 남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왜 도대체 이 두 회사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것일까요. 단순히 서든어택이라는 게임의 서비스권리와 계약조건에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단지 문제가 그것뿐이라면 누가 조금 더 양보를 하느냐 하는 선에서 조정될 수 있지만, 문제는 퍼블리셔인 CJ 와 개발사인 게임하이 (정확히 말하면 게임하이를 인수한 넥슨) 가 놓인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에 있습니다.





▷ 1. 파격적인 계약 조건, 그러나 문제는 신뢰!


계약 조건 자체는 매우 파격적이었습니다. 물론 계약 조건에 대해서도 양자의 말은 조금 다르지만, 현재까지 나온 보도자료와 성명, 그리고 양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계약기간 5년에 계약금 150억, 수익 배분은 개발사 70%, 퍼블리셔 30%
2. 계약기간을 6개월만 연장하더라도 관련 DB 이전에 전폭 협조


여기에도 한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퍼블리셔인 CJ 측은 여전히 퍼블리싱을 요청하고 있으나, 개발사인 게임하이측은 (넥슨을 통한) 자체 서비스를 기본 전제로 CJ 의 채널링을 원하는 상태입니다.

채널링만을 원한다는 것은 곧 자체서비스를 한다는 이야기와 동일합니다. 서든어택이라는 게임의 서비스 주체가 누구냐 하는 문제에서 CJ 는 여전히 그 주체로 남고 싶어하는 것이고, 게임하이와 넥슨은 퍼블리싱 기간의 종료와 함께 개발사 스스로 서비스 주체가 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채널링은 게이머수 증대를 위한 단순한 제휴/협력일 뿐, 서비스 주체의 지위와는 격이 다르기도 합니다.

기자가 보기에도 저런 정도의 계약 조건은 매우 파격적입니다. 퍼블리싱 계약은 금액 및 수익분배 비율이 공개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저 정도로 개발사에게 유리한 퍼블리싱 조건은 처음 접할 정도입니다. 말 그대로 정말 파격적인 조건입니다.

저리도 좋은 조건을 개발사인 게임하이와 모회사인 넥슨이 거절한 이유라면, 기자는 '신뢰'를 그 이유로 꼽습니다. 한마디로 게임하이와 넥슨이 보기에는, CJ E&M 이 지속적으로 서든어택을 서비스할 경우 게임의 생명력이 상실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CJ 는 여러 개의 FPS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서든어택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며 올해 안에 오픈베타를 할 계획인 스페셜포스2 (개발사 드래곤플라이) 도 있으며, 그 외에 서너종의 FPS 게임이 더 있습니다.

애초에 CJ 가 스페셜포스2 퍼블리싱 계약을 한 것은 게임하이와 넥슨에게는 두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서든어택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는다 해도 우리에게는 스페셜포스2 라는 대안이 있으니 우리를 만만히 보지 말라'는 메시지 하나, 두번째로는 '스페셜포스2에 우리가 올인하는 (상대적으로 서든어택이 소홀해지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적정한 선에서 계약을 연장하자'라는 의미 전달입니다.

한편으로 보면, 서든어택의 계약 종료에 따른 대안을 일찍부터 모색할 수 밖에 없었던 CJ 의 대응책입니다. 계약 연장이 'Plan A' 라면, 그것이 안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Plan B' 를 준비시켜 놓는 것이 회사를 경영하는 당연한 자세이기도 합니다. 그 Plan B 의 대표가 바로 스페셜포스2 입니다.

그런데 개발사인 게임하이가 보기에는 사뭇 다른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서든어택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CJ 가 앞으로 서비스할 FPS 게임들 (구체적으로는 스페셜포스2) 로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서든어택을 의도적으로 소홀히 할 경우, 서든어택이 점차 하락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합니다.



