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홀스튜디오 김낙형 팀장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변하면서 가장 확실해진 한 가지는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 시절엔 정답이었다고 할지라도 지금은 깨져야 할 고정관념이나 구태일 수도 있다는 말이죠. 변해야 산다. 혁신은 그렇게 이 시대를 지배하는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지난 10일 '테라'는 이런 변화의 물결에 합류했습니다. 혁신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아 보입니다. 정액요금제에서 부분유료화로의 노선 변화. 그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인지 구태를 벗어난 혁신의 날갯짓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시작은 기분좋게 끊었습니다. 인벤은 지난 21일 블루홀스튜디오 김낙형 팀장를 만나 요금제 변경에 대한 배경과 앞으로 각오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즘 다시 바빠졌다고 들었습니다
네 요즘 조금 바쁩니다(웃음). 지난 10일 전면무료화를 선언하고 동시접속자가 급격하게 늘었는데 어제 데이터로 비교하면 무료화 전과 비교하면 동시접속자가 5배가 증가했고 신규 유저는 20배로 늘었습니다.

테라 런칭 당시 기억이 나는데 그땐 원칙적으로 정액제를 고수하자는 입장으로 기억합니다
네, 맞습니다. 그땐 그랬었죠. 사실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충분히 아시겠지만 최근 신작 MMORPG들이 계속 런칭하면서 테라에 들어오는 신규 유저 유입량이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당연한 현상이지만 이제 업데이트만으로 다시 휴면 유저를 끌어들이기엔 힘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지표를 보더라도 분명 우리가 뭔가를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었죠.

그런 고민은 작년부터 있었습니다. 결단은 쉽지 않았죠.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정액요금제 게임이 과연 이런 시대에 적합한 모델일까라는 의문은 들었지만 또, 과연 우리가 정액요금제를 포기하더라도 부분유료화를 성공시킬 수 있는지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전혀 경험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작년 여름 '여명의 정원'이라는 무료서버를 열게 되었죠. 내부적으로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히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때 나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부에서 확신이 서게 되었고 작년 가을부터 계속 준비해서 올해 테라 2주년을 기념해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게 되었죠. '전격적'으로 말이죠(웃음).

내부 반대는 없었나요? 제가 알고 있기엔 정액제를 신봉하는 개발자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요(웃음).
당연히 있었죠. "우리가 처음부터 월정액 모델을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한 회사인데 부분유료화에 맞춰서 개발할 수 있을까"라는 의견이나 또, "그래 부분유료화를 하면 돈을 더 많이 버는 건 알겠어 근데 우리가 할 수 있어?"라는 의견들.. 참으로 다양했죠. 이런 의견을 하나로 합쳐보면 결국, 한 번도 안해봤는데 할 수 있느냐를 것이었습니다.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죠. 근데 무료서버였던 '여명의 정원' 데이터가 좋게 나오자 부분유료화 반대편에 있던 분들도 수긍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붐비기 시작한 대도시 벨리카의 풍경


정액제했던 때와 부분유료화 실시 후 매출을 비교해보자면요?
아직 무료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치적으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월정액 때보다 당연히 매출은 많이 늘었습니다. 부분유료화는 사실 어떤 아이템을 출시하느냐에 따라서 매출변화가 매우 큰데요. VIP 패키지도 상당히 반응이 좋았고 치장아이템도 계속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느끼는 건 한국이 부분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흔쾌히 지갑을 열어주시고 있고요. 이런 보답으로 우리가 해야할 건 유저들에게 반하는 캐시아이템은 지양하자는 것입니다.



■ 엘린 메이드복 폭발적인 인기, 올해까지 전종족 메이드복 나온다!

무료화 이후 어떤 변화를 가장 크게 실감하시나요?
'여명의 정원'에서는 치장성 아이템이 상당히 많이 팔렸습니다. 그때 어떤 유저분이 "정액요금 낼 돈으로 앨린 옷 사주는게 더 기쁘다"라고 말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걸 지켜보면서 참 세상이 많이 바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웃음).

부분유료화를 시작하면서 랜덤 아이템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데요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확률이라는게 참 신기한 것 같아요. 누구는 만원을 내고 두 개 뽑았다고 자랑하는가 하면 십만원을 내고 1개 뽑았다고 속상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거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당첨과 꽝의 편차가 너무 커서 소위말하는 '멘붕'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인데요. 그런데 사람들의 심리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면 꽝이라고 생각하니까 좀 어렵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엘린 메이드복



엘린 메이드복을 출시했는데 왜 하필 엘린만 출시된건가요? 다른 종족도 많은데
사실 엘린 메이드복은 일본 유저들과의 약속이었습니다. 일본에서 테라가 잘 된 배경에서는 일본 유저들이 아이템 판매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던 이유였는데요. 월정액 요금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이템이 팔려나갔습니다. 특히 일본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판매를 할때는 격한 반응이 나왔죠(웃음).

스쿨미즈라고 불리는 남색 수영복을 출시할때가 기억이 나는데요. 한국에서는 판매 계획이 없었고 일본 한정으로 만든 아이템이었는데 정말 엄청나게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계속 건의가 들어왔던 게 메이드복이었습니다. 결국 만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작년 12월 5일 출시를 했죠. 근데 그게 또 소문이 퍼지면서 국내 유저들도 요청을 하면서 한국에 판매하게 된 겁니다.

그럼 다른 종족은 메이드복이 안나오는 건가요?
아뇨, 형평성에 맞게 출시를 해야죠. 다른 종족들은 한꺼번에 묶어서 올해 안에 모두 출시할 계획입니다.

