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E3 관련 정보를 행사 기간 동안(2012년 6월 4일~7일) 실시간으로 공개합니다. 게임쇼 기간 동안 올라오는 행사 정보는 E3 특집페이지를 통해 더욱 자세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_E3 특별취재팀


살인청부를 업으로 삼고 있는 대머리의 주인공. 뒤통수엔 이유를 알 수 없는 바코드가 문신 새겨진 그는 제거해야 할 대상에 대한 정보를 받고 임무에 착수한다. 타겟을 제거하기까지 절대로 달리는 법이 없는 (물론 게임상에서 달리기는 가능하지만) 이 남자는 끝까지 어떤 과도한 또는 과장된 움직임이나 액션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그저 조용히 무표정한 얼굴로 마치 온 세상의 소리가 사라진 것과 같은 침묵의 걸음을 걷는다.

먼저 제거해야 할 것은 식료품점의 한 남자. 한 여자와 대화를 나누다 안으로 들어간 목표물에 접근하기 위해 그가 한 것은 가게 한 구석의 라디오를 켜는 것.

갑자기 켜진 라디오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여자는 자리를 떠나고 그 사이를 노려 무릎을 굽힌 주인공은 타겟의 방으로 조용히 다가간다. 발소리를 죽이고 타겟이 뒤에 선 그. 하지만 살인의 순간은 냉혹하고 재빨랐다. 힘센 두 팔로 타겟의 목을 졸라 제거하는 데는 단 5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왔던 길을 무표정하게 걸어나가는 것이다.




모두가 더 많은 총알과 더 많은 적들 혹은 엄청난 괴력에 체력이 어마어마한 몬스터로 시선을 붙잡으려 한다. 또 총알이 무한정인 것만 같은, 또는 현실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엄청난 갑옷이나 엄청난 초능력이나 엄청난 장비를 가진 주인공들로 시선을 붙잡으려 한다. 하지만 히트맨은 그 모든 지점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게임이다.

히트맨은 수많은 탄창으로 무장하고 적들을 모조리 죽여버리지 않는다. 재빠른 움직임과 엄폐 은폐 과정을 거쳐 (물론 해야 하지만 마치 기어스 오브 워의 그것처럼 다음 지역으로 빠르게 달려가 벽에 착 달라붙는 일은 없다) 타겟에 접근하지 않는다. 어떨 때는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대상의 차의 경보음을 울려 골목으로 유인해 소리 없이 죽이는, 어떨 때는 직원을 죽인 후 옷을 갈아입고 모른 척 타겟에 접근하는 고독한 침묵의 암살자다.

E3 2012 행사의 스퀘어에닉스 부스에서는 진행된 데모 시연에서는 주인공이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여러 명의 타겟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히트맨에서는 다른 1인칭 액션 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너무도 차갑고 냉혹한, 그리고 살인의 순간에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는, 프로 중의 프로였다.


히트맨이 추구하는 것이 리얼한 암살 과정을 그린다는 데 있다는 것은, 무기에 대한 접근에서부터 나타난다. 주인공은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가지고는 있지만 절대로 꺼내 드는 일이 없다. 손에 총을 들고 있으면 주변의 주목을 받기 때문. 운이 나쁘면 경찰이 총을 겨눌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손을 들고 선량한 시민인척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총을 꺼내지 않는다. 천천히 주변의 시선을 따돌리고 은밀하게 타겟의 뒤에서 목을 조른다. 이렇게 '조용하게 처리'에 성공하면 포인트도 받는다.

