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셧다운제'의 도입이 이제 눈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해당 제도의 위헌성과 적법성 문제를 주장하며 게임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반발 의사를 밝혀왔지만 그러한 노력도 결국 제도 시행을 막지 못하는 양상이다.


더욱이 제도 도입이 얼마 남지 않은 최근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서 콘솔과 모바일 플랫폼이 제외되자 국내 게임업계만 제재하는 것이냐는 비난이 일었다. 법안 발의 직후에는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이 게임업계 매출 1%를 게임 과몰입 기금으로 물려 재원을 확충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해 게임업계를 여성가족부의 재원으로 삼겠다는 속셈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셧다운제' 도입이 결국 어느새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인벤에서는 지금까지 셧다운제도의 처음 시작은 어디부터였는지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도입까지 이루어졌는지를 정리해보았다.



▷ 2004년 10월, 셧다운제도의 시작.



셧다운제의 시초는 2004년 10월 시민단체들이 청소년들의 수면권 확보를 위해 온라인게임 이용시간 제한을 촉구한 것으로 시작된다. 청소년보호위원회,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청소년마을 등 시민단체들은 2004년 10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청소년 수면권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 포럼'을 개최해 제도의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당시 제안한 제도의 명칭을 '셧다운(Shut Down)제도'라 하여 이때부터 셧다운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셧다운 제도에 대한 지지가 열악했고 국내 게임산업이 한창 발전을 이루던 시기라 셧다운 제도 도입은 소리소문없이 잊혀갔다. 당시 청소년들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 온라인게임 시간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차라리 24시간 방영되는 EBS 수능 특강부터 폐지하라'는 반론이 펼쳐지기도 했다. 2004년 최초로 제기된 셧다운제도 도입 주장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05년 8월, 당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 '셧다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것이 아닌 국회의원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자 게임업계와 문화관광부도 반발에 나섰다.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는 전근대적인 발상이고 '게임산업 죽이기'의 대표 사례가 될 수도 있다며 반발했고 여론도 이러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문화관광부 역시 '셧다운제는 업계에 미치는 충격이 큰 만큼 신중해야 하며 게임중독 방지는 문화부의 내년 핵심사업으로 산하기관인 게임산업개발원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김재경 의원은 '업계 스스로 눈에 띌만한 조치를 취한다면 굳이 셧다운제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셧다운제도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혀 한발 물러나는 태도를 보여 또다시 불거진 셧다운제도 도입은 무산되었다.


▲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





▷ 2008년 7월, 국회에서 셧다운제 본격 쟁점화



두 번에 이은 셧다운제 도입 주장이 무산되었지만 2008년 7월, 또다시 셧다운제에 대한 도입이 국회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2005년 셧다운제 도입을 주장했던 김재경 의원 등 30명의 의원이 심야 특정 시간대에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셧다운제'를 골자로 한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


개정안에 따르면 향후 온라인 게임물을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에게 제공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상당히 구체적인 사항까지 설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학부모정보감시단은 '게임 셧다운제는 군부시절 통행금지제'라 주장하였고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업체 스스로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는 '자율규약'을 시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해당 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문화산업 관련 11개 단체가 소속된 한국대중문화산업총연합은 정부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전면 반대하며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보건복지가족부는 '부모가 요청하면 그 자녀의 심야 시간 온라인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로 방향을 순회했지만 이마저도 결국 제도화 하는 데는 실패했다.



▷ 2009년 4월, 여가부 주도 하에 셧다운제 도입 재추진



수차례 무산되었던 셧다운제 도입이 2009년 여성가족위원회 주도하에 새롭게 제기되기 시작한다. 2009년 4월 23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여야 의원 21명의 동의를 받아 '청소년 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최영희 의원은 당시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으로 2010년 위원장으로 내정된다.