얼마전에 기능성 아이템인 '쿠링의 수집품'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어떻나요?
이 아이템도 대만에서 먼저 출시를 했었습니다. 대만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어서 한국에도 선보이게 됐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없더군요. 한국 유저들이 보는 시각이 조금 높다고 해야할까요. 기능이 좋다고해서 무작정 사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가령 쿠링의 디자인이 테라의 세계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나 소리가 시끄럽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의견들은 지금 받아서 수정하고 있습니다.

▲기대만큼 성과가 좋지 않았던 쿠링의 수집품



가장 많이 팔린 치장성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메이드복이 압도적었고 그 다음으로 바니걸도 인기가 좋았습니다. 바니걸은 테라 커뮤니티에 어떤 유저가 이런 아이템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리스트를 올려놨는데 마침 우리도 뭘 만들어야할지 고민하던 찰라였기에 바니걸이 있는걸 보고 바로 만들었습니다. 그 밖에는 탈것 위주의 아이템들이 인기가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무기보다는 외형적으로 확실히 변하는 아이템들이 인기를 많이 얻었던 것 같습니다.

쿠링처럼 테라 세계관에 반하는 아이템에 대한 지적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세계관을 깨는 아이템들에 대한 것인데요. 바니걸이나 메이드복을 예를 들면 테라 서비스 초기에는 절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서비스 초기에는 스토리텔링이나 테라의 오리지널 세계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은데 그런 아이템을 출시해버리면 게임 몰입에 방해가 되니까요.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느냐인데요. 게임 서비스가 어느정도 오랫동안 유지되다보니 이제 색다른 것을 찾는 유저들의 손길이 많아졌고 좀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이죠.

▲탈것에 대한 유저 요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 정치 시스템의 실패 깨닫고 연맹 시스템에 올인

이제 업데이트 얘기를 해보죠. 큰 틀을 보니 연맹 시스템이 메인일 것 같은데요
테라는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계속 소비해서 나가는 게임이었습니다. 근데 그 공급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2~3달 개발해서 내놓으면 1~2주면 클리어 해버리고 한 달이면 대부분의 파밍이 끝나버렸으니까요. 200명이 개발자가 밤새도록 만들어도 소비 속도를 못 따라가더군요. 그래서 한번은 콘텐츠 소모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드랍률을 조정했는데 유저 반발이 심했고 데이터를 봐도 유저 이탈도 눈에 띄게 늘었고요.

결과적으로 만렙에 이르렀을 때 유저들이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었습니다. 정치시스템이라는 게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죠. 이런 방식으로 개발하면 도저히 답이 안 나오겠다고 생각이 되더군요. 그래서 유저들끼리 순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TF팀을 구성해 연맹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연맹 시스템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길드가 3개 중 하나의 연맹에 가입하게 되고 연맹끼리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연맹과 싸우는 컨셉의 콘텐츠입니다.

그렇다면 특정 연맹이 인기가 좋아 진영간 불균형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연맹은 어느 한 쪽에 지나치게 커지게 되면 패널티라고 해야할까요? 리소스 문제로 불이익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인구가 많아져버리면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게 될테니까요. 그래도 지나친 독식 구조는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추려고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블루홀스튜디오에서 총력을 다해 개발하고 있는 연맹 시스템


의도는 좋은데 또 정치시스템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나요?
정치 시스템은 정말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개발팀이 모두 콘텐츠 개발에 너무 치우쳐있다 보니 업데이트하고 나서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계속 지원을 해줘야하는데 거의 방치되버렸던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연맹 시스템만 개발하고 보완하는 개발팀을 따로 구성했습니다. 그 팀은 오직 연맹 시스템이 안착할때까지 그것만 계속하게 됩니다. 또 개발팀과 별개로 라이브 대응팀도 있어서 문제점에 대한 대응도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대규모 레이드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면서 '데미지 미터기'에 대한 의견도 있더군요
아 그건 절대 안 됩니다(웃음). 지금도 테라에는 면접이라고 불리는 던전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같은 5명이 간다면 최대한 빨리 깨야 이익인데요. 그것 때문에 결국은 가장 효율적인 직업을 찾게 됩니다. 이부분은 저희 책임도 큰데요. 계속 고쳐나가야 하지만 데미지 미터기처럼 평가 수치에 대한 콘텐츠가 들어가게 되면 그 진입장벽이 더욱 커지게 되겠죠. 개발팀에서는 현재 인던이나 직업 디자인 방향을 누군가 못해서 '헬팟'이 되는 현상 보다는 누군가 더 잘해서 영웅이 되고 '신컨'이 되는 구조로 바꿀 예정입니다.

직업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직업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정말 끊임없는 싸움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속도에 대한 것입니다. 예전에는 많이 신중했죠. 혹시라도 잘못 업데이트해서 큰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그래서 좀더 테스트를 해보고 완벽하게 패치를 하려고 하니 밸런스 패치를 자주 못했습니다. 또 그렇게 신중하게 했다고 해서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나중에 깨달은 사실은 우리의 대응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저들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좀더 즉각적인 대응을 원했던 것이죠. 완벽한 패치는 어차피 없으니 일단 뭔가 변화하는 모습을 빨리 빨리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희도 계속 배워나가는 입장이다보니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 클래스도 게임을 하는데 있어 스트레스를 받는일이 없도록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고요. 만약 단기적으로 특정 클래스가 좋아지는 업데이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큰 그림으로 봤을때는 모든 클래스가 고르게 맞춰지는 그럼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작게나마 빠르게 패치하는 것이 작년과 다른 올해 개발팀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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