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옵스: 더 라인'. 후배의 강력한 권유로 시작한 게임이었지만, 처음에는 별다른 특색이 없는 평범한 3인칭 슈팅게임으로 느껴져 중간에 그만둘 뻔 했었다. 하지만 종반부로 접어 들을 수록 점점 정신적인 대미지를 입히더니 엔딩을 보고 난 후에는 한동안 책상 앞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른바 멘탈이 터졌다.

야거(Yager)가 개발하고 2K가 퍼블리싱을 맡은 '스펙 옵스: 더 라인'은 여느 대작 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황폐한 두바이를 배경으로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주인공이 철저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선한 인물에서 주인공이 그토록 싫어했던 '악당'이 되어 가는 처참한 스토리는 단순히 쏘고 적을 물리치는 쾌감을 느끼기엔 너무 강렬했다.

GDC 두 번째날 게임 내러티브 서밋에서는 스펙 옵스: 더 라인의 메인 작가인 '월트 윌리암스'(Walt Williams )가 강연자로 나섰다. 월트 윌리암스는 2K에서 7년 이상 일하며 바이오쇼크와 문명 시리즈에서 스토리 작가로 일해온 베테랑이다. 과연 그는 2012년 게이머에들에게 많은 논란거리를 던져준 '스펙옵스: 더 라인'을 통해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을까?



월트 윌리암스는 일반적인 슈팅게임에서 적으로 등장하는 나찌는 단순히 인간 형태를 띈 악마일 뿐이라며 그들을 죽이는 것은 아무런 일도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남들과 비슷한 슈팅게임을 만들기는 싫었다. 월트 윌리암스는 스펙 옵스: 더 라인에서 적은 모두 또 다른 캐릭터로 여겨지길 바랬고 그들을 총으로 쏴서 죽이는 행위에 무거운 감정이 뒤따르길 원했다.

"대부분 슈팅 게임에서 폭력은 게임 속 세계와 플레이어가 상호작용하는 기초적인 방법입니다. 주어진 문제가 퍼즐이든 적이든 대부분 '총을 쏘는 것'으로 해결됩니다. 당신이 컴퓨터에 앉아 슈팅 게임을 할 때, 수백 혹은 수천 명의 사람들을 사냥하게 됩니다. 그 상황에서 게임 속 우리는 사냥을 지극히 평범한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월트 윌리암스는 게임 안에서의 폭력이 실제 현실에서의 폭력을 둔감케 하거나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 안에서 의 폭력은 점점 둔감하도록 만들고 그것은 곧 그들 자신의 플레이를 의미 없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의 실제 과거 얘기도 나왔다. 월트 윌리암스는 과거 동물 사냥이 매우 인기있었던 루이지애나에서 자랐고 그는 아직도 그 당시 동물을 사냥했던 좋지 않은 기억을 아직도 갖고 있지만 대부분 게임에서는 살인이 플레이어의 감정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트 윌리암스는 플레이어의 적을 또 하나의 캐릭터로 봐야 하고 플레이어 폭력의 희생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펙옵스: 더 라인에서 플레이어들이 폭력을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게임 내 폭력 행위가 스토리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었고 플레이어들에 실제로 선택권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플레이가 게임 속에서 행한 폭력이 과연 선한 행동이었나 하는 의문을 계속 들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한, 월트 윌리엄스는 플레이어들에게 폭력을 기억하게 하는 방법으로 캐릭터의 진화를 들었다. 스펙 옵스 : 더 라인의 적 캐릭터는 메인 캐릭터처럼 3단계 감정의 진화 과정을 거친다. 처음에는 자신만만하지만 나중에는 조심스러워지며 끝에는 공포에 빠진다. 적 캐릭터가 주인공의 점점 거대해지는 폭력을 보며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적들은 플레이어를 보고 도망가고 주인공은 그 적들을 쫓으며 광기에 빠진다.



월트 윌리암스는 '휴먼 코스트'(Human Cost)라는 챕터를 예로 들며 플레이어에게 억지로 상황을 만들어 강력한 살상 무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수많은 적을 살상한 후에 그 피해자 속에 다수의 민간인들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해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타락을 서서히 감지하도록 만들었다고.

"저는 피에 굶주린 단순무식한 캐릭터를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진 게임을 만드는 것은 우리, 작가들에게 달렸습니다"


■ 현장 강연 스크린샷