최영희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청소년 게임 가입 시 친권 동의 의무화, 청소년 본인 또는 친권자의 요청에 따른 게임 이용 제한, 게임업체의 중독 경고문구 표시 및 유료화 정책 고지 등을 뼈대로 한다. 이 개정안의 경우 청소년 게임 이용 규제에 하루 총 이용시간을 정하는 방안과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심야 시간에 금지하는 방안,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지금껏 주장되었던 셧다운제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 산업의 부정적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회장사인 NHN과 엠게임, CJ인터넷, 네오위즈게임즈 등 주도하에 그린게임캠페인을 벌였다. 게임산업에 각종 압박과 제재가 가해지자 스스로 게임산업 자정 활동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제한적인 청소년 게임 셧다운 제도를 비롯해 청소년 게임 과몰입 예방을 위한 대책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게임 과몰입 예방에 정부도 본격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 민주당 최영희 의원




▷ 2010년 4월, 문화부 게임과몰입 대책 발표. 여가부 청소년 보호법 개정으로 제재 추진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게임 산업의 주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2010년 4월 12일 '게임산업의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게임 과몰입 예방 및 해소 대책'을 발표한다. 당시 대책에서 가장 눈길을 끈 내용은 게임 내 피로도 시스템(게임이용시간 제한 등)과 청소년 심야 접속제한 등을 통한 게임과몰입 방지 대책으로 지금껏 셧다운제에 대해 반대 입장만 고수해왔던 문화부를 주축으로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당시 셧다운제 적용 대상으로 언급된 게임은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바람의나라였고 피로도 시스템 적용 대상은 아이온, 리니지, 리니지2, 드래곤볼온라인, 대항해시대 온라인, 프리우스 온라인, 아틀란티카, R2, 에이카온라인, 헬게이트 런던, 창천, 미르의 전설2, 열혈강호, 영웅 온라인, 뮤블루 등 15개 게임이었다.


하지만 문화부가 주도한 과몰입 예방 대책은 반대에 부딪혔다. 모든 게임에 일괄 적용되는 것이 아닌 시장 점유율이 높은 몇몇 게임에만 적용되는 것을 이유로 형평성에서 논란이 되었고 이 틈을 타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으로 또 다른 규제를 추진하고 있었다.


문화부와 여가부의 이러한 행동에 여론의 비난도 거세졌다. 자율 규제가 정착하려는 시기에 강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대역행적이고 게임 과몰입을 대상으로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게임 산업은 문화부와 여가부 모두에게 규제를 받는 이중 규제에 휩싸이게된다.


결국 두 부처 간 대립 속에서 셧다운제를 포함한 청소년보호법은 법제사법위원회 내 법안심사 제2소위로 회부되었다. 일부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일부 내용이 겹치는 등 추가로 논의해야 할 것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2010년 4월 29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되었고 이에 따라 셧다운제를 담은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은 같은 이유로 법안소위로 보내진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과 함께 법안소위의 심사를 거친 뒤 본회의에 상정되거나 폐지되는 등의 절차를 밟게 되었다.

▲ 최영희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




▷ 2010년 12월, 문화부와 여가부 셧다운제 절충안에 합의



셧다운제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을 앞두고 2010년 12월 문화부와 여가부가 '셧다운제' 관련 게임산업 규제를 두고 절충안에 합의한다.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 대해 14세 미만을 주장한 문화부와 19세 미만을 주장한 여가부의 연령 기준이 16세 미만으로 결정된 것으로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게임접속이 차단된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합의안이 문화부의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 아닌 여가부의 청소년보호법에 담긴다는 것. 문화부가 해당 내용을 추진 중인 게진법에 담아 법안 통과를 시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객이 바뀌어 여가부 주도하에 협상이 진행되었다는 이야기었다. 더구나 여가부는 앞으로도 청보법을 통해 게임산업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이중규제 논란의 불씨 또한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러한 논란에도 두 부처는 셧다운제에 대해 합의를 이뤄냈지만 의견 충돌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이번에 논란의 쟁점이 된 것은 셧다운제 적용 대상 게임의 범위. 문화부는 PC 온라인 게임에 한해 셧다운제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가부는 네트워크 연동이 되는 모든 게임에 대해 셧다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2011년 3월 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오픈마켓 게임물의 자율심의 내용은 통과가 됐지만, 게임법에 포함된 게임 과몰입 규제 이슈는 재논의 절차를 밟게 되어 다시금 두 부처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법제사법위원회는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4월까지 두 부처의 합의를 권고했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시 국회의원 다수결로 결정된다고 전했다.


이 무렵 여성가족부의 주최로 열린 '인터넷 중독 예방 기금 마련을 위한 기업의 역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은 '게임을 하면 아이들의 뇌가 짐승처럼 된다.'는 발언을 하여 큰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 [기획기사] 아이들의 뇌가 짐승이 된다? 여가부 토론회 짐승뇌 이론이란..






▷ 셧다운제, 국회 본회의 통과로 시행 초읽기 들어가다.