단순히 개인의 전투능력에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주변의 다양한 사물들과 인터랙션이 가능한 히트맨은 병을 들거나, 자동차를 건드려 경보음이 울리게 하거나, 무언가를 던져 소리를 내서 주변 인물을 끌어들이거나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시연에서는 많은 사람이 있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타겟을 제거하기 위해, 자동차 밑으로 렌치를 던지고, 공구를 줍기 위해 타겟이 자동차 밑으로 들어오는 순간 버팀목을 제거해 자동차에 깔려 죽는 사고사로 위장한 뒤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식의 암살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은 총도 굉장히 잘 다루며 필요에 따라서는 다양한 총기를 사용해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미션에 따라 어떤 때는 빌딩 옥상에서 건너편 빌딩의 타겟을 원거리에서 저격해야 할 때도 있다. 5명의 적을 총알 하나에 한 명씩 굉장히 빠르게 처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 조작은 미리 5명의 머리에 표식을 남기고 이를 재생하는 방식으로 플레이 된다) 타겟이 기름통 주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 화염병을 던져 폭발사고를 일으켜도 임무는 완수되는 것이다.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순전히 유저의 몫. 암살의 과정과 방법이 굉장히 자유롭다는 점 또한 히트맨의 장점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게 차갑고 이렇게 냉정한 액션 게임이 있을까. 극도로 절제된 액션, 뛰지 않는 주인공, 총을 적에게 얼마나 잘 겨냥하고 빠르게 방아쇠를 당기느냐가 아니라, 장농 안에 숨어서 밖을 내다보며 끈질기게 타겟이 혼자 남는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지가, 타인의 이목을 끌지 않고 타겟을 제거하기 위해 주변 환경들을 창의적으로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한 게임. 제거에 성공한 타겟의 시체까지도 꼼꼼하게 숨겨두어야 하는 히트맨은 정말 말 그대로 '리얼'한 암살자의 경험을 원하는 게이머에게 꼭 맞는 바로 그런 게임이다.

히트맨은 올해 11월 20일 11월 20일 PC, PS3, Xbox360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아래는 히트맨의 게임 디렉터 토레 블리스타드(Tore Blystad)와의 현장 인터뷰



[ ▲ 토레 블리스타드 게임 디렉터 ]
Q. 히트맨 이전에는 어떤 게임을 주로 개발했나?

= 히트맨 4에서는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총괄 디렉터가 됐다. 일전에는 아나키 온라인에도 개발에 참여했었다.

Q. 작년 E3에 출품해서 좋은 반응 얻었다. 이번 E3에서는 어떤 점이 바꼈나.

= 작년 E3는 히트맨 앱솔루션이 처음 공개되는 자리였다. 그만큼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캐릭터, 스타일, 드라마에 집중했었다. 이번에는 암살이라는 핵심주제에 초첨을 맞췄다. 주인공의 암살 방법에 대한 선택지를 다양하게 강화했다.

Q. 개발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 사실이다. 게임엔진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NPC의 AI를 개발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모됐다.

Q. 히트맨 앱솔루션은 그 이전 히트맨 시리즈와 비교해 상당히 크게 변했다.

= 상호작용하는(interactive) 암살 요소가 다양하게 삽입됐다. 시네마틱 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서도 탐험을 못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Q. E3를 통해 다양한 게임이 발표됐다. 히트맨의 경쟁작으로 생각하는 게임이 있다면?

= 주로 고전 명작 '씨프(Thief)'를 많이 언급한다. 게이머 분들이 코지마 히데오의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나,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도 많이 비교 비교하신다. 그러나 사실 두 게임과 히트맨은 굉장히 다른 게임이다. 유사한 아이디어를 어떤 방법으로 표현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Q. 멀티플레이 콘텐츠가 있나?

= 멀티플레이 요소는 없지만, 득점판(scoreboard)에서 친구들과 점수를 경쟁할 수 있다. 어떤 국가, 어떤 지도에서 몇점을 획득했는지 비교할 수 있다. 게임을 예약 구매하면, 스나이펴 첼린지라는 DLC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그것도 비슷한 요소이다.

Q. 스퀘어에닉스가 에이도스(eidos)를 인수하면서 스퀘어에닉스 소속이 됐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 사실, 개발과정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분위기가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다만, 스퀘어에닉스는 천만 장 이상 판매된 다양한 게임을 갖고 있다. 그만큼 마케팅 노하우와 기술을 배울 수 있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