▲ 스페셜포스2의 등장은 위협적이다



'계약 조건이 얼마나 파격적인 것이냐' 라는 내용과는 무관하게, 게임하이와 모회사인 넥슨은 CJ 가 다른 FPS 게임들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서든어택을 점차적으로 소홀히 하거나 고사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을 우려하여, 차라리 일정정도의 트러블이나 게이머 이탈을 감수하고서라도 직접 서비스하는 것이 낫겠다 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6개월 연장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DB 를 이전해주겠다는 것 이전에, 그 6개월의 기간 내에 스페셜포스2는 오픈베타를 돌입하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그래서 게임하이와 넥슨은 그 6개월 기간 안에 CJ 측이 서든어택의 게이머들을 스페셜포스2로 최대한 유도하면서 추후에 경쟁자가 될 서든어택을 의도적으로 소홀히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사안은, 게임하이 인수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CJ 의 게임하이 인수가 막판에 결렬되고 넥슨이 인수한 뒤, 게임하이에서 신작을 개발하던 많은 개발인력들이 퇴사를 한 후 '호프아일랜드'라는 개발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이 호프아일랜드를 CJ 가 인수하여 'CJ 게임랩'이라는 개발사가 되었습니다. 이 회사에는 데카론과 서든어택을 개발을 총괄했던 개발본부장이 몸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하이를 인수한 넥슨의 입장에서는 CJ 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문제들 때문에, 처음 보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사가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 계약이 결렬되어도, 두 회사 모두 손해는 아니다?


과거 스페셜포스의 사례에서 보았던 것처럼,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지리한 공방전과 성명전이 이루어지는 것과 비례해 게이머들의 이탈은 증가합니다. 결국 Win-Win 이 아닌 양쪽 다 패자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결과이지만, 이번 케이스는 사뭇 다릅니다. 게이머들이 이탈을 해도, 양측이 모두 손해를 보지 않고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날카로운 공방전을 벌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1. 게임하이와 넥슨이 손해보지 않는 이유

서든어택의 경우 게이머 수에 비해 매출액이 낮은 편입니다. 전문용어로 1인당 ARPU 가 매우 낮은 편입니다. 과거,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의 매출액과 게이머수 등을 놓고 비교해보았는데, 스페셜포스가 서든어택보다 1인당 ARPU 가 3배가 높았습니다.

이 말인즉슨 스페셜포스 게이머 1인이 3만원을 쓰는 동안, 서든어택 게이머 1인은 1만원을 쓴다는 말입니다. 이후 분석 내용에 대해서 양사의 관계자들에게도 확인을 해보았었습니다. 부분유료화 아이템의 기획력에서 서든어택이 스페셜포스보다 부족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게임하이를 인수한 넥슨은 부분유료화 아이템의 기획 및 판매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전세계를 놓고 보았을 때도 넥슨의 부분유료화 능력을 무시할 수 있는 게임회사는 없습니다. 따라서 금번의 공방전 이후 서든어택의 게이머가 줄어든다고 할지라도, 매출액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간 서든어택은 제대로 된 해외진출을 이루어내지 못했습니다. 지난 4월초 서든어택이 중국 재진출을 천명하는 행사를 상해에서 개최했었습니다. 넥슨의 매출중 무려 3분의 2가 해외 매출일 정도로, 해외 시장에 대한 넥슨의 능력은 높습니다.

설사 국내 매출이 하락하더라도, 그간 쌓인 노하우와 해외 네트워크로 넥슨이 직접 해외 서비스를 시도함으로써 충분히 벌충할 수 있으며 나아가 크로스파이어의 사례처럼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면 엄청난 수익을 고스란히 혼자서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쯤 되면, 국내 서비스에서의 게이머 일부 이탈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게이머들이 좀 이탈하더라도) 굳이 무리하게 퍼블리싱을 유지할 이유도 없게 됩니다.






2. CJ E&M 이 손해보지 않는 이유

이는 CJ 측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스페셜포스2 가 있습니다. 스페셜포스2 를 성공적으로 런칭한다면, 더군다나 스페셜포스2 의 경우 1인당 ARPU 는 서든어택 수준이 아닌 스페셜포스 수준이 될 수 있기에 서든어택으로 인한 매출액의 감소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대안을 하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처럼 강공을 전개할 배경이 될 터입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바로 서든어택2의 퍼블리싱 권리를 CJ 가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서든어택2의 계약을 게임하이와 넥슨측이 파기하거나 귀책사유로 인해 파기될 경우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 금액이 100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 이런 점 때문에 CJ 측의 최초 보도자료에 서든어택2에 대해 아직까지 어떠한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귀책사유가 게임하이와 넥슨에 있음을 의미하는 문구가 들어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5년의 퍼블리싱 계약이 아닌, 6개월간의 연장을 통해 CJ 가 올릴 수 있는 예상 매출액 규모는 155억원. 이중 70%를 게임하이에 지불하게 되면 실제로 CJ 가 가지게 되는 돈은 38억원 가량 남짓입니다. 그러나 위약금은 고스란히 전액을 CJ 가 가지게 됩니다. 한마디로 2011 하반기 서든어택 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보다는 서든어택2의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 금액이 더 많습니다.