셧다운제 적용 범위를 두고 문화부와 여가부, 두 부처의 의견 충돌이 일어났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앞두고 결국 합의를 이뤄낸다. 모바일게임의 셧다운제 적용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던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모바일게임에 한해 적용을 2년 유예하는 안에 최종 합의한 것이다.


이 합의를 통해 모바일게임은 셧다운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2년 유예하고 종료 6개월 전 재평가를 통해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두 부처가 합의한 내용을 골자로 한 이개정안은 4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이제 그동안 수많은 논란을 낳았던 셧다운제 시행이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게 된것이다.


하지만 4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셧다운제에 대한 또다른 움직임이 일어난다. 회의를 이틀 앞둔 4월 26일,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셧다운제 적용 연령을 기존 16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상향하는 청소년보호법 수정안 공동발의 서명을 추진한 것이다.


결국 신지호 의원은 36명의 의원의 공동발의 서명을 얻어 28일 국회 본회의 때 셧다운제 적용 연령 상향을 기습 발의한다. 하지만 이날 국회 본회의는 한,EU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에 반발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파행되고 만다.


다음날인 29일 열린 본회의에서 셧다운제 원안은 재석201표, 찬성 117표, 반대 63표, 기권 30표로 가결되어 11월부터 시행이 결정된다. 그나마 신지호 의원이 발의한 19세 적용 연령 상한안이 부결된 것에 게임 업계에 한숨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셧다운제 본회의 통과 이후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셧다운제의 위헌성에 대한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 이정희 의원 "셧다운은 헌법에 위배"





▷ 눈 앞으로 다가온 셧다운제 시행과 헌법 소원의 움직임



2011년 4월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로 셧다운제 시행이 확정되자 5월 1일 문화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셧다운제 법안에 대한 헌법소원 준비를 착수하겠다고 발표한다.


이러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10월 22일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는 자사의 연례행사인 블리즈컨을 통해 셧다운제 시행 시 자사가 서비스하는 구 배틀넷을 심야 차단하겠다고 발표한다. 구 배틀넷은 스타크래프트1,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가 포함되어 있는 배틀넷 서비스이다.


국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블리자드의 이러한 발표 때문이었을까? 블리자드의 발표가 있은 지 나흘 뒤인 10월 26일 여성가족부는 '스타크래프트를 포함한 CD게임의 주 이용자층은 20대 이상의 청년과 중장년층이기 때문에 CD 형태로 판매되는 게임은 셧다운제에서 제외하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나는 태도를 취했다.


이런 내용을 포함하여 2011년 11월 8일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 본격적인 운영을 위한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히며 20일부터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됨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개정안에 따르면 규제 대상은 PC온라인게임으로 적용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게임물은 적용 시기를 2년 유예했으며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플래시게임물, PC패키지게임물 일부도 유예된다. 패키지 판매 후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는 ‘스타크래프트’ 등의 게임도 유예 대상 게임물에 포함되었다.


이같은 내용의 개정안은 PC온라인 게임을 주축으로 하는 국내 게임 개발사만 규제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해외 게임업체들의 눈치만 보며 적용 대상을 줄이다가 결국은 국내 게임사들만 규제를 당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것. 이 같이 셧다운제의 형평성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10월 28일 이병찬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정진은 문화연대와 함께 셧다운제 위헌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다.


▲ 지난 8월 열린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에 대한 토론회





▷ 셧다운제 시행. 하지만 순탄치 않아 보이는 미래



2004년 처음으로 제기되었던 셧다운제도의 시행이 7년이 지난 2011년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많은 게임업체들은 셧다운제도에 맞는 시스템을 준비 중에 있으며 이미 테스트에 들어간 게임들도 있다. 하지만 시행 초기인지 셧다운제와 관련된 시스템들이 오작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당분간은 잦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제도 안착도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문화연대를 중심으로 한 헌법소원도 제기 중이고 셧다운제에 반대하는 여론은 여전히 건재하다.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시행이 결정된 만큼 지켜보는 눈들은 많으며 적용 플랫폼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셧다운제가 안고 있는 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의 반발에도 결국 시행이 시작된 셧다운제도. 지금까지 지나온 과정만큼 앞으로도 많은 문제를 안고있는 상황에서 이 제도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많은 우려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획 2부] 셧다운 제도, 도입해선 안되는 3가지 이유
[기획 3부] 20일 도입되는 셧다운, 대처하는 기업들의 자세가 곧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