서든어택의 계약 결렬로 인한 매출액의 부족분을 위약금으로 충분히 커버한 뒤, 올해 안에 스페셜포스2 가 성공적으로 런칭한다면, 그리고 이런 공방전의 와중에 서든어택의 게이머들이 이탈하게 된다면 CJ 측으로서도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몇년을 더 안정적으로 FPS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에는 스페셜포스2가 (혹은 다른 어떤 게임이라도) 2011년에 큰 성공을 거두어야만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붙지만요.


▷ 그러나 한편으로는 절박한 CJ 의 입장


이런 흐름이 있다고 하더라도, CJ 의 상황 자체는 여유롭지 못합니다. 오히려 절박합니다. 절박하기 때문에 그런 파격적인 조건, 심지어는 약간의 시간만을 벌 수 있는 6개월 연장도 제안을 했을 터입니다.

먼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스페셜포스2는 여전히 Plan B 의 대안일 뿐입니다. 이미 성공한 게임과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게임을 동일선상에 놓을 순 없습니다. 스페셜포스2에 올인하면서 서든어택을 소홀히 하다가는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서든어택이 넷마블에서 사라지면, CJ 의 대표타이틀이자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려주는 게임은 일단 마구마구가 됩니다. 솔직히 다른 포탈에 비해 내세울 수 있는 게임의 수가 너무나도 빈약하게 됩니다.

대박게임이 하나가 아니라 두개인 것이 더 좋은 것처럼, 리니지와 리니지2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아이온이 성공했던 것처럼, CJ 입장에서는 서든어택도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스페셜포스2도 성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케이스일 것입니다. 5대 포탈중 성공게임이 가장 적은 포탈이 바로 CJ 넷마블이니까요. 굳이 일부러 하나를 버릴 이유는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버려야만 한다면, 그것이 서든어택이 될 수 있을지언정.

현재 CJ 가 운영하는 게임포탈 넷마블의 위치는 조금 애매합니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으로, 한게임은 테라로, 넥슨은 인수한 네오플의 던파와 해외매출로, 네오위즈는 크로스파이어와 피파온라인2 등으로 최근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5대 포탈중 최근 몇년간 정체상태에 머무른 곳은 CJ 의 넷마블 하나 뿐입니다. 야심차게 밀었던 프리우스와 드래곤볼 온라인이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서든어택이 이대로 떨어져나가고 스페셜포스2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된다면, 더이상 5대 포탈이 아닌 4대 포탈이 될 것입니다. CJ 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며, 위메이드나 액토즈소프트 등의 회사와 같은 급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날 것입니다. 회사의 위상 자체에 엄청난 타격이 가해지는 셈입니다.



▲ 서든어택 다음은 마구마구다



즉, 서든어택을 버리고 스페셜포스2 에 집중하기에는 너무나도 리스크가 높은 상황입니다. 현재 CJ 넷마블이 5대 포탈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최소 2개 정도의 대박 게임이 포진을 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서든어택이 자리를 유지하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스페셜포스2, 리프트 등을 위시하여 이른 시일 내에 2개의 게임을 크게 성공시켜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현재 CJ 의 경영진은 최근에 영입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너가 소유한 게임사가 아닌 전문경영진이기에 무언가 성과를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한마디로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2 에 사운이 걸려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근자에 영입된 경영진을 위시한 인력의 생존까지 달려 있습니다.

이에 반해 게임하이를 인수한 넥슨은 좀 더 여유로운 편입니다. 부분유료화 모델의 강화라든가 해외 진출을 통해 충분히 벌충할 수 있으며, 넥슨이 가진 성공 타이틀들이 많기 때문에 한두 게임의 매출 하락이 미치는 영향 자체가 미미합니다. 비록 게임하이 인수대금 때문에 속이 좀 쓰릴 순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정도의 금액은 충분히 벌어들일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넥슨은 그간 라인업에서 성인용 MMORPG 와 FPS 의 대표 타이틀이 없었는데, FPS 는 서든어택으로 확실히 메꿀 수 있습니다. 남은 것은 성인용 MMORPG 하나가 되는데, 마비노기2 나 엔도어즈 등이 있으니 그 역시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장르에서 크게 성공한 게임을 가지게 되는, 말 그대로 진짜 종합 회사가 되는 하나의 단계에 지나지 않는 셈입니다.


▷ CJ 의 전술적 승리, 그러나 전략적 승리는 아직 판단불가!


게임하이와 넥슨쪽에서도 보도자료가 연이어 나왔지만, 일단 현재까지는 CJ 측에 대한 여론이 좀 더 높습니다. 무엇보다도 계약 조건 자체가 파격적이고, 이런 계약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까지 게임하이와 넥슨의 확실한 설명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저간의 사정이 무엇이든간에 CJ 측은 이런 파격적인 조건으로라도 퍼블리싱을 계속 하고 싶다라고 명확한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게임하이와 넥슨은 CJ 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낼 지언정, 재계약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CJ 측의 계약 조건에 동의한다거나 더 좋은 조건에 계약하고 싶다거나 혹은 자체서비스를 하겠다 는 등의 답변이 없습니다. 재계약 여부에 대한 확답없이 다른 문제로 분쟁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게임과 회사에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재계약 여부가 확실히 결정이 되어야만 서든어택의 게이머들도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재계약 여부가 불확실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게이머들의 짜증지수만 올라갈 뿐입니다.

협상에 성실히 임하자 라는 일반적인 언급은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Ok 냐 No 냐 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그 다음 문제인 DB 이전 문제 등이 다루어져야 할 터입니다.

사실 DB 문제도 애매한 점이 있습니다. 게임하이와 넥슨의 경우 게임DB와 회원DB를 구분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일견 타당한 면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논리에는 단점도 하나 있습니다. 게임하이와 CJ 가 처음 퍼블리싱 계약을 맺을 당시만 하더라도 퍼블리싱 서비스 종료시 DB 이전이라는 항목을 넣었던 게임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중요성은 스페셜포스 재계약건이 벌어졌을 때 비로소 인지가 되었을 정도니까요.

그런 시대(?)에서 게임DB와 회원DB의 개념을 구분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했을 리는 없습니다. 그냥 고객정보DB 라고 표현해놓고 그게 모두 다 포괄하는 줄 알았을 것입니다. 이제 서든어택을 둘러싸고 이런 논쟁이 발생했으니, 향후에는 회원정보DB 와 게임정보DB 가 각기 퍼블리싱 계약서에 들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상황은 CJ 가 먼저 공격을 하여 명분을 얻고, 게임하이와 넥슨이 이를 방어하는 수세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여론도 CJ 에 좀 더 우호적인데, 이는 CJ 가 나름 작전(?)을 잘 짰다고 볼 수 있습니다.

CJ 가 최초 보도자료를 뿌린 5월 30일은 넥슨이 NDC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로 한창 바쁠 때이며, 더군다나 보도자료 배포 시각이 오후 4시경으로 일간지나 무가지의 경우 마감시간에 근접했을 때입니다. 또한 게임전문 기자들의 경우 상당수가 NDC 에서 각종 강연을 들으면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던 상황이라 서든어택에 대해 추가적인 취재를 할만한 여력이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CJ 입장에서는 타이밍을 매우 잘 잡은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4월 5일 CJ 가 21개의 향후 게임라인업을 발표하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CJ 임원진중 한명은 4개 가량의 FPS 게임을 소개하면서 '총마블'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FPS 에 강점을 가진 게임포탈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FPS 가 아닌 게임에 대해 소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보통 이런 양면성을 가진, 리스크가 있는 단어의 언급이 나오면 홍보 담당자들이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기자들에게 부연설명을 하거나 추가설명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때 CJ 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총마블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넘어갔습니다.



▲ 총마블? 서든어택이 one of them 된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 볼 때는, '이미 충분한 FPS 라인업을 확보했고 (설사 서든어택의 재계약이 안되더라도) 넷마블에서 FPS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문제없다'는 뉘앙스이자 사전 포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나중에서야 꿰맞춘 해석이기도 하지만, 이미 총마블, 즉 FPS 게임에 강점을 지닌 게임포탈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이 된 상태니까요.

또 한가지, CJ 측은 계속해서 넥슨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게임하이와 넥슨은 게임하이만을 내세울 뿐 넥슨이라는 언급을 가급적 피하고 있습니다. 이미지상 넥슨은 CJ 에 대해 강자지만, CJ 는 게임하이에 대해 강자일 수 있는, 즉 넥슨>CJ>게임하이의 순서이기 때문입니다. 약자의 위치에 자리잡는 것이 여론에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에 어떤 회사 이름이 언급되느냐도 은근히 민감한 사안입니다.

스페셜포스2 외 여러개의 FPS 를 준비해놓은 Plan B, 파격적인 계약 조건, 총마블이라는 단어, 주된 상대를 넥슨으로 설정한 것, 적절한 타이밍에 공개한 최후통첩 등 전술적인 측면에서 준비된 CJ 의 행보가 여실히 느껴지고 있습니다. 전략적 측면에서의 승리는 스페셜포스2 등 CJ 가 내어놓을 신작의 성패에 달려있겠지만요.


▷ 게이머 우선과는 무관한 비즈니스 문제일 뿐!


두 회사, 아니 세 회사의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꼭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유저를 우선해야 한다'는 멘트. 자기 회사의 입장이 곧 유저, 곧 게이머를 우선한 입장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누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에 대한 비즈니스 문제일 뿐입니다. 이탈할 게이머와 그로 인한 수익의 손실을 어떻게 벌충할 것인지 미리 계산을 하지 않고 세 회사가 움직였을 리는 없습니다.

제가 아는 게이머 우선의 사례가 두개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파란과 JCE 의 프리스타일 이전 문제입니다. 프리스타일의 퍼블리싱 기간이 종료된 뒤, 파란은 재계약을 강력히 희망했지만 JCE 는 단독 서비스로 방침을 굳혔습니다. 그때 파란은 나름 힘든 결정을 내렸는데, 아무런 조건 없이 관련 DB 를 모두 이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습니다. 그것도 계약 기간이 다 끝난 이후에도 몇달간 지원을 해줄 정도였습니다.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자칫하면 서비스를 맡는 퍼블리셔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퍼블리셔는 게이머풀과 회원DB 가 장사의 밑천인데, 이 밑천을 무조건 개발사에게 넘겨주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게이머 우선'이라는 말을 언급할려면 세 회사 모두 이 정도의 손해를 볼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말입니다.





또 하나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발생했던 NHN 한게임과 네오위즈게임즈 간의 사례입니다.

NHN 한게임이 2010년 상반기에 CR스페이스의 세븐소울즈를 공동퍼블리싱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피망을 가지고 있는 네오위즈게임즈가 CR스페이스 (지금은 네오위즈CRS로 사명 변경) 를 인수해버렸습니다. 2010년도에 런칭된 MMORPG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이 세븐소울즈였고 런칭 초기에는 매출도 높은 수준이었기에, MMORPG 라인업이 매우 약했던 네오위즈게임즈로서는 탐낼만한 회사였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NHN 한게임측의 심기는 매우 불편했습니다. 정작 중요한 과실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버린 셈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NHN 은 나중에 역습을 합니다. 바로 네오위즈게임즈 피망의 주요 게임이었던 슬러거의 개발사 와이즈캣을 인수해버린 것입니다.

장군멍군이라서 서로 상쇄된 것일까요? 곧 이어 벌어진 것이 바로 프로야구 라이센스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라이센스에 대한 권리를 NHN 이 사들여 다른 게임사들에게 재판매함으로써 한동안 야구게임들을 골머리 앓게했던, 마구마구의 CJ 와 슬러거의 네오위즈가 이번 서든어택 사안 못지 않게 다투었던 라이센스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내부적으로야 서로간에 감정이 여러차례 고조되었겠지만, 이런 게 진정한 Win-Win 일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명분 싸움은 아닙니다. 명분 싸움이 오래될수록 지치는 사람들만 늘어날 뿐입니다. 서든어택 재계약을 할지 안할지 일단 먼저 확실히 정하고, 만일 안하게 된다면 DB 이전 여부 및 게이머들의 데이터 확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재계약을 안할 경우 명분 싸움보다는 DB 이전에 대한 협조, 보상 여부를 가리는 것이 더 게이머를 우선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성명전은 기자들도 지치지만, 보는 사람들 특히 서든어택 게이머들도 지치게만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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